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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경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이 8월 8일 개봉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먼저 공개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공작>은 안기부 대북 공작원 ‘흑금성’ 사건을 영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이 실화를 재구성해 1980년대 풍경을 풍자하고 그려낸 적은 있지만(<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실존 인물을 그대로 취해서 시대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종빈 감독은 20년 전 일을 통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다음장부터 시원한 스파이 세계로 안내한다.
<공작> 그의 조국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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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주변 지인의 제보로 자신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된 A씨는 삭제해도 계속 다시 생성되는 자신의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해 생을 마감한다. A씨의 친구는 죽고 난 다음에도 계속 친구의 동영상이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것에 분개, 업체와 경찰 등에 항의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다 탐사보도프로그램에 제보한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친구를 대신해 불법 동영상 문제를 추적하던 PD와 작가는 여기에 거대한 카르텔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 1131회에 담긴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직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사실과 많은 부분이 방송되었더군요. 이걸 그대로 두면 안 됩니다.” 읽을수록 이상한 비문(非文)이다. 방송에 보도된 것이 사실과 달랐다면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될 터이다. 작성자는 정정보도 요청은 고사하고 이 방송으로 인해 생길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말해주지 않는다
피해자만 존재하는 범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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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을 표현할 때 제일 많이 보이는 언어는 ‘액션’이다. <폴아웃>이 과연 최고의 액션을 보여준 작품인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최고의 액션을 정의하고 비교 및 계측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가능한가. 한편으로 액션을 잘 수행한 것이 좋은 액션인가, 반대로 단절된 몸동작 연기에 효과음, CG, 편집 등의 작업을 잘 입혀놓은 게 좋은 액션인가, 에 대한 대답도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다. 결국 액션에 대한 평가는 내 영역 밖이란 결론에 ‘쉽게’ 도달했다. 대신, 영화가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을 먼저 살펴본 다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액션의 중심인 톰 크루즈가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읽어보기로 했다.
액션 하면 떠오르는 첫 작품이 D. W. 그리피스의 <동쪽 저 멀리>(1920)다. 클라이맥스에서 여자가 얼음판 위에 쓰러져 둥둥 떠내려가는 중이다. 릴리언 기시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액션 시퀀스의 특별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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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2>가 북미 박스오피스에 성공적으로 안착 후 국내에 상륙한다. 2008년 개봉해 450만 관객을 모으며 해외 뮤지컬영화의 새로운 기록을 쓴 <맘마미아!>의 속편이 10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다.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지어선 올여름 시장이지만, <맘마미아!2>는 다른 대체재가 없는 청량한 여름의 묘약처럼 구미를 당긴다. 특히 첫 예고편이 공개된 올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속편 내용에 관한 분분한 추측이 오가며 국내외의 기대감을 자극한 상황. 가장 주요한 반응은 ‘도나는? 메릴 스트립은 어떻게 된 거야?’였다. 도나의 사망설을 비롯해 오리지널 출연진들의 분량 등 사소한 ‘설’에 둘러싸였던 <맘마미아!2>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모아봤다.
<맘마미아!>의 속편은 왜 모두가 기다리나
<맘마미아!> 시리즈의 가능성이 높이 평가된 데에는 스웨덴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ABBA)를 열렬히 사랑하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맘마미아!2>가 추억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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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호텔의 주인 드라큘라 드락(애덤 샌들러)은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딸 마비스(셀레나 고메즈) 몰래 데이트 앱까지 이용해보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마비스는 아빠가 요즘 이상한 게 과로 때문이라 생각하고 크루즈 여행을 계획한다. 마비스와 그의 남편 조니(앤디 샘버그), 아들 데니스, 그리고 다른 몬스터 친구들과 함께 크루즈 선박에 탑승한 드락은 크루즈 선장 에리카(캐서린 한)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몬스터 헌터 에이브러햄 반 헬싱의 증손녀인 에리카는 드락을 살해할 속셈으로 의도적으로 드락에게 접근한다. 여러 가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에이브러햄은 잠든 크라켄을 깨워서 몬스터를 몰살하려는 마지막 계획을 세운다.
<몬스터 호텔> 시리즈는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리즈가 미국에서 거둔 좋은 성적은 가족애라는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 2편이 딸 혹은 손자에 대한 드락의 사랑을 보여주었다면 3편은 드락의 러브 스토리인 동시에 아버지를
<몬스터 호텔 3>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딸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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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는 충고를 종종 듣곤 하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비트윈 랜드 앤 씨>는 아일랜드 서쪽 클레어주의 라힌치에 서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저 서핑이 좋아서 모여든 이들은 바다와 땅 사이, 취미와 일 사이를 오가며 삶의 만족과 행복을 찾아 나선다. 한때 프로 서퍼였던 이는 현재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유기물 농작물을 기르고 있고 서핑을 통해 만난 커플은 좋아하는 일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소박한 삶을 택한다. 이들은 라힌치를 서퍼들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학교를 만들고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골프 산업으로 지탱되던 라힌치는 전세계 서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서핑 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중이다. <비트윈 랜드 앤 씨>는 서퍼들이 서핑을 삶의 일부로 녹여내고 즐기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누군가에겐 그저 잠시 즐겼다가 빠져나오는 취미에 머
<비트윈 랜드 앤 씨> 서핑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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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정부에서 준비한 거대 인공 리조트 ‘엣지 오브 오션’에서 폭발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시점이 정상회담 개최 이전이라는 점, 사상자가 없다는 점 등을 의심하던 와중에 현장에서 범인에 대한 결정적 증거인 지문을 발견한다. 그런데 지문의 주인은 전직 경찰 출신 사립탐정 유명한이다. 코난과 함께 이 시리즈의 대표적 주인공인 그가 당연히 범인일 리가 없는 이 사건의 실질적인 유력 용의자는 20편인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2016)에 처음 등장했던 사립탐정 안기준. 이를 이상하게 여긴 코난은 테러의 배후에 대해, 그리고 안기준의 정체에 대해 함께 추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제로의 집행인’은 경찰청 보안국 내의 비밀조직 제로에 속한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는데, 안기준이 극중 탐정과 보안경찰, 그리고 검은 조직의 일원 등 여러 신분을 지닌 탓에 코난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는 테러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 사건의 용의자는 유.명.한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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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로 한번도의 정세가 위태롭던 1990년대 초반. 정보사 소령 출신 박석영(황정민)은 북핵 위기를 막기 위해 안기부 해외파트 최학성(조진웅)이 제안한 대북 공작을 수락한다. 박석영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며 대북 사업가로 철저히 신분을 세탁한다. 박석영의 목표는,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에게 접촉하는 것. 한편 리명운은 박석영의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정무택(주지훈)은 박석영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던 중 안기부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북풍’ 작전을 펼친다.
<공작>은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다. 윤종빈 감독은 실화의 힘과 픽션의 힘을 영리하게 배합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다. 북한은 우리에게 ‘미지’의 나라인 동시에 ‘금기’된 것이었다. <공작>은 그 금기를 깨고 실
<공작>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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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의 세계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 가득한 사람들, 한여름 그리스섬의 풍광 그리고 아바(ABBA)의 히트곡까지. 2008년에 처음 등장한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는 동명의 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과의 비교를 단숨에 불식시키고 국내에서도 450만 관객을 불러모아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리고 속편이 나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칼로카이리섬의 영웅 도나(메릴 스트립)의 자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돌아온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다. 스러져가는 헛간을 인간의 집으로 탈바꿈시킨 도나의 전력이 깃든 공간은 소피와 샘(피어스 브로스넌), 새로 합류한 지배인 페르난도(앤디 가르시아)의 손길을 거쳐 그럴듯한 휴양지 리조트로 변신했다. <맘마미아!2>는 호텔 개업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소피와 1979년 대학 졸업 후 세계를 떠돌던 청춘의 도나(릴리 제임스)가 소피를 임신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교차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프리퀄 격의
<맘마미아!2> “엄마가 자랑스러워할 인생 최고의 파티를 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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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바로 난민 문제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보수정권 득세의 이면에도 난민/이민자 문제가 관여되어 있다. 미하엘 하네케, 자크 오디아르 등 유럽 출신 감독들이 난민 이슈를 꾸준히 조명하는 이유도 그것이 지금의 유럽인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3살짜리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를 기억할 것이다. 그 후로도 지중해를 건너다 바다에서 숨진 난민은 해마다 1천명에 이른다. 유럽에서 발생한 잇단 테러는 반난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고, 난민 수용에 한계를 느끼는 국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난민 문제에 관한 한 유럽의 상황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유엔난민기구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폭력, 박해로 인한 강제이주민(난민, 국내 실향민, 난민 신청자를 포함한 용어) 수는 5년 연속 증가해 2017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콩고
['우리' 확장하기⑤] 최근 유럽의 난민 이슈와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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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 Kandahar
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 제작국가 이란 / 제작연도 2001년
한때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무장 정치단체 탈레반 정권으로 인해 거의 모든 여성들이 사회적 활동을 금지당하고 부르카 뒤에 존재를 숨기며 살아야 했다. <칸다하르>는 수많은 국민이 난민이 되어 유럽 전역을 떠돌게 만들었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나파스(닐로우파 파지라) 역시 난민이 되어 조국을 탈출했다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여동생의 편지를 받고 그녀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조국을 탈출했던 나파스가 다시 끔찍한 억압과 고통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의 시선처럼 침착하고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 세계 속에는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짓밟고 위태롭게 버티고선 어리석은 남성들만 남아 있다. 부르카를 뒤집어쓴 여성들을 거느리듯 살아가는 남성들의 일상 장면 등 거의 모든 장면을 통해 무너진 사회체제와 왜곡된 종교적 신념을 고발한다. 그중 지뢰 때
['우리' 확장하기④] 난민 이슈를 다룬 영화 15선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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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하루> Mia Aioniotita Kai Mia Mera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 제작국가 그리스 제작연도 1998년
어떤 오후는 평생 삶의 한가운데 박혀 있다. 불치병을 앓는 초로의 시인 알렉산더(브루노 간츠)에겐 젊은 시절에 아내와 함께했던 눈부신 여름날이 그렇다. 병원 입원을 하루 앞두고 정처없이 떠돌던 시인이 신호등 앞에 잠깐 정차한 사이, 대로변에 줄지어 서 있던 알바니아 난민 소년 중 하나가 뛰어와 유리창을 닦아준다. 자신의 유장한 내면 세계를 떠돌다 말고 냉랭한 현실을 마주한 그리스의 시인은 소년이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옆자리를 내어준다.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불쑥 뛰어드는 것처럼 연출된 이 장면 이후로 알렉산더에겐 얼마 남지 않은 삶 동안 평생 기억하게 될 또 하나의 오후가 생긴다. 90년대 후반에 극심한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알바니아 난민들을 마주해야 했던 조국에 보내는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전령과도 같은 작품
['우리' 확장하기③] 난민 이슈를 다룬 영화 15선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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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판> Dheepan
감독 자크 오디아르 / 제작국가 프랑스 / 제작연도 2015년
2015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망명한 세 인물이 프랑스에 정착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스리랑카 군부 출신의 디판은 일면식도 없는 여자 얄리니, 그녀가 데려온 부모 잃은 소녀 일라얄과 프랑스에서 위장 가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직업. 이들에겐 더이상 자신의 것이라 부를 만한 무언가가 남아 있지 않다. 디판, 얄리니, 일라얄이라는 이름조차 사망한 스리랑카인의 여권에서 취한 것이다. 하지만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 위장 가족에겐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세 사람이 가족으로서의 관계를 형성해갈 무렵, 마을의 폭력적인 마약상들이 디판의 가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장르적 연출에 능한 자크 오디아르는 등장인물간의 인위적인 관계로부터 진실된 멜로드라마를 이끌어낸 다음,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영화
['우리' 확장하기②] 난민 이슈를 다룬 영화 15선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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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도 선(善)이다. 목적과 과정, 행위가 모두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이상적인 순간은 극히 드물게 허락된다. 때문에 나는 선한 의지가 초래한 안타까운 결과, 왜곡된 의지가 의도치 않게 빚어낸 선한 결과 모두를 긍정하려 한다. 제목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책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저자 라인홀드 니버는 집단이 이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 집단이 커질수록 이기심이 팽창하는 게 아니라 도덕심이 둔감해진다. 필요악으로서의 공권력이 책임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집단, 최종적으로는 국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권력을 위임하고 강제력을 허가하게 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공동체 내부의 평화를 위해 정의를 희생시키고, 또한 공동체간의 평화를 파괴하기도 한다”(라인홀드 니버). 말하자면 국가, 그리고 국경선은 선택된 불의이자 허용된 차별이다.
2015
['우리' 확장하기①] 난민, 차별, 증오, 공포... 영화가 세계를 사유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