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은 폭력에 관한 두 걸작이 탄생한 해다. 공히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제작된 <씬 시티>와 <폭력의 역사>은 그러나,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원작자가 연출에 참여한 <씬 시티>가 폭력의 스타일을 완성한 반면, <폭력의 역사>의 연출 계약서에 사인할 때 원작이 있는 줄 몰랐다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만화적 상상력과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투다. 그런데 사실 크로넨버그는 할리우드 제작사와 손을 잡으면서 <폭력의 역사>이 상업적인 영화가 되길 희망했고(그래서 칸영화제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완성된 영화의 겉모습은 평범한 장르영화에 가깝다. 고전 웨스턴의 영향 아래 있는 <폭력의 역사>을 짧게 요약하면 한 남자가 가족을 위협하는 갱스터에 맞선다는 이야기다. 과거를 잊고 살려는 남자를 악의 세계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설정은 <서부의 사나이>와 <과거 때문에> 같은 웨스턴과 누아르에서
[해외 타이틀] 폭력의 메커니즘이 내뿜는 공포, <폭력의 역사>
-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전직 디즈니 애니메이터 팀 버튼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적 자의식이 강했던 버튼에게는 애니메이터 시절 빚었던 갈등이나 그의 첫 실사영화인 <프랑켄위니>의 배급 취소 등 디즈니와의 불편한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버튼은 <배트맨> 시리즈를 거치면서 거물이 되었고, 결국 그가 제작한 장편애니메이션이 디즈니를 통해 선보이게 되는 반전을 연출하게 된다. 따라서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DVD에 버튼의 초기 단편인 <빈센트>(1982)와 <프랑켄위니>(1984)가 부록으로 담긴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빈센트>는 에드거 앨런 포를 탐독하고, 전설의 공포영화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이 주인공인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실제와 환상을 오가는 소년의 심리를 표현한 연출과 독특한 블랙유머는 후일 버튼이 만들게 될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실제로
[서플먼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
일본군에 의해 필리핀 포로수용소에 감금된 500여명의 미군 포로 구출 작전을 극화한 전쟁휴먼드라마.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쟁 경험이 없는 풋내기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작전에 나선 뮤시 중령의 눈부신 활약을 그리고 있다. DVD의 화질과 음향이 뛰어나 현장감 넘치는 전시 상황을 만끽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부가영상은 편집 과정에서 누락된 8개의 삭제장면 모음이 전부다. 액션보다는 드라마 위주의 장면들이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하는 아까운 장면들도 있다.
미군 포로를 구출하라! <그레이트 레이드>
-
거대한 몸집의 빅마마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용의자의 집에서 유모로 취업을 해 잠복근무에 나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정된 결혼생활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편보다 더 많은 해프닝이 일어난다. 코믹액션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마틴 로렌스의 입담과 코미디 재능은 여전하지만, 전편의 답습이란 속편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DVD 타이틀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궁금하게 여기는 마틴 로렌스의 감쪽같은 분장의 비밀과 12개의 삭제장면 모음이다.
감쪽같은 분장의 비밀 공개, <빅마마 하우스2: 근무중 이상무>
-
-
미국 슈퍼히어로영화들의 노골적인 패러디 <흡혈형사 나도열>.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꼴리면 흡혈귀가 되는 코믹 컨셉이 나름 독특하게 다가온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코믹호러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어 흥미롭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타이틀은 다양한 부가영상을 수록했고, 영화 특성을 반영한 메뉴 이름들이 재미있다. 삭제장면을 일컫는 ‘모자란 피’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소개하며, ‘어긋난 송곳니’는 본편만큼 코믹한 NG장면 모음과 애드리브를 담았다.
코믹호러의 가능성 시도, <흡혈형사 나도열>
-
재능 없는 피아노 선생과 결핍 많은 천재 학생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감싸안는 휴먼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5월9일 대한극장에서 공개됐다. 얼마전 콘서트 형식의 독특한 제작보고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영화는 시사 직후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았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기자시사 반응에 고무되어 2만2천명의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대규모 시사회를 2만8천명까지 늘려 ‘입소문’을 기대하고 있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공하지 못한 지수(엄정화)는 변두리에 피아노 학원을 차린다. 코흘리개 학원생들은 받지 않고 전공자만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그녀의 고집도 잠깐. 월세도 제대로 못내는 상황이 되자 별 수 없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를 꿈꾸지만 자신의 재능없음에 절망해 온 지수. 피아노를 가르쳐달라며 추근대는 피자가게 노총각 광호(박용우)와 실랑이를 하며 별볼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그녀에게 반
엄정화 주연 휴먼드라마 <호로비츠를 위하여> 공개
-
나에게 최고의 빔 벤더스 영화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다. 아무리 <파리 텍사스>가 걸작이라 해도 <시간의…>의 감동엔 비할 바가 아니다. 영화는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기에 <시간의…>는 무성영화 시대에 영화음악을 연주한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의…>는 이후 세 시간 가까이 영사기를 고치는 남자와 아내와 헤어진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가거나 그들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다.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면도를 하고, 전화를 걸고, 버려진 신문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시를 읽으며 밤을 맞이하고, 하얀 모래 위에 검은 똥을 누고, 아버지를 찾아가 다투고, 신문을 만들고, 극장 매점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버려진 집을 찾아갈 동안 아이들은 장난치며 웃고, 한 남자는 영사기 옆에서 자위하고, 어떤 남자는 전날 밤 자살한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독과 서독의 국경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다음날
‘길의 왕’의 행보, <빔 벤더스 컬렉션>
-
고급 주택가에 침입한 흔적을 남겨둬 공포감을 심고 아울러 사회적인 메시지를 읽게 한다? 글쎄다, 철통같은 부르주아의 심장이 그 정도로 각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깨우치는 자’를 자처하는 얀과 피터는 자신들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으며, 동시대의 누군가가 그들을 뒤따르리라 믿는다. 그리고 여기에 피터의 여자친구 율이 합세한다. <에쥬케이터>를 풍요로운 사회에 사는 철없는 아이들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 본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분노가 아닌 불만이 가득하고 그냥 자유롭고 싶은 세 젊은이가 내뱉는 혁명, 제3세계, 불평등이란 말들이 공허하게만 들린다(그러나 으리으리하게 꾸며놓은 저택을 보며 부러워한 게 솔직한 심정이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락한 삶을 챙기기에 바쁜 나 자신이 정작 죄의식을 느껴야 할 일이다). <에쥬케이터>가 더 덜컹거리는 건 납치된 부르주아가 가당찮게 68혁명을 향수하고 세 주인공 사이에 애정전선이 끼면서부터다. 이렇게 <에쥬케이터>가
영화보다 풍성한 부록 모음, <에쥬케이터: 특별판>
-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사진촬영을 하기로 약속했다. 차승원은 2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목감기 때문에 급히 병원에 다녀온 길이라 했다. 한가한 오후 땡볕이 필요한 사진이었는데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차승원은 본론부터 물어왔다. 본의 아니게 늦었지만 전체 일정에는 차질이 없게 해주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제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습니다. 모델 10년, 영화배우 10년을 합쳐 20년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있으면서 그는 효율과 효과의 법칙들을 많이 체험한 듯하다.
법칙 하나, 될 만한 것에는 목맨다
“홍보 활동을 예로 들면, 나는 될 만한 것에는 목을 매서 하는 성격이다. 가짓수는 몇개 안 된다. 될 법하지 않은 것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이 사람은 맡기면 다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다 하라고 하면 그건 아니란 말이다. 그럼 나는 어느 순간 확 놓아버린다.”
될 것에 매달려 최선을 다하는 차승원은 다가올 미래를 종종 내다보
<국경의 남쪽> 배우 차승원이 살아가는 법칙
-
개연성있는 상상력으로 알을 깨다
MBC <궁>이 드라마 프로덕션 디자인 한계의 최대치를 높여 놓았고, SBS <연애시대>가 현실적인 대사와 시적인 영상 표현의 폭을 넓혔다면, 이번에는 역사의식을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 원년을 되짚어 보게 하는 드라마가 윤곽을 드러냈다.
5월 10일 압구정 CGV에서 MBC 창사 45주년 특별기획 <주몽>의 시사회 겸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담당한 이주한 PD는 "재현은 싫다. 그 시대의 꿈과 그 때 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추진력, 현대인들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사극만의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그리고 싶다." 고 힘주어 말했다.
네 번째 사극 <주몽>을 집필하는 최완규 작가는 "비빌 언덕이 없었다"며 참고 자료 부족과 고증의 어려움을 신음 뱉어내듯 말했다. 그래서 고대 문헌의 몇 줄 기록이 전부인 고구려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개연성 있는 상상력' 으로 채워 넣고 싶다는 것.
"스케일이
MBC 창사 45주년 특별기획 <주몽> 제작 발표회 열려
-
지난 4일 개막한 제3회 환경영화제가 일주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을 선언했다. 폐막식은 5월10일 7시 영화평론가 오동진, MC 류시현의 사회로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영화제 경쟁부문 대상은 사샤 스노우 감독의 <사선에서>에 돌아갔다. 긴장감 넘치는 화면 구성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기를 거부하는 인간 사회가 맹수를 마녀 사냥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우수상은 체르노빌원전사고 20년 후 모습을 그린 훌리오 소토 감독의 <체르노빌, 그 후…>가 받았다. 그 밖에도 컷아웃 기법을 사용한 주재형·송승민 감독의 <환(幻)>이 단편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비키 푸나리·세르히오 데라 토레 감독의 <마킬라폴리스>는 노동문제와 환경문제를 잘 접목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특별언급됐다.
제3회 환경영화제 폐막
-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 시상식이 5월10일 저녁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는 영화배우 한석규의 주최로 CJ엔터테인먼트, 힘픽처스가 주관하고 <씨네21>이 후원하여 신인 시나리오 작가를 발굴하는 행사. 588편이 출품된 이번 공모에서는 김정훈의 <탐정>과 인석현의 <파트너>가 각각 당선작과 가작의 영예를 안았다. <탐정>은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파트너>는 두 강력계 형사의 인간적 애환과 고통을 그렸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석규는 “이 상은 영화에 처음 발을 들이는 막동이들을 응원하고자 만든 상”이라며 “처음 막동이를 만들었을 때는 나도 막동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딜 가도 나이 상 순위 3위 안에 들게 됐다”고 웃으며 신인 작가들의 첫걸음을 응원했다.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힘픽처스 한선규 대표, <씨네21> 김상윤 대표, 이번에 심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 시상식 열려
-
불가능한 작전의 압도적 예매율. 개봉 첫주 50%에 가까운 관객점유율을 보였던 <미션 임파서블 3>가 주요 영화예매 사이트(맥스무비, 인터파크, 티켓링크, YES24)의 5월 둘째주 예매순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차지하고있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예매와 현장판매를 합쳐 보여주는 티켓링크에서의 점유율도 50%에 육박하며, 맥스무비와 YES24에서는 심지어 70%를 넘겼다. <사생결단>과 <맨발의 기봉이>가 2위와 3위를, <파이널 데스티네이션>과 <아이스 에이지2>가 4위와 5위를 다투는 양상이지만 1위의 자리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도토리 키재기다. 강혜정, 조승우 커플의 <도마뱀>은 YES24에서만 5위에 올랐다.
각 사이트 예매 순위
(5.10일(수) 오후 5시 기준. 단, 티켓링크는 예매와 현장판매를 합친 순위)
티켓링크
1위 <미션 임파서블 3> 49%
2위 <맨발의 기봉이> 21.5%
[주말극장가] <미션 임파서블 3> 예매순위 1위
-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통해 섬세한 여성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태용 감독이 7년만에 내놓은 신작 <가족의 탄생>이 언론시사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소중한 사람을 충분히 아끼지 못하고, 마음은 그게 아닌데 진심을 몰라주는 듯한 상대의 모습에 발끈하여 막말을 내뱉고, 나의 불안함을 이유로 사랑하는 이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어버린 뒤 후회하는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얻고, 가족의 잃고, 가족을 꿈꾸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홀로 분식집을 운영하던 미라(문소리)가 몇년 만에 찾아온 말썽쟁이 남동생 형철(엄태웅)을 설레며 맞이하면서 시작한다. 반가움도 잠시, 형철이 자신의 부인이라며 소개한 무신(고두심)은 그의 어머니라 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리고 무신의 전남편의 전 부인의 딸 채현이 찾아온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가족의 기묘한 확장을 그린다면, 평생동안 키워온 애증의 고삐를 늦추지 못한
김태용 감독이 7년만에 내놓은 신작 <가족의 탄생> 기자 시사 (+전문가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