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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나의 뮤즈다”가작 <에너미>의 작가 허성욱가작 당선 소식을 처음 알려주고 인터뷰 약속을 잡은 뒤 문의전화가 두 차례 왔다. 음, 저 상금이 있나요? <씨네21>이 한겨레신문사 몇층이죠? 나중에 보니 이건 문의가 아니라 확인전화였다. 공모에 응하기는 했지만 애초부터 기대가 없었는데, 낮잠 자다가 얼떨결에 장난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허성욱씨죠, <씨네21>의 이성욱 기잔데요, 이번에 당선되셨어요. 어떤 못된 녀석이 이름가지고 장난치는구나 싶었다. 그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처음 써보는 시나리오, 그것도 한 차례의 수정도 거치지 않은 생짜 초고를 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허성욱(28)씨를 초짜로 볼 수만은 없다. 서울예대 사진과와 상명대 영화과를 거쳐 김기덕, 이현승 감독 아래서 조감독으로 수련을 쌓았다. <실제상황>의 시퀀스 감독, <수취인불명>의 조감독을 했다. 김기덕 감독에게선 시나리오에 대한 감성적 접근법을, 이현승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에너미>의 허성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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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최 형사는 도박자금이 떨어지자 현금을 대신해 차와 권총까지 맡기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다. 국회의원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최 형사는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달려든다. 그와 내연관계에 있는 민 기자는 늘 1면 톱을 장식하고 싶어하는 출세지향적 인물이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들은 국회의원 살인사건을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기회로 여긴다. 최 형사는 양아치들만 골라서 돈을 뜯는 반항아적 소년을 찾아내 몰아붙인다. 소년은 마지막까지 범행을 부인하지만 조작된 물증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소년은 교도소에서 온갖 모욕을 받으며 복수를 결심한다.경찰의 영웅이 된 최 형사 앞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진다. 이번에는 재벌회장이다. 최 형사는 뒤늦게 사건현장에 남은 메시지에 주목한다. 김지하의 시 <오적> 속에 나오는 대상이 차례로 희생자가 되고 있었던 것. 첫 번째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소년에게 진짜 범인과 최 형사, 민 기자가 잇따라 면회를
제5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 <에너미>의 허성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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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점유율 45% 시대의 고민, 8대 과제로 짚어본 한국영화산업진단 시리즈지난해 영화산업 전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사업 수익을 기준으로 볼 때 2001년에는 290억원의 흑자였던 것이 2002년에는 47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총액 2300억원 가운데 극장수익과 부가판권을 포함해서 회수된 금액이 1840억원, 작품 한편당 손실액은 6.3억원이다(자료제공: IM픽처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영화산업의 수익률을 -18%로 집계했다.쉽게 말해 100원 투자하면 20원쯤 손해보는 장사를 했고 영화를 만드는 족족 6.3억원씩 까먹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는 거다. 자본이 줄줄이 도망가고 남아 있는 투자도 위축되었으며 제작현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풍문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5%를 넘나들고 박스오피스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 속의 위기, 어찌된 영문인가?우선 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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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배우들, 적정 개런티는?한국영화산업 진단 시리즈 1편 - 흥행의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스타 개런티 해법찾기배우란 어떤 존재인가. 너무나 익숙한 듯이 보이는 이 물음이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영화의 생산과 소비를 중재하는 산업요소로서의 배우를 조망한다. 특히 현장의 위기 의식, 제작 합리화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문제의식과 연결지어 배우의 합리적인 개런티를 둘러싼 각계의 논의를 취합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편집자김소희 기자 cwgod@hani.co.kr흔히 영화산업은 스타시스템이라고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 앞에 스타가 붙은 이 말은 영화산업 각 분야의 최전방에 서서 시스템을 통합하며 이끌고 있는 스타의 역할을 도상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스타 혹은 배우가 작품으로서의 영화와 산업으로서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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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1- 개런티 상한제 + 인센티브코미디는 흥행 성공률이 높다는 점 외에도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적게 들고 굳이 톱스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다. 신은경은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속편에서의 개런티가 급상승했다.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투자 측면에 있다. 투자 자본이 갑자기 불어나고 제작 편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적인 식별력을 갖추지 못한 투자자들이 작품의 완성도, 흥행성, 시장규모 등 어떠한 합리적인 고려도 없이 배우가 요구하는 대로 주거나 더 주면서까지 스타 캐스팅에 매달렸기 때문이다.배우가 먼저 일으킨 사태는 아니지만 호황기의 질펀하고 나른한 후유증은 배우들에게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제작자들이 말하는 배우의 협상 조건은 딱 두 가지다. “내가 전작에서 얼마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얼마를 달라”는 것과 “누가 얼마를 받았으니 나도 얼마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전작보다 최소 5천만원 이상 더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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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2- ‘공동제작’ 개념을 도입하자구체적인 개런티나 인센티브/지분 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대부분 산업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자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평균 관객 동원력, 전작의 흥행성적, 부가 판권에 끼치는 영향, 작품당 개런티가 아닌 일하는 시간에 따른 고용 개념 등이 기본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아닌 자존심과 연결한다는 것이 영화산업이 과도기라는 증거이며 배우 스스로 시장 논리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이다.”(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제작자들은 방송사에서 분당 광고료, 시청률, 제작비 등을 근거로 연기자 등급을 나누는 것처럼 영화 역시 조만간 유사한 근거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매니지먼트쪽에서도 이상과 같은 제반 논의에 인식의 궤를 같이한다. 다만 “스타 파워는 단순히 영화 내부뿐만 아니라 대중의 일상과 상품 판매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시간이 흐를수록 더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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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위기감, 곧 배우들도 실감할 것”배우 개런티는 한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작품의 성격과 장르에 따라 개런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장동건은 파격적인 개런티로 <해안선>에 출연하는 놀라운 결정을 했다.과거에도 배우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조하는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성기씨는 대표 배우로서 개런티 문제에 늘 사려 깊게 행동해왔으며 최근에는 장동건이 자기 개런티의 1/6~1/8 수준으로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동건의 예는 워낙 파격적이어서 모범으로 거론하기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지만, 작품 성격에 따라 개런티를 조정한다는 것이 <해안선> 사건(?)의 본질이고 이런 취지는 공동으로 승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나 작품 성격에 따라 배우의 선택과 개런티 수준을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배우를 둘러싼 논의는 개런티 문제가 가장 뜨거운 초점이었지만, 그외에 몇몇 이슈들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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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개런티에 상한선 필요하다_ 61%”긴급 설문조사- 배우 개런티, 투자 · 제작자 26명에게 묻다배우의 가치를 ‘화폐’로 거론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무리가 따른다. 배우의 존재 의의는 비단 개런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배우 개런티를 숫자로 거론하려는 시도는 무리할 뿐만 아니라 불경한 시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신(神)인 동시에 상품이기도” 하다. 경제학만으로 스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경제학 없이는 스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현재 한국영화는 제작비 상승, 수익률 저하, 투자 위축이라는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배우들의 개런티가 제작비의 가파른 상승을 주도했고, 결국 한국영화의 수익률 저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영화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제작자 혹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배우 개런티는 어느 정도인가?이러한 상황은 ‘배우’라는 영역을 ‘산업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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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또는 매니지먼트사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여겨졌던 경우는 언제입니까.18명이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빈번하게 제기된 사항은 “무조건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무조건 전 작품보다 많이 받아야 한다, 누가 얼마 받았으니 나는 그보다 더 받아야 한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한 응답자는 흥행작 1편 출연 이후 10배 이상의 개런티를 요구하는 경우도 거론했다. 응답자들은 매니지먼트 사들이 개런티와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로 공동제작, 지분요구, 인센티브 등을 요구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캐스팅 요구, 캐스팅 디렉터, 인건비 홍보 또는 기타 광고, 이벤트 진행시 별도의 개런티 요구 등도 포함됐다.배우 개런티에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를 30억원이고 추정할 때 상한선의 적정 기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까?필요하다고 답한 16명은 “제작사간 과다 경쟁을 줄일 수 있다”, “투자 유치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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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국코닥주식회사와 함께 주최하는 코닥이스트만 단편영화제작지원제도가 6회를 맞았다. 올해는 이 제도의 수혜작들을 꾸준히 소개해 온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 주최사로 처음 합류해 시행했다.
총 120편의 응모작 중에서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김성숙 감독의 <세라진>, 원신연 감독의 <빵과 우유>, 박은교 감독의 <자전거 경주> 등 총 3편이다. 올해의 심사위원인 정성일(영화평론가), 문승욱(영화감독), 김소희(영화평론가, <씨네21> 기자), 홍효숙(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프로그래머)씨가 만장일치로 선정한 작품들. 함께 최종심에 오른 다른 세편 <소풍>(임재수), <새 신발>(정광준), <흡연 모녀>(윤은정)에는 부분 지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당선작 세편에는 35mm 필름 1만 피트를 제공하고, 이 필름의 무료 현상과 인화, 35mm 카메라 장비 대여, 편집 작업료 할인, 텔레시네 작업료 할인 등의 지원을 하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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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에 대한 예의”
<세라진>의 김성숙 감독
김성숙 감독의 영화는 그의 삶이고 역사다. 칸영화제 단편부문에 초청됐던 <동시에>는 청계천 노동자의 일상에 욕망의 이중성을 투사하고 있다. 감독 자신이 “혁명은 이뤄진다”는 확신으로 4년간 머물렀던 노동현장에서의 경험이 영화의 바탕을 이뤘다. 이번 코닥이스트만 지원작으로 선정된 <세라진>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군부대 근처에서 만난 매춘 여성들에 대한 기억이, 미군의 매춘부 살해 소식을 통해 되살아나 <세라진>으로 이어진 것. 김성숙 감독은 “영화를 프로파간다로 만들 게 아니라” 사랑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다. “사회성이 강한, 민감한 소재를 통해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로 뻗어나간다”는 원칙 그대로.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연출과 시나리오를 공부하는 중에 잠시 방한한 김성숙 감독을 만났다.
-<동시에> 이후 작품활동을 기대한 이들이 많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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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관계에 희망을”
<자전거 경주>의 박은교 감독
<자전거 경주>는 현재의 딸이 과거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이 시나리오를 쓴 박은교(27)씨는 막연히 영화일을 하고 싶던 고등학교 시절 겁은 많고 욕심은 없어서, 부모님 몰래 영상원에 응시했다가 2차에서 탈락하고 순순히 법과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영화 동아리 활동만으론 목마름이 달래지지 않아 결국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전했다. 그리고 지금 영상원 연출 전공 졸업반이다. 일상에서 갑자기 받는 깜짝 선물처럼 지극히 리얼한 영화가 주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그는, 졸업작품을 염두에 두고 공모 마감 전날 후딱 써내려간 시나리오가 당선돼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작품을 구상한 계기는.
=아버지가 워낙 보수적이신데다 자기 생각이 확고한 분이다. 그런 아버지한테 내가 딸이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부분들이 항상 섭섭하고 속상했다. 그런데 한번은 엄마가 “너 어릴 때 아버지가 무척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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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는 음지에서 자란 나를 닮았다"
<빵과 우유>의 원신연 감독
철도원 노동자의 하루를 그린 <빵과 우유>의 원신연(35)씨는 <피아노맨> <깊은 슬픔> <카라> 등의 상업영화에서 무술감독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던 그가 독립단편 연출로 진로를 바꾼 것은 “액션을 위한 액션만 하는 것이 싫어”졌기 때문. 99년부터 매년 한편씩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전작들 가운데 부모의 학대를 받는 여고생의 이야기 <세탁기>(2001)를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어머니를 살해한 남자의 이야기 <자장가>(2002)를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각각 소개한 바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극분과 회원으로 활동 중인 원신연씨는 훗날 “사람 냄새 나는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에 부천영화제 가는 길에 노동자 한 사람을 우연히
제6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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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회사도 불타버렸으면 좋았을걸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1994년 8월 ~ 1997년 6월 고행의 제작일지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가 6년 만인 2003년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제작비 240억원, 제작기간 4년을 투자한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에서 만 1년 넘게 롱런하며 142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화제를 뿌려 당시 합법적인 경로로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이웃나라 영화팬들까지 설레게 한 바 있다. 드디어 소문의 그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의 의문은 여전하다. 위대한 애니메이션, 그리고 진기한 기록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그래서 우린 지브리 스튜디오 선반 한구석에서 이제 제법 두터운 먼지를 둘러쓴 <모노노케 히메>의 제작기를 입수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를 주축으로 1985년 설립된 지브리 스튜디오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이름 그대로 <천공의 성
<모노노케 히메> 지브리 스튜디오 제작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