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의 영역엔 겸손하게, 자신의 영역엔 고집있게원화평은 1980년대에 무술감독보다 감독으로 더 많은 영화를 찍었다. 그런 그에게 “동작을 짜는 것 외에 촬영이나 편집을 연구하는지” 물었을 때, 그는 “아니, 오직 동작만 생각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원화평이 서극과 함께 <황비홍>을 만들어 홍콩영화를 한 고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조화를 깨지 않는 창조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원화평이 액션안무만을 맡은 <황비홍>은 그와 인연이 깊은 영화였다. 청조말의 혼란기, 중국인들 마음의 영웅으로 남아 있는 황비홍은 수십년에 걸쳐 영화 속에 등장해왔다. 원소전은 1960년대 <황비홍> 시리즈의 무술감독이었고, 원화평 역시 <취권>과 <철마류>의 이야기 속으로 황비홍을 데려왔다. 서극이 감독한 1991년작 <황비홍>은 이연걸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만나 어느 때보다도 당당하고 기품있는 영웅으로 태어났지만, 원화평이 정교하게 짜맞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2]
-
홍콩 현지에서 만난 원화평 인터뷰 “<매트릭스>는 할리우드 액션의 새로운 고전이 되었다”<매트릭스> 모자를 쓰고 들어선 원화평은 자그마한 사람이었다. 몸집 작은 동양인들 사이에 있어도 쉽게 묻힐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매트릭스> <와호장룡>으로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태풍을 일으킨 무술감독이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상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직접 선택했다는 원화평. 그는 영화사 스탭들과 에이전트가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사무실에서도 한여름 골목길에 바람이나 쐬러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처신했다. 수십년을 쿵후와 영화로 살아온 그는 대인(大人)이라고 부를 만한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매트릭스> 시리즈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가 내 영화들을 보고 의견을 냈다. 그들은 다른 할리우드 감독들과 달리 액션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매트릭스>는 내가 할리우드에서 만든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3]
-
홍콩 무술영화는 어떻게 할리우드영화를 바꾸었나 ‘볼거리용’ 무술의 관행을 깨고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성공이 있기까지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모든 것은 <매트릭스>(1999)에서 시작되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사이버 펑크의 세계에 홍콩 무술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오버랩했을 때, 할리우드 액션영화는 다른 세계로 도약했다. 그리고 <와호장룡>이 북미대륙에서 외국어영화로는 처음 흥행수익 1억달러를 넘었을 때 모든 것이 바뀌었다. 홍콩과 아시아영화에 대한 장벽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무술감독 원화평이 이끄는 홍콩 무술은 이후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풍경을 바꾸어놓고 있다.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가장 큰 공헌은, 주인공이 20m를 날아가 발차기하는 모습을 북미의 관객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매트릭스>에서 키아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4]
-
<매트릭스>의 성공 비결<미녀삼총사>그렇다면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은 홍콩 무술이 들어간 할리우드영화의 일반적인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 하나다. 무술감독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랜드 마스터’를 신뢰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영상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설마? 주윤발은 리안과 원화평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리안은 쿵후장면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원화평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두 사람은 다퉜다. 원화평은 리안의 아이디어가 실현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화평이 고안한 장면을 들은 리안은 마찬가지로 거부했다. 이건 자신의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수 없음을 알게 된 리안은 타협을 했다. 마침내 원화평에게 당신의 방식으로 가자고 말한 것이다.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낸 것은 원화평의 몫이다. 즉 리안이 위대한 무술영화 감독이 된
무술감독 원화평(袁和平)을 만나다 [5]
-
-
막동이,스릴러에 체포되다.가작 허성욱 <에너미>, 이준일 <플레쉬>영화배우 한석규가 전액 후원하고, 인터넷 한겨레와 씨네21이 공동 주최하는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의 결과가 발표됐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당선작 없는 가작 두편이다. 이준일의 <플레쉬>는 기억이 혼미한 형사가 정체불명의 사건에 휩쓸린다는 내용이며, 허성욱의 <ENEMY>는 수사과정 중 궁지에 몰리는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내용이다. 총 499편이 응모한 이번 공모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릴러 장르가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당선작 <마늘>과 가작 <포이즌>이 두편 다 여성 작가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가작 두편은 모두 남성작가의 시나리오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를 맡은 이정국, 안병기 감독은 넘쳐나는 ‘반전’ 스릴러 장르의 홍수를 염려하는 한편, 내년에는 ‘양질전환의 법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의 가작 두편은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1]
-
잘된 스릴러에는 인간이 있다가작 <플레쉬> 작가 이준일성명 이준일. 경성대 무역학과 졸업. 그러나 전공과목 학점보다는 교양으로 듣던 연극영화과 수업 성적이 월등히 높았음. 32살(69년생) 되던 해에 더이상 좋아하는 영화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판단, 급기야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둠. “영화 마니아”로서, 부산 토박이로서 글을 써오던 중 2001년 ‘시나리오 뱅크’ 공모전에 스릴러 시나리오 <하드코어>가 당선되어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함. 그리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 “잘 풀릴 줄 알고 올라왔는데”, 현재 그의 표현대로라면, “재야 시나리오 작가”군에 속해 있음. “보통 3∼4일 정도면 화장실도 안가면서 한편을 써내고, 쓰고 나서도 수정을 잘하지 않는 편”인 천재형 작가. 이미 30여편의 습작들을 써오며 정련해온 바, “이제는 좀 차분해졌고, 뭐가 뭔지 알 것 같다”는 정도에까지 이르렀음. 그동안 써온 습작 중 한편을 공모준비용으로 다듬은 것이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플레쉬>의 이준일 [2]
-
시놉시스 >>강력계 형사 이영우. 그는 암을 앓고 있다. 매일 마약으로 병마의 고통을 잊고 살아가는 영우. 그는 이한수라는 남자의 청탁으로 그의 부인 김서영을 미행한다. 김서영은 최진철이라는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다. 영우는 서영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최진철이 차에 치어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를 뒤쫓던 영우에게 용의자 혐의가 씌어진다. 영우는 사건 담당 김형사에게 한수의 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수는 사건 발생 열흘 전에 이미 죽은 상태. 마약에 찌들어 있는 영우는 날짜 관념이 없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수가 죽음을 가장하고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그때 서영은 집안 곳곳에서 남편의 흔적을 본다. 결국 무덤을 파내 한수의 시신을 감식한다. 한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최진철이 살해당하고 버려진 차 안에 있는 담배꽁초에서는 한수의 타액이 묻어 있다. 무덤 속의 한수가 일어나 살인을? 영우는 한수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서영의 주변을 맴돈다. 그러던 중 영우는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플래쉬>의 이준일[3]
-
“뉴스가 나의 뮤즈다”가작 <에너미>의 작가 허성욱가작 당선 소식을 처음 알려주고 인터뷰 약속을 잡은 뒤 문의전화가 두 차례 왔다. 음, 저 상금이 있나요? <씨네21>이 한겨레신문사 몇층이죠? 나중에 보니 이건 문의가 아니라 확인전화였다. 공모에 응하기는 했지만 애초부터 기대가 없었는데, 낮잠 자다가 얼떨결에 장난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허성욱씨죠, <씨네21>의 이성욱 기잔데요, 이번에 당선되셨어요. 어떤 못된 녀석이 이름가지고 장난치는구나 싶었다. 그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처음 써보는 시나리오, 그것도 한 차례의 수정도 거치지 않은 생짜 초고를 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허성욱(28)씨를 초짜로 볼 수만은 없다. 서울예대 사진과와 상명대 영화과를 거쳐 김기덕, 이현승 감독 아래서 조감독으로 수련을 쌓았다. <실제상황>의 시퀀스 감독, <수취인불명>의 조감독을 했다. 김기덕 감독에게선 시나리오에 대한 감성적 접근법을, 이현승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에너미>의 허성욱[4]
-
시놉시스 >>최 형사는 도박자금이 떨어지자 현금을 대신해 차와 권총까지 맡기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다. 국회의원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최 형사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달려든다. 그와 내연관계에 있는 민 기자는 늘 1면 톱을 장식하고 싶어하는 출세지향적 인물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들은 국회의원 살인사건을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기회로 여긴다. 최 형사는 양아치들만 골라서 돈을 뜯는 반항아적 소년을 찾아내 몰아붙인다. 소년은 마지막까지 범행을 부인하지만 조작된 물증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소년은 교도소에서 온갖 모욕을 받으며 복수를 결심한다.경찰의 영웅이 된 최 형사 앞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재벌회장이다. 최 형사는 뒤늦게 사건현장에 남은 메시지에 주목한다. 김지하의 시 <오적> 속에 나오는 대상이 차례로 희생자가 되고 있었던 것. 첫 번째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소년에게 진짜 범인과 최 형사, 민 기자가 잇따라 면회를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에너미>의 허성욱[5]
-
한국영화산업 X-RAY 점유율 45% 시대의 고민, 8대 과제로 짚어본 한국영화산업진단 시리즈지난해 영화산업 전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사업 수익을 기준으로 볼 때 2001년에는 290억원의 흑자였던 것이 2002년에는 47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총액 2300억원 가운데 극장수익과 부가판권을 포함해서 회수된 금액이 1840억원, 작품 한편당 손실액은 6.3억원이다(자료제공: IM픽처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영화산업의 수익률을 -18%로 집계했다.쉽게 말해 100원 투자하면 20원쯤 손해보는 장사를 했고 영화를 만드는 족족 6.3억원씩 까먹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는 거다. 자본이 줄줄이 도망가고 남아 있는 투자도 위축되었으며 제작현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풍문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5%를 넘나들고 박스오피스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 속의 위기, 어찌된 영문인가?우선 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1]
-
한국의 배우들, 적정 개런티는?한국영화산업 진단 시리즈 1편 - 흥행의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스타 개런티 해법찾기배우란 어떤 존재인가. 너무나 익숙한 듯이 보이는 이 물음이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영화의 생산과 소비를 중재하는 산업요소로서의 배우를 조망한다. 특히 현장의 위기 의식, 제작 합리화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문제의식과 연결지어 배우의 합리적인 개런티를 둘러싼 각계의 논의를 취합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편집자김소희 기자 cwgod@hani.co.kr흔히 영화산업은 스타시스템이라고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 앞에 스타가 붙은 이 말은 영화산업 각 분야의 최전방에 서서 시스템을 통합하며 이끌고 있는 스타의 역할을 도상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스타 혹은 배우가 작품으로서의 영화와 산업으로서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2]
-
해법1- 개런티 상한제 + 인센티브코미디는 흥행 성공률이 높다는 점 외에도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적게 들고 굳이 톱스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다. 신은경은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속편에서의 개런티가 급상승했다.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투자 측면에 있다. 투자 자본이 갑자기 불어나고 제작 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적인 식별력을 갖추지 못한 투자자들이 작품의 완성도, 흥행성, 시장규모 등 어떠한 합리적인 고려도 없이 배우가 요구하는 대로 주거나 더 주면서까지 스타 캐스팅에 매달렸기 때문이다.배우가 먼저 일으킨 사태는 아니지만 호황기의 질펀하고 나른한 후유증은 배우들에게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제작자들이 말하는 배우의 협상 조건은 딱 두 가지다. “내가 전작에서 얼마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얼마를 달라”는 것과 “누가 얼마를 받았으니 나도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전작보다 최소 5천만원 이상 더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3]
-
해법2- ‘공동제작’ 개념을 도입하자구체적인 개런티나 인센티브/지분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대부분 산업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자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평균 관객 동원력, 전작의 흥행성적, 부가 판권에 끼치는 영향, 작품당 개런티가 아닌 일하는 시간에 따른 고용 개념 등이 기본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아닌 자존심과 연결한다는 것이 영화산업이 과도기라는 증거이며 배우 스스로 시장 논리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이다.”(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제작자들은 방송사에서 분당 광고료, 시청률, 제작비 등을 근거로 연기자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영화 역시 조만간 유사한 근거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매니지먼트쪽에서도 이상과 같은 제반 논의에 인식의 궤를 같이한다. 다만 “스타 파워는 단순히 영화 내부뿐만 아니라 대중의 일상과 상품 판매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시간이 흐를수록 더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4]
-
“절실한 위기감, 곧 배우들도 실감할 것”배우 개런티는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의 성격과 장르에 따라 개런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장동건은 파격적인 개런티로 <해안선>에 출연하는 놀라운 결정을 했다.과거에도 배우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조하는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성기씨는 대표 배우로서 개런티 문제에 늘 사려 깊게 행동해왔으며 최근에는 장동건이 자기 개런티의 1/6~1/8 수준으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동건의 예는 워낙 파격적이어서 모범으로 거론하기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지만, 작품 성격에 따라 개런티를 조정한다는 것이 <해안선> 사건(?)의 본질이고 이런 취지는 공동으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나 작품 성격에 따라 배우의 선택과 개런티 수준을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배우를 둘러싼 논의는 개런티 문제가 가장 뜨거운 초점이었지만, 그외에 몇몇 이슈들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