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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룩 칸은 1992년부터 56편 출연, 아이쉬와라 라이는 8년 동안 33편 출연
“발리우드 배우들은 완전히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신기하고 이상한 걸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게 그들의 자질이기도 하다. 이는 말론 브랜도나 알 파치노처럼 아무리 훌륭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도 가지지 못한 능력이다.” 300편의 발리우드영화에 출연했고, 스스로 액팅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아누팜 케르는, 감정의 극과 극을 순식간에 오가거나 우스꽝스럽지만 설득력 있는 코믹연기를 선보이는 발리우드 배우의 능력을 찬양한다. 발리우드의 배우라면, 눈물을 글썽이며 웃고, 거기에 춤과 노래까지 덧붙이는 것쯤은 기본이다. 온갖 종류의 춤을 소화할 수 있는 운동 실력도 필수. 플레이백 싱어 덕분에 가창실력까지는 필요없지만, 녹음된 노래에 맞춰 입을 뻐끔거리면서 고도의 춤을 선보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홍콩과 중국, 할리우드의 액션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액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5] - 발리우드의 스타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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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부르는 플레이백 싱어, 춤추는 아이템걸을 아시나요
소수민족의 독립운동 세력인 테러리스트를 취재하던 방송 기자와 무장 테러단체의 일원인 여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영화 <딜세…>는, 열차 위 흥겨운 군무장면으로 유명하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달리는 열차 꼭대기에서 촘촘히 모여앉은 사람들이 위험천만한 춤을 선보인다. 이때 배꼽을 드러내는 전통의상을 입고, 주인공 샤루칸과 아슬아슬한 커플 댄스를 선보이는 아리따운 무용수, 말래카 아로라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 이 유명한 장면만 접한 사람이라면 여주인공은 당연히 아로라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후 아로라의 얼굴은 더이상 볼 수 없다. 중요한 장면에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던 것.
언젠가부터 발리우드영화에는 이처럼 전체 내용과는 무관하게 등장하여 인상적인 춤을 선보이는 여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아이템걸로 통한다(<까알>의 오프닝처럼 영화와는 아무 관계없이 관객몰이를 위해 삽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4] - 발리우드의 비밀병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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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촬영현장을 찾아서
대부분의 발리우드영화는 <마리골드>처럼, 음악과 춤을 벗삼아 만들어질 것이다. 인도인들은 적어도 인도영화에서 춤과 노래는 기본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 대부분 예술영화로 통하는 그런 영화들은 극장에서 대규모로 개봉되기도 힘들고, 외국의 영화제를 제외하면 찾는 사람도 적다. 무엇보다 제작비를 조달해 영화를 찍는 것이 쉽지 않다. <바다로 가는 먼 길>로 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던 자누 바루아 감독이 뭄바이에서 <나는 간디를 죽이지 않았다>를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루아 감독은 분리주의자들과 정부의 내전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아삼주 출신으로, 여태껏 아삼을 제외한 인도 내 어떤 극장에서도 자신의 영화를 상영해본 적이 없다.
바루아 감독의 신작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전한 것은 배우 아누팜 케르(<슈팅 라이크 베컴> <신부와 편견> <딜왈레…> 등)였다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3] - 영화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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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영화관을 찾아서
뭄바이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그 시끌벅적하다는 인도의 영화관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토요일 밤. 마침 바로 전날 개봉한 블록버스터 <까알>을 보여준다며, 현지 가이드와 통역을 담당한 신뚜를 대동하고 뭄바이 시내의 극장을 찾았다. 한번 눈을 마주치고 웃어보이면 세상없는 미소를 보여주지만, 외국인이라면 덮어놓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인도인들이 잔뜩 모일 극장을 혼자 찾는 것은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탓이다. 오토릭샤의 옆자리에 앉은 신뚜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영화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는다지만, 그 역시 한달에 두세번 정도 극장을 찾는 평범한 인도인이다.
예전 대한극장 정도 되어 보이는 갤럭시 극장 앞은, <까알>이 전회매진을 기록한 탓에 표를 구하지 못한 인파와 “까알, 까알” 외치는 암표상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35루피짜리 극장표를 80루피(2005년 8월 현재 환율 기준 1루피=23.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2] - 영화관과 필름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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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10부작 다큐멘터리 <아시아영화기행>을 기획하는 인디컴시네마의 인도편 취재에 동행했다. 인도 주류 대중영화 중 가장 유명한 뭄바이의 발리우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도의 영화관계자를 만났고, 주류영화와 예술영화의 현장을 취재했다. 그 기록을 기행문으로 엮었다. 한편 올해 10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열돌을 맞은 <씨네21>이 후원하며, CJ미디어가 협찬하는 <아시아영화기행>은 10월3일부터 12일까지 SBS에서 방영되고, 부산영화제 기간 중에는 10편을 1편으로 편집한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인디컴시네마의 취재를 함께한 <씨네21>은, 이미 타이영화에 대한 기사를 한 차례 실은 바 있다. 앞으로 이란, 중국, 홍콩 영화의 취재기가 이어진다.
인도에 가기로 결정된 것은, 출국 일주일 전쯤이었다. 인도에는 가본 적도 없었고, 그때까지 접한 인도 영화는 <춤추는 무뚜>가 고작이었
아시아 영화 기행: 인도 [1] - 발리우드의 간략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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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김동원/ <송환> 순회상영하다 느낀 건데. 서구사회가 남한사회보다 더 보수적이구나 느꼈다.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편파적인 영화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남한에서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서 놀랐었다. 북한을 너무 미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적은 없나.
대니얼 고든/ 서구와 남한, 어느 쪽이 더 보수적인지는 모르겠다. 난 부산영화제에서도 답변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만을 제시하는 관객도 봤으니까. 미국의 어떤 관객은 현순과 송연이 사는 평양의 아파트가 너무 좋지 않냐고까지 물었다. 진짜일 리가 없다, 선전용이다, 하는 거다. 보면 알겠지만 현순의 가족 중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방이 없어 거실에서 자야 한다. 그걸 보고 사치스럽다고 하다니. 내가 만든 다큐들을 보고서 누군가는 ‘저건, 가짜야’라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우리랑 사는 게 똑같구나’ 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판단은 관객이 하는 것
김동원 vs 대니얼 고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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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감독은 얼마 전부터 북행(北行)을 서두르고 있다. <송환>의 상영을 위해서도 아니고, <송환> 이후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도 아니다. 북으로 돌아간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을 뵐 수만 있다면 “카메라를 두고라도 북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지금까지 그는 두 차례 북한에 갈 기회가 있었으나 출발 직전에 모두 무산됐다). <천리마 축구단> <어떤 나라>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온 대니얼 고든과의 대담 제의에 김동원 감독이 선뜻 응했던 것도 그런 조급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나라>가 상영되면서 국내에 알려진 영국 셰필드 출신의 대니얼 고든은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최초의 인물. 김동원 감독은 “10번 이상 카메라를 들고 북한을 오간” 대니얼 고든과 지난해 부산에서 만나 안면을 텄지만,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진 못했을 것이다. 8월16일, 대학로의
김동원 vs 대니얼 고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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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러에 대한 반작용
장르의 규약에서 많이 벗어난 올 여름 호러의 어떤 경향
2005년 여름 시즌 호러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탈장르화’다. 이건 끔찍했던 2004년 여름 시즌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감독들과 작가들이 어느 정도 자유를 얻은 것이고 곧장 말하면 모두들 겁에 질려 지난해와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가짜 사다코들은 퇴출되고 의무방어 깜짝쇼들도 많이 줄었으며 드라마는 강화되었다. 몇몇 영화들은 더이상 ‘호러영화’라는 장르의 규약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정말로 이들이 장르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장르의 영역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만약 누군가가 그 경계선을 벗어난다고 해도 쉽게 그 영역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장르는 먹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SF 독자들은 여전히 캠벨식 우주선 모험이나 읽고 있었을 거고 추리 독자들은 여전히 크리스티식 범
2005 한국 호러영화 결산 [2] - 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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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여고괴담>의 흥행성공을 기점으로 공포영화는 한국영화의 여름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해마다 부침을 거듭하며 올 여름에도 <분홍신> <여고괴담4: 목소리> <가발>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 등 4편의 공포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과연 올해 한국 공포영화는 진화했는가? 퇴보했는가? 개별 영화가 아니라 여러 영화를 한 묶음으로 단정짓긴 어려운 일이나 이런 궁금증을 막을 길은 없다. 특히 올해처럼 4편이 뚜렷한 공통점을 보여준 경우엔 더욱더. 우리는 공포영화 전문가인 두명의 영화평론가에게 올해 한국 공포영화의 경향에 진단하는 글을 부탁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뛰어난 장면연출력을 보여준 영화조차 이야기가 어설프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듀나는 장르영화의 규칙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들의 글을 통해 올해의 한국 공포영화를 돌이켜보는 기회를 가져본다.
2005 한국 호러영화 결산 [1] -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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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호에 가득찬 노래소리
음악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바람 한점 없는 뜨거운 오후. 외마디 비명이 청풍호에 수직으로 꽂힌다. 지상 62m 높이에서 떨어진 비명은 외줄의 탄성(彈性)을 이용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청풍랜드 번지점프대(臺) 주변은 아찔한 추락을 목격한 동반 비명으로 가득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팸플릿을 들여다보며 야외상영 일정을 확인하던 한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 순서가 됐는지 곧바로 번지점프대 근처로 다가선다. 그리고는 슈퍼맨 포즈로 하강했다가 개구리 모양으로 튕겨오르는 남자의 모습을 놓칠세라 캠코더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않는다. 망원렌즈로 올려다보며 입맛만 다실 수 없었는지 혈기왕성한 사진기자도 급기야 카메라를 내려놓고 대기표를 받으러 간다. 뛰어내리고 싶으면 혼자 그럴 것이지 “같이 안 할래요?” 하고 물어볼 게 뭐람. 게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온 선배는 어렸을 때부터 심장이 약해서 안 한다고 그러네”라고까
여름 영화제를 가다 [2]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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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통재라! 이번 여름도 결국 방콕으로 피서하였구나. 더위에 쫓겨 산으로 바다로 떠나는 행렬을 보며 집 나서면 고생이다, 라고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건만. 전리품처럼 새카맣게 태운 검은 피부를 자랑하며 활보하는 이들을 보니 뒤늦게 후회막심이라. 도시에서 더위와 씨름한 이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마음 먹지 않았을까. 여기, 올해로 7회를 맞은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첫 행사를 치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관한 짧은 휴양기를 내놓는다. 지칠 대로 지친 심신, 달랠 기회 놓치신 분들, 자포자기 마시고 일찌감치 내년 여름을 예약하라. 벌써부터 정동진의 해돋이를 보며, 제천 청풍호의 공기를 마시며, 영화를 즐기는 자신이 떠오르지 않나. 그 옆에 누군가 동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별이 뜨면, 영화도 뜬다네
야외상영의 즐거움 빛나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삼루타를 쳐놓고 미안해하는 공격팀, 저 멀리 사라진 공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멀었건만 “자자, 삼루로 정리합시다!”라며 진루 여부를 협상하는 수
여름 영화제를 가다 [1] - 정동진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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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토) 05:00 p.m.
<폐허속의 수업> Lesson from Bam/ 알리레자 가니/ 23분/ 오스트리아, 이란, 호주/ 2004년/ 방송 오후 5시
“2003년 12월26일 금요일 아침 5시17분 이란 남동부에 위치한 비옥한 사막도시 밤 지역에 진도 6.8의 강진이 12초간 엄습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이 말이 끝나면, 누군가 외친다. “신이시여 우리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요?”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배워야 한다. <폐허속의 수업>은 그 지진의 땅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교실풍경을 담는다.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있는 배움터가 이 영화의 전부인 셈이다. 스무명 남짓한 학생들은 지진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글로 써서 발표한다. 그러나 유독 어린 소녀 하나만 읽으려 하지 않는다. 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그것을 수업이 끝나서야 선생님에게만 조용히 들려준다. 감독 알리레자 가니는 다큐멘터리 양식을 극영화에 차용한 이란영화의 전통을 다시 돌려 세운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3] - 9월3일~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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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시각은 TV방영시각이며, 상영시각은 EBS 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시각을 말합니다.
8/29(월) 10:00 a.m.
<형제> Compadre/ 미카엘 비스트룀/ 86분/ 스웨덴/ 2004년/ 방송 오전 10시(상영 밤 9시30분)
30년 전 페루를 여행하던 감독은 동년배의 인디오 청년 다니엘을 만나고,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다니엘은 나이가 들고 손자가 생겼지만, 평생 가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불만과 피로가 쌓였다.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자식들에게 대물림된 가난을 비추는 카메라 앞에서 그는 분노를 터뜨리며 촬영 거부를 선언한다. 다니엘의 가족, 그리고 그와의 특별한 우정을 기록하던 감독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불평등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을까.” 형제에 대한 책임감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감독의 시선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8/29(월) 11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2] - 8월29일~9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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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TV로 오다
바야흐로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를 정면으로 공격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따낸 것을 신호탄으로, 전세계적으로 극영화보다 재밌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들이 개봉되고 관객몰이에도 성공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즈음의 다큐멘터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BS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을 열어 최근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과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8월29일부터 9월4일까지 EBS는 유아와 어린이 정규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시간대를 할애해 ‘다큐 주간’을 꾸린다. 30여개국 94편, 하루 15시간씩 총 111시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이다. 일부 작품은 도곡동 EBS에 위치한 전용관 SPACE의 스크린에서 필름과 디지털의 질감 그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올해 다큐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생명과 평화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묶일 수 있다.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