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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테마를 자의식화한 김기덕
정성일 | 김기덕 감독은 베를린 감독상까지 받고도 관심을 너무 못받는 것 같다.
김소영 | 나는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
허문영 | 개인적으로는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세 사람 공히 평론가들이 말하기 좀 지겨워진 듯한 느낌이 든다. 최대한 호의를 갖고 보지 않으면 정이 가기 힘들다. 그러나 짜증나는 건 어떤 비평이 <효자동 이발사>를 치켜세우고 <여자는…>을 짜증난다고 할 때다. 그러면 우리는 변호사형 비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석에서 정 선배가 일반적 평가와 달리 <사마리아>를 김기덕 영화의 어떤 진전으로 본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정성일 | 제일 놀란 것은 홍상수 영화가 지겨울지언정 이제 나쁜 영화를 찍는 건 불가능하듯이, <사마리아>를 보면서 이제 김기덕 영화가 역겨울지언정 나쁘기는 틀렸구나 싶었다. 이제 그는 어떻게 영화를 찍어도 나빠질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앞의
2004 상반기 한국영화 재구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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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나르시시즘은 텅 비어간다?
허문영 | 저널비평 수준에서는 임 감독과 마찬가지로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도 전작보다 썩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정성일 홍상수 영화의 비평담론부터 논해야겠다. 여러 평을 읽다가 두 가지를 문득 깨달았다. 첫째, 홍상수 영화가 한국 영화문화 안에서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학습효과다. 즉 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많은 평들은 자기 눈으로 본 걸 믿지 않고 거의 관성적으로 남이 해온 말들을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해하는 게임에 뛰어든다. 홍상수는 너무 가혹한 표현이지만 그들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훈련시켜서 몇개의 힌트를 던져주는 순간 헐떡거리면서 반복하고 별 의미없는 것에 집착하고 의미있는 것을 놓치게 한다. 둘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홍 감독의 전작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너무 많은 평들이 전의 영화들과 다르지 않은 평을 써서, 영화제목을 지워놓고 무슨 영화에 관한 평인지 시험문제를 내고 싶을 정도다. 너무 많은
2004 상반기 한국영화 재구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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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식 장르영화의 ‘축제’를 보고 싶다
허문영 | 상반기에 작품을 낸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삼인삼색 이야기로 넘어가자. <하류인생>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감동이 없는 영화로 받아들였는데 딱 한번 감동이 마지막에 뜨는 자막이었다. “(태웅은) 1975년에 전업했다. 그의 인생이 맑아지는 조짐이 보였다.” 영화 속에서는 맑아지는 조짐이라곤 요만큼도 없고 서사는 파멸과정을 포섭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영화를 몰고 간다. <취화선>부터 임권택 감독은 감정의 지속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는데 이 영화는 피한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감정의 지속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각 시대의 시퀀스들이 전혀 정서적 연속성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인물이 이 풍경의 절대 주인일 수 없는 방식으로 시퀀스를 구성했다. 모든 시퀀스를 병풍화의 풍경들처럼 느꼈고 그 풍경이 잔혹했다. 그렇게 느끼다 자막을 보는 순간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비로소 알았다. 이 영화는 정서조
2004 상반기 한국영화 재구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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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간과 만나지 못하는 역사영화들
정성일 | 과거의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를 만나야 되는데, 끝내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온갖 꾀를 내고 있다. 이를테면, <실미도>는 전원 자폭으로 끝남으로써 영화를 누구의 사건도 아닌 과거로 만들고, 기괴하게도 <태극기…>는 현재에서 끝날 수 있었으면서도 굳이 과거로 회귀하여 끝나고, <아홉살 인생>은 70년대에 기어이 끝내야 됐다. <말죽거리…>도 주인공이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방식으로 끝났다. 그리고 한 감독의 데뷔작과 한 감독의 아흔아홉 번째 영화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효자동 이발사>는 머리가 다 자라면 다시 돌아오겠다며 끝나고 임권택 감독조차 “맑아지려는 조짐”을 말하며 끝난다. “거기서 멈춰야 한다”는 묵시적 동의라도 한 것 같은, 시간을 정지시키려는 과거 시간에 대한 억압은 정말 이상하다.
김소영 | 나는 그것이 세트문화 때문인 것
2004 상반기 한국영화 재구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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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객 동원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정신을 수습할 즈음에, 한국영화 두편을 경쟁부문에 초대한 칸영화제가 절정으로 달려가는 즈음에, 후텁지근한 여름영화의 장마가 막 시작될 즈음에, <씨네21>의 김소영, 정성일, 허문영 편집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2004년 상반기 한국 영화문화의 사건과 징후들을 재구성해보기 위해서다. 세 사람은 1천만 영화가 남긴 파동을 곱씹었고, 3·12 탄핵의 이미지가 상반기 최고의 스펙터클이었다는 사실에 전율하기도 했다. 1990년대 기획영화의 새로운 후예를 짚었고 한꺼번에 신작을 낸 흥미로운 감독들의 도태와 성장을 논의했고 그럼에도 너무 많은 영화를 놓쳤음을 깨달았다. 부쩍 길어진 초여름 해에도 불구하고 장편영화 서너편의 러닝타임을 잡아먹은 세 사람의 대화는 밤 깊숙이 계속됐다. 편집장
애타게 자기 이미지를 찾아나선 한국영화
허문영 | 오늘이 5월17일이고 여름영화는 개봉 전이니 상반기를 회고할 적절한 시점이다. 일단 상반기에는
2004 상반기 한국영화 재구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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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수) 개막. 인터넷에서는 정확하고 끔찍한 연출에 따라 이라크에서 닉 버그가 마스크를 쓴 5명의 남자들에게 참수당한다. 포로의 목에 개줄 같은 끈을 묶어둔 모습을 보여준 여군은 명령에 따랐던 것이라고 진술한다. “거기 서서 렌즈를 봐라”고 시켰단다. 카메라를 위해 이루어진 범죄는 영화인가?
13일(목). 엘지는 남성들이 여성의 처지에 관심 갖도록 하려고, 라파예트 백화점의 쇼윈도에서 연기자들이 가사일 하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오스망 대로에서 청소기 돌리는 동료들과는 달리 계단 위의 브래드 피트는 스타이기에 음란하지 않고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14(금).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DVD 판매점에서는 6월 개봉하는 <장화, 홍련>과 <원더풀 데이즈>를 내놓았다. 관람수입에는 영향을 안 준다. 아직은.
15일(토). 베르사유에는 프랑스 조각가 우동(1741∼1828)에 대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유럽 전역에 판을 치던 그의 작품에 대한 가짜와 모조
[외신기자클럽] 칸의 11일, 조각들의 모자이크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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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또 다른 중심인 칸 마켓에서 한국영화의 사전판매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이 칸 마켓에서 반쪽짜리 시놉시스 하나로 실제작비를 단번에 마련했는가 하면, 포스터조차 내걸지 않은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 스크립트와 장동건이라는 배우 캐스팅을 근거로 일본 등에서 33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제작 중인 원빈 주연의 <우리 형>(사진) 역시 일본에 170만달러어치를 사전판매했다.
올 칸 마켓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김기덕 감독의 . 그동안 국내 자본을 ‘수혈’받아 저예산영화를 만들어온 김기덕 감독이 해외시장에서 제작비를 모아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사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의 사전판매를 담당한 씨네클릭 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일본에 50만달러, 프랑스에 10만달러 등을 펀딩해 총제작비 100만달러 가운데 감독 개런티 등을 뺀 실제작비를 마련했다”며 “김기덕 감독은 앞으로 계속 해외펀딩으로 영화를 만들어갈
한국영화, 오! 예. 칸 마켓 사전판매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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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영원한 스타로 떠오른 배우 오드리 헵번이 미용, 패션 전문지 편집인들과 피부미용가, 모델업체 및 사진작가들로부터 `가장 자연스러운 미인'으로 뽑혔다고 BBC뉴스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이들 전문가단은 생수업체 에비앙이 제시한 100명의 내로라하는 미인들 중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건전한 생활, 내면의 아름다움, 깨끗한 피부와 안색, 빛나는 개성"을 기준으로 10명을 선정했는데 헵번은 전문가단의 4분의3 이상으로부터 거명됐다.패션잡지 엘르의 미용담당 이사 로지 그린은 "오드리 헵번은 자연스런 아름다움의 화신이다. 그녀가 웃을 때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매력과 내적인 아름다움이 빛을 내뿜는다. 어떤 영화에서든 그녀의 피부는 늘 해맑으며 따뜻하고도 발랄한 인물역을 통해 개성이 빛을 발한다"고 평가했다.`자연미인' 2위는 미국 영화배우 리브 타일러, 3위는 호주출신 배우 케이트 블랜칫, 4위는 안젤리나 졸리, 5위는 배우에서 모나코 왕국의
오드리 헵번, 전문가들이 뽑은 ‘최고 자연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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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서서히 비좁은 콘크리트길을 오른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녹원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고요한 낙산성당. 신학생들의 사제가 되기 위한 좌충우돌과 사랑을 그리는 <신부수업>에서 ‘신부’란 하지원에게는 신부(新婦)이며, 권상우에게는 신부(神父)이다. 매번 몸이 고단한 역할만 하다가 “이렇게 편한 줄 알았으면 진작 이런 캐릭터하는 건데”라고 너스레를 떠는 권상우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품고 다닌 것은 <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때부터다. 군 입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콤비 김인권이 선달 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호재였다. <내사랑 싸가지> 촬영 전부터 출연을 결심하고 ‘발리’에서 돌아온 히로인 하지원의 합류로 배우진은 준비완료. 사령관은 단편 <가화만사성>, <특집! 노래자랑>으로 널리 알려진 허인무 감독. 신학생 규식(권상우)과 선달(김인권)은 신부가 되는 서품식을 앞두고 있다. 말썽쟁이 선달
주님,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신부수업>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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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화제를 낳으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 드라마 <불새>가 OST까지 동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 음반은 하루 2천여장의 판매량을 보이며 출시 10일 만에 2만장이 팔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앨범 타이틀곡은 이승철이 직접 가사를 쓰고 부른 메인테마곡 '인연'으로 이승철의 애절한 보컬과 세련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종영한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에서 '안 되겠니'를 부른 가수 조은의 `내 눈물 속에'도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차분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있다. 안정훈과 함께 이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인 작곡가 신재홍이 직접 부른 `널 위한 사랑', 신인가수 블루가 피노키오의 노래를 재편곡해 부른 `너의 곁으로' 등도 실려 있다. <불새> 주인공인 이서진이 직접 부른 `이별'도 색다른 맛을 전한다.
MBC 드라마 <불새> OST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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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전지현이 보기 드물게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같이 한번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전지현에 매력적인 여자 경찰 ‘경진’ 캐릭터를 얹은 시나리오를 접하고서 전액 투자를 하게 됐다.”
지난 28일 곽재용 감독, 전지현·장혁 주연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가 홍콩에서 첫 시사회를 열었다. 첫 시사회를 한국 아닌 홍콩에서 연 건 이 영화가 6월 3일 한국과 홍콩에서 동시개봉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마케팅비용을 뺀 순제작비 40억원을 전액 투자한 홍콩 에드코필름 대표 빌 콩을 29일 홍콩에서 만났다. 빌 콩은 <와호장룡> <영웅>을 만든 프로듀서이며, 에드코필름은 홍콩에서 가장 큰 배급선을 가지고 있다. 연일 빠듯한 일정으로 전날 4시간도 채 자지 못했다는 빌 콩은 “시사회 뒤 흥분돼 잠을 많이 잘 수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한국과 홍콩 동시개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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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소>40억투자한 홍콩제작자 빌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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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북인 줄 알면서도 쳐야하는 북이 있다. (쇼 브라더즈 영화 스타일로 비장하게 말하자면)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둬야 한다. 전편을 보고 거품을 물었으니 속편을 보고 침을 닦아야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Vol.2>는 전편을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영화이지만, 전편과 완전히 다른 속편이다. 그러므로 속편을 볼 때 전편을 본 기분으로 본다면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혹은 이미 당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청엽정의 결투를 기대한다면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만일 피와 시체들로 넘쳐나는 도산검림을 헤쳐나가길 원한다면 그냥 전편을 빌려다가 다시 한 번 더 보면 된다. (지금 인터넷에는 청엽정의 올 칼라(!) 버전이 떠돌고 있다. 그리고 이 총천연색 버전은 ‘그 대목에서’ 편집이 좀 다르다.) 스무자 평으로 쓰자면 전편이 ‘뻥’으로 죽인다면, 속편은 ‘구라’로 죽여준다!
시작하면 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풍의 스크린 프로세스를 뒤로 하고 달려가는 브라이드의 비장한 장
[비평 릴레이] <킬빌 Vol.2>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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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선생님 몰래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를 본 적이 있는가. 노골적인 인터넷 음란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비교적 얌전하고 예술적(?)인 누드잡지에 속하지만, 1970~80년대를 청소년기로 통과한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는 〈플레이보이〉는 금기의 욕망을 자극하는 ‘빨간 책’으로 남아 있다.케이블·위성 다큐전문 채널인 히스토리채널이 올해로 창간 50돌을 맞는 6월 한달 동안 〈플레이보이〉 특집을 방송한다. 3일, 10일 밤 10시 방송되는 ‘플레이보이 50돌 기념식’(2부작)에 이어 17일, 24일 밤 10시에는 ‘플레이보이 맨션’(2부작)이 방송된다.1953년 마릴린 먼로를 표지모델로 해서 단돈 600달러로 창간된 플레이보이는 ‘나쁜 책’의 대명사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단순한 남성잡지 이상으로 받아들인다.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죄악시하던 시기에 성은 재미있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권리임을
『플레이보이』 50돌 다큐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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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화전문가단체(CCDㆍCoalition for Cultural Diversity) 운영위원회는 31일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1일 개막하는 제3차 총회의 중요성과 목표 등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기환 서울 총회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프랑스의 데보라 아브라모비츠 CCD 국제협력국장, 칠레의 파울로 슬라세브스키 CCD 연대 대표, 부르키나 파소의 라스마네 우에드라오고 CCD 연대 대표, 로베르 필롱 CCD 국제운영위원회 대표, 짐 맥키 CCD 국제운영위원회 대외협력국장 등이 참석했다.1998년 결성된 CCD는 문화예술을 자유무역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을 막고 문화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대기구로 전세계 90개국 600여개의 문화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총회는 그동안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각각 2년 간격으로 열린 바 있으며 올해 서울 총회에서는 내년 10월 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될 예정인 문화다양성협약에서 문화 전문가 단체가
CCD 서울 총회 주요 참석자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