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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 로마 숙소물론 파스타는 너무 맛있고, 로마 남자들은 기절할만큼 멋있고 친절하다. 그러나 촬영이 예상보다 자꾸 늦어진다. 엄마가 보고 싶다. 집이 그립다. - 카메론 디아즈(배우)2001년 2월 @ 치네치타스코시즈는 이 엄청난 규모의 대군을 이끄는 장군이다. 그는 늘 굽이진 골목에 들어찬 수백명의 이탈리아 엑스트라들 사이로 골프 카트를 패튼 장군의 백마라도 되는 양 몰고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의상 담당자들 앞에 잠시 멈춰서서 의상에 흙을 정확히 얼마나 묻혀야 하는지 꼼꼼히 설명한다. - 이탈리아 목격자2001년 3월 @ 치네치타촬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레오가 마지막 싸움신을 연습해 보길 바랐다. 결국 우리는 카메라도 안 돌아가는데 진흙탕에서 뒹굴면서 서로에게 지칠 때까지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정말 녹다운이 될 정도였다. “<디스 보이스 라이프>의 그 소년을 기억하세요? 이놈은 더이상 그 소년이 아니에요!” 그나저나 그동안 운동을 해왔기에 망정이지….
1970-2003,<갱스 오브 뉴욕>은 이렇게 태어났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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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현재`의 무거움<어댑테이션>에서 <25시>까지, 베를린을 달군 화제작들“부시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실례합니다. 저기 비어 있는 자리인가요?”2003년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미국영화 기자회견장에서라면 거의 빠지지 않았던 ‘전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과 영화시작 훨씬 전부터 극장 안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빈자리’를 찾는 질문, 이 두 가지가 쉴새없이 반복되었다.4천명이라는 유례없이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기자회견장의 의자를 차지하는 것, 프레스센터의 컴퓨터 하나를 차지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극심한 선착순의 경쟁이었다. 극장 안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일찍 채워져갔고, 기자회견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오는 이들도 늘어갔다. 영화는 초반 30분에 거의 판가름이 났고 극장 앞 계단에는 노트북을 안고 바닥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로 붐비었다(꼭 그런 몸싸움과 속도의 경쟁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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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뫼비우스 위에 나는 뫼비우스?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스파이크 존즈의 <어댑테이션>(adaptation)은 ‘adaption’이라는 단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에 대한 매우 독창적인 유희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수잔 올린이라는 저술가가 난 재배가 존 라로시에 대해 쓴 책 <난 도둑>을 영화로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이자, 야생에서 채취한 난을 인공의 화원에 ‘적응’시키는 것에 대한, 수잔 올린의 ‘뉴욕 스타일’의 에세이이고, 찰리 카우프만, 수잔 올린, 그리고 존 라로시가 한데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다윈의 진화론과 현대 프랑스의 해체주의 철학이 정신적 배경으로 등장한다(실제로 흰 수염을 단 다윈이 실험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매우 이질적인 담론과 이야기들이건만, 이 영화에서는 각 이야기의 줄기들이 아주 자연스럽고도 흥미롭게 서로 연관을 맺으며 흘러간다.영화는 몇년 전, <존 말코비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화제작1 <어댑테이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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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내게 강해지라 하고마이클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눈발이 날리던 2월7일 아침, 8일간의 경쟁작 시사회 대장정의 첫문을 열었던 영화 <이 세상에서>는 멀게는 아시아에서 열몇 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기자들을 갑자기 파키스탄에 떨어뜨린 뒤 거기서 런던에까지 ‘육로로’ 가는 긴 여정에 훌쩍 띄워보냈다. 파키스탄의 한 아프간 난민캠프에 살던 소년이 육로로 런던에 피난 겸 유학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중간중간 디지털 지도 화면 위에 빨간 여로를 표시하면서) 이 영화는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건드리는 가슴 시린 로드무비였다.“여기 있으면 언제 죽을지 몰라”라며, 자말의 아버지는 아들 자말을 ‘안전한 나라’ 영국에 보낸다. 브로커에게 돈을 맡긴 뒤 여권도 비자도 없이 어느 낡은 버스를 타고 그의 ‘안전한’ 난민캠프를 떠나는 자말은, 파키스탄 산악지역의 눈덮인 아름다운 산을 보며 ‘눈’이 영어로 무엇인지, ‘산’이 영어로 무엇인지 되뇌인다. 아랍권에서 점점 유럽으로 가까이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화제작2,3 <이 세상에서><난 두렵지 않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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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배반한 모든 것에 Fuck!스파이크 리의 <25시>“스파이크 리가 <25시>라는 그의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 2월13일치) 스파이크 리의 <25시>가 선보인 다음날, 독일언론들은 13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시종일관 파워풀한 에너지를 뿜어낸 리의 최신작에 대해 이같은 찬사를 보냈다.스파이크 리의 <25시>는 마약거래가 적발돼 내일 아침에는 감옥에 들어가야 하는 뉴욕의 백인 남성 ‘몬티’(에드워드 노튼)의 자유로운 마지막 하루를 한편의 긴 랩송처럼 읊은 작품으로, 9·11 사건 이후 뉴욕에서 촬영되었다. 주인공 몬티는 매우 쿨한 방식으로 마지막 자유 시간을 보낸다. 우선 바를 경영하는 아버지를 만난 뒤 옛 친구들과 함께 클럽의 파티에 가며, 키우던 개를 그 친구 중 한명에게 부탁한 뒤 다른 한 친구에게는 ‘제정신으로 갈 수 없다’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때려줄 것을 부탁한다. 피투성이가 된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화제작4 <25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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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의한, 독일을 위한두 편의 독일영화, <불빛>과 <굿바이, 레닌!>2월12일치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는 전날 상영되었던 한스 크리스티안 슈미트의 <불빛>을 크게 다루면서 마이클 윈터보텀의 <이 세상에서>와 <불빛>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상영작 299편 중에 가장 중요한 2편의 영화라고 과감히 적었다. 독일과 폴란드 국경지방을 무대로, 폴란드에서 독일로 넘어오는 난민들과 두 나라의 국경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엮은 영화 <불빛>은, ‘이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세상에서>와 한 카테고리에 묶여야 할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 상영작 중 100편이 독일영화인 올해 베를린영화제 프로그램의 구성을 고려해볼 때, 이 영화는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과 함께 독일영화의 르네상스를 증명해주는 증거자료로 더 큰 존재가치를 지닌 듯하다.&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화제작4 <불빛> <굿바이,레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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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사람 손들어보라"<밀애> <동승> <경계도시> 등 한국영화 뜨거운 관심 불러한편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작을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영화 장르의 전 스펙트럼을 커버하며 각국 영화계의 현주소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포럼부문 등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베를린영화제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리 아쉬워만 할 일도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올해 한국영화는 베를린에서 성공했다.포럼부문에 관심을 집중시킨 <밀애>관객의 관심을 자로 잴 수는 없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밀애>인 듯하다. <밀애>는 시사 뒤 극장에 불이 켜지고 감독이 무대에 오른 지 한참이 지나도록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한 차례 극장쪽 사고로 1시간가량을 영화상영이 끊겼던 날에도 관객은 이 화제작을 보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좋게 표현해 비밀스런 사랑, 까놓고 말해 불륜을 다룬 작품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나 변 감독
제 5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한국영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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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밤그림자처럼<검은 물밑에서> <링> 시리즈 만든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영화세계그가 웃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나카다 히데오(中田秀夫)를 한번 인터뷰한 적이 있다. 2000년 여름, 국내에서 열린 어느 영화제에 초청되었던 나카다 히데오를 만난 것이다. 그는 <링> 시리즈로 국내 영화 마니아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나기 전엔, 막연하게나마 딱딱하고 말주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공포영화 감독 같겠지. 그런데 의외였다. 실례일지 모르지만 정훈이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같다고 할까? 엉뚱하고 유머감각이 있었다. 자기표현이 확실하며 말주변이 좋은 편이었다. 감독에게 예상보다 인상이 좋아서 다행이다, 라며 농담을 하자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선입견이란 위험하다.당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일본의 장르영화, 그중에서 공포영화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링> 시리즈 이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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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밑에서><여우령><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흉내내 성인용 영화를 만들었고 구로사와 기요시는 고다르의 정치적 영화, 이론적 영화에 경도되어 또한 연출활동에 발을 디뎠다. 나카다 히데오 역시 비슷한 흐름의 끄트머리에 합류해 영화계에 입문한 경우다.영화사적 기억나카다 히데오는 1961년생.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도쿄대학 재학 시절, 비평가로 명망높던 하스미 시게히코의 강연을 듣고 영화에 뜻을 두게 되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와 같은 경로를 밟은 것이다. 졸업 이후 영화현장에 뛰어든 그는 성인영화와 TV시리즈, 그리고 비디오용 영화를 찍으면서 연출공부를 하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영화계에 입문했지만 그가 이름을 걸고 영화연출을 할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가능했다.<여우령>(女優靈, 1996)이라는 공포물을 찍은 뒤 “진짜 공포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나타났다”는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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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링>유괴극을 중심으로 범인과 형사,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이 얽혀든다. 그런데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뻗는다. 시간대는 뒤죽박죽으로 배열되며 영화의 시점 역시 명확하지 않다. 사건 순서는 현재에서 불쑥 과거의 사건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좀더 앞선 시간대의 사건으로 건너뛴다. <카오스>는 등장인물부터 사건의 흐름, 그리고 이야기의 순서까지 어떤 규율을 차례로 허물어간다. <큐어>를 만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간파했듯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고, 공범자도 배반자도 존재하지 않는” 괴상한 스릴러가 되어버린 것이다. <카오스>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벽돌을 허물듯 해체해버린, 실험작이라 할 만하다.“공포영화 감독이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기회가 있었고, 어쩌다가 성공한 게 전부다. 앞으로도 돈을 벌기 위해선 공포영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나카다 히데오의 솔직한 고백이다. 기실 나카다 히데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에게 ‘공포영화감
검은 공포,나카다 히데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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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에게 묻는다
유일 메이저의 독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20인의 질문
1938년 미국에선 이른바 ‘파라마운트 소송’이라는 사건이 있었다. 제작, 매니지먼트, 배급, 상영 등 영화와 관련한 모든 공정을 메이저 영화사가 총괄 관리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무너지는 데 결정적 계기였던 이 소송은 거의 모든 영화사 책에서 언급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당시 미국 법무성은 파라마운트를 비롯한 메이저 영화사들이 극장체인까지 소유하면서 영화를 묶어 팔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삼았다. 극장체인의 프로그램을 독점공급함에 따라 중소영화사의 작품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고, 따라서 시장의 자유경쟁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10년을 끈 이 소송은 1948년 법원이 파라마운트사에 극장체인을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됐다. 이후 10년간 메이저 영화사들은 극장체인을 매각했고, 독립영화의 제작편수는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월29일 CJ엔터테인먼트는 플레너스 주식 28.3%를 인수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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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서비스 입장에선 CJ의 극장체인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그 목적은 분명하다. 제작, 배급, 상영 3가지 모두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고하게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CJ와 시네마서비스의 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제2, 제3의 회사가 크는 것은 사전에 막겠다는 것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양립하고 있으면 동양이나 롯데나 시장에서 절대 못 큰다. 오히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몸을 섞은 지금이야말로 또 하나의 메이저 집단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안 돼서 분명 나온다. CJ와 시네마서비스가 이런 관계가 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는 건 쇼박스 같은 곳이다. 충무로에 안티 강우석 세력이 있지 않은가. (웃음) 아무리 힘들어도 나한테 안 오는 사람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 거기로 몰려간다. 심정적으로 강우석 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면 어나더(another) 시네마서비스 하나 더 나오게 돼 있다. 쇼박스가 됐든 어디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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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아니라 군소극장쪽에서 보면 두 회사가 힘을 합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대단하다. CJ와 시네마서비스, 두 회사의 영화를 못 받으면 작은 극장은 바로 문닫을 수도 있는 환경인 것이다. 경쟁할 만한 오리온의 메가박스나 롯데도 선발주자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센 영화를 무기로 경쟁 극장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글쎄. 프로를 안 줘서 극장 죽이는 거? 생각 안 해봤다. 해코지를 그런 식으로 하면 되나. 낯 뜨거운 짓이다. 그냥 무관심하면 되는 거지. 극장 사업이라는게 우리가 프리머스한다고 해서 우리 영화 위주로 개봉하나? 그게 아니다. 손님 드는 영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망하니까. 안 되는 영화를 큰 관에 건다고 해서 손님이 더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래 건다고 해서 관객이 와? <반지의 제왕>처럼 검증이 끝난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들진 못한다고. 단관극장들의 경우라면, 어쩔 수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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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못 주면 영화계 떠난다”
신작 <실미도>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지난해 3월, 미국 컬럼비아영화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영화 <실미도>가 오는 3월1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발표시점에서 1년여 만에, 10여 차례 시나리오 수정을 거쳐 콘티 작업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강우석 감독은 <실미도> 출연진의 윤곽까지 정했다.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결정된 설경구를 비롯해 안성기, 정재영, 임원희, 허준호 등이 가세하기로 했다. 전체 영화의 70% 정도를 찍을 실미도 훈련장 세트가 들어설 지역도 확정됐다. 한때 경기도 화성 앞바다에 있는 입하도가 거론됐으나 몇 가지 어려움 때문에 실제 북파부대 훈련을 했던 실미도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제작에 필요한 여러 사항이 결정됐지만 영화 <실미도>의 실체는 아직 모호하다. 무엇보다 강우석 감독이 <실미도>에서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CJS 연대, 강우석, <실미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