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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에서는 날마다 갈라 스크리닝(드레스코드가 적용되는 상영)과 레드 카펫 행사가 있다. 보통 하루에 두건씩 열리고 경쟁부문 영화들은 필수적이다. 비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의 상영작들 중에서도 (작품이 어떤가에 상관없이!) 스타가 있는 영화는 갈라 스크리닝을 갖는다. 오전에는 기자회견 전 포토콜 따라가랴, 저녁엔 턱시도 입고 레드 카펫 촬영하랴, 각국의 사진기자들은 온종일 땀을 흘린다. 올해 칸은 <신 시티>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있어 일단 수적으로 화려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매드슨, 소피 마르소, 맷 딜런, 발 킬머, 다이앤 크루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등이 경쟁부문 외 상영작으로 칸 카펫 위에 섰지만 지면 관계로 싣지 못했다. 영화를 잘 만든 감독은 빛이 나고,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은 눈이 부시다.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6] -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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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상 최다 진출…
김기덕의 <활>부터 장률의 <망종>까지 현지 반응
올해 58회 칸영화제에는 장편 6작품, 단편 1작품 등 총 7작품의 한국영화가 진출했다.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경쟁부문, 김기덕 감독의 <활>이 주목할 만한 시선,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각각 비공식 감독 주간, 조선족 장률 감독의 <망종>이 비공식 비평가주간에 포진됐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심민영 감독의 단편 <조금만 더>도 포함됐다. 각 부문에 고루 초청받은 것이 특기할 만하다.
김기덕의 <활>, 호응도 좋은 편
5월18일 현재, <극장전>을 제외한 모든 감독들의 영화가 이미 상영을 마쳤고 호평과 관심 속에 기자회견 등을 열었다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5] -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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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신성 발견 - <상그레> <천국에서의 전쟁>
<불타버린 극장의 예술가들> <그림 그리기 또는 사랑 나누기>
작은 변명을 먼저 덧붙이면, 여기서 ‘신성의 발견’이란 이름으로 간추린 네명의 감독 중 아마트 에스칼란테를 제외한 세 사람은 순수하게 신성도, 순수하게 발견도 아니다. 캄보디아 출신의 리티 판은 1985년 <사이트2>를 시작으로 20년간 활동해온 다큐멘터리스트이자 극영화 감독이고 8편의 작품 가운데 2편이 칸에 초청된 적이 있으며 지난해 EBS와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각각 그의 영화 <앙코르의 사람들>과 <방황하는 영혼의 땅>을 국내에 소개했다. 몇년 전 미국에서는 리티 판의 회고전도 열렸다.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데뷔작 <하퐁>(2002)으로 200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아르노 라리유와 장 마리 라리유 형제는 지금까지 1편의 단편, 1편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4] - 4인의 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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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연작 두번째 <만달레이>
다르덴 형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제 연작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면, 라스 폰 트리에는 말 그대로 미국 삼부작 중 두 번째 연작을 완성해서 이번 칸에 왔다. 이미 그 첫 번째 작품 <도그빌>로 미학적 급진성을 인정받았고, 황금종려상도 탄 뒤이기 때문에 그의 두 번째 작품 <만달레이>가 또 어떤 영화가 될 것이냐는 예측이 난무했다. 결과적으로는 라스 폰 트리에 자신이 말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내가 구상한 인물과 사건이 미국이라는 공간을 빌리고 있는 것뿐이다. 내가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느낌 그리고 지식에 대한 영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전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색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이 3부로 넘어가는 어떤 매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영화적인 모든 미장센들은 배제되어 있다. 또는 ‘벌거벗은 미장센’만이 있다. <도그빌>처럼 연극 무대와 같은 한정된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3] - 거장들의 신작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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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 반 산트부터 짐 자무쉬까지 - 거장들의 복귀작들
<라스트 데이즈> <히든> <아이> <만달레이> <어떤 폭력의 역사> <망가진 꽃들>
우선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답보상태를 보인 감독은 <진실이 있는 곳>의 아톰 에고이얀이다. 그는 자신의 캐나다-아르메니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따라 역사의 퀼트를 짰던 전작 <아라라트>에서 한 발짝 후퇴한 결과를 내놨다. 한편, 해상 밀입국자들의 인권을 이탈리아 소년의 눈으로 본 <한번 태어난 이상 숨을 곳은 없다>의 마르코 툴리오 조르다나는 안이한 휴머니즘으로 일관할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갈팡질팡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범작이거나 실패작이다. 조용하게 자신만의 영화를 건설해온 두기봉과 고바야시 마사히로가 있지만, 작품의 힘으로 나머지 거장들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반면, 구스 반 산트, 미카엘 하네케, 다르덴 형제, 라스 폰 트리에, 데이비드 크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2] - 거장들의 신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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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자무시·미카엘 하네케·구스 반 산트 등 칸 출신 거장들의 신작 호평
발가벗고 열광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극장 안의 어둠을 칸 비치의 햇빛과 맞바꾸는 것이 올해 칸에서는 아깝지 않다. 기대를 품고 만난 거장들의 현재가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는 것은 가슴 벅찬 경험이다. 지난 5월15일 일요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오전에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으로, 오후에는 오케스트라와 다스 베이더까지 동원한 레드카펫 행사로 팔레 데 페스티벌을 하루종일 장악했던 것을 제외하고 올해의 칸은 매 과목 상위권 성적을 내는 단정한 우등생 같다. 거장들이 보내온 편지를 뜯을 때마다 지독한 실망의 한숨을 쉬어야 했던 2003년에 비한다면, 그리고 ‘새로운 발견’에 치중한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소 난감했던 지난해에 비한다면 더욱 신뢰할 만하다.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도 올해 칸의 선택이 크게 실패하지 않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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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감독론 요지 - 노예에서 주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감독들 혹은 영화들
‘노예에서 주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감독들 혹은 영화들’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루이스 브뉘엘의 영화에서 제시되는 환상과 로베르 브레송,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에 나타나는 실존적 공허함에 대한 의미를 규명하고, 이를 주체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자 하였다(이들 감독들의 작품들에 더하여 <카게무샤> <메멘토> <거미숲> 등의 개별 작품이 포함된다).
먼저 브뉘엘의 영화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내러티브의 구조였다. 브뉘엘은 일반적인 선형적 내러티브에서 철저하게 감추려하고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이는 손’으로 무대화한다. 이러한 서사적 특징은 상징계의 주체가 입각과 실각을 반복하는 기표 위에서 떠돌아야 한다는 사실을 ‘에피소드의 연쇄’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영화적 주제를 내러티브의 공식으로 성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브뉘엘은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5] - 감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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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에 담긴 모든 감정의 가능성
<아들> 안시환 작품비평 전문
다르덴 형제(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의 <아들>(Le Fils)은 상투적 도식이 찢겨진 ‘간격’(interval) 속에 현실을 돌출시키고 이를 통해 영화적 사유가 가능한지를 묻는 작품이다. 다르덴 형제는 이미 <로제타>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로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그 대상을 시각적으로 물신화하는 카메라의 능력과 삶의 고통마저도 엿보려는 관객의 관음증적 시선에 윤리적 질문을 담으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자살을 위해 가스통을 들고 돌아오는 로제타를 단 한번의 커팅도 없이 롱테이크로 담아낸 영화의 엔딩은 관객으로 하여금 못이 되어 자신의 눈으로 되돌아온 시선을 느끼게 함으로써 로제타의 고통을 타자의 것이 아닌 나의 체험으로 변형시킨다.
<아들>에서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목공 일을 가르치는 ‘올리비에’에게 프란시스라는 소년이 배정된다. 다르덴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4] - 안시환 작품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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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으라, 그대여 깨어 있으라!”
감독론 요지 - 박찬욱 복수극에 나타난 ‘고통받는 신체’와 ‘훼손된 언어’에 관하여
박찬욱은 일련의 복수극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컷>을 통해 현대 예술의 신비화 전략의 한 방편인 ‘침묵’의 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에서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인 대사는 절제되어 있는데, 이것은 일상적인 대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는 양식적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과 실재의 언어적 왜곡에 대한 강한 반발 즉, 말을 통해서는 전해질 수 없는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감독의 욕망을 드러낸다. 세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말하지 못하는 상태 혹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것은 언어 파괴의 과정이 바로 박찬욱 작품의 가장 중요한 테마인 ‘복수’의 과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복수극들에서 특징적인 것은 복수를 감행하는 이의 정신적인 고통이 복수심을 불러일으킨 이의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3] - 김지미 작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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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다는 것의 미혹, 그뒤에 가려진 타자의 욕망
<클로저> 김지미 작품비평 전문
마이크 니콜스의 <클로저>(Closer)를 보고 있으면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hka)가 그린 티체(Tietze) 부부의 초상화가 떠오른다. 코코슈카는 25살의 젊은 예술가인 티체 부부의 결혼 기념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 둘을 따로따로 스케치하여 하나의 화면 안에 배치했다. 그려지는 동안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있던 그 부부는 하나의 화폭 위에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의 엇갈리는 행동과 시선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된 그들이 여전히 개인적인 공간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들의 손인데, 분명히 서로를 향해 내뻗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개의 손은 결코 만나지 않는다. 이 네개의 손들처럼 <클로저>의 네명의 주인공들, 앨리스(혹은 제인), 대니얼, 애나 그리고 래리는 서로에게 닿지 못한다. 4년 동안을 사귀고 같이 살고 섹스를 하고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2] - 김지미 작품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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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론이여, 만개하라
영화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된 것 같다. 진지한 영화평이 관객의 선택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인터넷의 놀라운 속도전이 전문가의 평가를 무위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그러나 이런 말은 영화평이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뜻일 뿐 영화평이 무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평은 그만큼 더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 공모에 제출한 89편의 영화평에서도 그런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시각은 영화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치열함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란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제출된 영화평 가운데 상당수에서 치열함을 볼 수 없었던 것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공모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 검토한 평론은 4편이었다. 임상수 감독론을 쓴 고대권씨는 독창적 시각에서 임상수 영화의 미덕을 논했으나 신선한 시각에 비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론비평으로 ‘공포영화
제1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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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낯가림’은 사라진건가?
-<극장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울에 관한 일종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선은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금까지 영화는 어떤 공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있었고 그러다 한곳에 멈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번엔 공간이 바뀌는데 다시 그 공간이다. 일부러 등장인물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떤 힘이 지배하는 동심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 반복된다는 느낌이 좋았다. <강원도의 힘>도 좀 그랬다. 지금 불타버린 낙산사 공간이라든지. 남산타워는 왠지 내게 신경쓰이는, 웃기는 물건이다. (웃음) <오! 수정>에서도 올라가다가 말고 그런다. 그래서 쓴 거다. 올라가보고는 싶은데 막상 올라가면 되게 심심하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팬으로 왔다갔다하는 운동을 했다. <극장전>의 맴도는 운동은 이번 영화에서 많이 쓴 줌 기법과
<극장전> 극장에 도착하다 [7] - 홍상수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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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데올로기와 이미지와 수사에 당신의 삶을 낭비하지 말라”
“저는 오늘 감독님 영화 처음 봤는데 너무 당황했습니다. 저어, 왜 이런 영화를 만드시나요?”
<극장전> 첫 시사회가 끝나고 감독과 배우들이 단상에 오르자 어느 솔직한 여성 관객이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홍상수 감독에게 묻는다. 대부분 홍상수 영화의 경험자인 듯한 다른 관객들은 “오 처녀여, 당신의 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표정으로 짐짓 여유있는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정작 홍상수 감독은 심각하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지 뿌리를 더듬어 정답을 말하고 싶어하며 무겁게 말문을 연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살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사회가 제안하는 방법들이 믿음이 가지 않았거든요….” 홍상수 감독은 헛소리를 싫어한다. 술을 빨리 마시기를 즐기는 큰 이유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까닭이 크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의 인터뷰는 느슨한 듯 언제나 정연하다. 그런데 시사회 이튿날
<극장전> 극장에 도착하다 [6] - 홍상수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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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깊어진 포스트모던
‘홍상수 영화’는 늘 그렇듯, ‘무엇을’보다는 ‘어떻게’가 더 재밌다. <극장전>도 그렇다. 물론 내용만으로도 <극장전>은 충분히 독특하다. 깊고 세밀한 시선에 포착된 사실주의적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이 있다.
그런데, 그의 영화가 정말 돋보이는 것은 그런 사실적인 이야기의 내용이라기보다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의 남다름 때문일 것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극장전>에서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감독 데뷔를 희망하는 어떤 30대 남자가 혼자 헤매고 다니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홍상수 영화를 봐왔던 관객이라면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리라, 대강 감잡을 수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주인공으로 <생활의 발견>에서 경수 역을 맡았던 배우(김상경)가 또 나오므로, 서먹한 농담과 멋쩍은 유머, 그리고 실감나는 정사장면까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극장전>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좀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면
<극장전> 극장에 도착하다 [5] - 리뷰 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