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06-05-08
- 사망1977-06-03
- 성별남
소개
현대영화의 흐름을 개괄하거나 정리하는 수많은 영화 이론서들의 서두에 등장하는 영화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 Roma, citta aperta>(1945)이다. 이들은 앞다투어 네오리얼리즘을 알리는 로셀리니의 영화로부터 진정한 현대영화가 출발하였으며, 종종 로셀리니는 영화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작가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로셀리니의 영화는 크게 세 시기로 구별된다. ‘네오리얼리즘 시기’라고 불리는 습작기와 무솔리니 정권하에서의 작품들이 첫번째이고, 잉그리드 버그만과 함께 작업했던 두번째 시기와 마지막으로 TV에 주력했던 1964년 이후의 역사극 시기가 있다. 특히 두번째 시기에 잉그리드 버그만과의 스캔들은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세속적인 것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장 우선시했던 그의 전 작품들은 당대의 역사에 대한 로셀리니의 답변들이다. 특히 출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네오리얼리즘 시대의 포화의 3부작, <무방비 도시> <전화의 저편 Pais >(1946) <독일 영년 Germania, Anno Zero>(1947)은 네오리얼리즘의 기틀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영화들이었다. 특히 <무방비 도시>의 경우 독일군들이 주둔하는 상태에서 촬영되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더군다나 촬영하다 남은 자투리 필름을 모아 완성한 <무방비 도시>는 포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다룬다. 후대의 비평가들에 의해 <무방비 도시>는 할리우드의 관습적인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담겨져 있는 메시지는 상투성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다음 작품인 <전화의 저편>은 독립된 이야기들 속에서 ‘전쟁의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종합하였고 이 시기에 만든 가장 걸작으로 손꼽힌다. 네오리얼리즘이 아이들과 어떤 유대관계를 맺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독일 영년>은 현실과 드라마, 상투성과 참신함의 변증법 속에서 허구와 사실을 교묘히 뒤섞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영화상을 정립한다.
그리고 파시즘이 실패로 돌아간 폐허 위에서 로셀리니는 좀더 사적인 드라마의 전통으로 과감히 돌아간다. 그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무리들이 여전히 네오리얼리즘의 자장 내부에서 점점 안으로 파고들어간 데 비해서, 로셀리니는 네오리얼리즘이 완성되는 듯한 순간에 다른 이탈리아영화의 전통을 세운다. 그것은 스타시스템의 부활과 자연과 인간과의 조건 탐색이다.
이 시기에 걸작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여행 Viaggio in Italia>(1953)은 중년 영국 부부가 나폴리로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일상의 권태로움을 다룬다. 개봉당시 혹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나중에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들에 의해서 후기 로셀리니의 걸작으로 추앙받았다. 특히 이탈리아의 환경들에 의해 변해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탁월하다. 로셀리니 스스로도 이 작품은 "매우 섬세한 어떤 것. 인물들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영향 아래 변해가는 부부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 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6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셀리니는 주로 TV제작에 주력한다. 이 시기의 주된 관심사는 역사 속 인물들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야기된 주인공들은 어떤 역사적 개연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루이 14세의 권력 쟁취 La Prise de pouvoir par Louis XIV>(1966)는 프랑스 절대 군주 루이 14세의 일생을 통해 그가 권력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운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롱테이크의 미학과 줌의 사용은 그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방식인데, 이 작품에서 루이 14세의 권력욕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채택되었다.
"영화란 인간에 대한 탐구다." 포화 속에서, 전후 이탈리아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TV 문화의 부활 속에서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탐구를 버리지 않았던 로셀리니는 누벨바그 감독들에 의해 추앙되었고, 여전히 정신적인 지주이자 실천가로 남아 있다. 특히 그가 네오리얼리즘 시기에 만든 3부작은 아마도 포화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한 감독의 용기있는 발언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