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나고 나서 울었어요?김민선 너희는 어디서 촬영해?조안 수도여고에서 찍어요.최강희 요즘엔 학교에선 다 찍게 해줘? 우린 되게 힘들었어. 속이고 찍었거든. 선생님이 죽임당하고 그러니까.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다른 대본까지 만들었다니까. 지혜가 목매달아 죽는 장면에서도 짱 보는 스탭이 따로 있었어. 인기척이 들리면 ‘내려’ 그러고, 아무 소리 없으면 다시 끌어올리고 그랬는데….박한별 현장에선 안 떨려요?최강희 제일 먼저 촬영하나 보네. 난 등교장면이 첫 촬영이었어. 영화에 처음 나오는 장면. 현장에 가면 생각보다 맘이 편해. 나만 그런가.김민선 난 처음엔 숙소 보고 기절했던 게 기억나. 방이 너무 좁고 허름하니까. 좋은 데로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롱 열면 이불 쏟아지는 그런 곳이었어. ‘여기서 어떻게 지내요’ 했더니만 심은하, 전도연 다 여기서 잤다고 그러시는 거야. 그래서 조용히 잤지.최강희 첫 촬영 때 아침부터 감정잡았더니 밤 되니까 힘이 뚝 떨어지는거야. 그때 알았
<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뉴 페이스를 만나다 [5]
-
틀었노라, 돌렸노라, 만족하였노라!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기발하고 하수상한 케이블TV 프로그램 10선(選)TV를 벗삼아 사는 사람들에게 리모컨은 반드시 도움되는 물건만은 아니다. 수십개 채널을 쉴새없이 바꿀 수 있으니, 첫눈에 반할 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마음붙일 채널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편성표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 조그만 글씨로 빽빽이 채워진 방영 스케줄은 제목만 봐선 뭐가 뭔지 모를 프로그램투성이. 조금만 참다보면 한 시간 채워줄 보석을 발견할 수 있으련만, 아직 득도하지 못한 백수들은 공연히 마음만 바쁘다. 여기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채널들은 광속으로 쏘아대는 리모컨 끝에 우연히 걸린 결과물이다. 두 시간짜리 영화에도 집중 못하는 사람, 긴 밤을 벽만 노려보며 보냈던 사람, 영양가보다는 맛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다.김현정 parady@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헐리웃 이야기>스타도 시작은 미약하였으니2 Z동아T
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1]
-
<랭크 인 할리우드>할리우드 섹시금발 1위는…둥둥둥…무비플러스/ 월요일 오후 11시역시 미국과 한국의 취향 차이는 꽤 골이 깊다. <프렌드>의 리사 쿠드로가 파멜라 앤더슨보다 섹시하다니!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금발미인은 누구일까? 리즈 위더스푼. 아카데미시상식에 가장 멋진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여배우는 누구일까? 줄리아 로버츠.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할리우드 커플은 누구일까?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 <랭크 인 할리우드>는 이처럼 쓸데는 없으나 삶에서 빼버릴 수도 없는 잡담과 시시한 궁금증을 어엿한 한 시간짜리 오락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연예계 소식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을 24시간 방송하는 ‘E! Online’과 혼자 서 있기만 해도 눈길을 끄는 모델 출신 MC 브룩 버크가 2001년 제작된 이 프로그램의 견인차. 방대한 규모의 사이트를 동원해 네티즌 투표를 진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을 듯하다.<랭크 인 할리우드
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2]
-
<백만장자가 사는 법>꿈은 꿔봤수? 백만불짜리 취미생활Q채널/ 수요일 오후 4시, 토요일 오후 3시<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거짓말 같은 다큐멘터리다. 분명하고 간결하지만, 가끔은 기교없는 현실 자체를 믿기 힘든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백만장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빠르게 나열하는 이 프로그램은 뉴질랜드 산봉우리를 독점하고 스키를 타거나, 나파밸리에서 수십만달러짜리 와인을 사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포도농장을 장만하고, 거대한 콘도 같은 호화유람선에 틀어박혀 바다를 떠다니는 부호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경제력이 빈곤하기 때문에 상상력 역시 제한을 받는 이들에게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픽션이나 마찬가지다.2001년 폭스TV가 제작한 <백만장자가 사는 법>은 매회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지역과 인물을 찾아간다. ‘값비싼 취미’라는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라면 제트 엔진을 장착해 400km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는 모터사이클, 아무리 돈이 많
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3]
-
-
영화에 관련된 잡다한 프로그램들7천원이 아깝다고 누가 그랬냐캐치온 / 현장 스케치 이 영화 금요일 오후 9시 30분인사이드 헐리웃 토요일 오후 9시30분스타 스타일 수·목요일 오후 9시(4월9일부터 방영)유료 영화채널에서 영화만 본다면 한달 시청료 7천원이 아까운 일이다. <클루리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옷을 쉴새없이 갈아입었는지, <브링 잇 온>은 어떻게 배우들을 치어리더로 훈련시켰는지, <볼케이노>의 용암은 어떤 눈속임으로 태어났는지 체크한다면 알뜰한 시청자로 등극할 수 있다. <인사이드 헐리웃>과 <현장 스케치 이 영화>는 이런 숨겨진 정보들을 전달한다. 할리우드 A급 스타와 감독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고, 블록버스터의 아찔한 액션 연출비법을 엿볼 수 있는 것이 강점.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의 대저택 총격장면에서 실제로 공중그네를 타듯 연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다.영화를 좋
케이블TV가 신나는 10가지 이유 [4]
-
현실의 감격을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여기 왔다.------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에 참석하는 게스트들에게 정장 차림을 요청했다. 몇몇 사람들이 그 요청을 무시했는데, 이창동 감독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개막일 밤 남포동 포장마차에서 이창동 감독은 이렇게 불평했다. “영화 하는 사람들한테 정장 입으라는 건 무리다. 자유롭고 싶어서 영화를 택한 사람들인데, 그런 격식이 맞겠나.”감독에서 장관으로 직책이 중대하게 바뀐 뒤에도 그는 격식을 무시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았고, 자기 차를 직접 운전했으며, 장관에게 90도 각도로 절하는 관료 문화를 ‘조폭문화’와 유사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래서 취임 첫날부터 그의 행동거지는 뉴스거리가 됐다. 화제만 제공한 건 물론 아니다. 기자실 폐쇄 등의 조치는 언론으로부터 공격받았고, 특히 <조선일보>는 문성근, 명계남씨와 그를 묶어 도마 위에 올리기도 했다. 격식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감독 시절의 자유를 누리진 못하겠지만,
장관실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나다 [1]
-
그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했나.→ 실은 고민 끝에 박광수 감독한테 전화를 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박 감독이 그러더라. “두려워해도 소용없다. 사람은 어차피 변한다. 변한다면 변한 지점에서 출발하면 된다. 또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예술가와 정치가는 다르다. 예술가는 타협하는 순간에도 타협을 자책하며 결국 그걸 숨기지 못한다. 정치인은 그가 혁명가가 아니라면 타협이 본업이다. 장관이 정치인은 아니라 해도, 정부의 정치적 선택에 공동책임을 져야 하며 정부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한다. 정부의 어떤 정치적 선택을 내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정부가 내가 내면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했다면, 난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거다. 만에 하나, 그런 선택을 하려 한다면 그걸 저지하는 것도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예를 드는 게 좋겠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대이라크전 지지발
장관실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나다 [2]
-
문화정책은 시장에서 배제되는 중요한 가치들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테면 극장에 걸리기 힘든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정책적 지원으로 제작되고 상영된다. 민간 자율이라는 건 결국 시장의 힘에 전적으로 맡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시장에 맡기겠다는 게 아니다. 민간이 갖고 있는 자발성과 창조성에 의존한다는 거다. 예컨대, 영화진흥위원회는 현장과 직접 맞닿은 사람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구다.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정책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제안되는 정책이 훨씬 더 존중돼야 한다. 처음부터 최상의 제안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의 과정이 문화적 힘을 향상시킬 거라고 믿는다. 공적인 조직이 그 방향으로 가는 데는 분명히 충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지난 대선, 반전시위, 촛불시위 속에는 분명히 무언가 새로운 게 있다. 그것의 정체를 몇 마디로 단정짓긴 힘들지만, 분명히 새로운 문화적 힘
장관실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나다 [3]
-
비밀인데요... 사실 난 돈키호테입니다.
곧 개봉예정인 <지구를 지켜라!>는 그 제목만큼이나 엉뚱한 영화다. 외계인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병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리는 이 영화에는 황당한 상상력이 구석구석에서 출몰한다. 보는 이를 때론 당황하게, 때론 웃음짓게 할 이 영화는 1995년 이라는 단편영화로 주목받았던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엿보이는 갖가지 희한한 발상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골때리는’ 이야기를 생각했을까. 데뷔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력과 후반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회고하며 직접 쓴 ‘<지구를 지켜라!> 창작비화’를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린다.
“비밀을 간직하고 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실 난 존 레넌이다.” 이 인상적인 독백으로 시작하는 장준환 감독의 단편영화 은 1995년 발표 당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1]
-
<모텔 선인장>을 끝낸 직후 그는 봉준호, 김종훈 감독과 함께 <유령>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다. 차승재 대표가 던져준 “잠수함이 나오는 영화다. 일본이 나와야 한다”는 정도의 앙상한 ‘화두’를 놓고 각각 시나리오를 썼고, 이중 장준환의 버전이 채택됐다. 영화의 기본 설정뿐 아니라 자기파괴적인 성격의 캐릭터나 비극적인 결말부까지의 골격은 이때 만들어졌다. “시나리오 초고는 한달 만에 가뿐하게 썼다. 그런데 각색이 힘들었다. 나 혼자 괜히 무거워지면서 한국으로 미사일을 날리는 장면을 생각하고, 그러면서 혼자 감동하고….” <2001 이매진>에서 얼핏 엿보였던 장준환 특유의 비관주의가 스스로를 지배한 탓이었다. 워낙 작업이 더뎌지다보니 두달 동안 달랑 석줄만을 고친 적도 있었다.
어렵사리 <유령> 시나리오를 마친 뒤, 99년 장준환은 몇개의 다리를 건너 캐나다로부터 시나리오 작업 제의를 받는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국인 제작자가 시나리오 손볼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2]
-
01. 프롤로그- 디카프리오가 영화의 영감을 주다
2000년 어느 봄날 , 감독의 자취방
오늘도 감독은 12시쯤 눈을 떠 졸린 눈을 비비며 늦은 아침을 먹고 멍하게 누워 시체놀이를 즐기고 있다. 1년쯤 공들인 시나리오를 데뷔작으로는 너무 거대한 이야기라는 둥, 엄청난 특수효과와 CG를 소화하기 힘들다는 둥, 갖가지 핑계를 대가며 스스로 엎어버린 뒤 감독은 별반 즐거울 일이 없다. 감독은 거창한 얘기보다는 신인감독에게 맞는 적당한 규모의 이야기를 찾고 있다. ‘영화를 보면 색다른 영감이 떠오를까? 그래 오늘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 감이 들어!’ 감독은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영화 보러 나간다. 그의 뒷모습이 경쾌하다.
몇 시간 뒤, 돌아오는 버스 안
햇살 따가운 구석자리에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감독. 별 소득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착잡한 표정의 감독은 가판대에서 산 <씨네21>을 펼친다. 이리저리 기사를 뒤적이던 감독의 눈이 한 페이지에 꽂힌다.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3]
-
04. 당신은 외계인을 믿으십니까?
강사장/ 지구를 처음 발견한 건 칠십오 대조 선왕님이셨어
강사장/ 선왕께서는 이 아름다운 행성을 푸른 행성이라고 불렀지.당시 푸른 행성은 멍청한 파충류들이 지배하고 있었어.(중략)실험대 위에서 아기 공룡을 해부하는 외계인들. (시나리오 중)
2000년 가을, 수서 작업실
다시 찾아온 슬럼프. 시나리오의 진도도 잘 나가지도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은 감독은 멍하게 누워 시체놀이를 즐기고 있다. 곧이어 굼벵이놀이로 전환, 뒹굴뒹굴 몸을 굴리던 감독의 눈에 며칠 전 길거리에서 받아서 바닥에 던져놓았던 전단 하나가 눈에 띈다. ‘외계로부터의 xx… 라엘리언 어쩌고저쩌고….’‘음… 저기에 가면 뭔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몇 시간 뒤, 종로 탑골공원 근처
전단지를 든 감독, 종로의 뒷골목을 헤매고 있다. 한참을 헤매다 허름한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감독은 얼마 전 자료조사차 마네킹 공장을 방문해 눈치없이 이것저것 물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4]
-
06. 에필로그
2003년 초 편집실
감독은 적이 당황하고 있다. “이 장면은 너무 어두워. 빼는 게 좋겠어.” 제작진들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2002년 5월부터 11월까지 힘겨운 촬영을 끝낸 가뿐한 상황임에도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모든 스탭과 배우가 고생했지만,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힘들어했던 주연 신하균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장면을 뺀다고 생각하니 감독은 하균 앞에 면목이 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구? 다음을 봐라.
플래시백- 2002년 여름 강원도의 어느 국도
감독은 병구가 친구인 태식으로부터 무시당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찍고 있다. 태식이 자신의 상처를 건드려 괴로운 병구의 내면이 드러나야 하는 장면이다. 병구가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며 트럭을 운전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그의 아픔과 이상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감독은 생각한다. 근데 왠지 불안하다. 병구 역의 신하균이 수동기어를 어색하게 조작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드디어 감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5]
-
개봉촉구! <임소요>에서 <아들>까지, 반드시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걸작 10편 지지선언
수입은 해놓고 개봉을 못하는 영화들이 있다. 때로는 걸 만한 극장을 찾을 수 없어서, 때로는 수입사 스스로 흥행 가능성에 자신이 없어서, 때로는 심의문제가 걸려서. 영화사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이런 영화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의 각종 매체에서 그해 베스트 10에 꼽힌 작품들이다.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경탄을 자아내고 열렬한 지지를 받은 영화들을 하루빨리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씨네21>의 이번 특집은 그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획된 것이다. <임소요> <큐어> <해피니스> <팜므파탈>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아들> <막달렌 시스터즈> <볼링 포 콜럼바인> <노 맨스 랜드>
잠자는 걸작 10편, 깨워라! [1] - 임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