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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나무의 햇살> El Sol del Membrillo
1992년
감독 빅토르 에리세
상영시간 134분
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
음성포맷 DD 2.0 스페인어
자막 영어, 프랑스어
출시사 로즈버드(스페인, 2장)
<라인 킹: 알 허쉬펠트 이야기> Line King: The Al Hirschfeld Story
1996년
감독 수잔 드레푸스
상영시간 86분
화면포맷 1.33:1 풀스크린
음성포맷 DD 2.0 영어
자막 무자막
출시사 HVE(미국)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데 끊임없이 영화를 양산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상사병이 날 지경인데도 쉽사리 차기작을 보여주지 않는 감독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는 과작감독이다. 30년간 3편의 장편만을 만들고서 거장 소릴 듣는다. 그나마 2년 전 <텐미니츠 트럼펫>에 포함된 <생명선>을 통해 가까스로 갈증을 모면할 수 있었는데 그가 왜 작품연출에 인색한지 <모과나무의
[DVD vs DVD] 과작의 화가 가르시아 vs 속기의 화가 허쉬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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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로부터 ‘불가능하지만 최종적인 꿈은 로버트 알드리치가 되는 것이다’란 고백을 들은 평론가 김성욱은 역으로 ‘구로사와 기요시는 우리 시대의 로버트 알드리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단다. 구로사와는 우리 시대엔 온전히 이해되지 못하는, 그래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가 더 드러날 감독이다. 실제로 그는 동양 감독에게 형식적인 환호라도 보내는 서구 영화제에서조차 덤덤한 반응을 얻어내기 일쑤였다. 구로사와 영화는 답을 구하기 힘든 난해한 영화라기보다는 아예 답이 없는, 답을 잃어버린 질문지와 같다. 세기말의 불안이 느껴지고, 불안한 영혼이 읽히며, 시대의 징후를 담고 있는 <큐어>는 로버트 알드리치가 <키스 미 데들리>에서 만들어놓은 모호한 세상과 많이 닮았다. 죽은 자의 목에 그어진 X자의 불가사의한 이미지와 악의 순환이 암시되는 결말은 경계 너머 공포세계에 거의 근접해 있고, 제목과 달리 치유될 수 없는 세계에 대고 연쇄살인에 대한 추리나 범죄심리학적 해
구로사와 기요시의 심리공포, <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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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건만 정작 장편은 2편만 연출한 오토모 가쓰히로. 어쩌면 그는 장편보다 단편을 더 재밌어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참여한 <미궁물어>나 <로봇 카니발>은 보석 같은 존재이며 총지휘를 맡았던 <메모리즈> 중 <대포의 거리>는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그런 오토모가 87년 2개의 옴니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로봇 카니발>이다.
여기서 오토모는 오프닝과 엔딩만 맡고 나머지는 로봇이라는 공통소재 아래 7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중 피그말리온 신화를 로봇에 적용한 <PRESENCE>가 단연코 압권인데, 국내에선 성인물 <메조포르테>와 <카이트>로 알려진 우메즈 야스오미가 연출을 담당했다. 줄거리상 데즈카 오사무의 단편 <점핑>을 연상케 하는 마오 람도의 <CLOUD>는 전쟁의 역사를 관통하는
애니메이션 작가 8인의 로봇물 모음, <로봇 카니발 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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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12월10일부터 스페인영화제 상영주한 스페인대사관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공동주관으로 펼쳐진 스페인영화제가 로드쇼의 마지막 일정인 서울에 도착했다.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청주의 지방상영을 마치고 12월10일부터 6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펼쳐질 이번 영화제가 소개할 감독은 ‘바스크의 초현실주의 작가’ 훌리오 메뎀과 할리우드에 고딕풍 호러 바람을 일으킨 신성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이다. <마스크 오브 조로>의 감독직을 제안했던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바스크에 집중하고 있는 메뎀과 <디 아더스>를 통해 영어권 진입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아메나바르의 현재 행보는 매우 대조적이다.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는 원래 칠레 출신이다. 피노체트를 피해 스페인으로 건너온 가족들 속에서 자란 아메나바르는 영화학교에 입학했다가 이론 중심 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그만둔다. 19살 때 만든 단편을 시작으로 24살에 선보인 장편 데뷔작 <떼시스&g
바스크의 작가 훌리오 메뎀을 만난다, 12월10일부터 스페인영화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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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유럽의 몇몇 도시에는 고문박물관이라는 게 있다. 유명한 런던탑에도 중세의 고문기구를 전시한 방이 있지만 체코의 프라하 같은 도시에서도 이런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몇년 전 우연히 고문기구를 구경하다가 몸서리를 쳤던 적이 있다. 중세 유럽에서 다양한 고문이 이뤄졌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실물로 대한 고문기구들은 나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록밴드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아이언 메이든만 해도 그렇다. 주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그 안에 쇠창살을 박아놓은 이 기구는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의 두눈과 심장을 찌르도록 되어 있다. 두눈을 향해 다가오는 쇠꼬챙이를 보면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은 무슨 얘기든 순순히 불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님을 찬양하던 나라에서 이런 발명품이 나왔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터무니없는 일도 아니다. 예수가 살해된 방식을 떠올려보라. 십자가형은 그 잔인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반골 기질의 감독 짐 자무시를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
나쁜 상상력에 재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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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순정은 어떤 것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은 순정을 순수하고 사심이 없는 감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정말로 사심이 하나도 없다면 좀 곤란하다. 이를테면 한 시간 늦게 온 그에게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그냥 집에 가라”고 했을 때 순수하고 사심없는 감정으로 “네” 하고 진짜 돌아가는 남자를 원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매일 저녁 회사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리는 남자에게 감동받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런 건 지가 보면 순정이지만 남이 보면 스토킹이다.
순정과 스토킹. 도대체 어디까지가 순정이고 어디부터 스토킹이라고 불러야 할지 <노트북>이라는 영화는 과제를 던져준다. 사실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여기서 순정이면 직선을, 스토킹이면 점선을 따라가시오, 라는 식의 게임보드 같은 느낌을 준다. 먼저 노아가 다짜고짜 엘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장면. 내 보기에는 두번 볼 것도 없이 점선으로 가는 것이 옳다. 물론 한
어멋, 연애가 아니라 스토킹 영화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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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의 기억을 몽땅 지워버리고 싶다는 말을 거듭 했을 때, 무덤덤한 척했지만 몹시 당혹스러웠다. 내가 그녀를 그렇게 곤혹스럽게 했나? 하긴 그 이전의 사랑이 멈춘 지 4년이 넘도록 난 그 어떤 사랑의 기억에 수시로 휘둘려왔다. 새로 시도된 사랑들은 그 이상한 마력 때문에 본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그러들곤 했다. 어떤 종류의 기억이 인간을 이렇게 오래도록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걸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깨닫곤 했다.대단하군, 훌륭하다. 감탄은 했지만 정서적 울림까지는 아니었다. <토탈 리콜>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 등 ‘공인’된 SF에서 기억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치환해 던지는 장면들이 그랬다. 그렇지만 기억을 사랑의 정체성과 연결짓는 장면이 나오면 확 달라진다. 기억과 사랑의 교차점을 예쁜 미스터리 로맨스로 엮어낸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를 처음 봤을 때 신선함을 느꼈지만 뭔가 이상하고 찜찜했다
사랑의 기억에 홀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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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에서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007 작전처럼 첨단기기를 이용해서 집단적인 ‘공작’을 했다고 한다. 들키지 않고 성공했다면 그들은 행복하게 되었을까?우리는 무엇을 하든 행복하길 바란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적든, 혹은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아마 그들도 행복하게 되는 길일 거라고 믿고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을 얻고 높은 지위를 얻거나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하게 되는 게 아님은 누구나 다 안다.언제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적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잘될 때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분명하다. 약간 확대해서 말하면,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때 행복하게 산다.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를 하고 살아야 행복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야 행복하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병원에서 수술하며 행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돈을 버는 삶과 행복한 삶은 결코
성공했다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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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990~1918>스티븐 컨 지음 l 박성관 옮김 l 휴머니스트 펴냄불교의 연기설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작부터 모든 건 연관되어 있다. 문제는 그런 무수한 연관의 갈피와 얼개를 파악하는 일이다. 역사학자 스티븐 컨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한 연관의 시간적 범위는 1880년부터 1918년까지이며 무대는 유럽이다. 이른바 ‘벨 에포크’(좋았던 시절)라 일컬어지는 시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세기말과 제1차 세계대전 시기도 포함하고 있다. 컨은 그 시기의 무수한 연관의 갈피와 얼개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틀로 파악하려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미술 분야에서 입체파는 여러 시점에서 본 대상의 내부와 외부를 하나의 캔버스 위에 펼쳐놓았다. 이를 통해 회화의 전통적인 공간적 및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그런가 하면 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등장한 군용 트럭에는 주위 배경과 구별되지 않도록 하는 위장술(카모플라주)이 적용됐다. 입체파의 전략과 군사 분야의 위장
시·공의 좌표 위에 문학·예술 세계를 그리다,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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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 <앙꼬의 그림일기>를 연재하며 데뷔한 뒤 ‘야후 비주얼 뉴스’에 <앙꼬와 진돌이>로 이야기를 풀어내던 앙꼬의 첫 번째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특유의 팬시한 색감으로 채색된 화사한 책 표지부터 스크롤을 이용한 웹 만화를 다시 오프라인 버전으로 바꾸어 잘 정리된 알맹이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앙꼬의 그림일기>는 스물한살에서 스물두살로 넘어가는 젊은 작가의 일상이 오롯하게 녹아 있는 그런 만화다. 가만 보면 마치 연습장에 그림일기 그리듯 편안하게 그려져 있다. 한편의 분량이 정해진 것도 없다. 이야기가 길게 풀리면 길어지고, 별것 없으면 짧게 그린다. 거짓말도 없다. 괜히 미화하지 않고 숨기지도 않고 그대로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그야말로 태생적 리얼리즘이다. 아이들이 ‘바보냄새’난다고 놀릴 정도로, 고스톱을 배운 이후 하루종일 고스톱 생각에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고스톱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어릴 적에 레고가 되고 싶었을 정도의 작가였기 때문에
거짓없는 작가의 일상 그대로, <앙꼬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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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슈퍼맨의 비애> <머피의 법칙> <미녀와 야수> 등으로 연속 안타를 날리던 ‘1990년대 중반의 DJ DOC’는 유쾌상쾌한 ‘까불거리는’ 랩댄스 그룹이었다.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7년 4집부터. 신랄한 정치 풍자 <삐걱삐걱>과 삶의 따뜻한 응원가 에서 말문이 터지기 시작해 2000년 5집에서 만개했다. 상업적 성공은 예의 댄스곡이 보증해주었지만(<Run to You>), 음반의 무게중심은 거침없는 랩에 있었다. 특히 비판과 조롱을 넘어 골계미를 보여준 <포조리>는 일간지 사회면과 경찰서에 종종 ‘출석’하던 이 ‘사고뭉치 악동들’에 대한 ‘시각교정’ 텍스트로 충분했다.
그리고 정규 6집이 나왔다. 4년6개월 만이니 난산이다. 첫인상? 좀 뜻밖이다. 지난해에 발매된 싱글 <Street Life>와 올 6월 공개된 디지털 싱글 <One Night>로 예상했던
댄스와 발라드로 사랑을 얘기해요! DJ DOC < Love & Sex & Happi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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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범죄영화의 대가인 장 피에르 멜빌(1917~73) 감독의 회고전이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멜빌은 미국의 갱스터 영화를 재해석해 비정미 안에 우수가 가득한 독특한 스타일의 범죄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사무라이>(사진) <암흑가의 세 사람> 등은 이후 범죄영화에 큰 영향을 끼쳐 짐 자무쉬는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해 <고스트독-사무라이의 길>을 만들었고 오우삼은 곧 <암흑가의 세 사람>을 리메이크할 계획이다. <저수지의 개들>이 <사무라이>의 테마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세르지오 레오네가 웨스턴에서 해낸 것을 멜빌은 범죄영화에 이뤘다”고 말했다. 상업성도 높았던 멜빌의 영화는 알랑 들롱을 비롯해 리노 벤투라, 이브 몽땅, 장 폴 벨론드, 카트린느 드뇌브 등 당시 프랑스의 톱 스타들을 기용한 스타 캐스팅으로 일관했다.
이번 행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 17일부터 30일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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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가장 보편적인 오락거리이자 대중예술이 된 나라들은 저마다 자국 영화에 수여하는 대표적인 시상제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아카데미, 프랑스의 세자르, 대만과 홍콩, 올해부터는 중국까지 아우르는 중화권의 금마장상 같은 것이다. 영화시장의 성장 규모와 세계적인 인지도로 따지면 우리나라도 하나쯤 있을 법한데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제25회 청룡영화상과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이 며칠 사이로 열렸다. 청룡영화상에서는 <실미도>(사진)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올드보이>가 예년의 수상작들과 마찬가지로 주요부문 5개에서 ‘몰아주기’ 수상을 했다. 이 두 영화상과 6월에 열리는 대종상은 국내의 3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이유는? 각각 KBS, MBC, SBS라는 국내 ‘3대’ 방송사에서 중계를 한다는 점 이외에는 해답을 찾기 힘들다. 세 영화상은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와 공정성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결과는 올해처럼 언제나
[팝콘&콜라] 최고를 지향하는 영화상, 권위와는 거리먼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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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V기기회사 JVC가 옥수수로 만든 환경친화적 DVD를 개발했다. 일본산업뉴스사이트 ‘JCNN’에 따르면, 이 DVD는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한 투명 플라스틱 광디스크다. 기존 DVD는 석유로 만들어지는 데 비해 이 ‘옥수수 DVD'는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적게 발생한다. 이런 환경친화적 DVD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DVD플레이어 내부의 열을 견디지 못한다는 맹점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DVD는 55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열성을 크게 강화했다고 JVC는 설명했다. 이 DVD는 CD와 블루레이 디스크 등으로도 사용 가능하지만, 상품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존의 디스크보다 가격이 3배 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DVD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