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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프로듀서 크리스틴 바숑이 29일 <고 피쉬> 상영 뒤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바숑은 “나도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영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마지막 30분 정도를 봤는데,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짓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피쉬>는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면서도 게이 영화만 제작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바숑이 최초로 제작한 레즈비언 영화. 바숑은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의 매력을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달했다.발랄한 흑백영화 <고 피쉬>는 친밀하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연애 이야기다. 레즈비언인 대학 교수 키아는 한동안 애인이 없었던 룸메이트 맥스에게 일라이를 소개한다. 맥스는 일라이가 못생기고 촌스럽다며 거부하지만, 차츰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다. 맥스를 가로막는 건 섹스에 열광하는 또 다른 레즈비언 다리아와 지금은 시애틀에 살고 있는 일라이의 오랜 연인 케이트. 즐겁게 카드놀이를 하거나 머리를
[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고 피쉬>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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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이것이 우리가 찾은 전주의 옥석"4월26일부터 29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의 절반이 넘는 4일이 지나는 동안 관객들은 크게 홍보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서 스스로 옥석을 찾아냈다. <란위> <인간희극> <광대, 무대에 오르다> <한스와 마리 이야기> 등이 그렇게 발견된 예상 밖의 화제작들. <란위> <광대…> 등 화제작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도 올해의 한 특징이다. <란위>는 관금붕(스탠리 콴)이라는 감독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의 소재나 내용에 올해 전주영화제가 내세우는 구호와 특별히 만나는 부분이 없어 사전 홍보가 미미했다. 그러나 28일 밤 첫 상영 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허리부상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관금붕을 대신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무대에 오른 프러듀서 장 용닝은 관객의 질문이 쇄도하자 눈시울을 붉혔으며,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기까지
[2002전주데일리]29일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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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는 거짓말장이다. 도그마를 내세우는 그의 영화가 오히려 도그마의 순결을 깨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실험적 영화의 배급을 위해 설립했다는 그의 회사는 상업영화의 배급에 바빠 가난한 작가들의 작품을 무시하고 있다.”스무번째 도그마 공식 인증을 받은 벨기에 영화 <스트라스>의 제작자 겸 배우인 피에르 르큐는 한국 관객에게 받은 ‘당신들의 도그마 영화는 진실한가?’라는 조금은 모호한 질문에 “우리는 솔직해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도그마 영화라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내용의 사실성 혹은 진실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그마의 계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순수해야 한다. 그것은 도그마 영화가 내용이 아닌 형식의 진실에 기대는 영화이며, 또한 저예산과 자유를 담보하는 가난한 작가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덧붙여 도그마의 순결을 ‘더럽히는’ 몇 몇 작가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적은 돈’과 ‘그보다 많은 자유’를 위해 도그
[2002전주데일리]<스트라스> 제작자 겸 배우 피에르 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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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저널리스트 오토 앨더의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스위스 출신인 오토 앨더는 애니메이션계의 국제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애니메이션 월드 네트워크(AWN)와 국제애니메이션필름 협회(ASIFA), 그밖에 <애니메이툰> 등의 잡지를 통해 다양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저널리스트. 오타와, 안시 등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와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고, 1995년에 스위스 판토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오토 앨더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페도르 키투르크>의 감독이자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의 강연자로 전주를 찾았다.1시간30여분 가량 계속된 강연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부문의 프로그래머인 전승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토 앨더는 “렌 라이, 오스카 피
[2002전주데일리]유럽아트애니메이션,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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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엔젤 역 출구 Angel Exit블라디미르 마할렉 | 체코 | 2000 | 100분야킴 토플의 소설 <엔젤>이 원작. 자신 속에 있는 무서운 과물과 싸우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마이크에게 옛친구 루카스와 크라라가 나타난다.바실 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Story of One Cri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2 | 19분페도르 키투르크의 데뷔작.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프레임 속의 남자 The Man i the Fra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5 | 10분키투르크는 관료를 동물로 가장하지 않고 직접 비판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이 애니메이션.필름! 필름! 필름! Film! Film! Film!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8 | 19분20초영화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한 야단 법석이 벌어진다. 힘들게 만들었으나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거절 당한다.섬 Island페토르 키투르크
[2002전주데일리]30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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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한스와 마리 이야기 The Tale of John and Mary카렐 제만 | 체코 | 1980 | 70분가난한 한스와 함께 세 명의 요정이 동행하는데, 그들은 항상 마법을 사용하거나 조언을 해서 그를 안내하고 돕지만, 헤매게 하기도 한다. 한스는 숲 속을 헤매다가 아름다운 마리를 만난다.11:00왕수선의 여름 High Sky Summer리지시안 | 중국 | 2001 | 87분마을에 영화촬영팀이 찾아오자, 소년은 주연이 되려고 애쓴다. 압바스 키라오스타미처럼 어린이를 통해 바라본 중국 시골마을의 풍경화.오타와로 가는 길 A Passage to Ottawa고라프 시스 | 캐나다 | 2001 | 90분여덟 살의 인도 소년 오미는 엄마가 병이 나는 바람에 삼촌이 사는 캐나다로 오게된다. 만화를 좋아하는 오미는 만화 속 영웅이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 믿고 그 영웅을 찾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세탁소 Laundry모리 준이치 | 일본 | 2001년 | 126분사고로 머
[2002전주데일리] 28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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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일간지 <미러>는 파졸리니의 영화 <마태복음>이 가지는 특별한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파졸리니의 예수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서있다. 그 차이는 매우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그 문장은 살아 있었을 때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미움 받았던 파졸리니가 어떻게 죽은 뒤에도 수많은 영화에 화상처럼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한 예일 것이다. 그는 농민의 딸로 태어난 자신의 어머니를 강인하면서도 가엾은 마리아로 기용했고, 이탈리아 농촌의 가난한 풍경 속에서 카메라를 돌렸다. 시인이자 영화감독이었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는 삶이 영화보다 지독하다는 사실을 한번도 잊지 않았다.파졸리니는 1922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그는 귀족 출신이었던 아버지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어렵게 교사가 된 어머니를 더 사랑했고, 어머니가 뿌리를 두고있는 농촌 문화를 경애하게 됐다. 세살 때 이미 소년들의 다리에서 관능을 발견한 파졸리니는
[2002전주데일리]특집 -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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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사이들의 밤 Ulrich Seidl 's Night전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리아의 울리히 사이들(50)은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욕망과 삶을 에누리없이 일러바치는 것으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와 가깝게 지내면서 영화제작을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거장 베르너 헤어조크는 그의 작품을 두고서 “그처럼 곧바로 지옥으로 뛰어드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리히 사이들은 인간들이 고립되고 뒤틀려 해괴한 짓을 해대는 걸 찾아내는 데에 희열을 느끼는 매저키스트 같지만, 가끔씩 그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이 깃들어 있음이 읽히기도 한다. 20대 후반부터 만든 10여편 가까운 다큐멘타리와 세미다큐멘타리도 그랬지만, 50살이 다 돼 만든 첫 극영화 <개같은 나날>(Dog Days 2001년, 114분)은 야멸찬 풍자의 정점을 선보인다. 비엔나 외곽의 한 마을을 무대삼아 스트레스에 가득찬 세일즈맨,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를 떨치지
[2002전주데일리]28일 추천영화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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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 일본 2001년 / 125분 / 35mm /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받은 이 작품은 붉고 푸른 일본 전통의 색채를 과시하며 수많은 민담과 신화 속을 헤엄쳐 간다. 미야자키가 꿈꾸는, 일본의 진짜 옛날 이야기. 터널 끝에 숨어 있는 이 신(神)들의 온천은 어떤 서양 동화보다도 위험하고 이상하다.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난 열 살 짜리 소녀. 지루하고 따분하던 여행길은 부모가 불길한 터널을 통과해 주인 없이 차려진 음식을 먹어치우다 돼지로 변한 다음부터 아슬아슬한 모험으로 돌변한다. 치히로는 이름을 센으로 바꾸고선 부모를 구할 때까지 이상한 온천에서 일하기로 한다. 온천 주인인 탐욕스런 노파 유바바, 센을 좋아하는 벙어리 귀신 가오나시, 문명 세계에서 끌고 온 오물을 온천에서 씻어내는 강의 신, 층층이 포개진 채 다니는 세 쌍둥이. 센의 세계는 어느덧 온천을 벗어나 강물 너머까지
[2002전주데일리]FOCU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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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남기웅 감독의 <우렁각시> 상영이 끝난 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남기웅 감독과 함께 가수 ‘고구마’로 더 잘 알려진 권병준, 채명지 등 주연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왔다.아직 일반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은 <우렁각시>는 우렁각시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저예산 디지털 영화. <다찌마와 리>같은 신파적인 과장법, 키치적인 감수성으로 그려낸 천연덕스러운 판타지다. 주윤발을 동경하며 ‘뒷거래 철공소’에서 불법으로 총을 만들어 파는 청년 건태, <스타 트랙>에 나올 법한 외계인의 귀를 가진 악당 용백, 킬러와 색색의 우렁이 인간들과 다방 마담의 사연이 뒤얽힌 황당한 코미디에 객석에서는 소소한 웃음이 일곤 했다. 왜 우렁각시냐는 첫 질문에 남 감독은 “알던 설화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서”라며 말문을 열었다.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세트와 독특한 이미지를 궁금해하는 질문
[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우렁각시> 남기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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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상영 첫날인 27일. 디지털 영화 <매닉>의 상영장인 대한극장 로비에 등장한 카븐 드라 쿠르즈(28)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심사위원이었다. 불타는 빨강 머리에 비보이(B-Boy)를 연상케 하는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난스러운 눈빛까지 영화제의 슬로건에 맞춘 듯한 정말이지 ‘젊은’ 심사위원이었던 것. 사춘기의 절망을 그린 내용 탓인지 유독 어린 관객이 몰린 <매닉>의 상영장 한 구석에서 그는 예의 그 빛나는 눈초리로 한국 관객들의 마니아적인 호기심을 탐닉하는 듯했다.사실 외모만으로 그의 독특함을 논할 순 없다. 스스로 “대중적인 사교 예술로서 상업영화의 가능성이 싹튼 지 얼마 안 되는 필리핀에서 상업영화 감독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디지털 카메라를 든 비디오 액티비스트”를 천명한 그는 자국에서도 디지털 영화의 ‘선봉장’으로 유명하다. 1997년 이후로 꾸준히 각종 단편 독립영화의 제작, 배급을 도와온 그는 올해 2월 드디오
[2002전주데일리] 피플-카븐 드라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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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선의 여름>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리 지시안(39). <북경 자전거>의 왕 샤오솨이,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침묵의 강>의 닝 징우와 함께 북경영화아카데미에서 수학한 그는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 오랜 친구인 닝 징우와 함께 일정을 잡았다. 시골 마을로 영화를 촬영하러 온 촬영팀과, 영화의 주인공을 맡고 싶지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12살짜리 아이 왕수선의 이야기인 <왕수선의 여름>은 그의 말에 따르면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다.이번이 첫 장편연출작이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북경영화아카데미에서도 미술 전공으로 시작했다. 같은 기숙사에 묵었던 왕 샤오솨이, 닝 징우 등과의 교류를 통해 연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나 정작 영화에 관해 깊이있게 알게된 것은 졸업 이후라고 생각한다.왕수선과 대칭되는 어른인 따리우의 역할을 조감독으로 잡았다. 실제 경험에
[2002전주데일리]<왕수선의 여름> 감독 리 지시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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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6시30분부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상영장에서 열린 코스튬 플레이쇼에서 모델들이 각국의 다양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HD영화 한국최초로 HD 방식으로 상영한국에서 최초로 HD(High Definition) 영화가 HD방식으로 상영됐다. 옴니버스 형식의 디지털 영화 <아미그달라> 중 2,3,4편이 27일 전주영화제 디지털 전용관인 덕진예술회관에서 HD 디지털 영사시스템을 통해 상영된 것이다. iMBC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추계예술대학 영상문예대학원이 공동으로 참여한 <아미그달라>는 김의석과 이현승, 이충직 감독 등이 잃어버린 기억을 소재로 다섯 편의 영화를 연출하는 프로젝트. 전체적인 조율의 역할을 맡은 프로젝트 수퍼바이저 이현승 감독은 상영이 끝난 뒤 “국내 최고 수준의 프로젝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화질은 만족할 만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현승 감독은 또 “HD 영화는 정서가 부족한 반면,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많은 시도를 해볼 여지가 있다”
[2002전주데일리]27일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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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미소 Butterfly Smile
| 허 젠준 | 중국 | 2001 | 90분
여자를 훔쳐보는 남자라는 이색적인 설정을 통해 지금의 중국 사회를 비춰본 조감도이다. 소비사회의 징표로 관음증을 내세운 설정이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을 연상시킨다. 모델 출신의 디자이너가 한밤중에 사람을 치고 뺑소니를 친다. 이 여자의 남편의 부탁을 받고 여자를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던 사진사가 그 장면을 목격한다. 매일밤 여자의 의상실 건너편 건물에 죽치면서 고성능 카메라로 여자를 지켜보는 사진사의 갈등은 복잡하다. 여자가 디자인한 감각적인 현대의상을, 자신의 엄마가 직접 만든 전통 의상과 견주어보는 이 남자의 머리 속에선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의 물신적 개인주의가 대립한다. 여자에 대한 연정은 암시만 될 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허 젠준은 중국 6세대 감독 답지 않게 플레시백과 극단적인 클로스업 등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
[2002전주데일리] FOCU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