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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는 나에게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송화가 아이의 인도로 눈 내리는 길을 떠나는)에 나오는 아이는 내 딸 수연이다.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겨울방학 중이었다. 영화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런 질문들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그 아이는 누구인지. 주인공 송화의 딸인지 아니면 그냥 동네 아이인지.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그 아이는 조감독의 딸이라는 것이었다.”
임권택 감독은 시나리오를 100% 완성하지 않고 계속 토론을 해가며 <서편제>를 찍었다. 촬영이 중반을 넘긴 1월. 영광에서 겨울장면을 찍는데 70년 만에 폭설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회의 자리에서 임 감독은 평소 당신 스타일대로 “앞 못 보는 송화가, 그래도 자리잡고 살던 마을을 떠나는데… 그, 인심이 그런 게 아니잖아 하다못해 버스 정류장까지라도 누가 바래다줘야…” 하고 느릿느릿 말을 꺼내셨고 연출부는 <넘버.3>의 충성스런 불사파
한국영화에 바치는 두편의 필름 에세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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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황홀한 초상, 우리들의 기쁜 연대기
김소영의 <황홀경>
모던한 머리 매무새와 양장을 한 부인이 거리를 배회한다. 서울역 지하도를 내려가고 서대문 건널목에 서서 기차를 지나 보낸다. 전차에 오르더니 자리에 앉을 염도 내지 않고 선 채로 손잡이를 의지 삼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마치 머릿속에 괸 상념을 흘려 보내기라도 하듯이. 갈 곳이나 있는 걸까. 아니, 혹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일부러 미루고 있는 것일까. 허술한 난간이 세워진 길을 터벅터벅 걷던 그녀가 소스라치듯 뒤를 돌아보는 순간, 화면이 멈춘다. <귀로>(1967)에서 서울을 배회하던 문정숙. 그녀의 시선이 꽂힌 자리에 극장이 서고 은막 위에 <자유부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미워도 다시 한번>의 세 여인이 나타나 그녀를 말끄러미 응시한다. 김소영 영상원 교수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황홀경>의 시작이다.
이애림 감독이 제작한 <황홀경
한국영화에 바치는 두편의 필름 에세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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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촌을 쫓겨난 이상 남자 털어먹는 직업을 가질래. 다방, 바, 돈벌이라면 뭐든지 할래.” “난 올케 사는 집 식모살이 할 테야. 잘사는 법을 지켜보고 배운단 말이야.” “서울에는 31층 빌딩이 있대. 우리 헤어져도 그걸 쳐다보고 살자.” “31층 떨어져 죽기 편리하겠다.” (<화녀> 중 두 이농처녀의 대화)
<황홀경>의 손거울에 비친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그들만의 전성시대’다. <가시를 삼킨 장미> <꽃순이를 아시나요> <겨울여자>. 근대화의 썰물이 밀려나간 사금파리 투성이의 개펄에서 여공, 차장, 매춘부의 옷을 입은 무수한 영자들이 울고 있다. 그리고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멀티플렉스의 시대. 새로운 한국영화의 황금기는 이상한 망설임으로 남한 여성을 초대하기를 주저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파이란> <서편제> <오아시스> 같은 성공적인 영화에서 남
한국영화에 바치는 두편의 필름 에세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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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진실>은 박중훈의 할리우드 메이저영화 데뷔작이다. 지난해 12월27일 명보극장에서 열린 이 영화 시사회장에, 많은 충무로 제작자와 배우들이 참석했다. 그중 박중훈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마음을 졸였던 이들을 순서대로 꼽는다면 안성기는 최소한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것 같다.
둘은 이틀에 한번꼴로 통화하고,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만난다. 수시로 함께 골프치러 가고, 영화계 안팎의 경조사나 각종 영화제에 함께 참석한다. 집이 가까워 박중훈이 가는 길에 안성기를 ‘모시고’ 간다. 연말연시에도 두집 식구가 용평에서 만나 와인을 한잔 했다. 50대 초반과 30대 후반의 둘은 14살 터울이지만 연기생활이 각각 45년, 18년에 이르다보니 더 감출 것도 없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누구다 알다시피 안성기는 80년대 내내 독보적인 한국영화의 주연배우였고, 그뒤 5년 남짓 같은 자리를 박중훈이 이어받았다. 그러나 영예의 부침을 피하기란 힘들었다. 90년대 후반 안성기에게
박중훈이 안성기에게 털어놓은 할리우드의 진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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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 그러면 배우나 스탭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안 게 언제쯤이야?
박 | 좀 걸렸어요. 탱고 삼개월 동안 매일 연습하고, 매일 영어대사 연습하고. 일주일 동안 지나가는 거 한번 찍고 가고. 카메라를 거울처럼 보다가 도대체 카메라 구경을 못하겠는 거야. (웃음) 또 팀 로빈스, 댄디 뉴튼, 마크 월버그에 프러듀서까지 불러놓고 대사를 내가 할 부분만 시켜요. 안 떨려요 한국 돌아가기도 그렇고. 뛰어내려야 하나 어쩌나. 삼개월 지나서 대사하는 장면을 찍었죠. 처음으로 바스트숏을 받아본 거죠. 그날 촬영 뒤 드미가 날 꽉 껴안는 거예요.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서 나를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그리고 마크 월버그하고 뛰는 신, 격투신, 찍고 나니까 이제 ‘아, 이놈이 노는구나’ 하는 거죠. 편집 때 잘렸지만 내가 공동묘지에서 우는 장면이 원래 없었는데 추가됐어요. 없던 게 생겼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래서 내가 드미에게 “나는 너를 참 위대한 감독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판단력이
박중훈이 안성기에게 털어놓은 할리우드의 진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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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 예전에 말론 브랜도 흉내 참 잘냈다고. 그렇게 흉내낼 사람도 별로 없다고. 그런 캐릭터에 유머까지 있으면 난 너무 좋을 것 같아.
박 | 제가 형님 말씀하신 선을 놓고보면 등락차가 큰 배우이고 거기서 얻은 불이익도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요즘에 케이블TV에서 <할렐루야>를 가끔 보면 저한테 어떤 훈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먼 훗날 내 영화를 다시 볼 때, 물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처럼 내 개성도 살리고 작품도 살면 좋은 거지만, 나이 들어서 보면 원없이 한번 해봤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뱀탕을 먼저 먹어버린 거예요. 뱀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약효가 그 다음부터 잘 안 난다는 거죠.(웃음) 그런데 형님은 뱀은 안 잡수시고, 비타민만 먹어서 관리는 잘되시는데,(웃음) 확 피지 못한다는 거예요.
안 | 그러니까 가늘게 길게 간다
박 | 아니, 형님은 가늘진 않죠. 사실 예전에는 목소리만 빼고 모든 걸 다 형님
박중훈이 안성기에게 털어놓은 할리우드의 진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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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충무로는 폭풍전야다. 시네마서비스의 최대주주인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가 CJ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른바 ‘CJS(CJ+시네마서비스)연합’. 최근 아이엠픽처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시네마서비스의 관객점유율은 22.2%로 5개 직배사를 포함해 국내 배급사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고, CJ는 18%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 관객점유율 40.2%, 이중 한국영화만 떼서 계산한다면 시장점유율 70%를 넘는 거대 배급사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과연 한국영화는 이제 짧은 양대 메이저 시대의 막을 고하고 유일 메이저 체제로 접어들게 되는 것일까?적과의 동침, 미션 임파서블혹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간 시네마서비스와 CJ가 한국영화 투자, 배급의 라이벌로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적과의 동침’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최근
충무로,지각변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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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왜 시네마서비스는 왜?여기까지가 CJ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까닭이라면 당장 시네마서비스가 플레너스 지분 매각을 바라는 현실적인 이유는 신규 투자의 필요성이다. 2002년 시네마서비스가 7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극장에서 회수되는 돈이 곧바로 제작비로 재투자되는 영화사업의 속성상 로커스보다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프리머스시네마, 스튜디오 건립, 영화아카데미 설립 등 계속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강 감독의 입장에선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흑자를 내고 있지만 흑자분 이상을 계속 투자하는 강 감독의 스타일은 최근 시네마서비스가 자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김상진 감독을 제작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자체 제작라인을 강화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강 감독은 “김상진 감독이 독립해 만든 제작사 감독의 집 외에도 몇개 제작사를 시네마서비스 내부로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렇다면 CJ는 왜
충무로,지각변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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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구조조정은 시작됐다지금으로선 CJS연합에 관한 갖가지 추측과 상상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CJS연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금 충무로가 심각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은 분명하다. 벤처, 금융자본이 너도나도 영화에 투자하던 최근 2∼3년의 이례적 호황이 사그라지면서 새로운 돈줄을 찾기 위한 행보가 빨라진 것이다. 플레너스 지분 매각문제가 의미심장한 것도 이런 대목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것은 2003년이 제작사들엔 매우 혹독한 한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굳이 CJS연합이 아니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본은 부족하고 제작사는 넘치는 상태이므로 제작사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챔피언> <연애소설> <굳세어라 금순아> <중독> <품행제로> <이중간첩> 등에 투자한 소빅창투의 손석인 팀장은 “배급사 대 제작사의 수익지분이 현행 6 대 4에서 7 대
충무로,지각변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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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어둡거나 혹은 아예 캄캄하거나.” 2003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어느 제작자의 전망은 다소 과장된 구석이 있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선명히 보여준다. 한국 영화계의 자금난이 본격적으로 충무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점 말이다. 충무로 제작자들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 보이는 이유는 이번 자금난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는 데 있다. 즉,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의 젖줄 역할을 해온 창투사 기반의 금융자본이 급격한 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1년만에 290억 흑자가 470억 적자로시네마서비스, CJ 등 ‘메이저’ 투자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해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으로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금융자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KTB네트워크의 계열사였던 KTB엔터테인먼트는 사실상 활동을 접었고, 튜브인베스트먼트를 기반 삼은 튜브엔터테인먼트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중이며, 미래에셋
충무로,지각변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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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픽쳐스는 지난해 <굳세어라 금순아> <알리> 등이 흥행에 실패하고 외화인 <갱스 오브 뉴욕>과 <영웅>에 수년째 자금이 묶여 있어 3월까지 신규 투자를 동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와니와 준하> <마리이야기> 등으로 손실을 본 아이픽처스도 “상황이 안 좋을 때 쉬어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3년 동안의 펀드 운영을 ‘중간점검’하며 신규 투자처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이런 분위기에다 비관적인 올해의 경기 전망, ‘CJS 연합설’ 등이 결합하면서, 여타 금융자본 역시 좀처럼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입장이다. 한 투자사 간부는 “지난해 말 한국영화의 성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워낙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다. 만약 올해 상반기에 300만 이상 영화가 3∼4편 정도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금융자본이 움직이지 않아 기획 중인 수많은 영화가 엎어지거나 제작이 무작정 연기될 것”이라고 전
충무로,지각변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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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모자라. 피가 모자라. 신년 벽두부터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입니까. 그런데 지금 충무로에서는 이렇게 귀곡성에 가까운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안방 극장을 주름잡던 여의도 스타들이 제 발로 우르르 충무로로 걸어들어올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그들은 정녕 철새였단 말인가요. 많은 이들이 여의도로 떠나갔고, 또 떠나가고 있습니다. 만성빈혈 증세에 시달려온 충무로, 안 그래도 모자라는 피가 거꾸로 쏠릴 지경입니다.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앉아 있을 순 없습니다. 배우가 모자란다 하여, 카메라를 돌리지 않을 순 없으니까요.
<씨네21>은 희망적인 대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보증 또는 검증의 스티커가 붙은, 보고 또 본 기성 배우들 대신, 낯설고 새로운 얼굴, 젊음과 가능성으로 팔팔한 신인들을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우리의 레이더 감지망은 좀 넓었더랬습니다. 이미 몇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배우들부터, 아직은 광고나 뮤직비디오에 머물
2003년 스타덤 예감 신인7인 [1] - 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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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강동원
영화는 평생직장
프로필
1981년 1월18일생, LG CYON, CJ몰, 네스카페가쯔오 우동 등 C, 조성모 <다짐>, J <빛>링크 <비가와> 등 뮤직비디오, DKNY, GUCCI, SFAA, SIFAC 등 패션쇼, GQ, Esquire 등 잡지모델, www. menmodel.com
자기소개
“이거 미사일도 나가냐” 하던 쇼핑몰 CF. 그것이 방송을 통해 내 목소리가 나간 첫 순간이었을 겁니다. 원래 운동을 하다가 로드캐스팅되었고 그동안 패션쇼나 잡지모델, CF 활동을 주로 했는데 늘 소리없이 여러분들을 만났죠. 그러다보니 강동원이란 사람보다는 타고난 이미지만을 보여드릴 기회밖엔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 초 영화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후에 연기연습 중인데 확실한 행위의 동기가 주어지고 대사가 있는 영화일은 몰입하기도 수월하고 하면 할수록 재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말이 느리고 적은데다 숫기가 없는 편이라 내
2003년 스타덤 예감 신인7인 [2] - 강동원·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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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제로>의 김광일
성공이요 자유지요!
프로필
1975년 3월7일생, god 뮤직비디오 <그대 날 떠난 후>JTL 뮤직비디오 <A Better Day>,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후아유> <품행제로> 출연
자기소개
저는 친구가 많습니다. 배우, 가수, 변호사, 건달, 운동선수…. 그들을 만날 때마다 성공이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저희 목사님이, 목표대로 가는 것, 자유로워지는 것,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가장 와닿은 말은 ‘자유’였습니다. 저는 돈이든, 시간이든 선택의 폭이든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새파란 신인이, 진도가 너무 빨랐나요
전 아주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원래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 하던 야구를 그만둔 다음, 액세서리 자판도 하고, 공사판에도 나가고, 주차 관리도 하고, 배 고프고 돈 필요해서
2003년 스타덤 예감 신인7인 [3] - 김광일·이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