<내 주먹을 사라>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

한국 스포츠영화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과연 어떤 영화들이 있을까,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지만 스포츠영화는 멜로, 액션, 호러 못지않게 충무로의 흥행성 높은 장르 중 하나였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은 한국 최초의 세계복싱챔피언이었던 김기수가 실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김기덕 감독의 <내 주먹을 사라>(1966)이다. 시합에서 상대방 선수의 급소를 타격해 숨지게 한 충격으로 링에서 은퇴한 그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싱계로 돌아가 복싱계의 왕자로 군림한다는 얘기다.

이젠 야구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고교야구의 인기는 어마어마했기에 야구영화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역시 김기덕 감독의 <영광의 9회말>(1977)에서 신성일은 어깨 부상으로 은퇴한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나왔다.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가 지방 신생 고교팀의 코치를 맡게 되면서 약체팀을 전국야구대회 우승으로 이끌게 된다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다. 당시 이승현, 이덕화 등과 더불어 ‘얄개’로 대표되는 당대 청춘영화의 또 다른 인기스타 이동진은 진유영과 함께 고교야구 선수로 출연하고, 하명중이 코치로 나온 <고교결전 자! 지금부터야>(1977)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가 얼마나 우직한 야구선수 캐릭터의 대명사였냐면 이번 영화제 상영작은 아니지만 <터질 듯한 이 가슴을>(1979)에서 실제 일본에서 맹활약한 장훈 선수를 연기하기도 했다. 리틀 야구를 소재로 한 <내일은 야구왕>(1982)도 당대의 흥행작이었다. 송재호가 한물간 야구선수이자 감독으로 나왔고 전 OB베어스의 김영덕 감독을 비롯해 박철순, 윤동균, 김우열 등이 특별출연했다.

아마 본격 스포츠영화이기도 하면서 흥행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작품은 바로 이현세 원작, 최재성 주연, 이장호 연출의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일 것이다. 역시 만화 원작의 복싱 만화도 많았는데 이현세 원작, 최재성 주연의 <작은 고추>(1986), 박봉성 원작, 최민수 주연의 <신의 아들>(1986), 이현세 원작, 조상구 주연의 <지옥의 링>(1987), 허영만 원작, 박준규 주연의 <카멜레온의 시>(1988)가 그것으로 이번 영화제에서는 <카멜레온의 시>가 상영된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스포츠영화는 잠잠한 편이었지만 김현석이라는 걸출한 야구 마니아 감독이 등장해 야구심판 이야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의 각본을 쓰고 이후 <YMCA 야구단>(2002)으로 데뷔하게 된다.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2004) 역시 야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반면 의외로 프로레슬링과 씨름에서는 김지운의 <반칙왕>(2000)을 시작으로 <역도산>(2004)과 <천하장사 마돈나>(2006) 등 굵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상영된다. 핸드볼과 스키점프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과 <국가대표>(2009)도 만나볼 수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갈매기>(2009)도 눈길을 끈다. <나는 갈매기>는 오는 10월17일 오후 2시 영화 상영 뒤 권상준 감독과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GV도 준비돼 있다. 가장 가까운 시점의 스포츠영화는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2010)이다. 이상 17편의 영화는 모두 무료로 상영되며 자세한 일정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cinema)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