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거야...
영찬 씨와 순호 씨가 사는, 달팽이의 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를 가졌기 때문에 마치 달팽이처럼 오직 촉각에만 의지해 아주 느린 삶을 사는 영찬 씨. 영찬 씨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하는 순호 씨는 척추장애로 조금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영찬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는 이 연인의 사랑은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우주에서 가장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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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 LETTER ]more
꿈이 있다는 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달팽이의 별> 주인공 영찬에게 꿈은 없었다. 세상과의 소통이 완벽하게 차단됐던 그의 시간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늘 생각했던 그에게 ‘글쓰기’라는 욕망과 꿈이 생겼고 그것은 그에게 살아가야 할 하나의 이유를 주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또 다른, 역시 한없이 외로웠던 한 사람이 함께 하게 된다.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그의 아내다.
세상을 아는 것, 이해하는 것보다 느끼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주인공 부부는 세상을 느끼는 섬세한 촉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빗방울 하나를 두고 ‘울고 싶으면 비를 맞았다’는 얘기에 눈물이 난다. 결혼하기 위해 ‘외로움’이 단단히 준비돼 있었다는 영찬의 말을 듣고, 난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 그것은 단순한 이해나 논리적인 소통을 뛰어넘는 공감이었다. 난 그들의 사랑이 우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빛날 것이라고 믿는다.
<달팽이의 별>은 그들만의 행성으로 여행을 가 내가 찍었던 사진, 내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하얀 편지지에 차곡차곡 적어놓은 편지다. 지금은 그 편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순간,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가슴 시린 풍경 속에서 동화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게 잊고 있었던 혹은 인식하려 하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준 두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별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행복하고 고마웠다”라고.
- 이승준 감독 연출의 변 -
[ LOVE ISSUE ]
- 전 세계가 먼저 반하고 공감하고 감동한 화제작
-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대상 수상
- PBS POV 선정 ‘최고의 다큐멘터리’, EIDF 관객상, 유니세프상 수상
전 세계가 먼저 반하고 함께 공감하고 감동한 화제의 감성 멜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은 일찍부터 유수 영화제 초청과 수상을 통한 화려한 이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화제작이다.
2011년 11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거장들의 신작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3,0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다큐멘터리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정치, 사회적 이슈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 아닌 사랑 이야기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화를 본 주요 언론들은 “섬세하고 황홀한 영화”(스크린데일리),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과 유머로 가득한 영화”(버라이어티), “조용하지만 사랑스럽고 강렬하다”(인디와이어) 등 만장일치로 극찬을 쏟아냈다. 관객들 역시 “스스로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만드는 러브 스토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부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다큐멘터리”, “소음과 시각공해를 벗어난 순수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 등 국적을 초월한 감동에 호평을 보냈다.
또한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의 POV가 선정한 ‘2011년 최고의 다큐멘터리’ 중 12위를 차지했다. 빔 벤더스 감독의 가 16위,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의 가 19위에 오른 것과 비교한다면 <달팽이의 별>이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10년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개막작으로 상영되어 관객상과 유니세프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JIFF)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서도 상영되어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초청과 수상이 줄을 잇고 있어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가장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예고하는 등 2012년 가장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을 작품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달팽이의 별>을 위해 세계가 하나로 모였다
-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 10개국 참여 글로벌 다큐 프로젝트
-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의 발견, 새로운 가능성 제시
<달팽이의 별>의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감동 덕분에 제작과 기획/개발, 프로덕션, 해외 홍보마케팅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핀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네델란드, 레바논, 크로아티아 등 세계 10개국이 참여했다.
방송 PD로 활동할 당시 만난 조영찬, 김순호 부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획한 이승준 감독과 제작사 크리에이티브 이스트는 국제 공동제작과 해외 다큐멘터리 펀드를 통한 예산 지원 및 추후 해외 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알리고 국내 개봉까지 이어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전례 없는 경우였기에 쉽지 않았지만, 영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감동과 공감을 줄 것이라는 확신 아래 계획을 추진했다. 숱한 해외 다큐멘터리 피칭과 워크샵을 통해 <달팽이의 별>의 가능성을 확인한 세계 각국은 다양한 영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유 있는 기적을 만들어 갔다.
영화의 기획과 개발에는 영국의 셰필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프랑스의 아시안사이드오브더독, 유럽연합의 유로독이 참여했다. 제작에 필요한 예산은 미국의 선댄스다큐멘터리펀드, 시네리치와 한국 방송콘텐츠진흥재단과 EIDF 다큐멘터리 펀드가 후원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일본의 NHK와 핀란드 영화위원회가 공동제작에 나섰다. 프로덕션 과정에서는 핀란드의 메구루 스튜디오가 사운드 디자인으로, 레바논의 전문 에디터 시몬 엘 하브레가 편집을 맡으면서 기술적인 완성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핀란드의 YLE-공영방송국과 노르웨이의 NRK-공영방송국은 영화가 완성되기도 전에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배급 중 일본의 시그로가 일본 극장과 DVD, 온라인 배급 등을 담당하고, 일본을 제외한 국가들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배급사인 프랑스의 캣앤독스가 진행한다. 해외 개봉 시 홍보 마케팅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네덜란드 3120 미디어(3120 Media)가 담당하게 된다. 또한 아이패드 또는 갤럭시탭 등 타블렛PC 에서 www.planetofsnail.com을 통해 다운 받을 수 있는 공식 앱 ‘LOVE IS TOUCH’는 크로아티아의 기술진이 제작 및 개발했다.
세계 10개국 참여, 2년여에 걸친 제작 기간으로 국내 다큐멘터리사상 유례없는 초호화 글로벌 다큐 프로젝트로 완성된 <달팽이의 별>은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의 위상을 세운 것은 물론 다큐멘터리 영화가 갖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가능성까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세상,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랑
- 느리지만 서두르지 않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영찬 씨와 순호 씨의 일상
-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당신의 감성을 깨울 단 하나의 영화
감성 멜로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은 달팽이처럼 오직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보고 듣는 시청각 중복장애인 영찬 씨와 척추장애로 남들보다 아담한 몸집이지만 마음만큼은 바다처럼 커다란 순호 씨가 만들어가는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랑 이야기이다. 영화는 시청각 중복장애를 갖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소통을 하는 영찬 씨와 그의 곁에서 서두르지 않고 그와 세상을 연결하는 창이 되어주는 아내 순호 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심한 열병을 앓고 시각과 청각을 잃어가기 시작한 영찬 씨는 극단의 배우들과 잠깐 손길이 스친 것만으로도 그 사람만이 지닌 특별함을 발견해내고, 곁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아내를 천사라 부르는 사람이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와 공원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의 감촉에도 감동하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 것 아닌,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떠나는 등의 일상적인 일들이 담고 있는 소중한 의미를 발견해내는 그의 모습은 일상 속에 숨어있던 작지만 귀중한 가치들을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무심함을 조용히 일갈한다.
점자 단말기를 통해 글을 읽을 때를 제외하고 영찬 씨의 의사소통과 생활을 전적으로 도맡고 있는 아내 순호 씨는 척추장애 때문에 키가 성인 남성의 허리춤에 겨우 닿을 정도이지만 자신의 장애를 넘어 기꺼이 사랑하는 이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울고 싶을 때는 비를 맞았고, 영찬 씨와 같은 날 함께 떠나기를 바라는 순호 씨의 마음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동시에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인 다큐멘터리가 아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승준 감독의 바람대로 영화는 장애의 아픔을 담는 대신 여느 보통의 부부들과 다를 바 없는 이 부부의 일상을 담았다. 영찬 씨와 순호 씨 부부는 ‘점화(點話: 기존의 점자를 손등 쪽 손가락 위에 찍어 대화하는 방식)’로 대화를 나누고 형광등을 갈아 끼우는 일을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지만, 나란히 서서 식사를 준비하고 여행을 떠나는 등 소소한 일상의 매 순간을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부부의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만큼 행복한 미소를 선물한다. 극적인 사건의 연출 없이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여정은 보는 이의 감정 고조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동요시키는 단단한 힘을 가졌다.
이승준 감독이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게 살아가고 촉각에 의존해서 세상과 소통하며 자기만의 우주에서 살아가는 영찬 씨가 ‘어린 왕자’ 같다는 생각에 지은 <달팽이의 별>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영찬 씨와 순호 씨 부부의 사랑은 그들만의 별이 되어 우주에서 가장 빛난다.
- 한국영화 최초, 한국어자막과 음성해설을 더한 배리어프리버전 동시 개봉
- 산울림 ‘김창완’의 의미 있는 음성해설 재능 기부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새로운 문화 확산의 의미 있는 첫 걸음
<달팽이의 별>은 한국영화 최초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 버전을 동시 개봉하는 작품이다. 배리어프리영화란 청각 장애인을 위한 한국어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해 상황을 설명해주는 음성해설을 넣어 시청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영화이다. 2011년 10월, 배리어프리영화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술이 깨면 집에 가자><블라인드><마당으로 나온 암탉> 등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배우 엄지원, 류현경, 양익준 감독, 안상훈 감독, 오성윤 감독, 성우 서혜정 등 영화?방송인들의 자발적이면서 능동적인 재능 기부 참여로 배리어프리버전으로 시범 제작되어 선보인 바 있다. 창작자인 감독이 직접 참여하고 시청각 장애인 모니터 및 전담 연출팀을 구성해 전문적이며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해설 버전을 완성하고 전문 배우, 성우의 음성해설을 표방해 풍부한 감정 표현과 주제를 전달한다. 국내 최초로 일본영화 <마이 백 페이지>가 일반영화 버전과 배리어프리영화 버전을 동시 개봉하는 데 이어, 한국영화로는 <달팽이의 별>이 최초로 배리어프리영화 버전 동시 개봉을 진행하게 되었다.
<달팽이의 별>의 배리어프리영화 버전에는 올해로 35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락밴드 ‘산울림’과 ‘김창완 밴드’를 이끄는 가수이자 배우, DJ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김창완이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음성해설에 참여했다. 배리어프리영화 버전의 제작 의도와 영화의 내용을 전해 들은 김창완은 선뜻 목소리 재능 기부 의사를 밝혀 음성해설 참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녹음이 진행된 현장에서 김창완은 <달팽이의 별>의 연출자인 이승준 감독이 직접 쓴 음성해설 대본을 들고 녹음을 진행하던 중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해 잠시 중단하고 다시 어렵게 이어가는 등 이들 부부의 이야기에 깊이 감동하기도 했다. 인생의 연륜이 묻어 나는 편안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김창완의 음성해설은 주인공 부부의 행복한 일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관객들에게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이다.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영찬 씨가 주인공인 <달팽이의 별>이 한국영화 최초 배리어프리영화로 개봉하면서 의의를 더해가고, 다양한 노력들이 더해져 일반 관객들 역시 배리어프리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영화관람 문화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LOVE SPECIAL]
영찬 씨의 자작시
“태초에 어둠과 적막이 있었다
어둠과 적막은 신과 함께 있었고
‘나’가 나타나자 ‘나’에게로 왔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외로울 때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 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지구는 승차감이 없는 기차 같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아침에서 점심으로 점심에서 저녁으로 여행을 한다”
“지금도 우주인이지
손가락 끝으로 꿈꾸는 우주인은
아무하고도 대화 못하고 혼자 고립돼 있으면
혼자 우주공간에 고립돼 있는 기분이라고 하잖아
시청각장애인들은 다 우주인 기질이 있는 것 같아”
“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현실에서 보지 못한 것은 꿈 속에서도 보지 못한다
꿈 속에서도 시청각 장애인이니까”
“답답할 때는 질주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상상 속에서 마구마구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우주공간을 광속으로 달려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우주만을 읽을 게 아니라 지구의 현실을 읽어야 하는데…”
DIRECTOR’S NOTEbr>
Q. <달팽이의 별> 제작 동기
2008년 봄, ‘인간의 손이 가진 위대함’을 주제로 한 EBS의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손가락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청각 장애인 영찬 씨를 알게 됐고 이틀 정도 촬영을 했다. 새 작품을 모색하기 시작할 무렵 영찬 씨가 떠올랐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청각중복장애인, 소수자 중의 소수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선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는 있지만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어느 날 맥주 두 병을 사 들고 무작정 영찬 씨의 집을 찾아갔다. 영찬 씨는 맥주병을 만져보더니 “천상병 시인을 아세요”라고 물었다. “알죠. 돌아가셨지만 그 분 시를 참 좋아합니다”라고 했더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천상병 시인이 맥주를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친구나 후배들이 플라스틱 병이나 캔에 들어있는 맥주를 사오면 호통을 치시며, 병에 들어있는 맥주만이 진정한 맥주라고 하셨대요”. 미소를 지으며 그 이야기를 하는 영찬 씨를 보는 순간 난 영찬 씨와 순호 씨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섬세한 감각을 둘러싼 일상, 인생, 그리고 반려자인 순호 씨의 시간들에는 거대한 이야기와 예상치 못하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것이 내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달팽이의 별>을 만들게 됐다.
Q. <달팽이의 별>의 시작 과정
처음에 영찬 씨 순호 씨는 촬영하기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기존의 매체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비장애인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을 했던 것이다. 삼고초려를 했다. 나는 시간을 두고 있는 그대로를 따라갈 것이라고, 이전의 매체에서 장애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다루는 방식을 나 역시도 아주 싫어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했고 몇 차례의 만남을 가진 후에 두 사람의 촬영이 허락됐다. 2009년 3월, 혼자 카메라를 매고 지하철을 타고 두 사람 집에 가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는 스탭 없이 혼자 촬영을 진행했고, 그 해 가을에야 스텝을 꾸릴 수 있었다. 스탭은 조촐했다. 내가 직접 촬영했고 조연출이 붐 마이크를 들었다. 주로 영찬 씨 순호 씨 집에서 촬영이 이루어졌기에 스탭 수를 최소화 시키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영찬 씨와 순호 씨의 마음이 중요했기 때문에 “오늘은 기분이 좀… 촬영 당할 기분이 아니거든요”라고 얘기하면 카메라는 던져두고 수다를 떨거나 작은 방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어떤 때는 2, 3일 그 집에서 자기도 하고 어떤 때는 1주일이 넘도록 촬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Q. <달팽이의 별>의 촬영 과정
촬영을 진행하면서 현재 <달팽이의 별> 제작사인 크리에이티브 이스트를 만나고, PD들이 합류하고, 2009년 EIDF사전제작피칭 지원작으로 선정된 후에야 제대로 된 스텝을 꾸릴 수 있었다. 그 해 11월에는 영국 셰필드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MeetMarket에 참여해 방송관계자, 배급사, 펀드 관계자, 컨설턴트 등을 소개 받아 10여 차례 미팅을 가졌고 대부분이 트레일러만으로도 관심을 가졌다. 촬영을 진행하는 와중에 PD는 제작비 확보에 매진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10년 3월에는 홍콩에서 있었던 아시안사이드오브더독 공식피칭에 초청됐다. 이 곳에서 <달팽이의 별> 공동제작을 하게 된 NHK담당자와의 미팅이 이루어졌고 자연스레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8월에는 EIDF에서 상영되며 관객들과도 만났지만 처음부터 긴 장편 영화로 기획을 했기 때문에 촬영은 계속 됐다. NHK담당자가가 EIDF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를 보고 공동제작에 참여했다.(NHK에서는 지난해 3월 52분 버전이 방송됐다. 방송이 나가기 얼마 전 후쿠시마 지진사태가 잃어났고, NHK담당자는 일본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지 않을까 싶어 원래보다 앞당겨 방송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선댄스다큐멘터리 펀드와 시네리치 펀드가 됐다는 연락이 왔다. 2010년 겨울, 핀란드 공동프로듀서를 통해 핀란드영화위원회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연락도 따랐다. 다큐멘터리 사운드 작업을 핀란드 등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이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사운드 작업을 그 곳에서 하기로 했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주인공의 테마 소리를 어떤 느낌으로 만들지”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주인공이 수영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래서 물에서는 자유롭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늘 자기는 고독한 우주인 같다는 얘기 등을 하면서 물 소리와 우주공간의 느낌이 드는 소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최종 믹싱 작업을 할 때는 내가 헬싱키로 넘어갔다. 3일 정도 함께 믹싱 작업을 했고 최종 결과물이 나온 것이 4월이었다. 그렇게 2년여의 제작과정을 거쳐 3월 22일, 개봉하는 <달팽이의 별>이 탄생하게 됐다.
Q. 영찬 씨와 순호 씨가 사는 법
<달팽이의 별> 속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게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절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이런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생활상의 문제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고 있다. 주제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물론 이들의 생활도 어려운 면이 많다. 순호 씨가 몸이 약해서 가끔 병원에 가는데 둘 다 국가 보조금 수급자이다 보니 돈이 넉넉하지 않았다. 이사를 하는데도 굉장히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것은 일부러 뺐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넣었으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TV에서 많이 봐오지 않았나. 영화니까... 그 생략된 부분들을 관객들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영찬 씨가 공원에서 나무를 끌어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에서 순호 씨가 “나무 끌어안는 거 참 좋아하는데”라는 말을 한다. 나는 그냥 중얼거림으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혼자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인터뷰처럼 몇 번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가 오래 붙어서 촬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그것이 그대로 표현 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Q. <달팽이의 별>로의 초대장
영찬 씨와 순호 씨를 보면서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많은 진실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진심을 담아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찬 씨는 말한다. “태어나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별이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다.” 세상에는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가치들이 있다. 사랑, 믿음, 희망...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늘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기를 가슴 깊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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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조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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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감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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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주)크리에이티브 이스트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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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영화사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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