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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화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시네필의 미개척 영토는 아마도 호주영화일 것이다. 오랜만에 전주영화제를 방문한 호주 출신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은 진귀한 호주영화들을 소개한다. 이번 게스트 시네필 섹션에서 에이드리언 마틴이 엄선한 작품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간 알 수 없었던 다채로운 호주영화에 대해 에이드리언 마틴과 이야기를 나눴다.
- 16년 만에 전주영화제를 방문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선정의 변을 듣고 싶다.
호주영화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통 알려진 호주영화라고 한다면 <행잉 록에서의 소풍>(1975), <매드맥스> 시리즈(1979~), <피아노>(1993), <뮤리엘의 웨딩>(1994) 등이 있다. 그런 영화들을 여기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들을 선보이고 싶었다.
- 상영작 중 단연 걸작은 올해 2월 작고한 커린
[인터뷰] 영화의 디테일 비평의 스타일, 기획전 ‘또 다른 호주영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게스트 시네필 에이드리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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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 주말 영화의 거리는 여우비로 자주 젖었다. 축제 중 전주에는 이리도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그래서 극장이 더 아늑했는지 모른다. 올해의 프로그래머 이정현과의 만남도 그 반작용의 한 예다. 벚꽃에 물 든 듯한 연분홍 슈트 차림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던 그는 비슷한 빛깔의 원피스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창밖 공기와 대비되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아이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로 오고 있다면서. 기다린 가족과의 재회,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앞두고 만난 이정현에게서는 충만한 기쁨이 엿보였다. 영화제를 통과하며 동료들, 관객들과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재확인한 긍지가 그 안에 스며 있었다. 외풍이 파고드는 자리 한편에 난로를 두고 그가 큐레이션한 영화들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
<꽃잎>을 끝낸 다음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됐고
이정현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작품은 여섯편이다. 그중 출연작은 세편으로, 모두 그의 연기 인생에서 이정표처럼 서 있는 영화들이다. 그는 <꽃
[인터뷰] 많은 분들이 단편영화를 응원해주기를 바라게 됐다, 올해의 프로그래머 이정현 배우 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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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할부지>로 지난해 장편영화 데뷔를 치른 심형준 감독이 전주를 찾았다. 총 6차례 상영과 네 차례 관객과의 대화를 소화하며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감독이 된 그는 후지필름,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그리고 매거진 <오보이!>가 공동 제작한 영화 <클리어>의 연출을 맡았다. 전주영화제 후원사로서 3년째 영화를 제작 중인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는 “영화제 상영으로만 그치지 않고 오래 기억될 영화”를 만들 적임자로 심형준 감독을 낙점했다. 사진작가 출신으로 후지 카메라를 애용해왔다는 심형준은 “같이 영화 찍어보자. 주제는 자유”라는 회사의 부름에 ‘환경’이라는 주제를 직접 제안했다. 소속사(웨이브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환경운동가, 오랜 친구인 줄리안 퀸타르트처럼 그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환경에 대한 의식을 시나브로 쌓아왔다. 비록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통계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니기에 흔들리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는 그는 그런 혼란과 모순
[인터뷰] 자유와 환경, <클리어> 심형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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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연고 없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세 가족은 들개를 사냥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유능한 사냥꾼으로 마을의 인정을 받지만 정작 아버지에게는 자신이 죽인 짐승에게서 불안정한 가족의 처지가 겹쳐 보인다. 한국계 캐나다인 제롬 유 감독의 첫 장편 <잡종>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가정의 불안함을 그려낸다. 한살 때 캐나다로 이주했던 그였기에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캐나다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겪은 부모와 동료의 기억을 한데 모은 작품이다.” 특히 모국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상영한 이번 전주영화제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평생을 캐나다에서 살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한국인임을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이 가족의 모습이 수용되길 원했다.”
본디 혈통과 결부된 단어인 영화의 제목 <잡종>은 이민자 가족에게는 “야생의 삶과 길들여진 삶 사이에 놓인 선택의 문제”다. “디아스포라 가정은 주류사회에 동화될지 아니면 지금껏 살아온 길을 굳건
[인터뷰] 해소되지 못한 슬픔에 대하여, <잡종> 제롬 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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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구석에 박힌 다다미 넉장 반의 단칸방. 이른 아침 텔레비전을 켠 이일하 감독은 한 여자를 마주했다. 혐한 발언에 맞서 눈 하나 깜짝 않고 자기 할 말을 하는 여자는 가난한 유학생의 “움츠러든 삶에 사이다가 터지는 느낌”을 선물했다. ‘헤이트스피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투쟁기인 <카운터스>를 만들면서 그와 재회한 이일하 감독은 그제야 확신했다. “당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꼭 찍어야겠다!” 다짐을 밝히자 뜨거운 화답이 돌아왔다. “네가 찍는 거라면 내 한몸 불살라볼게!” 재일 한국인 활동가 신숙옥은 그렇게 이일하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다큐멘터리이자 올해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상영작 <호루몽>에 불을 붙였다.
영화는 신숙옥이 자신을 악의적으로 곡해한 극우 시사 프로그램 제작사와 다툰 기록을 중심에 둔다. 감독은 “소송 결과가 안 나오면 영화도 안 끝난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한달간의 일본 로케이션 촬영 기간에 판결이 나왔고, 신숙옥이 통화로 이를 전해
[인터뷰] 신숙옥, 촌철살인의 전사, <호루몽> 이일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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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영선(최명빈)의 캐리어엔 여행의 설렘이 담기지 않았다. 양부모에게 버려진 뒤 갈 곳을 잃자 또래 수아(문승아)의 테니스 훈련 파트너로 그의 집에 잠시 머문다. 그러나 영선은 이곳에서의 체류 기간을 영원으로 늘리고 싶다. 선수 출신인 수아 아빠(김태훈)에게 좋아하는 테니스를 배우고 생전 받아본 적 없는 따스한 걱정을 수아 엄마(유다인)에게 받으며 수아와 자매같이 살 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제목의 힘일까. 윤심경 감독은 “<캐리어를 끄는 소녀>가 이끄는 대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노력해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30대”를 지나 40대에 쓴 시나리오로 첫 장편을 완성했고 영화가 전주영화제 한국경쟁에 오르면서 본가 전주를 기쁜 마음으로 찾았다. 인터뷰 장소인 북카페 북눅 전주에 여유롭게 도착한 윤심경 감독과 마주 앉았다. 각자의 책에 몰두한 방문객들 사이에서, 우리도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 ‘캐리어를 끄는 소녀’라는 이미지가 선명해 여기서부터
[인터뷰] 균열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캐리어를 끄는 소녀> 윤심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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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부부이자 28개월 된 아들 하람(김하람)을 둔 준석(김준석)과 소라(손소라)는 요즘 살짝 긴장 상태에 있다. 몇년간 육아를 도맡아온 소라는 배우 복귀를 갈망하고 커리어를 이어나가던 준석은 이번에 들어온 꽤 큰 역할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무대에 설 것인가. 공정하게 부부는 둘만의 오디션을 열어 연기를 더 잘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다.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경쟁 배우상 수상작인 <그래도, 사랑해.>는 김준석 감독의 설명대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에 있는 작품이다. 실제 부부인 김준석 감독과 손소라 배우가 각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등장하고 극 중 갈등 역시 이들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그래서일까. 가족 모두가 행복할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생생하면서도 재치와 정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이 따뜻함은 카메라에 깊이 밴 연출자의 애정 어린 시선에서 비롯된다. 인터뷰에 앞서 김준석 감독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앞면에는 신혼집이 있던 동네 이름을 딴 ‘
[인터뷰]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사랑하고 연기한다, <그래도, 사랑해.> 김준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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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 폐막작 <기계의 나라에서>를 연출한 김옥영 감독은 오랜 시간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고, 다큐멘터리 제작사를 꾸리기도 했지만 일찍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1979년 시집 <어둠에 갇힌 불빛은 뜨겁다>를 펴내면서 이런 시인의 말을 적었다. “내가 나 자신임을 버릴 수 없으므로 나 자신의 아픔과 부끄러움 또한 끝내 버릴 수 없다.” 영화 <기계의 나라에서>는 그 ‘버릴 수 없음’의 정신이 또 다른 시 세계를 만나 공명한 장소다. 거기엔 네팔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들이 쓴 시가 있다. 그들에게 유독 불친절하게 삐걱거리는 땅을 딛고 살아낸 족적이 찍힌 시들이다. 김옥영 감독은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한편 시를 낭송하는 장면을 통해 실존의 문학적 재해석을 시도했다. 그들이 현안의 대표성을 띤 인물이기 이전에 고유한 개인으로 읽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바람은 김옥영 감독이 믿는 다큐멘터리의 존재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인터뷰] 평범한 사람 여럿이 역사를 바꾼다, <기계의 나라에서> 김옥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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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기계의 나라에서>의 김옥영 감독부터 올해의 프로그래머인 배우 이정현까지
전주가 다시 영화의 계절을 맞이했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는 다양한 시선과 질문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봄 날씨가 변덕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상영관에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영화들이 관객을 맞았다.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이 하나로 모인 이번 영화제는 단순한 상영뿐만 아니라 강연과 토크로 더욱 풍성해졌다. <씨네21>은 올해 전주에서 동시대의 영화적 언어를 개성적으로 구사한 6명의 감독을 자체적으로 추려 인터뷰를 진행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기계의 나라에서>의 김옥영 감독을 시작으로, <그래도, 사랑해.>의 김준석 감독, <캐리어를 끄는 소녀>의 윤심경 감독, <호루몽>의 이일하 감독, <잡종>의 제롬 유 감독,
[특집]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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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 3월 공개한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동급생 살해 혐의를 받는 13살 소년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가 자신의 방 침대에서 긴급 체포되면서 시작한다. 이후 정황을 바짝 붙어 따라가는 1회 1시간 분량의 에피소드는 모두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원제가 ‘Adolescence’ (청소년기)인 이 드라마의 시청자는 주로 비청소년, 어른들인 것 같다. 마지막 회에서 제이미의 아버지 에디 밀러(스티븐 그레이엄)는 사려 깊은 딸 리사(아멜리 피즈)를 가리키며 아내 맨다(크리스틴 트러마코)에게 “우리가 어떻게 리사를 저런 애로 만들었지?”라고 묻는다. 맨다는 “제이미와 똑같은 방법으로”라고 대답한다. 이 문답은 서사의 핵심을 관통한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제이미는 리사와 마찬가지로 이들 부부가 낳고 길렀다. 더불어 이 장면은 “제이미를 저렇게 만든 것은 우리 둘만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항변을 암시한다. 엇비슷한 정성과 무관심으로 두 아이를 길렀지만 리사의 남동생 제이미는
[기획] 어린이들이 관찰한 세상을 우리가 본다면 - <소년의 시간>을 통해 ‘어린이 당사자성’을 다룬 스토리의 조건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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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신 초등학교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장
“미디어를 이용하다 보면요, 위험한 일을 많이 겪어요. 그런데 그런 걸 배울 데가 없어요. 학교에서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좀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2018년, 학교에서 어떤 미디어 교육을 받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중학생이 대답했다. 당시 나는 중학생의 미디어 경험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 프로젝트의 공동연구원으로서 네명의 중학생을 정기적으로 인터뷰하고 있었다. 교사로서 어린이 청소년의 미디어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그 학생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학생들이 보호주의적인 미디어 수업보다는 더 많은 미디어 창작, 활동, 체험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요청한 것은 미디어 이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위험,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구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섬네일 제작 방법 등 보다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었다. 이 시기까지 학교가 미디어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기획] 디지털 시민교육을 위하여 - 미디어리터러시, 교실에서 이뤄지는 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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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송물 중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콘텐츠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경제적 개념으로 접근하여 공중파에서는 광고가 붙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밀려 유아콘텐츠는 거의 없어진 것과 같다. (중략) 문화정체성을 제고하는 일은 방송국의 자율성에 귀속되어 있지만 한정된 방송매체에 노출되는 대중은 제한된 선택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어린이 콘텐츠 부재에 대한 제안: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안종혁, 김효용)
애니메이션 혹은 학습 콘텐츠에 치중
공중파 방송 3사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등에서 어린이를 타깃화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등원·등교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아침 프로그램부터 하원·하교를 마친 이들을 위한 오후 시간대의 만화영화, 저녁과 주말에 방영되는 어린이 드라마, 어린이 예능까지 형식과 구성, 기획과 성격에 다양성이 담겼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학습용 시사교양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압축됐다. 보편적으로 아동용
[기획]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어린이날 다시 돌아보는 기울어진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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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전주에 와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영화제로 전주를 방문했습니다. 올해는 다른 일정으로 왔습니다. 같은 시기 두번의 방문이 저에게 지난해를 더 선명히 추억하게 만듭니다.
지난해 영화제가 끝나고, 곧장 촬영을 하나 했습니다. 제목도 내용도 아무것도 없었던 홍상수 감독님의 새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촬영했던 날들과 비슷한 시기에 이제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닭백숙이 이끈 산, 영화의 시작
2024년 2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여행자의 필요>가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수상했습니다.
3월 초
서울 모처에서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축하 자리가 있었습니다. 다들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식사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날의 음식 차림으로 맛있는 닭백숙이 있었습니다. 자리에 함께했던 강소이 배우의 부모님이 전원생활을 하며 직접 닭을 기르고 백숙을 만든다는 이야기
[기획] ‘동화’의 시간,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하성국 배우의 촬영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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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이하 <그 자연>)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 <탑>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중년의 영화감독 병수(권해효)가 탑처럼 생긴 한 건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던 <탑>과 비슷하게 <그 자연>은 우연히 방문한 여자 친구 준희(강소이)의 부모님 댁 인근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젊은 시인 동화(하성국)의 이야기다. 동화는 준희를 집에 데려다주러 왔다가 우연히 준희의 아버지(권해효)를 마주친다. 준희의 집은 시골에 있는 커다란 주택이고, 그 주변엔 울창한 산세가 드리워져 있다. 동화는 준희의 아버지와 산 중턱의 벤치에서 막걸리를 마시거나 준희의 언니와 식사하며 오후를 지내고, 밤에는 준희의 가족과 함께 닭백숙을 먹으며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잠든다. 우연한 침입과 우연한 하룻밤. <탑>이 운명적으로 자신을 가둔 중년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그 자연>은 우연으로 인해 가두어진
[기획] 못 도망치는 남자,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