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단편들만 모았다. 시네마 상상마당(이하 상상마당)이 개관 1주년을 맞아 ‘2회 대단한 단편영화제’를 연다. 9월4일(목)부터 10일(수)까지 ‘After 2000, 다시 만나는 단편영화 20선’, ‘단편영화 감독 특별전’, ‘단편영화 배우 3인방: 이채은, 유형근, 서영주’라는 섹션들로 구성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2000년 이후 화제가 된 단편들, 주목할 만한 배우들의 우수 단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먼저 ‘After 2000, 다시 만나는 단편영화 20선’의 경우 <후회하지 않아>(2006)를 만든 이송희일의 <굿 로맨스>(2001), <내 청춘에게 고함>(2006)을 만든 김영남의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2002), <신성일의 행방불명>(2004)을 만든 신재인의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2002) 등 이미 장편 극영화로 데뷔한 감독들의 영화도 포함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전히 ‘입봉’을 기다리고 있는 재능있는 감독들의 경연장이다. 2001년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윤은경, 김은희의 <호모 파베르>,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동시에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는 감독 겸 배우인 양익준과 정보훈을 주목하게 만든 손원평의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송혜진의 <안다고 말하지 마라>(2002), 서울여성영화제 우수상을 수상한 김선민의 <가리베가스>(2005), 한국인 좀비들과 싸우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룻밤 이야기를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단편 특별상을 수상한 장훈의 <불한당들>(2007) 등 곧 장편영화 크레딧으로 확인하게 될 미래 감독들과의 만남이다. 민용근, 이수진, 염정석, 박동훈, 김곡과 김선, 채기, 장형윤, 김진만 역시 여기 포함된 이름으로 ‘관객과의 대화’ 같은 이벤트를 통해 영화제 기간 중 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단편영화 감독 특별전’으로 만나게 될 작품들은 바로 <세븐 데이즈>의 원신연, <8월의 일요일들>의 이진우의 옛 단편영화들과 국내에서는 드물게 노동문제를 다룬 극영화를 만드는 이유림과 배우이기도 한 유지태의 단편영화들이다. 내용과 스타일상으로 일련의 연관성을 지닌 특정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단편 고유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섹션이다.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한 유지태는 <자전거 소년>(2003),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2005)에 이어 우연히 옛 연인을 회상하다 그와 첫 키스를 나눴던 집 앞으로 찾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나도 모르게>(2007)를 세 번째로 만들어 개봉했다. <자전거 소년>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감독 유지태’라는 표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편집 전공의 이유림은 젊은 포클레인 기사로부터 이라크 낫시리아 사막으로 함께 떠나자는 말을 들은 한 유부녀의 이야기 <낫시리아>(2005), 회사로부터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진 한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 <새끼여우>(2007)로 주목받았다. 원신연의 <빵과 우유>(2003), <돼지꿈>(1999)을 시작으로 꾸준히 단편을 발표해온 이진우의 <모퉁이의 남자>(2008)는 기억해둘 만한 작품이다.
‘단편영화 배우 3인방’은 단편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법한 배우들의 작은 회고전이다. <잘돼가? 무엇이든>(2004)으로 데뷔한 서영주는 윤성호의 <은하해방전선>(2007)에서 초짜감독 영재(임지규)의 여자친구 ‘은하’로 널리 알려졌으며 <친절한 금자씨>(2005)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식당에서 쫓겨난 한 가족의 이야기 <가족나들이>(2005), 얼굴에 흉터를 지닌 채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미스 마플과의 하룻밤>(2006) 등이 상영된다. <은하해방전선>에서 일본 스타 ‘기무라 레이’로 출연한 유형근은 <자살 소녀 시간차 공격>(2005)에서 자살을 결심한 소녀를 사랑하는 귀여운 스토커,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경쟁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던 <불을 지펴라>(2007)에서 록음악을 사랑한 나머지 기타 하나 메고 탈북한 소년 리경록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의 두 배우와 비교해 새로운 이름이라 할 수 있는 이채은은 모텔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여고생 난영으로 출연한 <빨간나비>(2005), 진급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떨어진 모범사원 오원경으로 출연한 <시대의 기분>(2008)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2000년 이후 각종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대단한’ 단편들의 역사가 바로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