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EBS국제다큐영화제가 ‘우리의 시선 너머’를 주제로 오는 8월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린다. 개막작인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을 비롯해 8개 섹션 총 49편이 EBS 채널을 통해 하루에 8시간 이상 방송되고, EBS SPACE, 아트하우스 모모, 방송회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씨네21>은 경쟁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 섹션에 있는 3편을 포함해 총 6편을 추천한다(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http://www.eidf.org/)를 참고 바람).
<악마라 불린 신부> The Devil Operation
감독 스테파니 보이드|페루|2010년|69분|페스티벌 초이스
남으로! 남으로! 오늘날 미국 광산회사들은 서부가 아닌 남미로 향한다. 그중, 남미 최대의 노천 광산인 페루의 야나꼬차 광산은 이들의 대표적인 인기(?) 지역이다. 야나꼬차 광산은 미국의 광산회사인 뉴몬트 마이닝이 최대 주주로 있다. 뉴몬트 마이닝사의 무분별한 금광 개발로 인해 이 지역의 물이 오염되면서 페루 카하마르카주 주민들은 물을 마실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지역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단체는 마르코 아라나 신부의 주도로 지난 20여년 동안 시위를 일으켜왔다. 마르코 신부가 성가신 뉴몬트 마이닝사는 그에게 ‘악마라 불린 신부’라는 별명을 붙인다. 그리고 사설 보안업체를 고용해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24시간 내내 감시하고 테러한다. 스테파니 보이드 감독은 마르코 신부의 목숨을 건 투쟁과 뉴몬트 마이닝사의 무자비한 테러를 10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아냈다. 다큐멘터리의 외형을 띠지만 빠른 카메라 움직임, 박진감 넘치는 편집,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스릴러 장르의 그것이다.
<시간과의 사투> Beating Time
감독 오데트 오르|이스라엘|2010년|50분|페스티벌 초이스
흘러가는 시간이 참으로 원망스럽다. 꿈 많은 29살의 하버드생 아비 크레머. 그는 어느 날 루게릭병(ALS, 근위축성 측상경화증)을 선고받는다. 온몸의 기능이 약해지다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병으로, 전세계에 12만명, 우리나라에도 1200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 때문에 아비는 사랑하는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러나 좌절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다. 그는 고국 이스라엘로 돌아가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역시 루게릭병으로 오랜 세월 투병하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를 만나 루게릭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찍고, 많은 기업가와 의학 연구자들을 불러모아 연구 자금 모금과 치료법 개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사방팔방을 뛰지만 살아갈 날은 점점 줄어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두려움보다 강하다”는 아비의 신념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페트로폴리스> Petropolis: Aerial Perspectives on the Alberta Tar Sands
감독 피터 메틀러|캐나다|2009년|43분|에코360
지역 홍보영상이라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첫 장면부터 카메라는 헬리콥터 위에서 캐나다 앨버타주의 풍경을 담아낸다. 거대한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푸른 숲,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긴 강, 그리고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 등, 자연은 시종일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 구경도 한순간이다. 헬리콥터는 우리를 인근에 있는 파괴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타르샌드 개발이 한창인 곳이다. 타르샌드는 원유를 대신할 새로운 대체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원 중 하나다. 푸른 숲은 포클레인의 무자비한 손짓에 앙상한 황무지로 변해 있었고, 맑은 하늘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온통 잿빛이다. 강은 파낸 흙으로 흙탕물이 되었다. 이 처참한 광경을 카메라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보여줄 뿐이다. 마치 한번 보는 것이 백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이 풍경, 어디선가 많이 봤다. 4대강이 무참하게 파헤쳐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개발 광풍과 겹쳐진다. 남 일이 아니다.
<춤이 좋아> Dancing Life
감독 예르네이 카스텔렉|슬로베니아|2008년|15분|Challenges, 꿈을 키우는 아이들
춤에 대한 열정이라면 어느 누구 못지않은 남매가 있다. 오빠 매튜(13)와 동생 아냐(12)가 그들이다. 열정이 지나치다보니 티격태격할 때가 제법 많다. “이렇게 추면 안된다고 말했잖아.” (매튜)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아냐) “조용히 해! 오빠가 말하고 있잖아.”(매튜) 풀밭에서 한창 뛰어놀 나이에 아이들이 이토록 진지하게 춤을 추는 이유는 곧 열릴 스포츠댄스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다. 매일 방과 뒤 연습실에서 댄스 강사인 아버지로부터 혹독하게 훈련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춤이 좋아>는 춤보다 춤을 추는 아이들의 감정에 집중한다. 함께 춤을 추고 있지만 동일한 목표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화려한 동작보다 실수하는 장면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매튜와 아냐는 춤을 추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알아간다. <춤이 좋아>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일기 같은 작품이다.
<차이나타운을 찍은 사나이> The Man Who Shot Chinatown: The Life & Work of John A. Alonzo
감독 액셀 쉴|독일·영국·미국|2007년|78분|삶, 사람, 사랑
“촬영이 관객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어떤 촬영감독이 훌륭한 촬영감독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존 A. 알론조 촬영감독의 말이다. 그러니까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구현할 줄 알고, 관객이 이야기에만 몰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1970, 80년 당시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던 로만 폴란스키, 스티븐 스필버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그와 함께한 것도 어쩌면 그의 촬영 철학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 A. 알론조는 <차이나타운>(1974), <미지와의 조우>(1977), <스카페이스>(1983) 등을 작업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촬영감독 중 한명이었다. <차이나타운을 찍은 사나이>는 그의 생애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 출신으로 바닥청소에서 시작해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이었던 제임스 웡 하우의 조수를 거쳐 할리우드 최고의 촬영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펼쳐낸다. 극 중간마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 등이 등장해 그에 대한 회상, 그의 촬영 명장면 등을 들려준다. 촬영감독 지망생이라면 꼭 챙겨볼 것.
<집으로 가는 기차> Last Train Home
감독 판 리신 |캐나다|2009 년|85분|페스티벌 초이스
하루에 무려 약 13억명이 한꺼번에 이동한다는 중국의 춘절(春節).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에게 딸을 맡긴 채 16년째 광저우에서 공장 일을 하는 장씨 부부도 이날만큼은 집에 내려간다. 겨우 기차표를 구해서 1년 만에 귀향하지만 기분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고생한다”며 울고 있고, 딸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시무룩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이다. 그런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장씨는 딸을 때리고, 상처받은 딸은 가출한다. 막상 집에 돌아왔지만 결국 장씨 부부가 그리워하던 집이 아니게 됐다. 판 리신 감독은 장씨 부부를 통해 어디에도 돌아갈 수 없는 중국 노동자의 삶을 대변한다. 다만,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을 극영화처럼 컷 분할해 편집함으로서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쌓아올린 점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