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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고 때로 연애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난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에게 반드시 하룻밤을 같이 보내라고 한다. 화학작용은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블록버스터 전문인 어느 할리우드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들 짜릿하게 눈 맞아 뜨거운 사랑으로 촬영장을 불태운 커플들이 있으니, 바로 이들.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참 얄밉고도 부럽지 않은가.
브래드 피트 & 안젤리나 졸리
from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2005)
애정지수 ★★★★
그렇다, 사랑은 봄날 가버리듯 변하고 성실한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다. 제니퍼 애니스턴과 함께 할리우드 최고의 잉꼬커플로 자리매김했던 그 남자, 영화에서 수없이 여배우들과 러브신을 연출해도 우리가 그는 괜찮을 것이라 믿고 또 믿었던 그 젠틀하고 핸섬한 남자 브래드 피트도 어쩔 수 없었다. 썰면 세 접시 나올 것 같은 입술과 보기만 해도 숨막혀 죽을 듯 풍만한 보디라인을 소유한 안젤리나 졸리
영화 찍다 탄생한 커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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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역시 리듬이다”
-데뷔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사극 장르를 드디어 일곱 번째 영화로 만들었다. 그 기분이 궁금하다.
=담담하다? 이런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시작했고, 찍었고. 그렇게 끝나가는 것 같다. 그냥 일상 같다.
-아쉬움 같은 건 없나.
=오랜만에 현장에 왔기 때문에 스탭들도 많이 바뀌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시간에 맞춰야 하고, 제작 측면에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전에는 늦어지면 기다렸고, 또 기다리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뀐 거다. 조금 안달복달했다고 할까? 그런 것들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긴 힘들다. 이제는 확실히 영화란 무엇인가보다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옮겨온 것 같다.
-프로모션용 클립을 보고 스탭과 배우들이 좋아했다고 하던데.
=자신들이 작업한 것이 이런 그림으로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하는 걸 보고 좋아했던 것 같다.
-<형사&
<형사 Duelist> 제작현장 [3] - 이명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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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 액션영화? 아니 영화액션!
정체불명의 빨래들이 가득한 옥상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형사와 용의자가 육탄전에 접어들고, 서로의 팔을 잡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일순 달밤에 탱고를 즐기는 연인의 모습과 겹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인정사정…>의 모든 액션 시퀀스 중 어느 것 하나 예상가능한 것은 없었다. 고속촬영과 저속촬영은 물론이고, 다양한 색감과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이 파악한 영화적인 액션을 스크린에 옮겼던 이명세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강동원에게 무용을 배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강동원과 하지원이 중요한 대결장면에서 진짜 탱고를 췄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대결장면에서 탱고에 버금갈 만큼 화려하고 야릇한 동작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명세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액션영화가 아닌, 영화액션”.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그럴듯해보이거나, 단순히 멋져보이는 액
<형사 Duelist> 제작현장 [2] -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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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듯, 눈 내리듯, 이명세의 영화가 온다
2004년 11월 마지막 날 이명세 감독이 오랜 공백을 깨고 드디어(!) <형사 Duelist>의 촬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씨네21>은 그 촬영현장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지켜보려 애를 썼지만,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 까다로운 액션을 연출하느라 여념이 없는 감독의 작업 현장에 초대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사 Duelist>가 5월27일 오후. 모든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촬영현장공개 일정을 알려왔다. 공개시간은 단 2시간. 애타게 기다렸던 이명세 감독의 현장을 그렇게 스치듯 관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씨네21>은 주저하는 제작진을 설득하여 현장공개를 전후로 조금 더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결과 5월27일부터 29일까지,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지막 촬영에 여념이 없는 촬영현장을 방문했고, 공식현장공개 일정 중에 프로모션용 클립을 감상했다. &
<형사 Duelist> 제작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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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평론가와 관객이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는 영화란 드물다. 작가로서 스티븐 킹 자신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소개한 베스트 영화 10편 목록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샤이닝>이나 <캐리> 같은 작품이 빠져 있다. 다음은 스티븐 킹이 꼽은 자신의 원작 영화 베스트 10이며 순서는 시대순.
크리스틴
자동차는 괴물이다. 유약하고 겁많던 10대 소년이 ‘크리스틴’이라 불리는 빨강색 자동차를 갖더니 부모에게 대들고 학교에서 가장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 자동차와 섹스를 하는 <크래쉬>에는 못 미치지만 <크리스틴>에 등장하는 자동차 역시 사춘기 소년의 리비도를 통제불능 상태로 몰고간다. 크리스틴은 숭배의 대상에서 기꺼이 강간당하는 여성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소년의 여자친구를 질투하고 소년을 조롱하던 건달들에게 잔인하게 복수한다. “이제 로큰롤은 싫어”라는 마지막 대사가 뜻하듯, <크리스틴>은 기성 세대와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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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본트, 킹의 페르소나
<캐리> 이후 시작된 스티븐 킹과 할리우드의 밀월관계는 지금도 변함없다. 최근 개봉한 <그린 마일>만 해도 미국에서만 흥행수입 1억3천2백만달러를 넘어 킹 원작 중 가장 큰 흥행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킹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킹의 에이전트인 CAA에서 영화판권과 관련된 일을 대행하고 킹 자신이 각본 작업에 참여하는 일도 있지만, 킹의 소설이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70년대 후반만 해도 출판사 더블데이에서 영화판권 관련업무를 하면서 초보 작가 킹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팽고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킹은 78년 무렵 단편집 <나이트 쉬프트> 영화판권이 영국 프로듀서 밀튼 서보츠키에게 팔렸고 이 책에 들어있던 <론머맨>이 그로부터 14년 뒤인 92년에 비로소 개봉했는데 개봉 3주 전에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개탄했다. 사실 킹의 작품 중 영화화된 것은 비교적 초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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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이웃에는 공포가 산다
<크리스틴>이란 영화가 있다.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다. 한 고교생이 자신의 차에 지나친 애정을 가지게 되고, 차 역시 그 애정에 보답한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주 ‘리얼’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고교생에게 ‘차’란 바로 그 자신이다. 차가 있으면 드라이브도 할 수 있고, 자동차 극장에 가서 진한 키스나 그 이상도 할 수 있다. 자동차는, 멋진 여자아이를 꼬시기 위한 첫걸음이다. 미국 고교생의 신분은, ‘자동차’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틴>에는 그런 미국 고교생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다. 차에 대한 지나친 애정.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그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차가 애정을 호소해온다면? 이건 <크래쉬>가 아니다. 인간이 차에게 욕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변신’해서 왕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분출하는 이야기다. 그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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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같은 혹은 여성 같은
안석환
안석환(42)에게 <넘버.3>는 개성파 조연 배우 ‘NO.1’이라는 수식을 선사했을지 모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주연 배우 ‘NO 3’를 따라다녔다. <세기말>은 그에게 요요와 망치를 쥐어줬지만 대사는 한마디도 허락지 않았다. <텔미썸딩>도 마찬가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얼마 안 되는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바꾼 것 뿐이었다. 그래도 ‘조연배우’ 안석환은 서운하지 않다. 촬영중인 김윤태 감독의 저예산 디지털 영화 <N>에서 주연인 택시기사 역을 맡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도 산울림극장에서 연장 공연중인 <고도를 기다리며>의 엑스트라 공 역을 맡아 450회 공연을 마친 ‘주연배우’ 안석환. 그에겐 7년 동안 써온 낡고 새까만 모자와 군화, 다 떨어진 의상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연극배우가 본업’이라는 안석환. 오후 5시가 되면 소극장으
조연배우로 산다는 것 [2] - 안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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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같은 혹은 형사 같은
장항선
“잘 생긴데가 있나, 눈은 찢어지고, 광대뼈는 나오고. 딱 깡패로나 어울릴 상이지.”
1970년, 그래서 장항선(54)은 어렵게 들어간 방송사을 떠나 도망쳤다. “조금만 잘생겼더라면, 주인공은 고사하고 예쁜 여자와 손잡고 걷는 역 한번 해봤으면”하는 꿈을 접고, 오징어잡이 배를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밀항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어디가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선남선녀, 미남 미녀만 필요로 하던” 당시의 분위기가 연기하는 배우가 되려했던 그를 강원도 속초 바닷가로 내몰았던 것. 친구의 간곡한 설득에 못이겨 3개월 만에 방송사로 되돌아간 장항선은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행운”을 만난다. ‘전설’의 드라마 <전우>였다.
장항선은 KBS에 입사하기 이전, 영화 촬영장을 전전한 배우, 배우 지망생이었다. 69년 5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극장에서는 겨우 ‘저게 내 발’이라며 생색을 내야 했고, 친구들로부터 ‘어디 나오
조연배우로 산다는 것 [1] - 장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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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6 기록영화제작소 보임 설립, <낮은 목소리> 기획
9 일본 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참가 시작
9 ∼ 11 나눔의 집 취재와 예비촬영
11 촬영과 녹음 기자재를 일본 ‘오가와 프로덕션’으로부터 기증받음
12. 20 ∼ 4 <낮은 목소리> 국내 예비촬영 및 보충취재
12. 23 100차 수요시위, <낮은 목소리> 첫 촬영
1994.
3 <낮은 목소리> 100피트 회원 운동 시작
4 나눔의 집, 혜화동으로 이사
6 <낮은 목소리> 중국 무한 취재
8. 2 ∼ 11. 15 <낮은 목소리> 1차 국내 본촬영
11. 24 ∼ 12. 5 <낮은 목소리> 중국 촬영
12 ∼ 1 <낮은 목소리> 2차 국내 본촬영
1995.
1 ∼ 4 <낮은 목소리> 편집 및 후반작업
4 100피트 후원회원 마감 (총 175명의 100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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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을 보는 동안 우리는, 이 영화의 본질이 종군 위안부의 배상문제가 아니라 위안부였던 여성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통해 획득해가는 내적변화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랫동안 등굽힌 채 자기 안에만 가둬둠으로써 화석처럼 경직되었던 ‘슬픔’이란 명사를, 그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슬퍼한다’는 동사로 바꿔나간다. 그리고 이 변화를 통해 그들은 ‘슬퍼함’의 행위와 그 감정을, 타자와 공유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슬픔은, 늠름하고 굳건하게 살아갈 힘으로 ‘반전’(反轉)되고 있다.
감독 변영주는 그 과정을 꾸준히 함께 하면서, 한결같은 자세로 그네들의 ‘슬퍼함의 행위’와 ‘슬픔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자 힘쓴다. 거기 있는 것은 안이한 동정이나 공감이 아니며, 분노의 공유나 사회정의도 물론 아니다. 슬픔을 공유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들의 몫이며 우리의 것이 아니다, 다만 그저 진지하게 그 음성에 귀기울이자, 그것만이 지금의 내게 허락된 일이다…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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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의 진실찾기, 이제 다시 시작이다
1991. 7
도시빈민의 탁아 문제를 다룬 <우리네 아이들>에서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운동에 관한 <전열>까지 몇편의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촬영과 편집일을 하며 다큐멘터리 제작에 재미를 붙여가던 어느 날이었다. 내 앞에 거대한 벽 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과연 다큐멘터리는 무엇일까? 세계영화사 책을 보면 최근까지도 다양한 종류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온 것 같은데, 극장에서 그 영화 중 어떤 것도 본 경험은 없었다. 영화를 보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배우는 최고의 교과서일 텐데.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던 것은 당시 한국과 일본의 영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하던 아오키 겐스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일본에 온다면 무척 중요한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다”라는. 그리고 1991년 7월 오가와 신스케 감독의 사무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꿈같은 여섯 시간이었다. 자신의 20여년간의 작품활동의 변화와 방법론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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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다큐멘터리, 새로운 숨결이 들려온다
“이제 영주가 다큐다운 맛을 안 것 같다.”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 김동원 감독은 변영주 감독의 <숨결>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만이 아니라 뭇평론가들이 흐뭇하고 대견한 시선으로 <숨결>을 바라보며, <숨결>에서 <낮은 목소리> 3부작 시리즈의 명장면을 발견했다. 같은 소재로 3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변영주 감독은 동어반복에 빠지지 않고 정반합의 변증법적 발전을 이루었다. <낮은 목소리1>이 앎의 의지로 충천해 역사의 무덤가에 불을 밝혔다면, <낮은 목소리2>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들의 개인사를 기술하기 위해 카메라를 불러들인 다큐멘터리였다. <숨결>은 시리즈의 정점에서 감독과 할머니들의 시선을 조화롭게 이어준다. <낮은 목소리> 연작은 편수를 보태가면서 할머니와 감독이 함께 성장해갔으며, 스스로 작품의 의미를 교정해갔다.
<숨결>
1993∼2000 <낮은 목소리>에서 <숨결>까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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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만들어야 했다”
도쿄 롯폰기에서 열린 <배트맨 비긴즈> 배우·제작진 기자회견
여름 장마를 방불케 하는 굵은 빗줄기가 내리치던 5월30일의 도쿄. 롯폰기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배트맨 비긴즈>의 배우와 제작진을 만나려는 300명 가까운 취재진으로 들썩였다. 일본에서 할리우드영화의 대대적인 프리미어와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은 아시아에서 가장 막강한 영화시장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앞선 결정이겠지만, 일본 문화에 경도된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적인 문화인 코믹북을 영화화한 <배트맨 비긴즈>의 월드 프리미어가 어째서 일본에서 열린 것인지 의아할 법한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이런 거다. 배트맨의 기원을 찾아가는 <배트맨 비긴즈>에는 브루스 웨인이 마법사이자 무사인 라스 알굴(와타나베 겐)이 이끄는 자객단에서 ‘인간 병기’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 설정이 있는데, 할리우드로 진출한
미리 보는 <배트맨 비긴즈> [3] -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