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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여 영원히 아름다워라
장영엽 2008-12-10

프랑스영화사 압축한 불여우 열전, 12월11~23일 하이퍼텍나다에서

스물세명의 ‘불여우’를 스크린에서 만나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23명의 작품 31편을 모은 ‘불여우 열전’이 12월11일부터 23일까지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 50년 동안의 프랑스영화사를 압축한 거대한 영화지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카트린 드뇌브와 샬롯 램플링, 이자벨 위페르가 구축한 지성파 여배우의 계보, 줄리엣 비노쉬와 소피 마르소에서 샬롯 갱스부르로 이어지는 청순미의 역사, 할리우드 육체파 여배우와는 엄연히 다른 브리지트 바르도와 에마뉘엘 베아르, 베아트리스 달의 은밀한 매혹, 엉뚱하고 독특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오드리 토투와 뤼디빈 사니에르의 신세대적 경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작연도가 다른 작품을 함께 보며 여배우 개인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고, 그들을 뮤즈로 삼은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불여우 열전’은 나다에서 2주간의 상영을 마친 뒤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영화공간 주안 등에서 순회 상영한다.

<8명의 여인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바르도의 젊은 모습에 묘한 향수

스물세명의 여배우 중 가장 먼저 기억되어야 할 이름이 있다면, 바로 잔 모로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의 광기어린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녀는 <쥴 앤 짐>(1961)으로 단숨에 누벨바그의 여신이 되었다. 언제나 자유롭고 일탈에 능했던 그녀는 두 작품의 성공 이후 프랑스를 벗어나 유럽과 할리우드의 감독들과 작품활동을 계속하지만, 잔 모로를 있게 한 건 누벨바그였다. 모로가 오슨 웰스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과 작업하며 더 큰 꿈을 꿀 때, 누벨바그 감독들은 새로운 여신을 찾았고 그녀가 카트린 드뇌브였다. 자크 드미의 뮤지컬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드뇌브는 아르노 데스플레생의 신작 <크리스마스 이야기>(2008)에 출연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불여우 열전’은 드미의 두 번째 뮤지컬 연출작인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을 통해 원숙한 여배우의 초창기 시절을 조명한다.

브리지트 바르도는 모로와 드뇌브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던 배우였다. ‘그 다른 매력’을 대중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킨 영화가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다. 구릿빛 피부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던 육감적인 몸매의 스물두살 바르도는 기꺼이 사춘기 소년들의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인종차별적, 반종교·반동성애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지금의 그녀를 생각하면 바르도의 젊은 시절 모습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바르도의 후예인 에마뉘엘 베아르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프랑스 여인>(1995)과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2003), 역시 육체파 배우이지만 거칠고 야성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베아트리스 달의 <베티 블루>(1988)도 상영된다.

누벨바그의 여신, 모로와 드뇌브

프랑스의 영원한 연인이자 모든 남성들의 판타지였던 이자벨 아자니와 소피 마르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자벨 아자니의 작품으로는 누군가의 절박한 연인이었던 <아델 H 이야기>(1975)와 <까미유 끌로델>(1988)의 두편이, 마르소의 경우 팜므파탈로 분한 최근작 <안소니 짐머>(2005)가 상영된다. 그들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아쉽다면 이자벨 위페르나 샬롯 램플링의 삐딱한 매력에 빠져보아도 좋다. 다룰 수 있는 감정의 간극이 크기에 언제나 치명적인 역할을 도맡아왔던 이자벨 위페르의 대표작 <레이스 짜는 여인>(1976)과 <피아니스트>(2001)가 준비되어 있으며, 특유의 공허한 눈빛이 인상적인 샬롯 램플링의 영화로는 프랑수아 오종과의 첫 작업인 <사랑의 추억>(2000)과 <레밍>(2006)이 준비되어 있다.

‘불여우 열전’에서 여러 편을 감상할 예정이라면 8명의 ‘불여우’가 출연하는 프랑수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을 가장 마지막으로 보길 권한다. 다니엘 다리외와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와 에마뉘엘 베아르, 파니 아르당과 피르민 리샤르, 비르지니 르도엔과 뤼디빈 사니에르가 한데 모여 손을 맞잡고 슬픈 노래를 부르는 엔딩장면에 이르면, 프랑스 여배우들의 아름다움은 이제와 같이 영원히 건재할 것임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