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기합과 비명의 열전이다.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의 한 행사로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가 한국 독립장르영화 50편을 준비했다. 이름하야 ‘인디 파르페’. 액션, 공포,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한데 섞고 얹어서 만든 독립영화의 성찬이라는 뜻이다. 오는 7월25일부터 8월14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의 상영작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제작된 독립영화들 가운데에서 골라냈다. 먼저 공포영화를 상영하는 인디 스크림 섹션에서는 4편의 장편영화와 13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돼지머리를 가진 괴물을 주인공으로 스너프영화를 찍는 도살업자의 피칠갑 난도질영화인 <도살자>를 비롯해 지난 2003년 귀신의 정체를 쫓는 페이크다큐멘터리로 화제가 됐던 <목두기 비디오>, 그리고 신재인 감독의 <신성일의 행방불명>과 독립영화계에서는 소문난 공포영화인 <씨어터2: 데스 오브 데자뷰>가 관객의 비명을 불러낼 예정. 이 밖에도 <추격자>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단편 <완벽한 도미요리>와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버스를 타다>, 한국사회의 비틀어진 가족문화를 유쾌하면서도 기괴하게 묘사한 <핵분열가족> 등의 독립단편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인디스크림 섹션에서는 익히 들어본 제목이 귓가를 맴돈다면 멜로영화를 준비한 인디로맨스 섹션에서는 감독의 이름이 먼저 눈에 띈다.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과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등 이미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편을 비롯해 장형윤, 김종관 등 아직 장편영화를 만든 적은 없으나 단편영화계에서는 스타로 떠오른 감독들의 특별전이 계획되어 있다. 최근 독립애니메이션 묶음인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를 통해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개봉한 장형윤 감독의 작품으로는 <아빠가 필요해> <티 타임> <편지>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등 5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이 상영될 예정. 그만의 귀여운 감성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지난 2004년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후 줄곧 각종 영화제의 단골명사가 된 김종관 감독은 <누구나 외로운 계절> <낙원> <모놀로그#1> 등 7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여기에 이송희일 감독의 단편전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슈가힐> <굿로맨스> <동백아가씨> 등 그의 전작들을 볼 수 있다. 인디로맨스 섹션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프로그램은 아직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품으로 소문난 감독들의 작품이다.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출품된 김민숙 감독의 <기린과 아프리카>, 선지연 감독의 <그녀의 핵주먹>, 소준문 감독의 <올드랭 사인> 등 7편의 단편영화들이 준비됐다.
인디스크림과 인디로맨스에 비해 액션영화를 모아놓은 인디파이터 섹션의 작품들은 수적으로 적은 편이다. 상영작의 대부분이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소수 액션영화감독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것도 아쉬운 점. 그만큼 상업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여건이 열악한 독립영화로서는 제작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장르일 것이다. 복수를 합법화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도시 속 숨은 고수들의 이야기인 <도시락>과 전국에서 모여든 무술 고수들의 한판승부를 그리는 <거칠마루> 등을 비롯해 <도시락>을 연출한 여명준 감독과 <우린 액션배우다>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정병길 감독의 단편전이 주력 프로그램이다. 사실적인 액션연기로 작품마다 화제를 낳은 박준형 감독의 <어느 날 소매치기 일당과 준형>도 놓치면 아까운 작품일 듯.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1년 제작된 인터넷 상영판 <다찌마와 리>도 상영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존의 한국 독립장르영화 외에도 특별한 손님을 만날 수 있다. 8월1일부터는 미국 독립영화 진영에서 개성있는 색깔로 엽기 고어 호러영화의 대명사가 된 트로마영화사의 작품 6편이 ’트로마 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상영된다. <톡식 어벤져> <트로미오와 줄리엣> <폴트리 가이스트> 등 이미 여러 영화제를 통해 알려진 작품 외에도 오는 8월15일 국내개봉을 앞둔 <카니발 더 뮤지컬>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인디스페이스는 이번 행사의 부대행사로 공포영화 특수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와 독립영화 감독들의 난장수다를 들을 수 있는 인디토크쇼를 준비했다. 장르적 성격을 지닌 독립영화들로 여름을 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문의: 02-778-0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