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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업계에서 신인 창작자가 자력만으로 커리어를 쌓기란 쉽지 않다. ‘PGK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이처럼 막막함을 느끼는 신인들에게 업계 등용의 마중물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시나리오, 시리즈의 극본을 기획하고 작가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PGK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주된 목적이며 멘티들은 장편영화 시나리오와 시리즈 극본 1, 2부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총 6.5개월간 멘토들과 1:1 멘토링 과정을 거친다. 올해 5월20일부터 11월16일까지 진행되는 PGK 창의인재동반사업의 과제명은 ‘영화영상 콘텐츠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창작자 내비게이팅’이다. 신인들에게 더 나은 길을 제시해주겠다는 PGK의 목표가 명확히 드러난 과제명으로, 그에 걸맞게 PGK는 현재 새로운 ‘PGK 에이전시’ 사업을 론칭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은미 수행책임, 에이전시 사업을 총괄하는 강원숙 프로듀서, 여주찬 PGK 사업팀장, 2021년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안영진 영화사 진
[기획] ‘창작자 내비게이팅’ 현장을 가다, PGK 창의인재동반사업의 안은미 수행책임, 강원숙 프로듀서, 여주찬 PGK 사업팀장, 안영진 영화사 진 대표, 성지혜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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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연극 <팬지>로 데뷔한 배우 강승호는 자신을 “공연만 해온 사람”이라 정의했다. 대학(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연극전공) 때부터 거의 매해 무대에 섰고 인터뷰 당일에도 8월 초연한 <사운드 인사이드>로 관객과 만나고 있었다. 드라마 <트레이서> <마이 데몬>과 영화 <숏버스 감독행>(2021)에도 출연했으나 영상매체와 친숙해질 만큼의 비중은 아니었기에 첫 영화 주연작 <장손>은 그에겐 모험이었다.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잇는 대가족의 종손 성진 역을 맡아 카메라 앞에 서는 동안 그는 욕심내지 않았다. 초심자로서 감독과 스태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노련한 선배배우들의 말과 행동에 충실히 리액션하려 했다. 정직한 공정을 거쳐 두부를 빚어내는 장인의 마음으로 한컷 한컷 최선을 다한 끝에 뿌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 마지막에 캐스팅됐다고. 대가족을 맡은 배우들을 처음 만난 날을 어떻게 기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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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취감의 신세계, <장손> 배우 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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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하고 지나가야 하는 이야기이자 꼭 내 첫 영화가 되어야 하는 이야기.”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잇는 3대 대가족의 삶을 시나리오로 쓰는 동안 오정민 감독은 설명할 수 없는 강한 확신이 들었고 5년간의 준비 끝에 장편 데뷔작 <장손>을 내놓았다. <화양연화>를 보고 양조위의 눈빛에 매료돼 영화 세계에 입문한 오정민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연지> <림> <CUT> <백일> <성인식> 등의 단편을 찍었다. 종손 성진(강승호)을 중심으로 <장손>을 만들면서 그는 애증의 윗세대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이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한다.
- 관객 반응이 궁금한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를 돌면서 어떠한 감상평을 들었나.
= 큰고모(차미경)에 이입해 지긋지긋한 집안에 화가 난다는 분, 아버지 태근(오만석)의 입장에서 남자의
[인터뷰] 한 시대의 퇴장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했다, <장손> 오정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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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 세편을 집중 조명하는 연속기획 두 번째 챕터의 메인 작품은 <장손>이다. 9월11일 개봉하는 <장손>은 자신만의 깊고 어두운 내면을 집요하게 들추어내는 단편 작업을 이어온 신예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BS 독립영화상, CGK 촬영상, 오로라미디어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시드니영화제 등을 순회하며 일찍부터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쌓아왔다. 그렇다면 <장손>의 ‘장손’은 누구인가. 할아버지(우상전) 때부터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 집안의 종손이자 별나게 딴 일하는 배우 성진(강승호)이다. 성진은 모종의 이유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손숙), 아버지(오만석)와 어머니(안민영), 누나네와 고모네가 모인 대구 고향집을 세 차례 찾는다. 영화는 제사와 장례, 가업과 상속, 죽음과 탄생 등의 가족사를 관찰자적 태도로 겪는 아랫세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한국 독립영화 연속기획② ‘문창호지에 비치는 그 오래된 가족은’ - <장손>의 오정민 감독, 배우 강승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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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 대해 쓴 글(<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에서 “인간은 참 이상해… 그렇지?”라는 질문을 길어올린 적이 있다. 목격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기도 한데, 독자와 창작자를 겹쳐내는 이런 자아상은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주인공 중 하나인 지우를 닮아 있다. 만화를 그리는 지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돈을 모으기 위해 반려동물인 도마뱀을 소리에게 맡긴다. 지우의 눈에 제법 부러워 보였던 채운은 비극적인 가정사로 인해 반려견 뭉치와 함께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갑작스레 도마뱀을 키우게 된 소리 역시 지우, 채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주해야 할 죽음의 진실을 하나 품고 있다. 꿈과 이야기, 죽음과 이별 사이를 떠돌며 ‘다음’을 향해 가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해 김애란 작가에게 들었다.
- 과작하는 편이다. 끝까지 소설이 되는 이야기와
[트랜스크로스] ‘여기서 끝나는 게 정중하겠다’ 싶을 때 이야기를 마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펴낸 소설가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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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부호의 장남으로 태어나 풍각쟁이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베트남전에 파병돼 2년간 복무했고, 전역 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노래 <님과 함께>를 발매해 대한민국 가수 중 최초로 ‘오빠’라 불렸다. 1980년대 군사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받아 낙향, 도미했지만 이후에도 <빈잔> <둥지> 등이 두번이나 역주행 히트하며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가수로 무대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뽐낸다. 영화래도 ‘이건 설정 과다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 이 서사의 주인공은 가수 남진이다. 영화 <오빠, 남진>은 올해 6월 출간된 동명의 도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근현대사, 대중음악사, 팬덤문화사에서 남진이 차지하는 좌표를 짚고 그가 각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선도했는지 설명한다. 여전히 ‘영원한 오빠’, ‘원조 오빠’로 소개되는 일이 가장 좋다는 가수 남진과 <씨네21>이 나눈 대화를 전한다.
- 한국
[트랜스크로스] 오빠의 긍지, 가수의 책임감, <오빠, 남진>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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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회를 호령했던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은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 지우(빈주원)를 낳게 되면서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경력은 중단되고 지우의 치료와 학교생활을 뒷바라지하느라 상연 본인의 인생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상연은 지우의 쌍둥이 누나 지수(이하린)의 따스한 말 한마디, 같은 처지인 대학 선배 영화(김채원)의 현실적인 조언, 지우가 가져다주는 작은 행복에 힘입어 삶을 이어간다. 불가항력적인 삶의 혼란 앞에 선 상연은 대개 슬퍼하며 때론 지나치게 섬뜩하고 종종 묘할 정도로 행복해한다. 이처럼 갈피를 잡기 힘든, 한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김재화 배우의 연기는 평소 인물의 ‘무표정과 심연’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그의 목표에 굉장히 가까이 닿은 듯하다.
- <밀수> 인터뷰 때 양양으로 이사 갔다는 근황을 전했다. 생활은 어떤지.
= 이사 간 지 만으로 딱 2년째인데 아주 만족스럽다. 아예 자리를 잡으려
[인터뷰] 상연이 재화에게, <그녀에게> 배우 김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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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까지. 2020년대 들어 배우 김동욱은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택해왔다. 그렇기에 그가 코믹극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하 <강매강>)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그 안엔 일찍이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2007)이 있었고 MBC 연기대상 수상작인 오피스 코미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SNL 코리아>에 2번 출연했고, 2022년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선 “코믹 연기는 내가 제일 잘하는 분야라는 자부심이 있다”라는 말까지 한 적 있다. 그러니까 사실 김동욱은 코미디 장르와의 재회를 그 어떤 배우보다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그에게 선택받은 <강매강>은 <하이킥!&g
[인터뷰] 코미디에 진심, <강매강> 배우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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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얼굴에 근육질 몸매, 다정한 성격에다가 의사라는 직업까지. 라일(저스틴 발도니)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다.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서 가까워진다. 하룻밤의 만남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 인연은 보스턴에서 다시 시작된다. 릴리의 동업자 알리샤의 오빠가 바로 라일이었던 것이다. 둘의 사랑이 불타오를 즈음 릴리는 첫사랑 아틀라스와 재회한다. 이 영화는 <애프터> 등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를 뒤집으며 그 안에 은폐된 젠더 폭력의 속살을 뒤집는 동명 원작의 의의를 계승한다. 맨박스와 남성성에 관한 책을 쓸 만큼 페미니즘에 관한 이슈에 꾸준하게 목소리를 낸 저스틴 발도니가 주연과 감독으로 활약하며 영화에 치밀함을 더했다.
[리뷰] 로맨스 장르 너머의 데이트 폭력을 마주하는 용기, 혹은 길티 플레저, <우리가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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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직군 경험 제도를 통해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카마 치즈루(구로키 하루)는 인권변호사 츠키모토 신고(사이토 다쿠미)와 함께 히오미 마을의 환경오염을 조사한다. 오래된 앙숙이자 동료인 이루마 미치오(다케노우치 유타카)도 때마침 같은 지역에서 활동한다. 그가 맡은 재판의 배경은 방위성이 연관된 이지스함 침몰 사건. 별개인 줄 알았던 두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드러난다. 2021년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치케이의 까마귀>의 극장판으로, 법대에서 원고석으로 자리를 옮긴 치즈루가 새 시야에서 마주하는 법과 정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드라마 후속 극장판의 공식을 따르듯 선 굵은 서브 캐릭터와 다단한 반전, 러브라인까지 보강했지만 대부분 전형적인 변주에 머문다. 무엇보다 작중 사건의 혼탁한 인과관계가 진실의 속성에 대한 고찰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다.
[리뷰] 관성으로 돌파하고 여백으로 무마하기, <극장판 이치케이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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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파트너 자비에(프랑시스 윌리엄 레움)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철학 강사 소피아(마갈리 레핀 블롱도)에게 불현듯 새로운 자극이 찾아왔다. 불같은 사랑의 주인공은 별장 수리를 위해 고용한 인테리어 업자 실뱅(피에르 이브 카디날)이다. 첫 만남부터 뜨거운 사랑을 알려준 실뱅과 오랜 시간 친구처럼 지낸 자비에 사이에서 소피아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만약 육체와 정신을 저울에 올린다면, 사랑의 무게추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모니아 쇼크리의 신작 <사랑의 탐구>는 욕망과 사랑, 육체와 정신의 오랜 난제를 사랑의 좌표 위로 내던진다. 양극단에 놓인 두 남자 사이를 왕복하는 소피아는 유구한 논쟁의 해석적 연구자인 셈이다. 온전한 사랑을 위한 소피아의 질적 연구의 궤적은 극단적인 줌인-줌아웃과 파편적인 프레임 배치를 통해 세세히 그려진다.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리뷰] 사랑의 저울질에 평형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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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강도단의 보스 메이슨(존 트래볼타)은 이제 지쳤다. 사랑하는 아내 아멜리아(크리스틴 데이비스)가 실은 FBI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손을 씻고 잠적하려던 그는 동료 숀(루카스 하스)의 손에 이끌려 마지막 금고털이 작전에 합류한다. 그러나 강도단은 FBI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고 만다. 메이슨은 FBI측 협상인으로 나선 아멜리아와 통화하며 플랜 B를 준비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노리는 강도단의 코믹 액션 케이퍼 무비’라는 문구에서 떠올릴 수 있듯 <캐시 아웃>은 가볍고 날쌘 웃음이라는 담백한 목표를 정조준한다. 피자를 주문하며 건물 밖 저격수의 수를 묻는 메이슨처럼 능청스러운 영화는 쉼 없이 스크린 건너 관객의 입꼬리를 움직이려 한다. 앙상블을 결속하는 존 트래볼타의 관록이 빛난다. 산만한 드론숏과 거친 커팅의 액션 등 단점이 뚜렷함에도 우직하게 주파하는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이 즐겁다.
[리뷰] 우직한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솔직한 매력, <캐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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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오빠 부대라는 팬덤을 보유한 한국 최초의 아이돌, 트로트의 황제. 그 어떤 수식어를 써도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한 남진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빠, 남진>은 그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상급 전기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소극장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는 무대로 시작한다. 악기를 최소한으로 편성한 <님과 함께>의 무대 구성은 인간 남진의 소박함을 반영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인생은 인연이라고 고백하는 남진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그의 가수 인생이 펼쳐진다. 쟈니 리 등 동료와 음악 평론가의 증언은 한국의 잔혹한 근현대사와 공명하는 남진의 음악과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린다. 특히 암울했던 시기에 대중을 위로했던 슈퍼스타이자, 군부독재의 정치적 외압을 받았던 야인 남진의 삶을 극적으로 과장하기보다 담백하게 따라가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리뷰] 소탈하면서도 웅장한, 거인 남진의 이름에 어울리는 최상급의 헌정 영화, <오빠,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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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김지영)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슬픔을 꾹 눌러 담은 채 제주에 내려간다. 그녀는 제주에 간 날 우연히 바다에 빠져 죽으려 하는 준우(배수빈)를 구한다. 다음날 준우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그의 집에 간 영희는 그가 클래식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죽은 어머니가 남긴 메모에 적힌 클래식 음악을 틀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영화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티 없이 맑은 제주 바닷가 풍경과 빛을 한껏 활용한 정적 촬영,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두 캐릭터의 관계, 감독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이 그 증거다. 두 배우의 연기도 이 영화만의 빛바랜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한 감수성을 한껏 살린다. 다만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에 빠진 파리와 같은 이미지로 인물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연출이 반복되는 점 등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한없이 착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는 빛바랜 문법,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