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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우연히 몇몇 영화 담당 기자만 남은 술자리에서 영화기사의 방향에 대한 짧은 논쟁이 오갔다. 요컨대 영화의 완성도와 관객의 취향을 기사가 어떻게 조율해야 하느냐는 문제였다. 이제 필요한 건 좋은 영화를 ‘띄워주기’가 아니라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영화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꺼냈다. 갈수록 영화 기사가 지지하는 영화는 흥행성이 부족하다는 쪽으로 해석되어지는 현실에서 나온 일종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들지만 수긍하기는 힘들었다. 영화 기사가 무조건 대중의 선택을 지지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취향의 문제인 영화 선택을 계도해야 한다는 것도 좀 낡은 발상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면 나오는 영화지면이 영화 비판에 할애된다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사들에서 ‘대략 난감’ 정도의 평을 받거나 외면당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는 걸 보면 헷갈리는 기분이다. <투사부일체>는 600
[팝콘&콜라] 기사 따로, 흥행 따로, 영화기자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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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보면서 성장해 왔던 나의 옛 모습을 뒤돌아보면, 배우에 대한 동경과 판타지에 사로잡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영웅본색>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돈을 불태우던 저우룬파(주윤발), 전화박스에서 숨을 거두던 장궈룽(장국영), <탑건>에서 F-14 톰 캣의 시끄러운 굉음에 쾌감을 느끼게 했던 톰 크루즈. 내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고히 간직했을 법한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의 브로마이드. 할리우드와 홍콩 배우에 대한 동경으로 방안 가득 브로마이드를 채워넣었던 내 세대의 평범한 영화 체험은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1994년부터 시네마테크 활동을 하며 남들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게 되면서부터 그 평범함과는 점차 거리를 두게 되었다. 배우보다는 감독을 먼저 보게 되었고,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유럽이나 제3세계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영화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마리아 팔코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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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수호를 위한 1인 시위의 세 번째 주자로 나온 장동건의 피켓에는 이런 구호가 씌어있었다. “스크린쿼터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 그가 주연을 맡았고 최고 흥행작 대열에 든 두 영화의 제목을 이용한 이 재치 있는 구호는 그러나 좀 찜찜했다. 스크린쿼터가 수호하려는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이 구호가 말하는 ‘한국영화의 힘을 세계에 떨치자’는 뜻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수호 시위에 이런 애국주의적이며 산업적 욕망이 담긴 언어가 과다했던 건 사실이다. 이번 주 <씨네21>에는 스크린쿼터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글이 다섯 편 실렸다. 영화산업 종사자에겐 쓴 소리로 들릴 이 글들은 논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문화다양성을 보존하려면 스크린쿼터 수호뿐만 아니라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영화산업 내부의 풍토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준만 교수의 지적은 가장 신랄한데,
스크린쿼터 수호가 강자독식 풍토 면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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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중남미 출신 배우와 감독이 뭉쳤다. <이투마마>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멕시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브라질의 헥터 바벤코의 신작 <더 패스트>의 주연을 맡는다. 베르날이 맡은 역은 결별 이후 새로운 삶을 찾으려 하지만 끊임없이 전 부인에게 쫓기는 남자다.
레니 크레비츠/ 가수 레니 크레비츠가 마약 중독에 빠진 뮤지션을 연기한다. 그동안 영화계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온 그는 레이 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이스드>를 데뷔작으로 낙점했다. 공교롭게도 영화는 유망한 출발을 했던 한 뮤지션이 마약에 빠져들면서 점차 파멸해가는 내용을 다룬다. <섀도 복서>의 감독 리 다니엘스가 연출한다.
유해진/ <왕의 남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육갑이’ 유해진이 전문 도박꾼으로 변신한다.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이 출연해 화제가 된 <타짜>(감독 최동훈)는 허
[캐스팅 소식] 중남미 출신 배우와 감독이 뭉쳤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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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영화는 전쟁영화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장대한 액션 장면, 초인적 영웅의 등장, 그리고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동료들간의 내밀한 감정교류가 은유적 구실을 한다는 것도 흡사하다. 그럼에도 스포츠영화는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때로는 초인적 영웅 대신에 가련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인공을 내세우곤 한다. <달라스의 투혼>이 좋은 예다. 은퇴할 날을 기다리는 적지 않은 나이의 선수가 나오는 이 작품은, 인상적인 스포츠영화다.
미식축구 선수 필은 매일 아침, 고통 속에서 깨어난다. 자신이 겪는 경기장에서의 고통이 오버랩되는데 이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의 직업인 미식축구 자체가 격한 몸싸움을 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강철 같은 몸뚱이”란 찬사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할 수도 없다. 부상도 당하다보니 이제 그는 은
어느 퇴물선수의 고통, <달라스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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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대타로 긴급 편성된 8부작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이 수상하다. “캐릭터가 살아 있다”, “땜방이기엔 너무 아깝다”, “<늑대> 일은 안타깝지만 그 덕에 좋은 드라마 봤다” 같은 의견과 함께 애초 분량인 12부작으로 보여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연일 드라마 게시판을 채운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점유율은 10%대. 호평에 비해 저조한 시청점유율은 같은 땜빵 드라마였던 <떨리는 가슴>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는 <한강수타령> 종영 이후 준비 중인 후속 드라마가 늦어지면서 대타로 긴급 편성됐었다. 열혈 시청자들 덕에 색깔있는 드라마로 관심을 끌면서 지난해 민언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뽑은 ‘올해의 최고 드라마’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 인생의 스페셜>은 <떨리는 가슴>만큼의 반응은 아니지만 과히 MBC가 위기대처용 드라마 선택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게 하는데 무리가 없을
도라지야, 산삼이야? <내 인생의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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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대. 사랑을 어떻게 말려. 사랑은 정신병인데.” 전혀 공부에 미치지 못한 은민이 사랑에 미쳐 말했다. ‘사랑과 야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저 말투처럼 이 드라마, 너무 귀엽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는 참으로 MBC답다. 알고 보니 재벌 2세라거나, (돈만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싹수가 남몰래 자라고 있었다거나, 알고 보니 암이라거나, 알고 보니 ‘엄마였네?’라거나,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었네?”라거나,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바보라거나 하는 “알고 보니”가 없다.
그래서 알고 보니? 어, 재밌다. 특별히 가슴 뛰게 하는 비밀 같은 걸 숨겨놓지 않았는데도 재밌는 건, 다른 ‘알고 보니’가 있어서다. 그게 뭐냐면? 사람에 대한 ‘알고 보니’다. 알고 보면 별난 것도 없지만, 알고 보면 또 별 인간 다 있는 온갖 인간들의 아기자기 파노라마가 너무 실감나게 펼쳐지는 거다. 이러니, ‘드라마 찍고 자빠졌네’가 아니게 살아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뽀뽀 마흔개를 하고 싶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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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이 압도적 예매율로 예매순위 1위에 올랐다. 영화티켓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 티켓링크, 인터파크가 2월22일 오후 6시 현재 집계한 영화 예매순위에 따르면 세 사이트 모두에서 <음란서생>은 60%에 육박하는 예매율을 기록하며 10% 대의 다른 영화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음란서생> 디지털 상영 역시 인터파크 집계 4위에 올랐다.
2위권은 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는 맥스무비에서 2위에 랭크된 것을 비롯, 다른 사이트들에서도 3위에 올라 여전한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언더월드2: 에볼루션>은 10% 초반의 예매율로 티켓링크와 인터파크에서 2위에 올랐다.
맥스무비 예매순위: 1위 <음란서생>(63.14%), 2위 <왕의 남자>(14.82%), 3위 <언더월드2: 에볼루션>(7.38%) 4위 <구세주>(4.03%) 5위 <뮌헨>
[주말극장가] <음란서생> 예매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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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부터 5월5일까지 열리는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이 확정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주최하는 ‘마스터클래스’의 올해 주제는 ‘배우’로, <파이란> <올드보이>의 최민식과 <쉘 위 댄스> <으랏차차 스모부>의 다케나카 나오토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5월3일에 최민식이, 4일에 다케나카 나오토가 한 차례씩 진행하게 된다. 영화 관련 학과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신청할 수 있으며 선착순 100명, 참가비는 2만원이다. 3월10일부터 4월10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최민식, 전주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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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이 영화 <해바라기>(감독 강석범, 제작 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에 주인공 오태석 역으로 캐스팅되었다. 영화 <어린신부> <미스터 소크라테스>와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등에 출연한 김래원은 휴먼드라마 <해바라기>에서 교소도 출소 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는 태석을 연기할 예정이다. 차가운 현실 속에 태석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어머니 역으로는 이혜숙이 캐스팅되었다. <해바라기>를 연출하는 강석범 감독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를 연출하고 <투사부일체>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해바라기>는 6월 크랭크인, 11월 중 개봉 예정이다.
김래원 <해바라기>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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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1인 시위가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청와대 앞으로 번진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는 2월23일 양윤모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1인 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교보빌딩 앞에서는 <왕의 남자>에서 ‘왕의 여자’ 장녹수 역으로 출연한 영화배우 강성연이 1인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두 사람은 1인 시위 18번째 주자다.
스크린쿼터 사수 1인시위 청와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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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공식 일정이 발표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2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를 통해 10월12일부터 20일까지의 일정을 확정지었다. 주요 행사는 예년처럼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극장가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각각 10월12일과 20일, 오후 7시30분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열 한 돌을 맞는 이번 부산영화제에는 ‘아시아영화의 창’과 ‘새로운 물결’ ‘크리틱스 초이스’ 등의 부문에서 250여편의 영화를 초청, 상영할 계획이다.
영화사전제작지원 프로그램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은 아시아 지역 이외의 프로젝트를 포괄하기로 했으며, 합작 프로그램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제1회 아시아 필름마켓이 영화제 기간인 15일부터 18일까지 열려 마켓용 작품 200여 편이 해운대지역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부산영화제 10월1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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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 김동윤 주연의 청춘 멜로영화 <울어도 좋습니까?>(제작사 튜브픽쳐스, 감독 최창환)가 2월19일 4개월동안의 촬영을 마쳤다. <울어도 좋습니까?>는 고등학교 2학년생 영남(윤진서)이 남자친구 재희(김동윤)와 갑작스럽게 이별한 뒤 겪는 일상 속 감성을 섬세하게 그리는 영화. 마지막 촬영분은 재희의 사고 소식을 들은 영남이 병원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이었다. 최창환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전주에서 대부분 촬영이 이뤄진 이 영화는 5월초 개봉될 예정이다.
윤진서 주연의 <울어도 좋습니까?> 크랭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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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가 <실미도>를 뛰어넘어 국내 역대흥행 2위에 올랐다. 배급사 시네마서비스는“2월 21일 <왕의 남자>는 전국관객 1천 111만 8천 167명을 기록하며 <실미도>가 보유했던 종전 기록 1천108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작년 12월29일 개봉한 <왕의 남자>는 현재 서울 57개, 전국 261개의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며 기록을 달성한 21일 당일에도 5만7천901명의 전국관객을 불러모았다. 지난 2주간 <왕의 남자>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전국 7-9만명, 주말에는 전국 15만명 선의 관객을 동원중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현재 62만8천명의 격차로 역대흥행 1위를 고수중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4만 6천명의 기록에도 열흘이면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의 남자> 역대흥행 2위에 등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