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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처럼. 단순하고 순진하게<보리울의 여름><라이터를 켜라>“내가 우남 스님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갖고 갔던 거는 종교인 하면 연상되는 관념적 딱딱함 같은 걸 깨고 싶었던 거야. 저 스님은 수녀님하고도 연애할 수 있는 사람, 아이들하고 어울릴 때는 동심의 세계에서 막 놀 수 있는. 대사도 있죠. 어린애 같은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다. 우리 인간은 그걸 다 잊어버리잖아. 그러니까 우남 스님은 어른이 잊어버리고 있는 어떤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난 성경도, 불경도 공부 안 했지만 근본교리를 보면 인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그런 거잖아. 내 마음에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없으면 행복이 없어져버린다구. 애들은 조금만 행복해도 자지러진다구. 조그만 일에 웃겨서 참지 못하고. 어른은 못 그런다구. <보리울의 여름>은 어른이 잃어버리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는 거라구.”마음속에 아이가 살고 있는 어른, 그건 미달이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 못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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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이 말하는 배우 박영규"억울하게 당하는 연기, 당대 최고다"김병욱 |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PD<순풍산부인과> 첫 녹화를 하던 날을 기억한다. <순풍산부인과> 전에 박 선배를 알던 사이가 아니라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는데 첫 녹화를 하면서 느낌이 팍 오더라. 혼자 마늘을 까면서 아내인 미선이가 “왜 그러고 있냐”고 말하면 “장모님이 까래잖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장인, 장모 앞에선 끽 소리도 못하면서 미선이한테는 큰소리치는 건데 코미디를 잘 아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게 나왔으니까. 처음에 미달이 아빠를 생각한 건 시트콤의 인물이 대부분 착한 사람뿐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느낌이 들어서였다. 처음부터 치사한 짓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불쌍한 사람, 삶에 찌든 사람을 그리려 했는데 하면서 점점 발전한 캐릭터다. 그건 박 선배가 그런 연기를 무척 잘하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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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엿먹인 “꼴통” 반골 아저씨카메라와 펜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다큐멘터리스트 마이클 무어 스토리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마이클 무어는 놀라운 인간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직설적인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우아하고 고상한 자리에서, 너무나 직설적인 언어로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그건 마이클 무어의 평소 하던 행동 그대로다. 무어는 결코 참지 않는다. 무어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시상식장에서 환호와 야유가 함께 쏟아진 것처럼, 마이클 무어는 논쟁과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그가 건방지고 무례하다고 비난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로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고와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건, 찰턴 헤스턴이건 마이클 무어는 고개를 뻗대고 정면에서 치받는다. 그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본질에 파고들기를 원하고, 자신의 영화와 책을 통해서 그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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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압수’의 일생그런 환경이었으니, 마이클 무어가 어린 시절부터 반골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이클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곳곳에서 ‘금지’와 ‘압수’의 수난을 당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든 학교 신문은 압수당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쓴 크리스마스 연극 대본은 공연 금지를 당했다. 어떤 내용일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발표 시간에는 지역 내 환경오염 현황을 슬라이드쇼로 만들었고, 고교를 졸업하기 직전 18살의 나이로 출마하여 지방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학교 시절부터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글로 쓰고 강력하게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무어는 대학을 나온 뒤 신문기자로 일하면서도 사사건건 부딪쳤고, 주간지 <미시간 보이스>를 직접 발간하기도 했다.1986년 마이클 무어는 샌프란시스코의 정치 잡지인 <마더 존스>의 편집진으로 참여하지만, 5개월 뒤 ‘사상적 이유’로 해고된다. 마이클 무어는 누구의 밑에서, 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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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은 `재미`를 무기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중 `5%만이라도`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그 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새로운 야만의 시대 혹은 럼스펠드의 말처럼 ‘4차대전’의 시기에 마이클 무어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끔찍한 진실>이나 을 보았다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카메라는 정의를 향한 공평한 무기이다. 무엇보다 좌파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한 구절이 있다. 웃음을 비난하는 행위에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분명, 너무나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데 농담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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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할리우드의 세계로 오세요추천작 Part III - 심야가 좋다 :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사진 왼쪽부터 아이작 줄리언, 고든 파크스, 멜빈 반 파블스, 잭 힐 감독.1971년, 같은 시기에 공개된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과 <샤프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ck+Exploitaion)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 두 작품이 예상치 못했던 돈을 움켜쥐자 할리우드는 흑인 관객이란 새 광산을 찾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두편의 처지는 꽤 다르다. <…배다스 송>은 온전한 독립영화의 승전보였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멜빈 반 피블스가 시나리오, 감독, 제작, 주연, 편집을 도맡았고 그는 흑인 소유의 극장이 전무했던 배급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게다가 미국영화협회(MPAA)는 X등급을 ‘선물’로 안겨주며 정상적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했다. 스튜디오에 의해 배급된 <샤프트>는 적어도 이런 혹독한 운명은 피해갔다(MGM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원해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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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꿈틀대는 전주로!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5일 개막, 추천작 38편 프리뷰가끔은 고된 정신노동을 강요하기도 했던 전주영화제가 친근하고 문턱 낮은 영화들과 함께 네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맞은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35개국 171편의 영화를 초청해서 예년보다 덩치를 줄였지만, <애니매트릭스> <스파이더> <원더풀 데이즈>(상영취소) 같은 화제작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처럼 낯선 장르의 영화를 두루 체험할 기회를 줄 것이다. 전주영화제가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을 포진시켜왔던 ‘전주 불면의 밤’은 올해도 역시 밤새는 일이 두렵지 않을 프로그램을 다섯밤 동안 선보인다. 일본 뉴웨이브의 일원이었지만 국내에선 크게 소개된 적 없는 하니 스스무와 <샤프트> 원작을 볼 수 있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 <피아니스트>로 논란을 부른 미카엘 하네케의 초기작들이 불면의 밤을 가득 채울 영화들. 브라질 시네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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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폭력·섹스, 피폐해지는 영혼들추천작 Part I - 심야가 좋다 : 하니 스스무의 밤하니 스스무는 6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작가로 분류된다. 오시마 나기사 등이 주도한 일본 뉴웨이브는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마찬가지로 정치, 폭력, 섹스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열린 형식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좌파 역사학자였던 아버지와 자유주의적인 교육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하니 스스무는 사회와 학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하니 스스무의 영화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피폐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폭로하면서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오지의 자연에서 하나의 대안을 찾았다.대학 졸업 뒤 공동통신사에 입사하여 신문기자로 일했던 하니 스스무는 1950년 이와나미 영화제작소 창립에 참여한다. 52년 후생성이 예산을 댄 <생활과 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연출을 시작했다. 55년에 만든 <교실의 아이들>은 교육영화의 정형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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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감정적 빙하추천작 Part II - 심야가 좋다 : 미카엘 하네케의 밤1998년 런던에서 열린 미카엘 하네케 회고전에서 한 비평가는 그를 ‘논쟁적인 실존주의자’로 다소 느슨하게 규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일관되게 지닌 불편함에 대해 관객에게 경고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미카엘 하네케와 그의 전작들에 대해 이렇다 할 노출이 없던 국내에 하필 가장 ‘악명’ 높은 <퍼니게임>(1997)이 만들어지자마자 곧바로 찾아왔으니 경기를 일으킬 만하다.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실실 웃으며 일가족을 끔찍하게 고문하고 몰살시켜버리는 가공스런 뻔뻔함이라니. 그런데 상종 못할 듯했던 그 인간이 이번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비평적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피아니스트>(2002)를 보내왔다. 이자벨 위페르의 놀랍도록 치밀한 연기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뿜어내는 이 영화를 보면 하네케란 작자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 궁금해진다.‘폭력에 관한 3부작’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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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속에서 거꾸로 허구를 찾다추천작 Part IV - 거장의 다큐, 다큐로 그린 거장장 외스타슈 <0번>데릭 저먼 <블루>2003년 전주국제영화제에는 극영화의 거장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띈다. 상상과 허구의 문턱을 넘나들며 창조를 갈망하던 그들이 기록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극영화, 그 이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장이 여기 있다.장 외스타슈는 누벨바그의 주류로 활동한 적이 없지만 줄곧 누벨바그의 동조자였다. 혹은 누벨바그의 영화적 원칙을 흡수했지만, 그들 몇몇이 지닌 중산층적 맥락과는 거리를 두며 가난한 삶과 계급문제를 화두로 끌어들였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양쪽에 관심을 갖고 1963년부터 영화를 시작했던 장 외스타슈는 1981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엄마와 창녀>(1973)는 내용적으로는 냉혹한 전개를,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는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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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루이즈 <루이즈가 본 미오뜨>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첫사랑>알렉산더 소쿠로프 <긴 여정의 엘레지>라울 루이즈가 3년간이나 프랑스 남부, 함부르크, 뉴욕을 오가며 16mm 카메라에 담아낸 다큐멘터리, <루이즈가 본 미오뜨>(2001)는 현대 추상-서정주의 화가로 불리는 장 미오트의 예술행위를 뒤따라가며 관찰한 영화이다. 라울 루이즈는 장 미오트의 작품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시도하기보다 그가 이루어내는 작업의 행위들을 세밀한 리듬으로 꼼꼼하게 포착함으로써 한 예술가에게서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내적인 긴장관계들을 담아낸다. 영화감독 요나스 메커스는 장 미오트의 회화자체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작업 자체의 여정, 바로 영화와 회화 둘 모두의 근본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극찬한 바 있다. 칠레 출신의 강경 좌파 라울 루이즈는 100여편이 넘는 아방가르드 희곡을 거쳐, 1968년 <슬픈 호랑이>로 영화를 시작했으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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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폭력의 미학추천작 Part V - 글라우버 로샤, 쓰치모토 노리야키<바라벤토>장 뤽 고다르의 영화 <동풍>(1969)에는 두팔을 벌리고 교차로에 선 한 남자가 어느 젊은 여자에게 영화의 길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미학적, 철학적 탐구로 향하는 길과 제3세계 영화에의 길을 알려주는 그 남자는 바로 브라질의 영화감독인 글라우버 로샤(1938∼81)다. 그런데 왜 로샤였을까? 이 질문은 당시에 그가 세계의 지적인 영화감독과 관객에게 어떤 상징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따져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올 것이다. 요약하자면, 당시의 로샤는 매혹적인 미학과 도발적인 지성, 그리고 혁신적인 정치적 의식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고 하는 영화, 즉 ‘제3세계 영화’의 이미지를 한몸에 요약하는 시네아스트였다. 다시 말해 그는 고다르의 영화 속에서처럼 또 다른 ‘새로운 영화’를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현대영화의 교차로에 놓아도 좋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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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모토 노리야키 회고전가혹한 노동의 착취를 외친 투쟁가<미나마타-환자들과 그 세계>1960년대에 진입하면서 일본 경제는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전후 복구를 완성했음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각 가정에 TV 수상기가 속속 보급됐던 것도 이 시기다. 그와 반대로 일본 다큐멘터리 진영은 침체일로에 빠져든다. 사회 폐부를 민감하고 깊숙하게 헤집는 다큐멘터리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았다. 극장은 다큐멘터리를 멀리했고, TV는 삐딱한 기록을 거세했다.이런 시대에 오가와 신스케와 쓰치모토 노리야키는 반기를 들었다. 농민들의 나리타공항 건설반대투쟁을 담은 산리쓰카 7부작으로 잘 알려진 신스케에 비해 국내에선 덜 알려진 쓰치모토는 1928년생으로 전후 좌익 학생운동에 몸담았던 인물. 와세대대학 졸업 뒤에도 좌파그룹에서 활동했던 그는 1956년, 하니 스스무의 <교실의 아이들>(1955)에 영향받아 다큐멘터리 세계에 발을 들인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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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타노 다케시를 보여드립니다.추천작 Part VI - 숨겨진 수작 베스트 6타지키스탄 천사의 우화●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 Angel on the Right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 감독 잠셋 우스마노프 | 타지키스탄 | 2002년 | 89분캄로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 사람들은 어머니의 관이 명예롭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문을 고치라고 요구하지만, 캄로는 그렇게 수리한 집을 팔아 빚을 갚을 생각뿐이다. 마침내 집수리가 끝난 날, 죽어가던 어머니는 멀쩡하게 일어나 열살 난 어느 소년이 캄로의 자식이라고 선언한다.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는 <벌이 날다>의 공동감독 잠셋 우스마노프가 연출한 영화다. 고향 타지키스탄 아쉬트를 배경으로 택한 우스마노프는 가난하고 무력한 마을을 냉소적으로 스케치하면서도 문득 따뜻한 인정 한 조각을 주워들곤 한다. 현실과 어긋나지 않는 초현실적 결말이나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굴곡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