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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의 주먹은 아마도 전문가들이라면 ‘잇뽄’ 김두한 등과 함께 그를 빼놓지 않을 것이다. ‘시라소니’ 이성순. <조선의 주먹>은 한반도의 북쪽을 주먹으로 호령했고, 중국 만주, 상하이 등지에서 수많은 전설을 남겼던 시라소니를 그리는 영화다. 그렇다고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일대기 식으로 그려내는 건 아니다. 1936년 겨울 만주의 봉천(현재 심양)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허구적 재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싸움을 막무가내로 좋아했고 환상적인 솜씨를 가졌다는 시라소니의 캐릭터만 사실에 가깝고, 나머지 이야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나가게 된다. 영화는 5년 전 맞붙었다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이상대를 시라소니가 찾아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본군과 중국인들로부터 조선인 거리를 지키고 있는 듬직한 주먹 이상대는 신임 일본 치안책임자 도조의 위협에 맞서고 있던 형편으로 시라소니의 갑작스런 도전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런 와중에 도조 또한 천하의
김태균 감독의 <조선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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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차 대전 발발!래리 & 앤디 워쇼스키의 <매트릭스2 리로디드>(Matrix Reloaded) + <매트릭스3 레볼루션>(Matrix Revolutions)난데없이 튀어나와 전세계 박스오피스 수입 5억2천만달러를 올리고 DVD 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왕관까지 내처 차지한 <매트릭스>는 1999년 최고의 깜짝 히트였다. 아니 사실 그 이상이었다. <매트릭스>는 1970년대 이래 심미안을 상실한 것처럼 보였던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다층적 스토리텔링이라는 신무기까지 보탰다. 워쇼스키 형제는 2001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캘리포니아와 시드니 폭스 스튜디오에서, 본래 그들이 3부작으로 구상한 인간 대 기계의 사이버펑크 전쟁 서사시 2편과 3편을 찍었고 워너는 도합 3억달러를 쏟아넣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제작자 조엘 슈마허는 2편 <매트릭스2 리로디드&g
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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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세 번째 귀환조너선 모스토의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반란> (Terminator3: Rise of Machines)용광로 속에서 그의 뼈대가 녹아 사라지는 순간에도 감히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은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의 입버릇이었으니까. 터미네이터의 세 번째 귀환은 무려 12년이나 걸렸다. 2002년 4월 제작에 돌입해 9월 촬영을 마친 <터미네이터3>는 50대 중반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다시 T800의 이름으로 소환해 2003년 여름 시즌 제패의 출사표를 던졌다. “오사마 빈 라덴의 집 전화번호만큼 알아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돌 만큼 의 보안은 철통 같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3편의 시계는 <터미네이터2>로부터 10년 뒤.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성장한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2029년을 지배하는 기계들은 다시 암살자를 보내고 인간 레지스탕스는 사이보그 T800을 보호자로 파견
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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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존재에 대한 완전한 사색리안의 <헐크>(The Hulk)리안의 행보는 언제나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등 대만 중산층 사람들의 삶을 다룬 소박한 드라마에서 급작스레 선회, <센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등으로 영국인과 미국인에 관한 섬세한 초상을 그려내더니, 다시 클래식 차이나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담은 무협영화 <와호장룡>을 선보였다. 매번 다른 문화권의 다른 이야기, 심지어 다른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는 리안의 미스터리는 모든 작품들에서 퀄리티의 수준을 지켜낸다는 점. 따라서 리안이 마블사의 코믹북 <놀라운 헐크>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도 그의 팬들은 놀라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영화에 관한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인 상황이지만, 분명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리안이 모범적인 과학자의 내면에 자리잡은 욕망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사색할 것이라는
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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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뛰어요!팀 존슨의 애니메이션 <신밧드>(Sinbad: Legend Of The Seven Seas)야생마 스피릿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따라 서부의 영웅담으로 내달렸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2003년 바통을 이어받은 주자는, 모험왕 신밧드다. 돛 가득히 바닷바람을 안고 진기한 보물 또는 전설을 찾아 7번의 항해에 나섰던 뱃사람 신밧드는 알리바바, 알라딘과 마찬가지로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캐릭터. 레이 해리하우젠이 제작, 각본, 시각효과를 맡았던 <신밧드의 대모험>, 국내에서는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하는 주제가와 더불어 80년대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누렸던 TV애니메이션 시리즈 등 이미 여러 차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모험담의 영웅이다.원전과 얼마나 닮아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이국적인 풍경과 괴물 혹은 괴인들, 미지의 세계에서 맞닥뜨리는 위기와 모험의 스펙터클이라는 기본기만큼은 기
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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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대사 상에 <몬테크리스토>___“자네, 감방의 돌에 이름은 붙여봤나?”하나 하면 어바웃 어 보이, 둘 하면 맨 인 블랙, 셋 하면 쓰리 그리고 파이(원주율 마크 넣어주세요), 넷은 크로스로드, 일곱은 007 그리고 아홉은 세션 나인, 열은 텐 미니츠, 열하나는 오션스 일레븐, 열셋은 13 고스트, 열아홉은 K-19, 서른은 트리플X, 마흔은 40데이즈 40나이트, 그리고 다시 51번째주. 영화와 함께 노래하고 훌쩍이고 깔깔대고 뒹굴며 흘러간 2002년 한해를 가지각색 이유로 말미암아 잊기 힘든 외국영화의 순간들을 빌려 끼적끼적 정리했다.최고의 키스, 최악의 키스<시네마천국> 마을의 신부님은 올해도 손목에 쥐가 나게 종을 흔들었으리라. 스크린에 찍힌 무수한 키스 마크 중 관객을 질투에 불타게 만든 최고의 입맞춤은 거미 남자의 키스였다. 비결은 발상의 180도 전환. 메리 제인이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 맨의 마스크를 입가만 벗겨내려 한 짜릿한 키스의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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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캐스팅 최악의 캐스팅우리는 영화가 인간을 존중하길 요구한다. 특히 실재한 인물을 다루는 전기영화일 때 기대치는 한없이 치솟는다. 더블린 출신 작가 아이리스 머독과 영문학자 존 베일리의 오래 지속된 연애를 그린 <아이리스>의 주디 덴치, 짐 브로드벤트 커플은 머독과 베일리라는 두 인물뿐 아니라 둘 사이의 공기까지 맑은 거울에 비춰냈다. 반면 원작의 캐릭터를 ‘연쇄살인’한 캐스팅은 <레드 드래곤>의 에드워드 노튼과 랭프 파인즈. 노튼은 악과 교감하는 자기 혈관 속의 어둠을 두려워하면서도 스스로를 싸움터로 몰아세우는 FBI 요원 그레이엄의 신경증에 감염되는 데 실패했고, 랠프 파인즈는 학대당한 트라우마와 외모 콤플렉스의 노예가 된 돌로하이드가 되기에는 거북살스럽게 잘생긴 사내였다.올해의 동물: 거미2002년은 아라크노포비아(거미공포증) 환자에게는 길고 눅눅한 악몽이었다. 올해 영화계를 접수한 동물은 여름 이후 쉬지 않고 은막 위에서 스멀거린 타란튤라의 후예들.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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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상말로는 “날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고 해놓고 소년의 마음을 훔친 <워크 투 리멤버>의 맨디 무어. 행복이 비등점에 달할 때쯤 기다렸다는 듯 털어놓는다. “나, 백혈병이야.” 일 벌여놓고 내빼기로는 <워터 보이즈> 신임 수영부 교사 사쿠마를 따를 수 없다. 미모로 남학생들을 불러모아놓고서 깜박 잊었다는 듯 기혼 사실을 밝힌 뒤 출산휴가를 받아 사라지더니 모진 풍파 다 지나고 영화 끝날 때가 다 되어서야 흥뚱흥뚱 나타난다. 하지만 맨디 무어도 감당 못할 오리발 상 임자는 따로 있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아이가 무심코 던진 딱딱한 빵을 맞고 두개의 진짜 오리발을 하늘로 뻗은 채 죽어간 죄없는 런던 공원 오리의 혼백을 차마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멘.가장 무의미한 전쟁(제목 표기 확인요!)에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일갈한 대로 고귀한 전쟁은 없다. 하지만 2002년의 미국 전쟁영화처럼 헛되고 생뚱맞은 시행착오들도 드물었다. 게임 스테이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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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최고의 배우는 누구인가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기억을 더듬고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영화의 감동이야말로 올해의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씨네21>은 내부 기자, 평론가 등 필진 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최고의 영화, 감독, 각본, 촬영감독, 제작자, 남녀배우를 선정했다. 집계 결과 최고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근소한 차이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2위를 차지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뒤를 이었다. 올해의 영화인으로는 최고의 감독, 시나리오, 남녀배우 등 4개 부문을 <오아시스>가 차지했다. 이창동, 설경구, 문소리가 그들. 제작자와 촬영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씨네21>이 꼽은 올해의 영화,영화인,10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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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베스트 5 - 생활의 발견“ 홍상수는 항상 정직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 순간 홍상수는 메시지를 보낸다.” 정성일“ 허허실실 윤리학 이부작.” 심영섭“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홍성남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생활의 발견>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홍상수식’으로 ‘모방과 흉내’라는 모티브를 다시 한번 집요하게 파고든 영화이다. 전작 <오! 수정>에서부터 조짐을 보인 변화의 가능성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밀도 있고 유연해진 구성으로 발전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이에 대해 “<생활의 발견>에서는 ‘난 과정을 믿고 거기에 건다’던 홍상수의 태도가, 한결 너그러워졌다. 이번에는 집요하게 인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거나 복마전을 헤매게 하지 않는다. 깨달음이나 변신을 의도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라톤 선수처럼 꾸준하게 달려간다. ‘정체성은 물질적’이란 말대로, 인간의 물질성을 침착하게
2002 한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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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 >>1.설경구 <공공의 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오아시스> <광복절특사>2.조재현 <나쁜 남자>3.송강호 <복수는 나의 것> <YMCA야구단>여자배우 >>1.문소리 <오아시스>2.김정은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3.김윤진 <예스터데이> <아이언 팜> <밀애>감독 >>1.이창동 <오아시스>2.홍상수 <생활의 발견>3.임권택 <취화선> /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프로듀서 >>1.이태원 태흥영화 대표·<취화선>2.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오아시스>3황우현 튜브픽처스 대표·<집으로…>촬영감독 >>1.정일성 <취화선>2.김병일 <복수는 나의 것> <중독>3.최영택 &l
2002년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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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리문을 지나 여자는 음악당을 나온다. 지갑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칼을 거머쥐고 들어간 여자였지만 막상 어린 제자를 보자 그 칼로 아이를 찌를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여자. 헤아릴 수 없이 겹겹이 포위된 음악당의 유리문을 밀치고 나오는 여자의 얼굴은 마네킹처럼 무표정하다. 유리문은 겹겹이 숨겨진 불꽃처럼 여자를 포위하고 그녀는 그 문을, 겹겹이 포장된 무의식의 터널을, 힘겹게 밀치고 나온다. 어디로 갈까. 여자는 말없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린다.2001년 칸영화제는 피아니스트의 히로인, 이자벨 위페르의 발 아래 여우주연상을 갖다바쳤다. 예외없는 결정이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예감한 수상이기도 했다. 이미 위페르는 1978년 <비올레트 노지에르>로 칸영화제 주연여우상을 수상했던 터. 이 수상으로 그녀는 칸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두번 수상한 유일한 배우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음악당이 배경인데도 프랑스어로 연기하고, 슈만을 연주하는 장면에서도 맨 얼굴 하나만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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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두마차(雙頭馬車)<취화선>의 제5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이 확정되자 국내 영화계는 크게 술렁였다. 특히 공식시사 일정이 폐막식 하루 전날인 5월25일로, 경쟁부문 출품작 중 맨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상을 점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결국, 임권택 감독은 “매혹적인 추상의 경지로 인도하는 정확한 연출의 소유자”라는 현지 호평과 함께 감독상을 거머쥐며, <춘향뎐>으로 경쟁부문 대열에 서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2년 전의 아쉬움을 씻었다. 칸의 낭보에 이어 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로 감독상과 신인여우상 등 2개 공식부문 상 외에도 국제비평가협회상과 세계가톨릭언론연맹상 등을 휩쓸어 4관왕에 올라 영화인들을 흐뭇하게 했다.>> 할리우드의 잇따른 ‘러브콜’도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 지난해 미라맥스가 <조폭 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을 ‘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엽기적인
2002년 충무로를 뒤흔든 사건 베스트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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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만족비결(滿足秘決)시장에서 수요자의 욕구를 한발 앞서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A급 스타를 동원하는 대신 참신한 소재와 명확한 컨셉으로 승부한 기획영화들은 올해도 성공을 거뒀다. <몽정기>가 대표적인 케이스. 10대의 성을 솔직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수요는 있었으나 공급이 전무했던 ‘섹시코미디’ 장르의 물꼬를 텄다. 현재까지 전국 관객 240만명을 훌쩍 넘긴 상황.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 밀리지 않고 첫주 전국에서 58만명을 불러모은 <색즉시공>의 파란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진 한여름, 단 한편의 공포영화임을 강조하며 나섰던 한국영화 <폰>도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전국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이들의 성공으로 섹시코미디와 공포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관심은 높아질 듯. 그렇다고 모델을 단순 변형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2년 충무로를 뒤흔든 사건 베스트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