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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찾은 중국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인터뷰와 세미나를 통해 중국에서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낙관하는 이들은 영화를 둘러싼 여러가지 제약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와 동성애를 비롯해 금기시되는 다양한 소재를 파고드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있었다.쿠이지엔, 닝징우, 에코 윈디 등 이들 젊은 감독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소위 ‘관(官)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TV용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활발하게 일었고, 그보다 조금 늦은 80년대 후반 우웬광 감독을 앞세운 ‘민간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지하전영’이라 불리는 독립영화 그룹의 시초인 91년 허 젠준과 장 위엔, 왕 샤오솨이 감독의 등장과 함께 현재의 중국 독립영화 레이블의 기반이 된 사건이다. 작년 가을, 베이징에서는 최초의 독립영화제가 개최됐다. 무려 200편이 넘는 독립 장·단편 영화가 상영됐고, 이 중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작품이 현재 전주 영화제에 출품 중인
[2002전주데일리]특집 -중국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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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키즈 Kids래리 클럭 | 미국 | 1995 | 91분<키즈>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맨해튼의 밤거리를 누비며 섹스에 탐닉하는 10대들의 하룻밤을 좇는 영화다. 텔리는 성적 경험이 없는 처녀들을 찾아내 섹스를 나누는 것에만 골몰하는 10대 소년. 그와 친구들은 뉴욕의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술과 마약, 섹스로 뒤엉킨 밤을 보낸다.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시선으로 미국 10대들의 문화 자체를 적나라하게 포착한다. 미국에서 개봉 당시 포르노그라피 논쟁과 함께 격렬한 찬반을 불러일으켰다.에스코트 Eacort치싱 | 중국 | 2001 | 88분사기사건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중국에서 흥행한 장르영화의 성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자유문신 A Way We Go왕툰 | 대만 | 2001 | 147분중국 전통음악 단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수호신이 새겨진 고대의 문이 주민들의 대화를 돕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그 문이 학자들에게 발견돼 뜯겨져 나
[2002전주데일리]2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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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조직위원장)무엇보다 기분좋은 상영관을 갖추고 행사를 치러 흡족했다. 지난해 2회 때 극장 사정이 좋지 못해, 장소도 좁고 영사 사고도 많았는데 올해는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2회 때 협찬받은 회사나 전주시쪽에 초대권을 많이 발급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기도 했지만 혼란도 많았다. 올해는 초대권을 없애는 대신 새로 도입한 패밀리 JIFF카드가 3천장 넘게 팔리면서 영화관람 분위기도 훨씬 안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주 관객들이 그동안 두번의 영화제를 겪으면서 좋은 관객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기쁘다.서동진(프로그래머)지난해 2회까지는 영화제로서의 위용과 수준을 어떻게 갖추느냐를 고민했다면, 올해부터는 영화제의 자기 정체성에 조응하는 관객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게 현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기간동안 많고 작은 여러 문제가 있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기 힘들지만, 관객들이 고루 많은 작품에 관심을 보여줘서 희망했던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 같아 흡족하게 생각한다.
[2002전주데일리]영화제 사람들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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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탁산드리아 Taxandria라울 세베르 | 벨기에 | 1994 | 92분얀 왕자가 한 해변 마을로 시험 공부를 하러 온다. 얀은 등대지기 캐롤이 안내하는 등대 속에서 시간 개념이 금지된 탁산드리아라는 세계를 보게 된다.경 A Looking Glass김민아 등 | 한국 | 2002달동네 허름한 마을에서 문신을 해주며 살아가는 현우. 어느날 현우가 사는 동네에 그림자 인형극을 하는 은수가 들어오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에 대해 조금씩 소통을 하기 시작한다.얼룩박중권 등 | 한국 | 2002고등학생인 혜지는 요즘 위태위태하다. 재혼한 엄마는 새아빠를 맞아 즐겁기 이를데 없고 가장 친한 친구인 레즈비언 영경이는 한참 서영이와 열애 중인 데다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최신형으로 휴태폰을 바꾸어댄다.구멍 Hole김상기 등 | 한국 | 2002교장 선생님은 학교를 순시할 때면 의레 출입문에 뚫린 구멍을 통해 교실이나 교무실 안을 흘끗 들여다본다. 그러던 어느날 그 구멍을 통해
[2002전주데일리] 5월 1일 오늘의 상영작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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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보물, 전주객사를 찾아서전주시 고사동 동서관통로 북편에 자리한 전주객사. 1975년 보물 제583호로 지정돼 전라도청의 권위와 명예를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다. 왕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의식을 거행하고 사신이나 중앙 관리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이곳은 예로부터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어왔던 것. 원래는 전주부성 안에서 가장 으뜸인 감영으로 현 도청구내의 북쪽에 있는 광대한 대지에 주관과 그 좌우에 양익헌을 가진 웅장한 건축물이었으나 1914년 동익이 철거돼 현재는 주관과 서익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해방이 되면서 서쪽광장이 경찰학교로 쓰였으며 서익 건물 바짝 밑까지는 사유지로 매각되어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현재는 전주 시내 중앙에 위치해 있어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는 물론, 휴식처로 제 몫을 하고 있다.개방시간 하절기(08:00 ~ 18:00) 동절기(08:00 ~ 17:00)이용안내 (063)281-2787세계 유일의 동정부부 순교자가 잠들어
[2002전주데일리] 전주의 볼거리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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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마야 도모유키(33)는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온 피아영화제를 통해 등장한 젊은 감독. 92년 단편영화 <샤쿠넷츠의 닷지볼>로 피아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뒤, 이듬해 피아 장학금으로 첫 장편 <이 창문은 너의 것>을 만들었다. <나쁜 녀석들>은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만화 캐릭터 같은 표정과 포즈로 사진촬영에 임했던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뒤섞인 태도로 질문에 응했다.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나쁜 녀석들>에 이어 올 가을경 자신의 세 번째 장편을 디지털로 찍을 계획을 갖고 있다.<나쁜 녀석들>에 대한 일본관객의 반응은 어땠는가.사실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나쁜 녀석들>과 함께 극장에 걸린 영화가 불행히도 <아멜리에>였다. 극장에 가봤을 때 <아멜리에>를 보려고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2002전주데일리] 인터뷰 - <나쁜 녀석들>의 감독 후루마야 도모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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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1999년 <편지>와 <연풍연가>가 개봉되면서 베트남 관객들은 처음으로 한국영화를 만났다. 낯선 땅에서 관객을 맞은 한국영화 두편은 개봉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아사 직전에 놓인 호치민 극장가에 일순간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다가 97년 그만두고서 베트남의 문물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찍으러 그곳에 갔던 이인식씨(45). “한국영화가 전혀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그들의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해 한국영화를 배급하면 되겠다 싶었다.”이씨는 그뒤로 <찜> <패자부활전> <주노명 베이커리>를 베트남에 배급하다가 지난해 베트남필름페스티벌에서 팜 누에 지앙 감독의 <잃어버린 계곡>을 봤다. 후반작업을 다시해 조금만 손을 보면 해외에 배급해도 성공할 것 같았다. 팜 누에 지앙과 합의를 보고 필름을 한국으로 가져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운드 믹싱과 현상을 다시 했다. 그 필름이 이번 전
[2002전주데일리] 피플 - 베트남영화 <잃어버린 계곡> 제작자 이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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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페르난도 솔라나스, 80년대 <오피셜 스토리>의 루이스 푸엔조를 끝으로 국내 관객의 기억 저편에 묻혀진 아르헨티나 영화에 새로운 조짐이 일고있다. 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영화학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난으로 척박해진 제작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부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90년대 후반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가 탄생해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 독립영화인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장이 되고있다. 올해 4회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는 재정난으로 열리지 못할 뻔했으나, 베를린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가 재정을 지원해줌 따라 성사됐다. 한 영화제가 다른 나라의 영화제를 지원하는 이변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독립영화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올해 전주영화제는 지난해 <끽연구역>과 <자유>로 각각 장편 데뷔한 베로니카 첸(33), 리산르도 알론소(27) 등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 두명을 그들의 데뷔작과 함께 초청했다. 3
[2002전주데일리] 특집기획-아르헨티나독립영화 감독들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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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문신>(自由門神)이 상영된 모악당은 죽죽 긋는 비를 뚫고 온 관객들을 반갑게 맞지 않았다. 2시간27분의 러닝타임을 자발적으로(?) 분리하는 정전 사고가 일어났고, 어두운 상태에서 10분간 앉아 있어야 했다. 모더레이터의 “대만의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한 왕통 감독이 “끝까지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것은 그래서 더욱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왕통 감독은 100여 편의 영화의 미술감독을 했고 작년 부산영화제를 찾은 <홍시>를 비롯한 14편의 영화를 감독한 대만의 중견감독이다.철공소에 일하는 아거우와 일종의 가족사업인 장례식 밴드 ‘행복밴드’(快樂行樂團) 일원인 아휘와 다리를 저는 아밍 등 돈도 없고 대접도 받지 못하는 ‘소인물생활(小人物生活)’이 질척한 장례식 음악에 맞춰 흐른다. 우정과 가족애 그리고 전통이라는 주제는 원신원컷을 철저하게 지킨 영화의 느린 리듬으로 진중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떠나간 밴드 일원을 대신하여 어머니가
[2002전주데일리] 포럼- “젊은이에게 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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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2시30분, 한국 소리문화의전당 프레스룸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동진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가한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한국의 문승욱 감독이 참여했다. ‘삼인삼색’의 감독 중 하나인 중국의 왕샤오솨이 감독은 신작을 촬영하느라 내한하지 못했고, 그의 아내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제작자 겸 주연배우인 타오 지가 대신 참석했다.‘디지털 삼인삼색’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세 명의 감독에게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한국 배우 김호정과 함께 히로시마를 무대로 전쟁이 남긴 기억과 현재의 관계를 돌아보는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의 스와 노부히로는, “과정이 스피디하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생각하면서 찍을 수 있어서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첫 디지털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서바이벌 게임과 일상의 전쟁을 연결시킨 <서바이벌 게임>의 문승욱은 디지
[2002전주데일리] 디지털 삼인삼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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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 리처드 링클레이터 | 미국 | 2001 | 101분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는 늘 말이 풍부하다. <슬랙커><비포 선라이즈> 등 어른도 아이도 아닌 20대 주변의 불투명한 꿈과 가파른 성장기, 사랑의 혼란스러운 속내를 요모조모 파헤쳐온 이 미국 독립영화계의 재담꾼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삼키고 사는지를 종종 일깨운다. 그의 첫 장편 디지털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도 마찬가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한 청년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무수한 표정과 대화에 귀기울인다. 공연자들에게 연주의 느낌을 설명하는 뮤지션, 자기파괴를 부르는 소외와 고독을 말하는 남자의 분신자살, 이불 속에서 죽음과 환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연인들(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삶을 둘러싼 갖가지 대화와 독백이,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처럼 일렁이는 이미지와 함께 흐른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영상을 한 프레임씩 채색한 영상은 묽은
[2002전주데일리] FOCUS TODAY <웨이킹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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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Bad Company
| 후루마야 도모유키 | 일본 | 2001 | 98분
일본에서 학원 폭력이 사회문제가 돼 군대식 통제 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했던 80년대 초반의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생활보고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학생을 모범생과 낙오자로 나눠 교실 게시판에 명패를 붙인다. ‘정직함’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인격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학교에서, 자기 인격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사다토모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은 담임교사의 표적이 된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었던 후루마야 감독은 탁 트인 시골풍경과 억압적인 학교 환경을 대조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의 그늘과 고통을 그들의 편에 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를 통해 전근대적 질서로 퇴행하려는 기성 사회의 욕구가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넌즈시 말한다.
▶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
[2002전주데일리]FOCU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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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마이크 피기스 | 이탈리아, 영국 | 2001 | 114분영국 언론은 <호텔>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일간지들은 별 하나부터 여섯 개까지 다양한 평점을 매겼지만, 어느 신문도 같은 감독의 영화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보냈던 열광을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텔>에는 대놓고 혹평만 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아마도 <가디언> 지의 말대로 “관객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가치가 있었을 실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호텔>은 매우 혼란스러운 이야기다. 영화의 첫머리에 존 말코비치가 연기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그날 밤 창살 안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한 뒤 아마도, 호텔 지하 주방으로 옮겨져 요리가 된다. 이야기는 곧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중심이 되는 무리는 존 웹스터의 후기 희곡 <멀피 공작부인>을 도그마 영화로 만들기 위해 베니스에 묵고 있는 촬영팀이다. 이들은 문제가 매우 많다. 감
[2002전주데일리]30일 추천작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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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누에 지앙(45)은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베트남 영화를 맛보게 한 주인공이다. 후반작업 때문에 이미 한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녀는, <잃어버린 계곡>이 한국 제작자 이인식씨를 통해 후반작업을 마쳤으며 배급사가 미로비전이라는 것으로 관객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과의 연을 쌓고있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포럼에 초청된 바 있는 이 영화는 ‘베트남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베트남영화 발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베트남 영화가 베트남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베트남 영화로 대중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국내 및 해외에서 상을 타서 언론에 알려지면 조금 관심을 갖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멜로나 액션영화가 훨씬 인기가 많다.여태까지 영화속의 베트남은 미국의 시각에서 본 베트남 전쟁의 무대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디테일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베트남의 역사와 민족적 감정을 잘 이해하지
[2002전주데일리]<잃어버린 계곡>의 감독 팜 누에 지앙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