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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 개막을 앞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5편과 ‘온 스크린’ 6편의 선정작을 공개했다.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는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동시대 한국의 상업영화를 엄선해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섹션이다. 올해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에선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 4편, 한국 프리미어 상영작 1편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 목록엔 <폭로: 눈을 감은 아이> <보고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청설>이 올랐다. 전선영 감독의 <폭로: 눈을 감은 아이>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살인사건을 계기로 재회하게 된 범인과 형사의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사건을 그린 스릴러다. <보고타>는 <소수의견>을 연출한 김성제 감독의 신작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밀수업에 뛰어든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이외에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올해 부산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와 시리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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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현역 시절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김연아 선수의 한마디를 처음 들었을 때 ‘우문현답’이란 고사성어를 재연드라마로 시청하는 기분이었다. 격언 탄생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며 실력을 갈고닦아 경지에 오른 자가 바라보는 풍경은 저런 걸까 하는 경탄과 다른 사람도 아닌 ‘김연아’의 말이니까 가치를 지니는 거 아니겠냐는 배배 꼬인 심보가 동시에 교차했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요즘 부쩍 ‘이걸 꼭 해야 하는 걸까’라는 잡념 속에 피곤한 나날이 이어지는 중이다. 더 편한 길이 있는데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 같고,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바보짓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는다. 그럴 때 문득 ‘그냥 하는 거지’란 말이 떠오르면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할 일을 하는 일상의 반복이다.
마감에 허덕이는 목요일, 유튜브 쇼츠로 잠시 도망쳐 이런저런 영상을 뒤적이다가 오래전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법정 스님을 봤다. ‘우리는 왜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잃어버린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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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시간대에 사는 두 남자 전영하(김윤석), 구상준(윤계상)의 삶에 살인사건이 무심코 내던져진다. 사건의 주변부에 있던 두 남자는 살인사건이 남긴 파장에 우연히 빨려 들어가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무참한 비극을 마주한다. <미스티> <부부의 세계> 등을 흥행시킨 모완일 드라마 PD는 2021년 ‘JTBC X SLL 신인작가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대본을 읽고 “재밌으나 시리즈로 만들기엔 위험한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이 작품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했다. 작품을 쓴 신인 손호영 작가 또한 모완일 PD와의 첫 미팅 자리에서 “영상화가 용이하지 않은 대본이라 제작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영상매체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작품이라 단정했던 두 창작자는, 어느새 의기투합해 올해 가장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함께 지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인터뷰] 감정이 옮아가는 서스펜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연출, 손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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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작가는 원래 시나리오 각본·각색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영화인이다. 10년 전 <씨네21>이 ‘시나리오작가 뉴웨이브’를 호명했던 특집에 등장해 <고령화 가족>의 시나리오작가로 인터뷰한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 김재환 작가는 새롭게 떠오르는 드라마작가의 대표적인 이름이 됐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의 성공 이후 KT 스튜디오지니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 역시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호평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어 아너>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두 아버지의 추적 스릴러극이다. 판사로서 올곧은 신념과 정의를 증명하던 송판호 판사(손현주)는 아들 송호영(김도훈)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다 점점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게 된다. 둘째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우원시의 최고 권력자, 우원그룹 대표 김강헌(김명민)은 남은 첫째 아들 김상혁(허남준)을
[인터뷰] ‘법칙이 법칙이 없다는 게 법칙’, <유어 아너> 김재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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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태풍이 연일 불쾌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2024년 8월의 대한민국, 두편의 시리즈가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중이다. 지난 8월12일 지니TV와 ENA를 통해 매주 2화씩 공개 중인 시리즈 <유어 아너>, 8월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모두 스릴러의 장르 관습을 까뒤집으며 이전에 본 적 없는 이야기를 파죽지세로 선보이고, 각 작품의 배우들은 장력 넘치는 플롯 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섬뜩한 얼굴을 꺼내 보인다. 학원 코미디물이었던 전작 <소년시대>와 180도 다른 이야기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유어 아너>의 김재환 작가, 2021년 ‘JTBC X SLL 신인작가 극본 공모전’에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우수상을 받은 이후 ‘엄청난 데뷔작이 나왔다’는 소문을 업계에 무성하게 만든 손호영 작가와 <미스티> <부부의
[기획] 내 시간 어느새 '순식간에 삭제!', <유어 아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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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리 대표와 장건재 감독이 영화제작사 ‘모쿠슈라’로 박자를 함께 맞춰나가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고등학생의 흔들리는 첫사랑을 그린 <회오리 바람>을 제작하며 극장 배급을 위해 직접 영화시장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누군가 작품과 관객을 연결해주길 마냥 기다리기보다 직접 마침표를 찍어나가는 모험가가 되기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잠 못 드는 밤>의 영문 번역을 맡은 윤희영 PD와 인연을 맺고 2016년부터 <한국이 싫어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최초의 기억> 등 소재와 주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쿠슈라는 장강명 원작 소설을 빌려 살아 있는 계나(고아성)를 완성했다. <한국이 싫어서>의 힘을 그려낸 장건재 감독, 현실적인 지반을 다진 김우리 대표, 뉴질랜드 생활을 한 경험으로 로케이션을 통
[인터뷰] 참을 수 없이 좋으니까!, <한국이 싫어서> 제작사 모쿠슈라 장건재 감독, 김우리 대표, 윤희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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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하는 여자의 손에는 리볼버가 들려 있다. 이 리볼버는 2년 전 하수영(전도연)이 연인을 대신해 비리를 덮어쓸 때 7억원의 보상을 약속하는 구두계약이 녹음되어 있던 핸드폰과 맞바꾼 것이다(두 사물이 직접 교환된 건 아니지만 리볼버는 여자가 데이터 복구에 실패한 핸드폰을 버리고 빈손이 되었을 때 찾아온다. 리볼버는 과거를 냉담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자만이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일을 쉽게 해결해줄 힌트 대신 일을 더 어렵게만 만들게 될 무기다. 앞으로 그녀와 대면하게 되는 모두가 그녀를 골치 아파할 것이다. 수영은 스치는 인연마다 사사롭게 얽혀 있고, 정윤선(임지연)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적대감을 비친다. 실연, 원망, 동경, 동질감 그게 무엇이든 총구 앞에서는 평등해지는 것처럼. 그러나 이들이 사나워지는 것은 반대로 수영의 반응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영은 자신의 요구를 순진하게 관철하면서 탑을 오르는 사람이다
누아르의 재현과 불발된 멜로, <리볼버>의 과도한 경직이 감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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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의 종결부에서 오승욱 감독은 스스로 “1990년대 중반 연출부 일을 할 때 최대의 관심사”였다고 밝힌 충무로의 선대 감독 김기영의 한 장면에 접근한다. 하수영(전도연)이 한손에 돈가방을 들고 결말의 무대인 화종사를 내려갈 때, 그녀 옆에선 그레이스(전혜진)가 앤디(지창욱)의 휠체어를 힘겹게 밀고 있다. 하수영이 휠체어에 탄 앤디를 산 위에 올려둔 것처럼 그레이스도 방향을 뒤집어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하지만 절 앞마당에 깔린 파쇄석 때문에 잘 밀리지 않는다. 휠체어 바퀴가 자꾸만 헛돌고 그레이스의 하이힐은 돌밭 사이에 박혀버린다. 그 와중에 그레이스와 앤디가 실은 모자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범죄영화의 클라이맥스라기엔 좀 황당한 광경이다. 돈을 건네받은 쪽의 정서는 생각보다 건조하고, 돈을 넘겨준 쪽은 엉뚱한 곳에 힘을 쏟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여자는 지금 손에 인생의 무거운 짐을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리볼버>에 깃든 김기영의 흔적은
다시 돌아갈 순 없으리, <리볼버>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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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리볼버>는 드라마의 성질과 장르의 본질을 따르는 척하면서 거스른다. 드라마의 얼개는 있지만 극적인 충격은 없다. 대신 묘사가 있다. 시각적 층위에서 드라마의 극성이 사라진 부분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극적 수사를 대신한다. 그게 상당수 관객의 심기를 건드렸다. 폼을 잡으며 허세를 부리는 재수 없는 영화, 겉만 그럴싸하며 알맹이는 없는 인물들만 나오는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삶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겸손한 통찰을 품고 있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인 극적 장치, 클리셰, 선입견 등을 동원하면 안된다는 강박감의 발로로서 우리가 이해하고 싶은 명쾌한 방법론을 거부하고 궤도를 이탈한 채 인간의 이해는 클리셰를 넘어서는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신중한 묘사를 취한다. 굉장한 척 보이지만 실은 시시한 것들을 묘사하면서 이 영화는 영화적 품격이라는 걸 성취하고 있다. 그 수법이 치밀하고 성실하며 다양한 장인적 기예를 포함하고 있어 연출과 연기, 촬영
허세가 자세가 될 때, <리볼버>의 영화적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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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가 25만 관객(8월20일 기준)을 모으며 지난해 추석 <거미집>의 충격적인 흥행 부진을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형 장르물의 대들보처럼 여겨지던 감독들의 야심작이 관객에게 냉담히 외면받고 있다. 한국영화가 불쌍하다거나 이 상황이 안타깝다는 이유만으로 <리볼버>를 다시 호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리볼버>를 보며 느낀 모종의 이상함과 엇나감, ‘오승욱은 영화를 왜 이렇게 찍었지?’라는 관객으로서의 응어리, 그래서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곤란함을 지금이나마 다소 해소해보고 싶은 영화 주간지의 욕심이 이번 특집기사를 불렀다.
그렇다면 조금 구체적으로 다시, <리볼버>는 왜 다시 말해져야 하는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답은 <리볼버>를 향한 원색적 비난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출하게 말하자면 <리볼버>는 이상하다. 어쩌면 사실 그냥 잘 못 만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아르의 비
모난 돌이라 어여쁘다, <리볼버>의 이상함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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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는 굳이 돌아봐야 할 영화일까. 별달리 흥행하지 못했고 공개 당시 평단의 압도적 지지도 없었으며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지도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번 <리볼버> 특집기사는 그 이유가 있지 않냐고 제언하는 자그마한 항변에 가깝다. 우선 이우빈 기자는 <리볼버>의 이상함이 근래 한국영화가 진정 갖춰야 할 미덕이라고 주장하며 논의의 기반을 닦았고, 김영진 평론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적 성과로 길이 평가받을 작품”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병규 평론가는 “비로소 오승욱의 두 번째 챕터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리볼버>가 한국영화의 아파트란 공간을 어떻게 변주했는지 살폈다. 그리고 김예솔비 평론가는 리볼버를 든 하수영(전도연)의 이미지를 불발된 멜로의 변형으로 흥미롭게 간주했다. 개봉 시기가 지난 영화를 뒤늦게 지면에 불러오는 욕심을 통해서라도 <
[특집] 총알은 남아있다, <리볼버>로 돌아보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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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감독은 정말 꿋꿋하게 걷고 있다. 2006년 <방문자>를 시작으로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로 독립영화계에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각인시켰고 이후에도 <컴, 투게더> <청산, 유수> 등을 공개하며 단단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택한 신동일 감독이 로드무비의 형식에 이끌린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신작 <문경>은 도시 생활에 지친 문경(류아벨)이 문경에서 만난 비구니 가은(조재경)과 겪는 로드무비다. 각자의 상처를 지닌 이들은 유랑 할매(최수민) 집에 머무르면서 자신들만큼 혹은 더 큰 고통을 견디고 있는 소녀 유랑(김주아)을 만나서 치유의 길에 이른다. 번뇌에서 벗어난다. 전작들보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과 풍경으로 관객을 찾은 신동일 감독은 멈추지 않고 더 멀리 가는 다양한 로드무비를 구상하고 있었다.
- <컴, 투게더> 개봉 때 만나고 훌쩍 7년이 지
[인터뷰] 상실에서 벗어나는 로드무비, <문경> 신동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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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음과 어둠의 온유한 공존. 배우 하윤경에게 내적으로 성숙한 배역이 곧잘 주어지는 건, 그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자신다움을 직시하고 성찰하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일 터다. “캐릭터의 주축은 지키되 그 반대편의 면모를 불쑥 내보일 때 인물이 비로소 재미있어진다”고 말하는 이 배우도 스스로의 장점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딸에 대하여>에서 동성 연인 그린(임세미)과의 사랑을 7년간 지켜온 여성 레인은 퀴어 커플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차별과 압력을, 그와 무관하지 않은 주거난의 불안을 온전히 마주하는 인물이다. 타인에게 밝은 빛을 나누어줄 때는 물론 숨겨지지 않는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을 때도 하윤경의 에너지는 맑게 뻗어나간다. 배우의 시선에 힘입어 <딸에 대하여>는 한결 더 진실한 촉감을 입는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딸에 대하여>를 촬영했다. 커리어의 전환점이라 할 만한 시기에 작품 선택을 할 때 고민한
[인터뷰] ‘온전히 바라보는 시선의 힘’, <딸에 대하여> 하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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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미 배우가 연기한 그린은 불의를 쉽게 지나치지 않는 올곧은 에너지를 지녔다. 그는 소수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해임된 동료 교수를 위해 가장 앞장서 목소리를 낸다. 전세보증금 문제로 그린은 엄마(오민애)의 집으로 들어온다. 엄마와 그린 사이에 마찰이 생긴 건, 그린의 동성 애인 레인(하윤경)이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다. <딸에 대하여>를 통해 독립영화의 세계에 발을 들인 임세미는 인터뷰의 첫 대답부터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삶에 대해 지금 우리 나이대가 지닌 고민과 나이든 미래에 맞닥뜨릴 고민을 함께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라며 “소수자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눈빛에선 그린만큼이나 단단한 심지가 비쳤다.
- 부산국제영화제에 배우로 참석한 것은 <딸에 대하여>가 처음이라고.
새로운 곳에 놀러가는 어린아이처럼 설레고 떨렸다.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 선배님들, 동료들을 보면서 나도 저길 갈
[인터뷰] ‘우직하게, 굳건하게, 뒤돌아 후회하는 일 없이’, <딸에 대하여> 임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