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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촬영 시작96. 3. 19 | <모노노케 히메>를 작업하는 동안은 디지털페인트 기계를 CG부에 두기로 한다. 시아게(완성작업)부에 기계의 사용방법을 숙지시킨다. <모노노케 히메> 이후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더욱더 디지털화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이 정도의 작업은 CG부에 의존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96. 4. 4 |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아왔는가-나이젤 강의 이동어민>의 상영회가 열린다. 신입사원을 포함해 20명 이상이 관람한다. 사전에 미야자키 감독이 강제성이 다분히 엿보이는, 참여 권유 안내문을 붙였기 때문이다.96. 4. 10 | 미야자키 감독이 정오 이후에 출근한다. 자택 근처에서 벚꽃을 관찰하고 왔다고 한다.96. 4. 13 | 러시 체크에서 리테이크 분량이 다수 나왔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브에나비스타에 넘기게 될 그림 콘티의 카피를 부탁했더니 “복사만은 더이상 못하겠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라며 가버렸다. 그
<모노노케 히메>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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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 변경담쟁이 덩굴과 키 큰 나무들로 둘러싸인 조용한 작업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이름처럼 엄청난 산고를 거쳐 <모노노케 히메>를 내놓았다97. 1. 6일 | 어젯밤 11시30분, 드디어 <모노노케 히메>의 그림 콘티가 완성했다고 생각했지만 하룻밤 더 생각해 일부를 수정한다. 정말로 완성이다. 어제 1월5일은 미야자키 감독의 56살 생일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탭들의 축하 인사에 “55살 안에 완성하고 싶었다”며 약간 시무룩해진다.아침부터 그림 콘티의 카피를 시작하려 했으나 카피기의 상태가 안 좋다. 점심시간 직전 드디어 카피기가 고장난다. 수리 기사를 불렀다. 이것은 ‘모모노케(원령)’의 저주가 아닐까. 완성한 그림 콘티를 베이스로 러닝타임을 계산해본 결과 130분을 넘어버렸다. 엔딩도 넣지 않았는데 말이다. 으아… 스즈키 프로듀서에게 뭐라고 말하나.97. 1. 8 | “콘티, 이대로 괜찮을까?” 스즈키 프로듀서가 미심쩍다
<모노노케 히메>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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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2> LA 시사기돌연변이들의 고뇌와 반란, 그리고 진화2000년 여름 블록버스터 레이스에서 <엑스맨>은 영광의 다크호스였다. 알록달록한 스판덱스를 입은 영웅의 발차기를 예상했던 우리의 허를 찌른 이 마블 코믹스 영화는 액션블록버스터 무리 가운데 우뚝했다. 3년만에 1편이 착륙한 자리에서 2편이 시작된다. <엑스맨2>의 새로운 진화가 궁금하다. 그래서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김혜리 기자가 미국 LA으로 날아갔다. - 편집자LA=김혜리 vermeer@hani.co.kr스톰(날씨를 다스리는 엑스맨)에게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26개국 기자들을 초청한 <엑스맨2>의 시사 및 회견이 열린 4월13일의 LA는 종일 궂은비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캘리포니아 하면 비치 보이즈부터 상상했던 방문객의 시무룩한 눈이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 번쩍 뜨였다. 후줄근한 검정 점퍼에 때묻은 운동화, 소품 조수쯤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 <엑스
미리보는 <엑스맨2> X - Men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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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 간수. 매그니토의 희생자가 된다.좀더 야하고 좀더 피를 많이 보는 <엑스맨2>는 여전히 <스타워즈>보다는 <스타 트랙>에 접근한 ‘캐릭터 블록버스터’다. 오리엔테이션 단계를 통과한 인물들은 성장한다. 울버린은 얼마간 과거의 결박을 풀고 현재에 고개를 돌리고, 진 그레이는 자꾸만 커가는 자기의 초능력에 위화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수성보다 인간성을 부쩍 가꾼 미스틱은 울버린에게 적극 대시하고, 공동체에서 추방당하고 인간을 회의했던 스톰은 나이트크롤러의 천진하고 성스러운 선의에 감화된다. 로그의 남자친구 아이스맨이 울버린과 다가갈 수 없는 여인들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과 부모에게 돌연변이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시퀀스는, 전편의 오프닝에는 미치지 못하나 긴 여운을 남긴다.슈퍼 모델과 미인대회 여왕, 오스카 수상자와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 베테랑들로 우글거리는 <엑스맨2> 군단은 여전히 울버린을 선두에 세우지만, 1편에서 관객
미리보는 <엑스맨2> X - Men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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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라이언 싱어 인터뷰"스트레스로 늘 통증에 시달린다."<유주얼 서스펙트> <죽음보다 위험한 비밀> 같은 인디영화를 했고 지금은 <엑스맨> 같은 거대 예산 프랜차이즈영화를 만들고 있다. 계획한 것인가.(영화규모 문제가 아니라) 나는 늘 SF판타지에 매료됐다. <스타워즈> 등 SF영화는 어린 시절 극장 앞에 세 시간씩 줄을 서게 만들었다. 그들은 인간의 이야기를 장대한 스케일과 환상적인 시점으로 들려준다. 동네 도서관에서 아버지가 16mm <지구가 저항한 날>을 보여준 9살의 어느 날부터 SF판타지의 힘을 깨달았다.30대의 무려 6년을 <엑스맨>에 바쳤다.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은가. 더 작은 영화도 하고 싶지만, 엑스맨들의 우주와 워낙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웃음) 상황에 따라 정할 것이다. 3편 연출은 고려 중이다. 생각할 게 뭐 있냐고? 한마디로 기진맥진한 일이다. 시나리오 다듬고 프리 프로덕션에 지칠 무렵
미리보는 <엑스맨2> X - Men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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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치사하다<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 비굴하고 쪼잔한 욕망의 대변자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로 매일 브라운관에서 만났던 배우 박영규, 그가 이번에 영화 <보리울의 여름>의 주인공 우남 스님으로 돌아왔다.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라 관객 반응이 어떻게 나올까, 초조해하는 그를 개봉 2주 전에 만났다.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미달이 아빠로 시작해 우남 스님까지, 그가 살아온 궤적에서 우리가 그의 코미디 연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짚어본다. - 편집자“어머, 미달이 아빠야, 얘.” “어디 어디?” 광화문 성곡미술관에서 박영규(50)씨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미달이 아빠’라고 불렀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가 낳은 숱한 인기 캐릭터 가운데도 가장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인물, 미달이 아빠. 장인 눈치 보기, 남의 집 냉장고 뒤지기, 밥값 안 내고 도망가기, 사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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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럭키한 사람“만일에 <순풍산부인과>랑 만나지 않았다면 박영규라는 배우의 인생이 그냥 그런 배우로 지속됐을지도 몰라요. 럭키한 거지. 하지만 누구나 기회는 온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친다구. 그런데 미달이 아빠는 내가 한번 나를 부숴보고 싶은 욕망이 있을 때 왔어. 그게 절묘한 거야. 운명이. 코미디를 난 극단 목화에서 오태석 선생님하고 할 때 다 공부했다구. 오늘날 박영규의 세계는 그분이 만들어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그때 만약 그런 공부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안 됐을 거라구. 사람이 자기가 투자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승화될 타이밍이 온다고. 자기가 바친 만큼 반드시 온단 말이지. 하지만 그때 훈련을 안 했으면 이렇게 안 됐을 거야. 그래서 내가 굉장히 럭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순풍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의 김병욱 PD는 당시 캐스팅 1순위로 박영규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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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처럼. 단순하고 순진하게<보리울의 여름><라이터를 켜라>“내가 우남 스님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갖고 갔던 거는 종교인 하면 연상되는 관념적 딱딱함 같은 걸 깨고 싶었던 거야. 저 스님은 수녀님하고도 연애할 수 있는 사람, 아이들하고 어울릴 때는 동심의 세계에서 막 놀 수 있는. 대사도 있죠. 어린애 같은 마음이 부처님 마음이다. 우리 인간은 그걸 다 잊어버리잖아. 그러니까 우남 스님은 어른이 잊어버리고 있는 어떤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 난 성경도, 불경도 공부 안 했지만 근본교리를 보면 인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 그런 거잖아. 내 마음에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없으면 행복이 없어져버린다구. 애들은 조금만 행복해도 자지러진다구. 조그만 일에 웃겨서 참지 못하고. 어른은 못 그런다구. <보리울의 여름>은 어른이 잃어버리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다시 생각해보는 거라구.”마음속에 아이가 살고 있는 어른, 그건 미달이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빠 못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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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이 말하는 배우 박영규"억울하게 당하는 연기, 당대 최고다"김병욱 |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PD<순풍산부인과> 첫 녹화를 하던 날을 기억한다. <순풍산부인과> 전에 박 선배를 알던 사이가 아니라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는데 첫 녹화를 하면서 느낌이 팍 오더라. 혼자 마늘을 까면서 아내인 미선이가 “왜 그러고 있냐”고 말하면 “장모님이 까래잖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다. 장인, 장모 앞에선 끽 소리도 못하면서 미선이한테는 큰소리치는 건데 코미디를 잘 아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게 나왔으니까. 처음에 미달이 아빠를 생각한 건 시트콤의 인물이 대부분 착한 사람뿐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느낌이 들어서였다. 처음부터 치사한 짓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불쌍한 사람, 삶에 찌든 사람을 그리려 했는데 하면서 점점 발전한 캐릭터다. 그건 박 선배가 그런 연기를 무척 잘하
<순풍산부인과>에서 <보리울의 여름>까지,박영규 스토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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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엿먹인 “꼴통” 반골 아저씨카메라와 펜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다큐멘터리스트 마이클 무어 스토리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마이클 무어는 놀라운 인간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직설적인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우아하고 고상한 자리에서, 너무나 직설적인 언어로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그건 마이클 무어의 평소 하던 행동 그대로다. 무어는 결코 참지 않는다. 무어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시상식장에서 환호와 야유가 함께 쏟아진 것처럼, 마이클 무어는 논쟁과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그가 건방지고 무례하다고 비난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로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고와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건, 찰턴 헤스턴이건 마이클 무어는 고개를 뻗대고 정면에서 치받는다. 그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본질에 파고들기를 원하고, 자신의 영화와 책을 통해서 그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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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압수’의 일생그런 환경이었으니, 마이클 무어가 어린 시절부터 반골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이클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곳곳에서 ‘금지’와 ‘압수’의 수난을 당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든 학교 신문은 압수당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쓴 크리스마스 연극 대본은 공연 금지를 당했다. 어떤 내용일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발표 시간에는 지역 내 환경오염 현황을 슬라이드쇼로 만들었고, 고교를 졸업하기 직전 18살의 나이로 출마하여 지방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학교 시절부터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글로 쓰고 강력하게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무어는 대학을 나온 뒤 신문기자로 일하면서도 사사건건 부딪쳤고, 주간지 <미시간 보이스>를 직접 발간하기도 했다.1986년 마이클 무어는 샌프란시스코의 정치 잡지인 <마더 존스>의 편집진으로 참여하지만, 5개월 뒤 ‘사상적 이유’로 해고된다. 마이클 무어는 누구의 밑에서, 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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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은 `재미`를 무기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중 `5%만이라도`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그 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새로운 야만의 시대 혹은 럼스펠드의 말처럼 ‘4차대전’의 시기에 마이클 무어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끔찍한 진실>이나 을 보았다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카메라는 정의를 향한 공평한 무기이다. 무엇보다 좌파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한 구절이 있다. 웃음을 비난하는 행위에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분명, 너무나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데 농담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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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할리우드의 세계로 오세요추천작 Part III - 심야가 좋다 :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사진 왼쪽부터 아이작 줄리언, 고든 파크스, 멜빈 반 파블스, 잭 힐 감독.1971년, 같은 시기에 공개된 <스위트 스위트백스 배다스 송>과 <샤프트>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ck+Exploitaion)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 이 두 작품이 예상치 못했던 돈을 움켜쥐자 할리우드는 흑인 관객이란 새 광산을 찾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두편의 처지는 꽤 다르다. <…배다스 송>은 온전한 독립영화의 승전보였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멜빈 반 피블스가 시나리오, 감독, 제작, 주연, 편집을 도맡았고 그는 흑인 소유의 극장이 전무했던 배급상황을 돌파해야 했다. 게다가 미국영화협회(MPAA)는 X등급을 ‘선물’로 안겨주며 정상적 마케팅을 불가능하게 했다. 스튜디오에 의해 배급된 <샤프트>는 적어도 이런 혹독한 운명은 피해갔다(MGM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원해줄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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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꿈틀대는 전주로!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5일 개막, 추천작 38편 프리뷰가끔은 고된 정신노동을 강요하기도 했던 전주영화제가 친근하고 문턱 낮은 영화들과 함께 네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맞은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35개국 171편의 영화를 초청해서 예년보다 덩치를 줄였지만, <애니매트릭스> <스파이더> <원더풀 데이즈>(상영취소) 같은 화제작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처럼 낯선 장르의 영화를 두루 체험할 기회를 줄 것이다. 전주영화제가 가장 흥미로운 영화들을 포진시켜왔던 ‘전주 불면의 밤’은 올해도 역시 밤새는 일이 두렵지 않을 프로그램을 다섯밤 동안 선보인다. 일본 뉴웨이브의 일원이었지만 국내에선 크게 소개된 적 없는 하니 스스무와 <샤프트> 원작을 볼 수 있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밤, <피아니스트>로 논란을 부른 미카엘 하네케의 초기작들이 불면의 밤을 가득 채울 영화들. 브라질 시네마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