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2025)는 아주 방대하고 정교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진 극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작중 인물들의 모습, 장뤼크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1959)를 찍었을 때의 현장 상황, 문화적 맥락 등을 1959년 파리와 똑같이 만들려 애썼다. <누벨바그>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몇 가지 요소들을 미리 알고 나면 더욱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Q. <네 멋대로 해라>를 먼저 봐야 하나요?
A.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누벨바그>를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연출자의 의중을 더 명확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네 멋대로 해라>를 보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누벨바그>는 <네 멋대로 해라>의 실제 제작기 영상에 가까울 정도로 만들어졌고, 점프컷(장면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방식) 등 <네 멋대로 해라>가 영화사의 주요작으로 여겨지는 배경이 <누벨바그>에 나오므로 두 영화를 비교하는 재미를 놓치긴 아깝다. 참고로 <네 멋대로 해라>는 2026년 초 4K 버전으로 국내 재개봉할 예정이다.
Q. 어떤 인용들이 쓰이나요?
A. <누벨바그>엔 아주 많은 인용구가 등장하여 관객의 머리를 휘젓는다. 미리 대비하는 편이 좋다. 원체 인용의 대가로 알려졌으며, 거의 모든 대화에 인용을 넣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던 장뤼크 고다르가 주인공이니 당연하다. 장뤼크 고다르는 러닝타임 264분에 달하는 작품 <영화사(들)>(1988~98)에서 수백편에 달하는 영화, 회화, 사진, 책을 끊임없이 인용하고 그 파편들을 발췌하며 20세기 영화사를 사유하기도 한 사람이다. 고다르 외의 인물들이 심심찮게 던지는 명언들 역시 아주 인상적이다. 인용되는 구절 중 몇 가지만 기사에 옮겨도 지면이 넘칠 정도다.
“촬영 첫날은 꿈에서 깨는 날이다!” - 로베르토 로셀리니
“나한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마감이야.” - 듀크 엘링턴
“미숙한 시인은 베끼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 T. S. 엘리엇
“예술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버려질 뿐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Q. 얼마나 많은 감독, 영화가 언급되나요?
A. <누벨바그>엔 장뤼크 고다르의 동료였던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자크 드미, 아녜스 바르다, 알랭 레네, 자크 로지에, 앙드레 라바르트, 쉬잔 쉬프만을 비롯해 그와 교류했던 로베르 브레송, 장 루슈, 장피에르 멜빌, 로베르트 로셀리니 등 수많은 감독이 계속 등장하며 관련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샤샤 기트리, 오슨 웰스, 마르셀 파뇰, 니컬러스 레이, 잉마르 베리만과 같은 감독·작가들의 이름도 간접 언급되며, <400번의 구타>(1959)와 <악마의 고개>(1957) 등 각종 고전영화도 거론된다. 다만 위에 적은 이들과 영화를 모른다고 해도 <누벨바그>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누벨바그>를 감상한 뒤, 작중에 언급된 영화를 차차 찾아보는 편이 더 즐거울 수도 있겠다.
Q. 진 세버그는 왜 프랑스에 와서 사서 고생 중인가요?
A.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파트리시아를 연기한 진 세버그는 미국에서 파리로 건너온 배우다. <누벨바그>엔 그 배경이 어렴풋하게 언급되는데, 그는 이전에 오토 프레민저 감독이 연출한 <성녀 잔 다르크>(1957), <슬픔이여 안녕>(1958)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으나, 감독의 까다로운 연출 방식으로 인해 큰 정신적 피로를 겪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연기하기 위해 파리로 왔다. <누벨바그>에서 진 세버그를 연기한 조이 도이치는 당시의 진 세버그에 대해 트라우마적인 상황을 겪은 뒤이며 프랑스어를 배운 지도 오래되지 않았기에 무척 침체된 상태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Q. 장뤼크 고다르는 누구이고, 누벨바그는 왜 유명한가요?
A. 장뤼크 고다르는 1930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영화감독으로 혁신적인 영화문법을 새로이 발명하고, 기존의 영화제작 방식에 저항한 인물이다. 한편 고다르는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초기 구성원으로 앨프리드 히치콕 등 미국 감독들을 비평적으로 발굴했다. 고다르와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펼쳐진 당대 프랑스의 영화적 경향이 ‘누벨바그’라 불리며, 영화감독과 영화 매체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에서 후대 영화인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Q.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왜 <누벨바그>를 만들었나요?
A.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13년 동안 <누벨바그>의 제작을 준비했다. 그와 30년 넘게 협업해온 홀리 젠트와 빈스 팔모가 13년간 각본을 썼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어느 정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한번쯤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 장뤼크 고다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게 한 사람들, 설득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연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링클레이터는 “누벨바그가 나의 인생을 뒤바꿨으며, 그 시기를 무엇보다 잘 상징하는 이는 고다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획 배경으로 들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