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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씨만 보지 말고 우리도 봐주세요
1. 조명부 강헌씨가 천장에 조명기를 매단 뒤… ‘아랫마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조명 스탭뿐 아니라 우리 촬영팀 또한 부감숏을 찍기 위해 좁은 나무 바 위에서 쭈그리고 앉아 일하곤 한다. 이렇게 아래를 보면 문득 ‘아랫마을’이 되게 부유하게 느껴진다. 모니터 주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먹을 것도 많고…. 다른 사람들도 뒤쪽과 함께 가끔 위도 쳐다봐줬으면.
2. 파주세트장에서 부감숏을 찍기 위해 천장에 매달린 나무 바 위에 올라서 찍은 사진. 감독님 주변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긴 나 혼자다. 사실, 집중력을 요하는 현장에서는 감독급 스탭밖에 눈에 안 들어올 때가 많다. 그러다가 이렇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리 뒤에 얼마나 많은 스탭들이 일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올라와보면 바쁘더라도 가끔 뒤를 돌아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이들은 누가 막을 수 있소이까
1. 송종희 분장팀장은 항상
<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4] - 현장 사진첩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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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 킬러 역(카메오)
“박 감독 담배를 끊어서 그런지 보양식을 즐기던데”
-어떤 역할인가.
=영화의 중·후반쯤 등장하는데 백 사장(최민식)이 고용해 금자씨를 노리는 킬러다. 코믹하다든지 비장하다든지 그런 킬러가 아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다. 금자를 납치하려다가 당하기도 하고 그런 장면 등 몇 부분에 나온다. 더이상은 말할 수 없다. 티내는 카메오가 아니라 그야말로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예전부터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이 영화를 ‘복수 삼부작’이란 개념에서 완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리즈를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의 영화인 만큼 작은 역이라도 맡을 계획이었다. 박 감독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복수 시리즈 1부인 <복수는 나의 것>에 나왔던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금자씨>, 어떤 영화인가.
=이야기 구성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올드보이>나 <복수는
<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3] - 카메오·스탭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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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 우소영 역
“내 얘기다, 나도 15년 만에 복수를 시작했거든”
-어떤 역할인가.
=수술비가 없어 은행강도를 했다가 감옥에 들어온 여성 역할이다. 감방에서 만난 금자로부터 생명을 얻는다.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금자가 출소한 뒤에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철공소에서 사제총을 만들어준다. 입은 걸지만 의리있고 센 여자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배우 생활 20년 동안 감독에게 영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박찬욱 감독이 새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같이 일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그때 박찬욱 감독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내가 내정된 상황이었더라.
-감회가 어떤가.
=예고편을 봤는데 그렇게 서럽더라. 그게 내 얘기다. 나도 15년 만에 우리 아이의 아버지에게 복수를 시작했거든. 그동안 나는 아이 호적에 양어머니로 올라 있었는데, 엄삼익 변호사의 도움으로 호적도 옮겨왔고 양육비도 받게 됐다. 이제 위자
<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2] - 조연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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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보다 어마어마한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친절한 금자씨>가 드디어 개봉했다. <올드보이> 이후 박찬욱 감독이 내놓는 신작 장편영화라는 점이나 이영애의 대변신, 다양한 조연과 카메오의 출연 등 이 영화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쯤이면 대략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혀야 할 텐데 아직까지도 ‘어린 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금자씨가 13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친 뒤, 자신을 죄 짓게 한 남자에게 복수한다’는 정도의 개략적인 줄거리밖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열성적인 팬이라면 두편의 예고편과 홈페이지를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었겠지만 그것 또한 위의 줄거리를 조금 보충하는 정도에 불과하니 이 영화의 정체, 참으로 수상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영화에는 박찬욱 감독과 이미 한번 이상 작업을 했던 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를 연기했던 최민식은 금자의 복수 대상인 백
<친절한 금자씨> 엿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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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함께 찾아온 시원한 바람에 반가워하고 있을 때, “티쉬나!”라는 낯선 외침이 들린다. 일순 웅성거림이 잦아드는 걸 보면 러시아말로 ‘조용하라’는 뜻인가보다. 쉬잇. <나의 결혼원정기>의 27회차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7월2일 밤의 이곳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7시간 거리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시의 아불 카심이라는 사원 안마당. 꽃과 음식과 술을 그득하게 차려놓고 떠들썩한 결혼식 장면을 막 찍을 참이다. 감독이 “슛!”을 외치자 이내 “시윰까!”라는 러시아말이 뒤따른다. ‘찍는다’는 뜻이란다. “하나”-“아진”(1), “둘”-“드바”(2), “액션!”-“나찰리!”(시작)라는 말에 하객들은 일제히 “고리까”(러시아어로 ‘맵다’는 뜻이지만 우즈벡에서는 ‘키스하라’는 의미도 갖는다. 키스가 그만큼 짜릿하단 얘기일까)를 연호하고 가운데 테이블에 앉은 신랑과 신부가 인사를 한다.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현지 엑스트라 70여명 사이로는 정재영, 수애, 유준상의 모습도
<나의 결혼원정기> 촬영장을 찾아 떠난 우즈베키스탄 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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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츠담 광장, 감회가 새롭다"
<밀리언달러 호텔>에 베를린영화제의 초청장이 도착한 것은 지난 11월이었다. 독일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감독 빔 벤더스가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의 큰손 멜 깁슨과 손을 잡았다는데, 도대체 어떤 물건이 나올지, 베를린에서 일찍부터 눈독을 들일 만도 했다. 게다가 영화음악은 물론 스토리 원안을 U2의 보노가 내놓았다고 하니, 50주년 행사용으로 이 이상의 화제작은 있을 수 없었다. 2월9일 개막식 본 상영에 앞서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밀리언달러 호텔>의 첫 시사는, 과연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빔 벤더스는 그 모든 기대와 관심에 일일이 부응하진 못했다. 도시인의 황량한 내면을 투사하는 솜씨는 녹슬지 않았지만, 수다와 유머가 늘어버린 대신 그만의 개성이 빛바랜 것이나, 할리우드에 다가서는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한편 시사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은 “베를린영화제 50년 사상
제50회 베를린영화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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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지금 공사중이다. 걸음을 떼기 무섭게 오렌지색 철구조물들과 계속 마주치는데, 영화제의 새로운 중심이 된 포츠담이 특히 그렇다. 드릴 굉음과 용접 불꽃이 반겨주는 포츠담 광장을 지나 마를렌 디트리히 광장쪽으로 걸어들어가야, 그제야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여기부턴 문화의 거리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영화제 개막 며칠 전까지도 이곳 포츠담 일대에선 축제의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행사장 주변에 ‘금곰’의 빨간 깃발이 내걸린 것은 개막 전야. 몇주일 전부터 포스터와 플래카드로 온 동네를 도배하거나, 노랫가락에 들썩거리는 잔치 분위기가 아니었다. 날씨 탓일까. 비바람이 몰아치던 2월9일 저녁, 베를린은 너무도 차분하고 덤덤하게 50주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앞으로 붉은 주단이 깔리고, 취재진과 시민들은 비를 맞고 추위에 떨어가며 한참 기다린 다음, 그 보람을 잠깐 맛봤다. 심사위원장 공리를 비롯, 안제이 바이다 월터 살레스 마리아 슈라이더 마리사 파라
제50회 베를린영화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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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바쁜 사람하고만 영화할꺼야
장진 | 그럼 형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그런 감이 있는 배우인가?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김지운 | 좋은 배우라기보다, 그런 감으로 다가오고 느낌이 나오는 배우가 나한테 ‘맞는’ 배우 같아. <실크 우드>를 보면 메릴 스트립이 완벽히 계산된, 잘 짜여진 연기를 보여주는데, 느낌으로 연기하는 셰어에 상대가 안 돼. 또 <줄리아>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제인 폰다가 붙는데, 폰다는 감정 하나 틀린 데 없이, <실크우드>의 메릴 스트립처럼 빈틈없이 연기하고 레드그레이브는 연기를 안 하더라고. 턱 버티고 있다가 물어보면 대답만 짧게 하고. 내가 선호하는 연기는 셰어나 레드그레이브 같은 거지. 그런 의미에서 느낌을 전달하는, 인간성을 보여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지.
장진 | 감독들의 성향을 보면 나는 이런 배우와만 한다, 이런 배우와는 절대 안 한다. 모든 배우들과 다해도 이런 배우와는 안
김지운식 코미디 [3] - 김지운·장진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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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연극무대에서 만나 평소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친분을 나누고 있는 김지운 감독과 장진 감독. 지난해 6월 <간첩 리철진>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의 요청으로 김지운 감독이 장진 감독을 인터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장진 감독이 <반칙왕>을 만든 김지운 감독을 인터뷰 했다. 장진 감독은 “할말이 많다”며 ‘전의’를 불태웠지만, 두 사람은 오랜 ‘영화동지’답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의미있는 질문과 대답을 이어갔다.
복면을 쓴 구애, 그게 모티브야
장진 | 축하드려요, 안전사고 없이 영화가 끝나서. 저도 극장에서 관객과 같이 영화를 봤어요. 증거까지 보여드렸죠? 예매 티켓.
김지운 | 주운 거 아냐? 다른 영화 보고 나오다가.
장진 | <반칙왕>은 일단 기획부터가 좀 위험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했어요. 형 생각에는 <반칙왕>이 갖는 의미, 미덕이 뭐예요?
김지
김지운식 코미디 [2] - 김지운·장진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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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세상을 간지럼 태우자
여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광대가 있다. 직장에선 게으르고 무능하다는 이유로 궁지에 몰리고, 아버지에겐 “언제 철들래”라고 구박받으며, 마음에 둔 여자한텐 기껏 큰 맘 먹고 사랑을 고백했다가 “술 드셨어요?”라는 대답을 듣고, 여자에게 상처 받은채 광화문 앞을 가면에 넥타이 차림으로 질주하는 남자. 그는 우리를 대신해 고통받고 상처받으며, 피흘리고 핍박받으며, 난처해지고 좌충우돌하며, 바보짓을 하고 설움을 당한다. 이를테면 그는 태어날 때 불운이라는 탯줄을 끊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세상의 공기를 들이마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손뼉 치며 목젖 울리게 웃어제껴도 죄책감이 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자신의 불행과 낭패를 대행해주는 2000년의 채플린이며, 우리 자신의 신경증과 콤플렉스를 떠안은 서울의 우디 앨런이기 때문이다.
<반칙왕>의 주인공 대호는 “배, 배, 배신이야. 배반, 배신”을 연발하던 <넘버.3&g
김지운식 코미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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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장르 전문의 미술감독
“영화는 감독의 것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언제나 감독이 내린다.”. 류성희의 이 말은 백번 옳다. 감독들이 류성희의 제안을 혹은 제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앞서 열거한 부분들은 각 영화의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에 대한 류성희의 미학적 ‘관점과 해석’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몇몇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쯤 돼서 궁금해지는 것. 그렇다면 과연 류성희가 그들의 영화를 해석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또는 반대로, 류승완,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들이 공유하게 된 류성희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그럼으로써 류성희를 고리로 한 그들 사이의 공유점은 무엇인가?
류성희는 이미 그 좌표에 대한 많은 향방을 쥐고 있다. 말 속에 은연중의 대답들도 있다. 먼저 류성희는 “언제나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경계를 고민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꽃섬>이 첫 작품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영화는 자체로 ‘리얼리티와 판타
류성희 미술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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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평론가가 묻고 답했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와 <달콤한 인생>의 공통점을 아는가? 그건 바로 미술감독 류성희다. 비상한 무언가를 발견한 듯 목에 힘을 주고 말했지만 <씨네21> 역시 이미 궁금증을 갖고 있던 터라 오히려 외국의 평자에게도 이 점이 보인다는 것이 어떤 확인 차원의 경험이 되었다. 류성희 미술감독 역시 <씨네 21>에 실린 그 인터뷰(호수와 제목)를 보았다며 말한다. “영광이죠.” 그러나 다시 되묻는다. “근데 묶인다는 거 말고 뭘로 묶이는지 말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게 뭘까요? 뭔가요?” 그 질문이 만남의 이유가 됐고, 그래서 사실 류성희의 인간극장보다는 미술감독 류성희를 하나의 화두로 놓고 보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오히려 그런 거라면 다행”이라고 시원하게 응대한다. 류성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과연 류성희는 누구이며, 왜 류성희인가? 미술감독 류성희에 대한 소개와
류성희 미술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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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외계의 매혹
장르 세계에서 외계인들이 본격적으로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한 건 허버트 조지 웰스의 <우주전쟁> 때부터다. 20세기 초가 되자 영미권에서 본격적으로 SF 장르가 성립했고 외계인 침공은 그중 가장 인기있는 소재가 되었다.
할리우드에서 외계인 침공이 본격화된 건 UFO 열풍과 냉전시대의 히스테리가 공존하던 50년대. 외계에서 온 채소 외계인이 남극 기지를 공격하는 <또 다른 세계에서 온 물체>(The Thing From Another World)가 이 장르의 본격적인 시작이다(30년대 인기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인 <플래시 고든>이나 <버크 로저스> 같은 작품들의 영향력을 무시한다면). 아마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하늘에서 떨어진 우주 콩깍지가 사람들로 변신하는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일 것이다. <화성에서 온 침입자>나 조지 팔 버전인
<우주전쟁>과 스필버그 [3] - 외계인침공영화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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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필버그씨, 손들어 주세요
이상한 일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국 상업영화의 영광과 오류를 대변하는 신화로 자리를 굳혀갈수록 평론가와 관객은 그의 실체에 자꾸만 무관심해졌다. 대중은 스필버그를 A코스와 B코스의 만찬- 가벼운 가족용 판타지 어드벤처와 시대적 이슈를 그린 묵직한 드라마- 중 택일할 수 있는 레스토랑처럼 여기게 됐다. 그러나 대중영화 연구자 피터 크레이머가 지적했듯 스필버그에게 두 부류의 영화는 기법상으로 경계가 없다. 그리고 스필버그의 영화 가운데 더욱 온전하고 풍성한 텍스트는 <쉰들러 리스트>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아니라 <E.T.>나 <죠스>쪽이다. 스필버그의 ‘B코스’에 해당하는 영화는 종종 ‘A코스’ 영화들의 일부를 잘라낸 각론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쉰들러 리스트>가 오스카를 석권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다시 감독상을 거머쥔 이후 스필버그는 대중영화이면서도 상당히 사적
<우주전쟁>과 스필버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