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부부는 고향에 어린 딸을 남겨두고 도시의 공장을 전전하며 16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들은 1년에 단 한번, 음력 설에만 고향을 방문한다. 여정은 고되고, 가족이 서로를 보듬기엔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들이 돌아가고 싶은‘ 집’은, 급속도로 진행된 중국 경제성장의 그늘 속에 더욱 더 멀어져 간다.
more
- 제작 노트
-
소녀는 웃지 않는다. 한창 세상의 모든 것이 즐거울 나이 열여덟, 소녀의 눈빛은 한없이 건조하기만 하다. 평범한 농촌에서의 일상과 경제적인 이유로 소녀를 외롭게 한 부모에의 서운함 등이 소녀에게서 십대 소녀다운 활기를 빼앗아간 것이 아닐까. 반면 부모는 기대에 차있다. 지금이 고되지만 조금 있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 그리고 딸은 자신들과 같은 도시노동자의 삶을 살지 않으리라는 기대. 하지만 소녀의 외로움과 반항심 앞에 부모의 기대는 이해하지 못할,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정일 뿐이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해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부모와, 그 집에 남겨져 조부모의 손에서 키워질 수밖에 없었던 소녀. 그래서 부모에 대해 아무런 정서적 연대도 느끼지 못하는 이 소녀를, 아버지는 때린다. 그리고 소녀는, 맞받아친다. 가족이 만나 즐거워야 할 하루는 여느 때보다 길고 비극적인 하루가 되고, 새해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한 만찬의 분위기는 한없이 무겁고 우울할 뿐이다. 그리고 소녀는 결국 집을 떠난다. 그리고 소녀의 삶은 부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순환될 것이다. 부모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곳,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떠나고 싶은 그곳이 바로 '집'이라면 너무 슬픈가. 하지만 이것은 지금도 엄연히 진행중인 중국인구 10%, 도시노동자의 삶이다. (황정원)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