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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곽승일)는 시에서 지원받는 예산을 바탕으로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캠프는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번엔 이유를 알 수 없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준비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에 참가 신청을 하는 시민들이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될 것보다 그 과정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영서(마영주), 둘만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동반 참여한 남매 지환(임병주)과 아진(권서연), 그리고 정체를 특정하기 힘든 소희(우리안)가 그 주인공이다. 그렇게 그들은 자연에서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박용철 감독의 <수호>는 소규모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심리묘사가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다. 비록 규모가 작아도,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아내고야 만다. 수호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자아내는 감동이 인상적이다.
[리뷰]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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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온다!” 만나야 할 영화는 끝내 찾아온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작 <벌집의 정령>이 긴 세월을 뛰어넘어 국내 정식 개봉한다. 제21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이래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감을 준 이 작품은 영화의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20세기 영화사의 걸작’이란 수식어에 손색이 없다. 스페인 내전 직후인 1940년 무렵,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이동식 영화 트럭이 찾아온다. <벌집의 정령>은 역사의 알레고리를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영화다. 아나가 정령을 찾아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어느새 내전으로 엉망이 된 스페인의 아픔과 겹치고, 동화 같은 환상 속에 서늘한 진실이 아른거린다.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마술은 5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 생기를 발휘한다.
[리뷰] 동화같은 환상 속에 아른거리는 서늘한 진실, <벌집의 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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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엄마를 잃은 11살 소녀 카린(고토 노아)은 아빠 테츠야(아오키 무네타카)와 함께 절을 찾는다. 아빠는 엄마의 기일 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후 떠나고 카린은 혼자가 된다. 곁에 아무도 없다는 걸 실감하며 기운을 잃어가던 차, 절에 사는 37살 고양이 앙주와 만나면서 일상의 재미를 되찾는다. <고스트캣 앙주>는 타이틀롤을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작품이다. ‘아저씨 고양이’가 가진 느긋함과 잔정이 영화를 포근하게 감싼다. 카린과 앙주가 환상적인 모험을 하다가 만나는 요괴들의 외형이 각기 달라 보는 재미를 안긴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자 그동안 캐릭터 컨셉 디자이너로서 영화작업에 참여했던 구노 요코의 정식 감독 데뷔작이다.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애니메이션영화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리뷰] 비워져도 다시 채워지는 뭉근한 마음, <고스트캣 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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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 원인 모를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다. 감염자는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한몸에 지닌 수인(獸人)이 되어 격리되거나 사살된다. 소년 에밀(폴 키르셰)의 어머니 역시 수인화를 겪어 보호소에 격리 중이다. 프랑수아(로맹 뒤리스)는 어떻게든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아들 에밀과 함께 보호소 근처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한데 가족구성원을 수인으로 둔 두 부자와 달리 마을 사람들에게 수인은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수인을 향한 시민들의 테러가 극으로 치닫던 어느 날, 에밀의 어머니가 호송 중 탈출해 실종된다. 이들이 처한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밀에게도 변이의 조짐이 발현된 것이다.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엑스맨> 시리즈 등 소수자 차별을 돌연변이 존재로 은유한 작품은 대개 ‘무엇’(What)이 중요한 질문(“무엇이 정상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등)을 건네며 의제를 서사화한다. 반면 <애니멀 킹덤>이 보다 집중하는 질문은
[리뷰] 무엇(What)보다 어떻게(How)에 집중하는 정치, 윤리적 상상력, <애니멀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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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월레스와 그로밋을 찾아온 때는 월레스가 경제적으로 곤궁한 형편에 처했을 시기였다. 발명가 양반은 자신의 영감을 주체할 수 없기에 늘 과하게 발명을 해댄다. 체납 고지서는 쌓이고, 여윳돈은 없다. 그나마 변통할 수단이라면 방치된 방 하나를 세놓는 것. 그래서 세입자를 들이는 광고를 냈다. 그리고 그가 찾아왔다. 과묵하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는 자신에게 할당된 허름한 방 대신 그로밋의 방을 차지한다. 굴러온 돌은 너무나 당당하게 박힌 돌을 빼냈다. 집주인 월레스는 당황했지만 당장 한푼이라도 아쉬웠기에 받아들였다. 그는 무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전략적으로 살갑게 굴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월레스에게는 살갑게, 그로밋에게는 무례하게 굴었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관계에 파고들어서 둘을 떼어놓는 것, 이간계는 적중했다. 이제 월레스의 집은 그의 거사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되었고, 월레스는 범죄의 대리 수행인으로 조종될 운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에게는 <기생충
[기획] ‘오락영화의 물리법칙이 거꾸로 작동할 때’, 설 연휴 추천 OTT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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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네명의 여자가 있다. 준비 태세를 갖추더니 곧이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손에 든 망개나뭇가지, 털실, 립스틱, 권투 글러브를 카메라 너머로 힘껏 날리며 포효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의 드라마 <아수라처럼>의 오프닝을 처음 본 이후 매일 수없이 영상을 돌려보았다. 진창 난 내면을 배회하다 이윽고 촉발되고 끝내 화르르 불타버리는 그런 여자들을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짐승과도 같은 그녀들의 울음소리에 응답할 준비를 하며 며칠을 보냈다. 1월9일 목요일 <아수라처럼>이 오픈되고 그주 주말에 뒤늦은 시청을 하였는데, 결론은 나는 그녀들의 포효에 응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네 자매가 정말로는 포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프닝의 장면들은 실상 본편에서는 없는 장면들이었다.
간략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삼녀 타키코는 도서관이 오픈되기도 전인 이른 시간에 출근해 차녀 마키코에게 전화를 건다. 할 얘기가 있다며 자매들을
[기획] ‘아수라처럼, 진짜 아수라는 아닌’, 설 연휴 추천 OTT <아수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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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는 늘 볼거리로 넘쳐난다. 극장가뿐 아니라 OTT에서도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긴 연휴를 풍성하게 채워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작품들의 리스트를 정리해보는 게 이 무렵의 정석이겠지만 때론 꼭 집어 한편만 골라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다. <씨네21>에서는 이번 설 연휴에 꼭 챙겨봐도 좋을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을 각각 한편씩 꼽아보았다. 기준은 하나다. 이 작품이 지금 왜 다시 만들어졌을까.
첫 번째 작품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이다. 1979년 <NHK>에서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무코다 구니코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을 위해 미야자와 리에, 오노 마치코,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 등 일본의 대표적인 여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넷플릭스 드라마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국내 팬들의 주목을 모으는 중이다. 서로 다른 삶을
[기획] 보고 또 보고 – 연휴에 챙겨볼 만한 시리즈 <아수라처럼>과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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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라 나바로 지음 엄지영 옮김 비채 펴냄
결혼을 원하지 않는 남자 이스마엘과 결혼을 원하는 여자 ‘나’가 결혼을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 위해 결혼한 척하기로 한다. 가짜 결혼식을 핑계 삼아 “섬에 가서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해변가에서 보낸 첫 나흘 동안은 시간이 녹아 흘러내리듯 흐른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이스마엘의 통증이 시작된다. 음식 찌꺼기가 잔뜩 낀 잇몸이 부어올랐지만 식욕은 여전히 왕성한 이스마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삿갓조개 껍데기가 이스마엘의 잇몸을 관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가짜 남편의 입냄새는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이스마엘은 갑작스레 고백한다. “사실 나, 벌레로 변하고 있어.” 이즈음에서 카프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단편소설 <잇몸>은 결혼과 불운이라는 테마로 이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표제작 <토끼들의 섬>에서도 악취가 중요하다. 강에서 시체를 발견한 남자는 한 섬에 텐트를
씨네21 추천도서 - <토끼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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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중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이마고 문디’에 연재된 사회학자 김홍중의 영화 에세이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영화에 대한 글 7편이 묶였다.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나루세 미키오, 지아장커, 켈리 라이카트, 코언 형제와 아키 카우리스마키, 박찬욱과 박해영의 총 7장으로 영화 작가들의 이름이 나열된 목록만으로도 풍성함이 전달되는 듯하다.
최근 개봉한 <쇼잉 업>의 켈리 라이카트 감독에 대한 글을 먼저 살펴보면 좋겠다. “켈리 라이카트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독보적인 감독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켈리 라이카트의 스타일은 흔히 “느린 보폭의 리얼리즘”이라고 불린다. 특별한 사건이나 스펙터클, 극적 전개가 거의 없이 관조적이고 섬세하고 미니멀한 카메라가 이야기를 이어간다. 인물의 본성이나 이력 또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 느림은 단순한 미학적 효과나 아방가르드적 실험의 의미를 넘어서, ‘영화가 아니었다면 놓
씨네21 추천도서 - <세계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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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92년 신년 세일!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배달된 편지봉투 속에는 채시라가 모델인 그 옛날의 전단지가 고이 들어 있다. 엄마는 인쇄물을 보자마자 이건 아빠가 보내온 게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기민하게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하고 부자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에스’의 아버지는 종이 인쇄가 사양산업의 길목으로 들어서기 직전 인쇄소를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일거리가 뚝 끊겨 파산한다. 그쯤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아빠는 성공의 기억이 있는 을지로 인쇄골목을 떠나지 못하고 엄마의 인감도장으로 빚을 내 연거푸 파산한 후 잠적한다. 아니, 여기서 멈췄으면 또 나았을 것이다. 에스의 엄마는 이번엔 에스의 이름으로 빚을 내 홍제동에 작은 옷가게를 열고 카드 네개로 생활비를 돌려막으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부모의 빚을 자식이 이어받아 개인회생과 파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무살의 이야기. 암담하기만 할 것
씨네21 추천도서 - <이렇게 바삭한 카사바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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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펴냄
‘시간은 금이다’라는 그 유명한 관용구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시간에 관련한 대부분의 격언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충실히 아껴 쓸 것을 조언한다. 이른바 ‘갓생’이라 불리는 시대 정서 역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자기 계발에 열중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주말에 10시간을 누워서 휴식을 취한 사람과 회사에 출근해 일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전자의 경우처럼 시간을 보내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거나 주변에서도 허송세월한 것으로 치부한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금액으로 책정되는 것만 봐도 현대사회에서 시간은 곧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만큼 자본주의사회에 충실한 노동력을 제공할 것인가가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되는 것이다. <시간 불평등: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의 원제는 ‘시간의 정치’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시간이 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제이며, 산업사회에서 시간이라는 규율을 정함으로써 어떻게 계급과 불평
씨네21 추천도서 - <시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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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불평등>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펴냄
<이렇게 바삭한 카사바칩> 이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세계에 대한 믿음> 김홍중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토끼들의 섬> 엘비라 나바로 지음 엄지영 옮김 비채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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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는 영웅도 주인공도 없다. 강물 위에 여객기를 비상착륙시켜 수많은 목숨을 안전하게 지켜낸 비행기 기장(톰 행크스)이 나오기는 하지만, 막상 영화에 비친 그의 모습은 복잡한 소송과 주택담보대출로 골머리를 앓는 삶에 찌든 평범한 생활인이다. 대신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것은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채로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는 보통 사람들, 무수한 ‘우리들’이다. 위험천만의 대형 사고에서 한명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 기적은 이들 덕분에 가능했다. 어떻게 보면 미국 찬가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현대 산업사회에 대한 찬가로 읽힐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또 더 지혜로워지게 만들고 거기에서 느슨한 합의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유능한 지도자는 필요하지만, 이 비뚤어진 세상을 자기가 나서서 한번에 ‘바로잡겠다’는 ‘백마 탄 초인’ 따위는 별로
[홍기빈의 클로징] 스머프 민주주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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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피부처럼 영화의 질감도 영화마다 다 다르다. 한편의 영화에서 ‘룩’을 구현한다는 것은 질감을 결정하는 일이다.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은 카메라의 매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렌즈의 특이성, 빛의 성질인 광질과 광량, 빛을 통한 색의 사용과 미술에서 색의 활용, 공간과 소품의 소재 특성, 영화 안 의상의 소재와 표면 성질 등 다양하다. 이런 요소들은 영화 안에서 작용하고 있지만 서사에 가려 잘 인지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질감으로 인지되는 요소는 화면의 거침과 부드러움, 선명함과 지저분함과 같은 인상일 것이다. 그것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화면 위 그레인, 필름에서는 입자, 디지털에서는 노이즈라는 질감이다. 디지털의 입자는 말 그대로 노이즈라 배격되지만 필름의 입자는 디지털 시대에 점점 더 선호되고 있으며, 디지털 안에서 필름의 입자를 표현하려는 시도까지 늘고 있다. 필름의 입자는 화면을 거칠고 지저분하게 보이게도 하고 때로는 피사체의 형태를 선명하지 않게 하기도 한다.
[박홍열의 촬영 미학: 물질로 영화 읽기] 필름 질감의 미학, 필름의 ‘룩’과 우연성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