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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실험보다 기자회견이 더 두려워”칸 최고의 화제작 <도그빌> 감독 라스 폰 트리에 독점 인터뷰칸영화제 기간 중에 입장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사회와 기자회견을 꼽으라면, 단연 <도그빌>을 들 수 있다. 이날 기자들은 참 많이 뛰었다. 아침 8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각에 열리는 기자시사에 늦지 않기 위해, 2시간58분의 러닝타임을 꼬박 지킨 뒤엔 기자회견장의 자리를 맡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엄청난 취재 인파가 몰려든 탓에 안전사고를 우려한 회견장 가드들은 ‘과잉 진압’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열기는 멀리 할리우드에서 왕림한 니콜 키드먼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도그빌>이라는 작품에 대한 경탄 또는 혐오의 마음, 괴물 같은 감독 라스 폰 트리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이렇듯 <도그빌>이 영화제 중반,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소재와 형식, 어느 하나 범상한 구석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공황기의 미국, 작은 마을에 찾아든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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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스타일로 연출할 계획인가. 3편의 영화 스타일이 모두 다 똑같다. 말하자면 내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거다. (웃음) 이 작품도 초기엔 평범한 로케이션을 염두에 두고 스크립트를 썼다. 사생활이라곤 불가능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기엔 어딘가 미흡하게 느껴졌고, 그때 ‘지도’처럼 평면적이고 투시적인 세트가 떠올랐다. 조금 급진적이긴 해도, 형식적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야만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적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요즘 극히 미니멀하고 콤팩트한 비주얼에 맘이 끌린다. <반지의 제왕>을 봐라. 모든 게 너무 넘치는 영화다. 그래서 아무 재미가 없다. 큐브릭은 <배리 린든>을 만들 때 원하는 빛, 원하는 구도를 잡아내기 위해 석달 넘게 기다렸다. 요즘 컴퓨터그래픽 기술이면 한두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런 비주얼에서 무슨 감흥을 느낄 수 있겠나.니콜 키드먼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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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을 습격한 꼬리 아홉달린 영화들에 관한 보고정성일, 칸으로부터의 편지2 - <도그빌> <오후5시> 등 칸 화제작 오디세이칸 = 정성일/ 영화평론가…(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칸에서 보내는 두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전 지구적인 화제이다. 어쩌면 서울에서 당신은 이미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칸영화제에서 신분을 표시하는 4개 등급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블루카드인 나는 칸에서 이 영화의 초대를 받지 못했다(당연하지 않는가? 나는 워쇼스키 형제나 키아누 리브스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미리 칸에 도착한 기자들은 뒤이어 속속들이 도착하는 기자들만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매트릭스2>가 어떠냐고 물어본다. 신기한 것은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시시하다, 고 대답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사서 읽은 <리베라시옹>은 “죽인다!!”는 게 결론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영화의 새로운 영토’에 뛰어들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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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섹스 그리고 로드무비<브라운 버니>(The Brown Bunny) | 감독 빈센트 갈로 | 경쟁부문빈센트 갈로는 여기서 내기를 건다. <브라운 버니>는 지나치게 야심적이거나, 아니면 과대망상증에 걸린 작가영화이다. 어쩌면 첫 번째 영화 <버펄로 66>이 지나치게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 영화를 만드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또는 캘빈 클라인 청바지 광고 모델이 걸작을 찍었다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빈센트 갈로는 지난 4년 동안 기다렸다. 그리고 21세기의 첫 번째 위대한 로드무비 <브라운 버니>를 만들었다(아니, 첫 번째라는 말은 틀릴지도 모른다. 거기에 구스 반 산트의 <게리>를 더해야 할 것이다).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두 시간의 여행. 혹은 유령과 함께 떠나는 길의 여정. 빈센트 갈로는 여기서 최소 인원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빈센트 갈로 자신이 제작하고, 감독을 하고, 각본을 썼으며, (자막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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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마, 현실이 될지도 몰라<엘리펀트>(The elephant) | 감독 구스 반 산트 | 경쟁부문구스 반 산트의 영화는 결국 미국 십대들을 이해하려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영화이다. 그가 인디펜던트로 만들건(<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디호>), 할리우드에서 만들건(<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마찬가지이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거나(<카우걸 블루스> <싸이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이야기로 돌아온다. 물론 그의 영화가 점점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얼마 전까지 나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가 그의 가장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굿 윌 헌팅>을 본 다음에 더이상 그의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펀트>로 구스 반 산트는 기적처럼 돌아왔다(아직 나는 <게리>를 보지 못했다). 정말
2003 칸 리포트,두 보고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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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우리가 애니세상을 뒤집었대요!<니모를 찾아서> 개봉앞둔 판타지 주식회사, 픽사 스토리수천만, 수억의 디지털 화소로 당신의 기억 속에 잠자던 꿈을 살려내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의리에 죽고사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 아시죠? 모험심 강한 일개미 플릭과 그의 곤충 친구들, 그리고 정 많은 몬스터 설리와 수다쟁이 외눈박이 마이크도요. 최근 드넓은 바다를 헤매며 ‘아들 찾아 3만리’를 감행한 흰동가리 아빠 말린과 아들 니모의 모험담 <니모를 찾아서>는 5월 마지막주 개봉대기 중이랍니다. 모두 픽사의 가족들이죠. 어느새 이렇게 늘었냐고요? <니모를 찾아서>가 벌써 다섯 번째 장편인걸요. 픽사도 어느덧 17살입니다.거의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 선물처럼 찾아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픽사라는 이름을 함께 품은 작품들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95년 픽사의 첫 장편이자 최초의 디지털 장편애니메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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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와 디즈니<틴 토이>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합성을 위한 획기적인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개발한 89년 즈음, 픽사는 명실상부한 명가로 자리잡게 된다. 단편과 매년 늘어가는 광고 제작으로 3D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픽사는, 91년 월트 디즈니와 3편의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을 공동으로 제작, 배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첫 시도가 95년 말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3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해 전미 흥행 1위라는 기대 이상의 기록을 세운 <토이 스토리>다. <토이 스토리>는 신기하게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 소품 하나하나 꼼꼼히 재건된 앤디의 방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3D테크놀로지의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한편, 신형 장난감 버즈에게 밀려날까 두려운 우디의 고민, 유일무이한 전사라 생각했던 자신이 대량 생산된 장난감 중 하나란 사실에 허탈해하는 버즈 등 장난감들의 동화와 자본주의 산업의 속성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아이와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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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도감을 뒤적이며 이렇게나 이름 모를 바다 생물이 많다는 것에 놀라곤 했었지만 이제는 무심히 보게 된 수족관 속의 물고기들을 내세운 <니모를 찾아서>까지, 이러한 흐름은 일관된다. <몬스터 주식회사>와 <니모를 찾아서>에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리 언크리치는 “픽사 사람들 중 누구를 만나도 번번이 듣는 말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캐릭터다. 모든 그래픽과 비주얼은 케이크 위의 당의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파이널 환타지>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놀라운 비주얼이 많지만, 박스오피스의 성적은 스토리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부터 <니모를 찾아서>까지 5편의 시나리오를 공동 혹은 단독 집필한 픽사의 대표적인 작가 앤드루 스탠튼에 따르면, “처음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는 굉장히 무섭다”고. 무엇보다 관객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지만 픽사의 작품들은 자신들을 위한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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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캐릭터열전내 옛 장난감이 떠올라픽사의 아이콘 - 룩소 주니어<룩소 주니어> Luxo Jr.1986년작. 픽사의 영화가 시작되기 전 나오는 PIXAR라는 타이프 중에서 I자 위에 올라가 퉁퉁 튕기다 찍 밟고 서는 바로 그 램프가 룩소 주니어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램프가 I를 찍 눌러 없애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말로 하는 대사는 없지만, 램프를 켜고 끄고, 제자리에서 뛰고, 램프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보다 내용을 이해하기 쉬울 수 없다. 픽사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존 래세터가 감독했다. <토이 스토리2> DVD 서플에 담겨 있다.<럭소 주니어><틴 토이>괴물아기 남시오 - 아기와 병정<틴 토이> Tin Toy1988년작. <토이 스토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존 래세터 감독이 만든 <틴 토이>는 괴물(같은) 아기와 양철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인의
<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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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매트릭스2>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묻기를 두려워했던 모든것<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혹은 <매트릭스> 사전★ ★ ★ ★ ‘네오’라고 이름 붙인 할리우드의 새로운 메시아가 지상에 강림한 것은, 공교롭게도 1999년 부활절 주말이었다. 애초에 만화책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던 <매트릭스>는 미국 박스오피스 1억710만달러, 세계 박스오피스 4억6천만달러를 휘날리는 검정 코트자락에 쓸어담으며 종종 이름값을 못하는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글자 그대로 대중문화 블록을 통째로 날려버렸다.지금 여기 우리의 삶이란, 기계(Artificial Intelligence)들이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약탈하기 위해 고안한 인터랙티브 가상 현실 프로그램의 메아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 영화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1년에 한두번 극장을 찾는 중년 관객과 정열적인 SF 영화광, 인식론을 강의하는 철학과 교수와 게임방에 틀어박힌 10대들을 동시에 열광시킨 영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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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역사생체전기는 인간을 가뒀다|||||||||||||||||||||||| 매트릭스란 <매트릭스>에서 가장 창의적이면서 섬뜩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1편에서는 1999년, 그러니까 2편에서는 2003년일 것이다)는 미래인 2199년에 만든 디지털적인 가상세계라는 기가 막힌 설정이다.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가상적인 인간이고, 매트릭스를 해킹해서 (우리의 현재이자 영화에서의 과거세계인) 매트릭스와 (우리의 미래이자 영화에서의 현재 세계인) 시온을 왔다갔다하는 인간은 진짜 실재의 인간이다.매트릭스는 철저히 수학적이고 함수적인 계산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다. 계산되는 세계는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그런데 함수적인 계산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시온이 있다. 매트릭스를 만든 인물은 이 시온의 세계를 파괴하고 모든 존재를 매트릭스로 만들어 완전한 지배를 꿈꾼다. 그 어느 곳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완벽한 필연의 세계, 모든 선택이 필연적으로 이미 그렇게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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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프 천사의 또 다른 이름이며 ‘치품 천사’라 하여 천사의 9계급 중 가장 으뜸인 제1계급의 천사이다. 인간과 닮은 모습에 세쌍의 날개를 가졌다. 네오가 오라클을 만나기 직전 중국 복장을 한 세라프와 한수 대결을 벌인다. <와호장룡>에 본 천의무봉함은 없어도 제한된 공간에서 벌이는 쿵후 격투에선 원화평의 홍콩식 무술연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쿵후 하는 천사라니, 확실히 워쇼스키 형제는 동서고금을 솜씨 좋게 섞어놓는다.|||||||||||||||||||||||| 오라클 아폴론의 신탁을 전하는 고대 그리스의 여사제처럼 오라클은 여자다. 오라클은 그대로 번역하면 신탁이다. 시온에 속한 진짜 인간들, 특히 그들을 지도하는 모피어스가 전적으로 신봉하는 예언자가 오라클이다. 모피어스에게 전달되는 예언은 메시아인 ‘그’가 나타나 매트릭스를 파괴함으로써 전쟁이 곧 종식되고 시온의 평화가 보장될 것이라는 것이다. 1편에서 오라클은 매트릭스의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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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반겔리온 <매트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대한 헌사이다. 1편과 2편의 시작장면은 애니메이션의 영화적 전개라고 할 만했으며, <매트릭스>의 기본 구성 또한 <공각기동대>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번 2편에서는 또 다른, 숨어 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에반겔리온>에 담겨 있는 그 처절한 종말론이다. 네오에 앞서 다섯 명의 메시아를 맞았던 인간도시 시온은 그때마다 종말을 거듭했으며, 네오에 이르러 다시 한번 종말을 앞두고 있다. 그 원인은 시스템 설계자가 네오에게 설명한 것처럼 인간의 불완전성, 컴퓨터로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불예측성 때문이다. 새롭게 창조된 세계는 결국 오류가 발생하고 모든 것을 지우고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마치 윈도 시스템처럼 말이다. 이건 <에반겔리온>에 나오는 ‘인류보완계획’의 새로운 버전으로 보인다. 신인류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기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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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대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최근 패션쇼, 비디오게임, 만화책을 일부러 멀리하며 오로지 시나리오에만 의존했다.” <매트릭스2 리로리드>의 의상담당 킴 베럿의 말이다.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의 의상과 100명의 스미스, 인간도시 ‘시온’인들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매트릭스풍’ 옷차림은 2003년 가을, 겨울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5월12일치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의 ‘2003년 가을 컬렉션’에는 ‘매트릭스’풍 디자인이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매트릭스풍’이라고 명명되진 않지만 이미 올 가을, 겨울 컬렉션에는 미니멀한 트렌치코트와 가죽재킷 사이버틱한 광택 소재의 의상이 많이 등장했고 다양한 톤온톤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무채색 컬러가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 ☆ ☆ ☆ 오리엔탈리즘 & 멀티믹스 사이버 펑크 미니멀의 시크함과 히피 빈티지의 내추럴 패션이 다라면 <매트리스2 리로디드
<매트릭스2 리로디드> 스포일러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