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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저런 사람 본 적 있는데. 회사였나, 동네 빵집? 아니면 우리 아파트던가. 김국희 배우가 연기한 인물들에겐 저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과 생기가 서려 있다. <회사 가기 싫어>의 양 과장, <유열의 음악앨범>의 빵집 언니 은자, <소공녀>의 대학 동기 현정이 그랬고 <스위트홈>의 혜인도 예외는 아니다. 극중 혜인은 주인공 현수(송강)가 새로 거주하게 된 ‘그린홈’의 주민이다. “원작 웹툰에선 자기 잇속만 챙기는 밉상 캐릭터”지만 드라마에선 이타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또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국희 배우는 그가 출연한 <더 헬멧>이라는 공연을 본 <스위트홈> 연출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오디션을 볼 땐 웹툰이 연재 중이라 혜인이 등장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그래도 강아지를 키우는 역할이란 건 확실했다. (웃음)” 혜인의 특성은
[인터뷰] '스위트홈' 김국희 - 익숙함이라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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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자주 보던 잡지에 내가 실린다니.” 인터뷰를 시작할 때도, 끝난 후에도 이홍내 배우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넓을 홍(洪)에 견딜 내(耐)자를 써 ‘항상 배려하며 인내하고 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홍내 배우는 사실 자신은 “잘 참지 않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한다. 오디션을 보기 전부터 그가 ‘지청신과 닮은 점이 있다’고 들어온 건, 어쩌면 내면의 감각을 따르는 그 기민함 덕인지도 모른다.
이홍내 배우가 연기한 <경이로운 소문>의 악귀 지청신은 혼자서 3명도 거뜬히 상대하는 극중 최고 빌런이다. 지청신을 연기할 때 이홍내 배우가 우선적으로 고려한 건 그의 양면성이었다. “오디션을 볼 때도 얼굴을 오른쪽, 왼쪽으로 나눠 ‘악귀 지청신’과 ‘인간 지청신’을 따로 연기했다. 잔혹한 살인마지만 아끼는 사람에겐 한없이 다정한, 그런 상반된 인격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찾은 답은 매 순간 진실되게 연기하는 것이었다.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이홍내 - 진심과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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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에서 소문 역의 조병규는 1996년생, 웅민 역의 김은수는 1991년생, 그리고 주연을 연기하는 이지원은 2006년생이다. 첫 촬영 당시 이지원은 15살, 김은수는 30살이었으니 나이 차가 2배 나는 선배와도 동갑 친구로 보여야 했던 셈이다.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지원은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을 만나면 예의를 차려야 하지만 촬영할 때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 장면에 들어가면 동갑이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일진 앞에서 친구를 지킬 때 “너무 당당하기만 하면 안되고 경직돼서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할 것”이라며 연기에 디테일을 더하고, 아직 겪어보지 않은 고등학생 생태계를 연구하는 영민한 배우다. “중학생 때는 다들 섞여서 해맑게 ‘헤헤헤‘ 하고 논다면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편이 확 갈리는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 다른 쪽으로 진로를 바꾼 사람 등등. 그렇다면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이지원 - 성실함이 만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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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배우 옥자연은 <경이로운 소문>의 악귀 백향희를 “좀 귀엽다”고 생각했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에게 땅콩버터를 넣어 만든 주스를 건네고, 목걸이가 탐난다며 백화점 직원의 목을 할퀴어버리는 인물이지만 그의 눈엔 “악한 허당”으로 보였다고. “자신보다 강한 지청신(이홍내)한테 대들다가 맞고, 일을 저질러도 다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나. 그래도 향희가 약간 멋있는 건 지청신에게 꿀리지 않고 자기 기분대로 군다는 거다.”
빌런으로 승화하기 이전에 형사(<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독립군(<이몽>), 특전사(<백두산>)를 거치며 “중성적이고 강단 있는 이미지”를 연기해온 옥자연은 <경이로운 소문>에서만큼은 “캐릭터의 일관성 때문에 하면 안될 것들이 없었다”고 전했다.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시크하게 ‘잘 타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이처럼 좋아할 수도 있는 거다.” 끔찍과 깜찍의 경계에서 여러 가면을 바꿔 쓰는 와중에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옥자연 - 캐릭터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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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빛나는 존재들이 있다. 주연에게 집중하다가도 이내 ‘저 사람 누구지?’ 하고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게 만드는 배우들. 분량에 관계없이 자신이 맡은 부분을 단단하게 구성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드라마의 완성도도, 몰입감도 배가된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펜트하우스>에서, 주연이 아님에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6명의 배우들을 만났다.
<경이로운 소문>의 매력적인 빌런 옥자연·이홍내 배우와 소문(조병규)의 절친한 친구 역 이지원 배우, <스위트홈>의 감초 김국희 배우, <펜트하우스> ‘리틀 헤라클럽’의 쌍둥이로 활약한 김영대·한지현 배우가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우리가 더 자주, 반갑게 마주할 6명의 배우들을 만나 작품 안팎으로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인터뷰] 영화도 드라마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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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대만의 타이난을 말할 것이다. 타이난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대만은 오랫동안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그 때문인지 나는 대만을 여행하는 내내 어떤 익숙한 흔적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타이난에서 그랬다.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서 흘러나온 문물들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스스로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기도 해서 처음에 나는 그 감각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이런 감정이 흘러넘치는 걸 왜 막을 수 없는 걸까. 그건 내가 태어난 나라를 기억하고, 그 역사의 흔적에서 태어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타이난에는 대만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말이다. 그 도시 자체가 스스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 모두 내 것이라고. 어느 것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도 나는 종종 타이난에서 찍은 사진들을 들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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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 제작 신필림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102분 / 제작연도 1965년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가장 앞단에 자리한 장르라 할 실화나 수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통해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하다. 특히 어린아이의 작문이나 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는데, 불우하고 가난한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작을 꼽자면 일제강점기 소학교 4학년생 우수영의 작문을 원작으로 한 <수업료>(1940), 재일교포 소녀 야스모토 스에코의 일기를 엮은 <니안짱>을 원작으로 유현목이 연출한 <구름은 흘러도>(1959) 그리고 대구 명덕국민학교 5학년이던 이윤복의 일기를 영화로 만든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다. 말 그대로 전 국민을 눈물바다에 빠트린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이윤복의 실제 삶과 6개월치 일기 출판, 일련의 미디어 보도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이윤복의 수기를 영화화한 '저 하늘에도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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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더해가는 지루함과 운동 부족을 해결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거의 1년 가까운 오랜 고민을 하고도 조금은 충동적인 마음을 먹고서야 지를 수 있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배송은 빨랐고, 난생처음 구매해보는 게임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서 이렇게 저렇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바보 같지만 버튼을 누르고 나서 패드에 진동이 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화면도 너무 선명했다!!
게임기를 조작해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든 순간들이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사일런트 모드’의 존재였다. 이 게임 특성상 플레이 중 이동하려면 컨트롤러를 장착한 채로 계속 조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래층에 소음이 발생할 수 있기에 조깅을 무려 스쿼트로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드로 플레이한다면 조깅 동작을 할 때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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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월드는 기본적으로 ‘집’을 빼앗는 자와 되찾으려는 자의 싸움이다.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인물들이 지닌 욕망의 궁극으로 그려진다. 이 세계의 입문작인 <아내의 유혹>(SBS)과 최근작인 <펜트하우스>(SBS)가 모두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한 상류층 집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금 김순옥 월드를 향한 뜨거운 반응의 핵심에는, 갈 데까지 간 막장의 재미보다 부동산공화국 한국의 욕망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순옥 월드의 3단 진화
김순옥 월드의 역사는 크게 3기로 구분된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MBC), <황후의 품격>(SBS)이 각 시기의 출발점이다. <아내의 유혹>으로 시작된 김순옥 월드 1기가 복수 위주의 이야기라면, <왔다! 장보리> 이후는 기존 복수에 성공의 욕망이 더해지고, <황후의 품격>부터는 그 욕망의 서사가 블록버스
김순옥 월드의 종합판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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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페촐트가 ‘유령의 영화’를 만든다면, 유령의 역량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유령은 우리에게 정확히 무엇을 돌려주는가. 페촐트의 ‘유령’이 진부한 비평적 수사로 소화되기 전에 그 부분을 질문해보고 싶다.
토킹 픽처 혹은 영화의 훼손과 치유
전후의 베를린을 무대로 삼은 <피닉스>에서 주인공인 유대인 넬리는 얼굴에 큰 화상 자국을 남기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다. 영화 초반부에 그녀는 성형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지만, 원래 얼굴을 되찾는 대신 다른 얼굴을 가지게 된다(영화는 넬리가 찍힌 흑백사진을 어렴풋이 제시하지만 그녀의 원래 얼굴은 결코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넬리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얼굴로 남편 조니를 만나는데, 그는 넬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를 아내와 닮은 낯선 이로 착각한다.
수용소에서 넬리가 죽었다고 생각한 조니는 그녀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눈앞에 나타난 넬리에게 자신의 아내 역할을 요구하고 ‘에스더’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로부터 넬리는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멜로드라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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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가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동시 출항한다. 2092년 황폐화된 지구를 떠난 ‘승리호’는 무중력으로 떠다니는 쓰레기를 그러모아 돈을 버는 우주 청소선이자 다른 우주선이 모은 쓰레기를 빠르게 빼앗아가는 우주 해적선. 이제껏 한국영화계에 없었던 우주 배경 SF영화 <승리호>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탑승하고 있다. 승리호를 만든 장본인 장 선장(김태리)과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 크루 타이거 박(진선규), 안드로이드 업동이(유해진)는 조성희 감독만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한층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씨네21>은 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의 인터뷰와 함께 <승리호>의 미공개 스틸컷을 독점 공개한다. 배우들이 감탄한 세트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승리호> 제작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까지 인터뷰에 모두 담았으니 주목해주길 바란다. 조성희 감독이 10년간 가다듬은 SF 세계를 이해
[인터뷰] '승리호' 송중기·김태리·진선규와의 만남과 미공개 스틸컷 독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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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한 줄기 희망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개봉 첫주 40만8천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았다. 지난해 12월 23일 개봉한 영화 <원더 우먼 1984>가 개봉 첫주 30만3천명을 불러모은 것보다 10만여명 많은 관객수다. 최근 극장을 찾은 하루 관객수가 1만명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소울>은 개봉 첫날인 1월 20일 6만여명을 동원했고, 주말인 1월 23일 토요일과 1월 24일 일요일에 13만명, 12만4천명을 각각 불러모았다. 극장을 찾은 하루 관객수가 10만명이 넘은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29일만이고, 한 영화가 하루에 13만명을 동원한 건 지난해 11월 8일 이후 76일 만이다. 이것은 극장이 밤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다(지난해 12월 초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극장은 밤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편집자).
<소울>의 선전을
극장가의 구원 투수로 나선 <소울> 개봉 첫 주 4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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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생선의 시선을 그린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의 이대희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물이 아닌 불이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음료 ‘스트레스 킬러’를 마시며 살아가는 현대사회. 음료를 과잉 복용한 탓에 불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40대 평범한 가장인 짱돌은 불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불괴물 잡는 히어로’가 된다. 퇴근길 횟집 수조를 보고 <파닥파닥>을 떠올렸던 이대희 감독은 주말에 아이들을 돌보다 막내딸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 제로>를 떠올렸다.
“떼를 쓸 때 아기들은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어른이 짓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 버리지 않나. 그 순간 불을 확 태워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영감을 받은 이대희 감독은 그 자리에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불괴물을 그렸다. 이렇게 탄생한 3D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는 <뽀로로> <코코몽> 시리즈를 제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 떼 쓰는 아기 보며 ‘불괴물’ 떠올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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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여파로 극장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과연 새로운 영화관이 태어날 수 있을까? 우려와 의문을 뒤로하고 용감하게 또는 무모하게 문을 연 예술영화관이 있다. 1월 13일 서울 연희동에 개관한 라이카시네마다.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에 간 개 라이카를 기리며 그 이름을 따온 이곳은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 1층에 자리했다.
다행히 용기가 통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모여 벌써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600여명을 돌파했고, 관객도 객석 거리두기를 지키며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한재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오픈 첫날부터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을 보며 설렜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라이카시네마의 시작은 1월 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개관 기획전 ‘라이프 라이브 라이크’(Life Live Like)와 함께였다. 기획전의 테마는 비행(飛行)으로, 세개 섹션에 각각 이륙, 비행, 착륙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독 지하 1층에 개관… 개관 기획전 ‘라이프 라이브 라이크’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