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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미학, <패터슨> <데드 돈 다이> 짐 자무쉬의 대표작 7

<데드 돈 다이>

인디 영화의 대부 짐 자무쉬가 신작 <데드 돈 다이>를 들고 왔다. 무려 좀비 영화다. 짐 자무쉬와 좀비 영화라는 조합 만으로도 남다른 기대를 걸게 되는 <데드 돈 다이>. <패터슨>의 인기로 자무쉬의 팬들이 소폭 늘긴 했지만, 아직 그의 영화 리듬이 낯선 관객들을 위해 소개한다. 짐 자무쉬의 대표작 일곱 편을 정리했다.

천국보다 낯선, 1984

“이봐 이거 웃기잖아. 우린 여기 처음인데 다 똑같은 거 같아.”-<천국보다 낯선> 중에서

찰리 파커를 숭배하는 젊은 청년이 인생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원한 휴가>로 새로운 인디 영화의 흐름을 개척한 짐 자무쉬. 그는 다음 작품인 <천국보다 낯선>을 통해 느림의 미학, 잉여의 이미지와 같은 특유의 리듬으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영화는 세 가지 단편적인 에피소드인 '신세계', '1년 후', '천국'으로 전개된다. 자무쉬의 페르소나가 된 존 루리를 포함, 에스터 벌린트, 리차드 에드슨 세 청년 세대가 무료한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감각을 향해 떠난 이들이지만 여기도 저기도 똑같이 익숙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 작가 짐 자무쉬의 주된 정서이기도 한 덧없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운 바이 로, 1986

“슬프고도 아름다운 세상이야.”-<다운 바이 로> 중에서

자무쉬가 사랑한 뮤지션 톰 웨이츠, 페르소나 존 루리, 이탈리아 배우 로베르토 베니니가 모여 독특한 조합을 이룬다. <다운 바이 로>는 각자 희한한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 세 사람이 점차 감방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다가 탈옥을 감행하게 되는 내용이다. 극적인 전개에 아주 잘 어울릴만한 '탈옥'이라는 소재를, <다운 바이 로>는 너무나 짐 자무쉬 다운 건조한 톤으로 풀어낸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탈옥 영화라기보다, 방랑 영화에 가깝다. 말 수가 적은 톰 웨이츠와 존 루리 사이에서 홀로 수다쟁이로 활약하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연기가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드 맨, 1995

“내 시를 알아요?”-<데드 맨> 중에서

짐 자무쉬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 <데드 맨>. 서부극의 장르를 취했지만 전통적인 서부극의 구조를 따라갈 생각은 (당연히) 없는 영화다. 조니 뎁의 연기로 탄생한 인물 윌리엄 블레이크는 서부의 한마을에 회계사로 고용돼 기차에 오른다. 그러나 도착한 뒤엔 자신의 자리가 빼앗겼음을 알게 되고, 갈 곳이 없어진 윌리엄은 마을을 배회한다. 느린 템포로 유유자적하던 이야기는 죽을 뻔했던 윌리엄을 주술로 살려내는 인디언 노바디의 일화와 킬러들의 추격전이 더해지며 잔재미를 더한다. 짐 자무쉬는 웨스턴 장르에서 인디언과 백인이 야만과 문명으로 대비되던 것을 비틀어 문명에 냉소를 보낸다.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는 자무쉬의 철학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서부극이다.

커피와 담배, 2003

“금연의 장점이 뭔지 아나? 이제 끊었으니까 한 대쯤은 괜찮다는 거야.” -<커피와 담배> 중에서

짐 자무쉬의 대표작 가운데서도 <커피와 담배>는 그의 시그니처 같은 작품이다. 거창한 것들에 의미를 두지 않고, 커피나 담배 같은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사물들에 애정을 가지는 자무쉬의 관심사를 제대로 펼쳐 보인다. 영화는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무료한 대화를 조명한다. 대단한 이야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가장 우리의 일반적인 인생들과 맞닿은 영화라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과 담뱃갑을 내려다 본 프레임 하나하나까지 무심하지만 감각적으로 촬영됐다. 이른바 짐 자무쉬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커피와 담배>에 대거 등장한다. 빌 머레이, 톰 웨이츠, 스티브 부세미, 로베르토 베니니 등의 배우들을 포함해 케이트 블란쳇이기 팝 등 스타 배우의 출연이 눈길을 끈다.

브로큰 플라워, 2005

“과거는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 우리한테 남은 건 모두 현재고 내가 말해줄 건 이것 밖에 없어.”-<브로큰 플라워> 중에서

자무쉬 영화의 단골손님 빌 머레이는 <브로큰 플라워>를 통해 단독 주연으로 나선다. 매일 무감각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응시하고 있는 독신남 돈(빌 머레이). 그는 자신에게 19살 난 아들이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고 과거의 연인들을 찾아 나선다. 결론부터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아들을 만났다고 할 수도 없고, 과거에 만난 많은 여성들 중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를 확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짐 자무쉬의 스타일을 대강 알 만한 사람이라면, 정답이 중요한 영화가 아님을 알 것이다. 과거의 연인을 차례로 만나 벌어지는 소소한 일화들, 빌 머레이의 무감각한 얼굴에 얼핏 비치는 작은 상념들. 그 점이 바로 <브로큰 플라워>를 감상하는 묘미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2013

“서로 우주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도 통한다는 거야. 한쪽에서 변화가 생기면 다른 쪽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거지.”-<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자무쉬가 새로운 장르에 손을 댔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뱀파이어 장르이지만, '자무쉬의 뱀파이어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돋운다. 영화엔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짐 자무쉬의 예찬이 곳곳에 숨어있다. 수 세기를 죽지 않고 살아온 뱀파이어 커플 아담과 이브를 주인공으로 수 세기에 걸친 예술과 문화의 변화에 절망적 시선을 더한다. 본능과의 필연적인 싸움을 하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에 자무쉬스러운 유머가 섞여 빚어진 독특한 무드가 일품. 이브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 아담 역의 톰 히들스턴을 비롯해 미아 와시코브스카안톤 옐친 등 개성 넘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호연까지 눈을 즐겁게 한다.

패터슨, 2016

“때론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패터슨> 중에서

아마도 <패터슨>으로 국내 짐 자무쉬의 팬이 꽤 늘지 않았나 싶다. 국내 관객 6만 7천여 명을 동원했는데, 그의 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시인을 꿈꿨던 짐 자무쉬가 만들어 낸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 <패터슨>. 시의 핵심이라고 칭해지는 운율이 정말로 영화에서 느껴진다.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의 매일 똑같지만 조금 다른 일상을 일주일 패턴으로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 산재한 운율과 패턴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삶의 많은 이야기들은 짐 자무쉬의 <패터슨>처럼 비슷한 나날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점이 이 영화 속에선 되레 소소한 일상에 대한 예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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