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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 데드> <크라임 웨이브> <다크맨> <심플 플랜> 등을 통해 특유의 전복적 세계를 구축해온 ‘비주류 작가’ 샘 레이미가 제작비 1억달러대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큰 부조화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레이미는 자신이야말로 이 영화의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크맨>을 통해 초인적 캐릭터를 다뤄봤고, <퀵 앤 데드>에선 특급 배우들을 상대해봤다는 경력에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열성적인 만화광이었던 레이미의 머릿속에 자신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 스파이더맨을 스크린으로 되살려올 구상이 이미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블 코믹스 사상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려온 이 캐릭터에 피와 살을 불어넣은 샘 레이미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본다.왜 스파이더맨인가.나는 만화책, 특히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었다. 특히 일러스트레이션과 스토리가
<스파이더맨> 감독 샘 레이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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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과 농담, 어리석은 연애에 구제불능으로 중독된 뉴욕의 여섯 친구들이 돌아온다. 케이블 채널 ‘동아TV’(스카이라이프 채널 713)는 현재 미국 에서 목요일 밤마다 방영되는 시트콤 <프렌즈>의 8부를 5월6일부터 방영한다. 8년 동안 갠 날도 궂은 날도 있었지만 폭넓은 대중적 인기와 컬트적 추종을 놓치지 않으며 시트콤의 새로운 장을 연 <프렌즈>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질리지 않는 6중주를 분석한다.
아아, 저 소파에서 뒹굴고 싶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커피 가게 ‘센트럴 퍼크’ 한복판의 길고 둥근 안락의자는, 시트콤 <프렌즈>에 매료된 사람들에게 신화 속 어느 낙원 못지않은 푹신한 이상향이다. 혈연, 동창, 이웃 관계로 얽혀 단짝이 된 여섯명의 20대 백인 뉴요커들이 스크럼을 짜고 진짜 어른의 삶에 들어선다는 단출한 컨셉트의 시트콤 <프렌즈>는 1994년 가을 파일럿 프로그램이 첫 전파를 탄 이래, 평균 2
<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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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섯 인물의 정육각 구도
재능있는 코미디언인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동일시와 연모의 대상으로 나무랄 데 없는 배우들의 캐스팅과 맞물려 <프렌즈>의 성공을 끌어낸 주력은 물론 탁월한 시나리오다. 열세명의 작가들로 이루어진 팀이 달라붙어 써내는 <프렌즈> 각본은 보통 두개의 스토리라인으로 엮이는 시트콤의 공식을 깨고 매회 세 갈래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런 방식은 에피소드에 따라 일부 인물이 소외되는 일을 막고 여섯 캐릭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프렌즈>는 보통 시트콤보다 신의 수가 많고 각 신의 길이는 짧은 형태를 갖게 됐다. 그 점은 한 채널을 지긋이 보지 못하는 리모컨 시대의 참을성 없는 시청자들의 주의를 잡는 데에도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한편 <프렌즈>가 장수 프로그램이 된 원동력은 사회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여섯 주인공의 무한한 잠재성 혹은 불안 안에 있다. 좀처럼 여섯명의 색깔을 온전히 맞
<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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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있는 우리말 번역은 마니아들 사이에 회자되는 <프렌즈>의 또 한 가지 매력이다. 각각 6부부터의 한글 자막 연출과 3, 4부를 제외한 모든 시즌의 번역을 맡고 있는 동아TV 정현석 PD와 프리랜서 박찬혜 작가가 한국 방송의 숨은 공신들. 71년, 70년생으로 극중 <프렌즈> 주인공들과 또래이기도 한 이들로부터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아TV는 ‘여성채널’로 출발해 지금은 패션전문채널이 되었다. 영화채널이나 엔터테인먼트 방송사가 아닌데 시트콤을 수입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정현석: 케이블 첫 출범 때는 채널 이름을 알리고 시선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는데, 그야말로 ‘운좋게’ <프렌즈>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동아TV에서 시청률 1, 2위를 다투며 간판 프로로 자리잡았다.
-5월 초 8부 방영을 앞두고 있다. 95년 첫 한국 방영 이후로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정현석: 워너브러더스로부터 테이프를
<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3] - 한국제작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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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시장점유율 42.7%, <친구>를 포함 5편의 한국영화가 1∼5위 석권, 극장 상영매출은 전해 대비 52% 상승. ‘폭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2001년 한국영화의 파워 분출은 참으로 경이로웠고, 이 추세는 해를 넘겨서도 시들 줄 모르고 의연하다.
<씨네21>은 매년 창간 기념으로 ‘한국의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인물 50인’을 선정해왔고, 올해 결과를 보면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년간 단순한 판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만은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여져서도 안 된다. 스탭의 처우개선,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등 한국영화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파워50’은, 그 무거운 소임을 앞서 맡을 일꾼들을 선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문은 관련인사 98인에게 의뢰했고, 외유중이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마감시간 내 회신지를 보내지 못한
2002 충무로 파워 50 - [1] 선정원칙과 투표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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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우석 시네마서비스 회장·감독 1위
“올해도 1위”라는 말에 그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유의 자신감이 덧붙여진 이런 반응에 ‘겸손’을 주문하는 건 어리석다. 그런 공격적인 태도야말로 그를 부동의 파워맨으로 만든 힘이 아닌가. 사실 올해 강우석 감독의 1위 수성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3년 만에 내놓은 영화 <공공의 적>이 1분기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이 되면서 사업가 강우석 못지않은 감독 강우석의 파워도 입증됐다. 연출을 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섰지만 시네마서비스의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 시네마서비스는 지난해 배급사 가운데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올해 로커스홀딩스와 합병함으로써 좀더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인들이 인정해준다면 뭔가 새로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메이저 영화사에 걸맞은 스튜디오로서 아트서비스를 설립, 5월에 착공될 예정이고 로커스홀딩스의 자금동원력을 빌려 멀티플렉스
2002 충무로 파워 50 - [2] 1위~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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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6
지난해 배급계 1위를 노리다 좌초하고 만 김승범 대표는 최근 한시름 놓았다.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향방을 놓고 지루하게 벌여왔던 논의를 일단락지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배급을 포기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자회사 튜브픽처스가 만든 <집으로…>의 성공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내츄럴 시티> 등 투자작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의 열매를 거둬들이게 될 올해는 그에게 튜브의 위상과 조직,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한해이기도 하다.
지나온 1년 자금난이 있었고, 사업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직원들과 헤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지옥 같은 한해였다.
앞으로 1년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생각이다. 큰 영화에 연연하지 않고 <집으로…> 같은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자숙하는 1년이 될 것 같다.
12 김
2002 충무로 파워 50 - [3] 11위~2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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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박병무 로커스홀딩스 대표 36위
시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등을 ‘밖에서’ 묶는 지주회사 로커스홀딩스의 수장이었던 박병무 대표는 5월31일부터 이들을 ‘안으로’ 품는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파워 1위를 포함, 파워 50에 든 7명이 그의 ‘패밀리’일 정도니 플레너스의 파워는 막강해 보인다. 올해 매출 1500억원을 내다보는 이 대형 항공모함의 함장인 그는, 그러나 ‘조직은 통합하고 운영은 독립적인’ 노선을 계속 견지할 계획. CEO로서의 역할과 각 부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키플레이어’들에 대한 지원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지나온 1년 강우석, 차승재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들과 큰일을 해낼 수 있어 즐거웠다. 나야 그저 그들을 묶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금 부담을 갖지 않고 그들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한 역할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 1년 지난해까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콘텐츠를 모으는
2002 충무로 파워 50 - [4] 21위~3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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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하성근 KTB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본부장 NEW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팀장을 시작으로 충무로와 연을 맺었다. 이후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 자리를 옮겨 영화쪽 투자심사를 맡았다. 올해 순위에 오른 것은 KTB네트워크에서 떨어져나와 영화전문투자회사의 꼴을 갖춘 KTB엔터테인먼트의 영화사업본부장을 맡아 운신의 폭을 넓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출범하자마자 안정적인 배급라인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강제규필름, 에그필름, 삼성벤처투자 등과 손잡고 A-LINE이라는 배급망을 만들었다. 현재 예상하는 올 한해 투자 규모는 12편에 250억원 정도다.
지나온 1년 분사하고 너무 바쁘게 보냈다. <소름>부터 <복수는 나의 것>까지 의미있는 투자였다고 판단한다. 다만 흥행타율이 저조해서 고전했고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1년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기업 아래서는 자금이 풍부해서 그런 걱정이 없었는데, 떨어져 나온 데다 <아 유 레디?&
2002 충무로 파워 50 - [5] 31위~4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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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시머/ 로스 겔러
고생물학 박사 로스는 등장인물 중 최고의 엘리트지만, 연애운만은 빙하기를 맞은 공룡 같아서 세번의 이혼 딱지를 달게 된 남자다. 충동적이고 우유부단한 반면 속이 깊은 인물이기도 한 로스 역은 사려 깊은 눈동자의 데이비드 시머가 맡고 있다. <졸업>에서 기네스 팰트로,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는 앤 헤이시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으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등의 영화에서도 모습을 비친 이 배우는 스크린에서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대신 연출에 대한 야심을 간간이 드러내고 있다. 98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연출하고 주연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한 그는 <도그마>의 감독 제안이 들어오자 <맨 인 블랙> 출연을 과감히 포기했을 정도로 배우보다 감독직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 케빈 스미스와 윌 스미스에게 두 마리 토끼를 하나씩 보내고 말았지만 그는 주저앉기보
<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4] - 주연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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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여섯 친구들의 초대로 센트럴 퍼크 커피숍을 다녀간 스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뜻하지 않게 등장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고 에피소드를 다채롭게 밀어가는 그들을 발견하는 것은 <프렌즈>가 던져주는 깜짝 선물 같은 재미다.
첫 번째 시즌에서 카메오 출연의 포문을 연 배우는 헬렌 헌트. 또 다른 시트콤 <매드 어바웃 유>에서의 그의 배역인 제이미로 센트럴 파크에 등장하여 피비에게 커피를 주문한다. 피비 역의 리사 쿠드로가 <매드 어바웃 유>에서는 웨이트리스 어슐라로 나오는 상황을 비튼 유머인 셈. 1인2역의 피비-어슐라 쌍둥이 자매는 <프렌즈>와 <매드 어바웃 유>에 공통적으로 종종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캐릭터다. 드라마에서의 이미지를 가져온 또 다른 게스트로 TV시리즈의 조지 클루니와 노아 와일리가 있는데, 이 두명의 잘생긴 의사들은 모니카와 레이첼의 가슴을 설레게 하며 더블데이트를 벌인다.
출연횟수나 배역의
<프렌즈> 그 초강력 ‘프렌드십’의 비밀 [5] - 카메오 출연한 유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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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민식영화배우 49위
<넘버.3> <해피엔드> <파이란>까지 인생의 골짜기와 봉우리를 동시에 품어내는 연기로 대중적인 사랑과 함께 안성기를 잇는 후배들의 귀감으로 자리잡은 영화계의 작은형. 임권택 감독의 부름을 받고 “배우로서 종합검진받는 기분으로” 찍어 내려간 <취화선>에서는 술과 여자와 그림에 취해 한평생을 살아간 ‘환쟁이’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깊은 호흡으로 담아냈다. <취화선>은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지나온 1년 오직 <취화선>에서만 매달려 살았다. 일년이 ‘훌딱’ 지나갈 정도로.
앞으로 1년 일단 <취화선>이 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영화는 아직 결정한 것 없고 연극은 올해 중 한편은 할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세 제작에 힘써 나를 ‘안’ 닮은 아이를 얻는 게 소망이라면 소망.
42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28위
유능한 제작
2002 충무로 파워 50 - [6] 41위~5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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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변동
파워는 흥행순이잖아요
양대 메이저로 자리잡은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수장들이 파워 1, 2위를 차지한 것은 예상대로다. 두 회사 모두 1년에 15편 이상 배급할 수 있는 토대를 확보, 한동안 순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더스와 명필름이 3, 4위에 오른 것도 지난해와 다름없는 결과이다. 두 회사 모두 흥행성적에선 다소 부진했으나 잠재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코리아픽처스, 신씨네, 좋은영화의 급부상과 강제규필름, 튜브엔터테인먼트의 순위하락. 코리아픽처스는 <친구>, 신씨네는 <엽기적인 그녀>, 좋은영화는 <신라의 달밤>으로 지난해 흥행순위 1, 2, 3위를 차지했다. 강제규필름은 강제규 감독의 다음 영화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할 상황. 튜브는 최근 개봉한 <집으로…>의 승승장구가 무척 반갑다. 배급을 포기한 다음 CJ와 합병 이야기가 나돌았던 튜브는 다시 자력갱생에 나설 것으로 보
2002 충무로 파워 50 - [7] 결과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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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를 찍고 싶다는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제의는 한통의 편지에 실려왔다. 편지를 받을 당시 나는 스와 감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 얻었고, 그의 작품을 서둘러 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고 난 뒤 나는 약간 당황했다. 영화의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했고 그런 모호함에 관해 영화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당혹감 역시 일반적인 작품에 익숙해져 있는 나의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건 솔직함과 겸손함이 배어 있는 편지 한통에 나는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되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모든 일들은 순식간에 진행됐다.나는 나의 연기를 한다… 나란…작업을 함께하고 싶다는 답장을 띄우자마자 이틀 뒤에 스와 감독은 한국으로 나를 찾아왔다. 하루 동안 시간을 보내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었지만, 정작 이번 영화의 진행 방법이나 작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다만 스와 감독은
배우 김호정이 쓴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 제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