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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네마테크, 4월7일부터 아트선재센터서 필름 누아르 걸작선 열어1940년대에 등장한 필름 누아르는 이전의 미국영화들과 비교해확실히 ‘시선의 단절’을 보여주는 영화들이었다. 예컨대, 필름 누아르가 과시했던 이른바 ‘미국적 표현주의’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조화로운‘하얀’ 세계와 대척점에 위치하는 것이었고, 또 필름 누아르의 그 끝모를 불안한 세계는 당시 미국적 정체성이 혼돈을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것이었다. 미로와 같은 어두운 거리에서 “불안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영화들, 필름 누아르가 미국 영화사상 가장 매혹적인 영화들로 꼽힐 수있었던 것은 바로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필름 누아르의 매혹과 불안은 거의 지면 위에 고착되어 있는 것일 뿐이었다.이제 그 매혹의 순간 속으로 들어가 볼 기회를 맞게 되었다. 서울 시네마테크가 4월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필름 누아르걸작선'을 연다.홍성남/ 영화평론가 antihong@hitel.net서울시네마테크
필름 누아르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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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의 모습 포착한 다큐멘터리 <거류>가 만들어지기까지오는 4월15일, 서울여성영화제는 의미있는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문을 연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거류>는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소영 교수가 지난 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에 걸쳐 만든 다큐멘터리다. 김소영 교수, 아니감독은 영화아카데미 시절 <푸른 진혼곡>(1987)을 만들고, 여성영화집단 바리터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1989)를선보인지 10년만에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김 감독은 할머니가 살았던 고성에서 이미 부재하는 할머니의 흔적을 훑어가는 사이에 부딪힌 여러 세대의여성들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오고 표현해온 방식들을 짚어낸다. 10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한 여성평론가의 다큐멘터리 제작담,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성찰과 탐문의 기록을 싣는다. 편집자김소영/ 영화감독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
김소영 감독의 <거류>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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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깡패영화다. 소독차가 뿜어대는 모기약 안개 속을 좋아라 쫓아달리던 아이들이 어떤 길을 따라서 조폭이 되나를 밀착 취재한 한국판 갱영화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돌아온 감독은 성장기를 공유하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심중에서 꺼내 스크린에 펼쳤다. 소년기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대체로 향수가 묻어 있게 마련.그 아련함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은 있다. ‘건달’과 장의사의 아들들은 주먹을 팔고, 중산층의 아들들은 대학에 간다. 선택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진정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 그래서 일찍이 주인공은 가출하자고 쫓아온 모범생 친구에게 니는 니처럼 살아라, 나는 내처럼 사께, 라고 말한다. 학교는 기회를 분배하는 곳이 아니다. 너는 너처럼 살고, 얘는 얘처럼 살도록 금그어주는 것, <친구>가 보여주는 학교는 그렇다. 어쩌겠는가. 곽경택 감독은 실화라고 말한다.그런 세상조차 먼저 익힌 주인공 친구는 근력으로 치자면 한
친구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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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만화든, 일본에는 무기력해진 40대 남자 가장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활력을 되찾는 이야기가 많다. <행복한 가족계획>은 바로 그 전형이다.실직한 채,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가와지리(미우라 도모카즈)는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다. 부인에게 무시당하고, 아들도 그를 비아냥댄다.반전의 계기는 `행복한 가족계획'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가와지리 가족을 출연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찾아온다. 가족 중 한명에게 어떤 과제를 주고, 주어진 기간 안에 그 과제를 달성하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사는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는 가와지리에게 일주일 뒤 `행복한 나의 집' 노래 한곡을 완주할 것을 요구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가와지리가, 가정이 파탄 직전에 이른 친구를 만나고 딸의 위로를 받고 하면서 힘들게 용기를 내어 피아노에 몰두한다.차분한 분위기에 유머가 있고, 가와지리 주변 인물들의 묘사도 큰 줄거리와 보조를 잘 맞춘다. 익숙한 이야기여서 중간쯤 지나면 뒤가 충분히
실직한 40대 가장 어느날 TV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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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 2000년,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안나 파킨 장르 SF (폭스)
<유쥬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한 <엑스 맨>이 DVD로 출시되었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블 코믹스의 인기만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원작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준다. 75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되었으며 브라이언 싱어 특유의 스타일적인 면들이 만화적 상상력과 SF테크놀로지로 잘 결합된 작품이다. 제작과정에 관한 다큐멘터리에는 찰리 로즈와 브라이언 싱어의 인터뷰가 수록돼 있다. 그 밖에도 영화에서 삭제된 장면들, 극장과 TV 예고편,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포함돼 있고, 영화의 스토리보드와 스틸 사진 갤러리도 볼 수 있다.
<엑스 맨>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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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an’s Hero 1999년, 감독 랜스 훌 출연 톰 베린저 장르 드라마 (폭스)
미국 역사의 신화적 인물인 ‘세인트 패트릭 바탈리온’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 1846년의 미국. 멕시코 국경지대에서의 잦은 마찰로 사방은 온통 총알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바뀐다. 이런 와중 미국 내 부대에서도 아일랜드에서 징집돼온 병사들이 박해를 받자 소대장 톰은 아일랜드 병사들을 이끌고 부대를 이탈한다. 탈출하던 도중 이들은 멕시코인들에게 붙잡히고 대신 자유의 조건으로 미국군과 싸우기로 한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지만 무기와 병사의 수적 열세로 결국 이들은 패배하고 전투의 포로가 된다. <스나이퍼> <플래툰>의 톰 베린저가 출연한다.
원 맨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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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아나스타샤> 등 TV시리즈를 만들어온 마빈 촘스키가 러시아 여황제 에카테리나의 삶을 드라마로 연출한 TV영화로 캐서린 제타 존스, 잔 모로, 오마 샤리프 등이 출연한다. 18세기 러시아. 여왕 엘리자베스의 조카 피터와 독일 공주 캐서린은 정략적인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처음부터 불화로 치닫고 피터의 성적 장애로 후계자가 태어나지 못한다. 7년 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치적인 음모를 꾸민다. 세르게이라는 군인으로 하여금 캐서린을 유혹한 뒤 임신시키도록 하여 후계자를 얻으려 한다. 캐서린은 결국 아들을 얻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빼앗기고 위기에 처한다.
캐서린 제타 존스의 <더 그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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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A Space Travesty 2000년, 감독 앨런 A. 골드스타인 출연 레슬리 닐슨 장르 코미디 (스타맥스) <총알탄 사나이> <롱풀리 어큐즈드> 등의 레슬리 닐슨이 스탠리 큐브릭의 를 비롯한 온갖 SF영화들을 패러디해서 만든 영화. 미 정부의 비밀요원 딕스는 어느 날, 대통령이 외계인의 음모에 의해 달기지에 납치·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출작전을 위해 미모인 행정관 미나지와 함께 달기지로 투입된 딕스는 그곳 연구책임자 프랫 박사의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다. 복제기술을 이용해 대통령을 바꿔치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것이 그 내막. 이를 막기 위한 딕슨의 활약이 펼쳐진다. 레슬리 닐슨이 주역은 물론이고 제작과 각본까지 맡았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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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해크먼 장르 스릴러 (파워 오브 무비)1970년대. 일명 ‘영화악동’(Movie Brats)이라 불리는 일군의 젊은 제작자들과 더불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이력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대부> 시리즈가 흥행과 비평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로써 그는 순식간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코폴라는 74년 유럽 모더니즘 영화미학을 끌어들인 작품 <컨버세이션>을 연출했다. 상업주의의 부담을 덜어버린 이 영화로 코폴라는 그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영화는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광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롱숏으로 시작된다. 공중에서 점차 지상으로 줌인해 들어가는 카메라는 한낮의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포착한다. 다음 장면, 높은 첨탑에서 망원렌즈로 공원을 훔쳐보는 사람과 그가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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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치 영화 <스모크>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있었다. 고객 한분이 <하나 그리고 둘>을 빌리면서, “저, 여기 온 지 오래되는데요. 제 파일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네요” 했다. “그러세요? 저도 왠지 낯이 익네요.” “저는, 기억이 나는데요.” 나는 자판을 두드리며 “근데, 성함이?” “필감성인데요….” 순간,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아, 내가 그리도 기다려온 옛날 옛적의 고객….비디오대여점이란 곳은 많은 이들이 주거지에 따라 단지 스쳐지나가는 곳일 뿐이지만, 특별한 만남으로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이들이 때론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 ‘황혼에서 새벽까지’란 팀을 만들어놓았지만, 초창기엔 그저 떠나보냈을 따름이다. 올해 들어 부쩍 5년 전에 고객이었던 그가 가끔 생각났는데, 마침 어제 그가 다녀간 것이다.95년 당시, 고객이었던 필감성군은 영화를 골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훤칠한 미남이어서 나의 눈길을 끌었다. 대만에서 태어나 부
인연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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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석(31) 촬영감독은 부산 예찬론자다. 일하기 좋기로는 국내에서 이만한 곳이 없다고 주장한다. 부산 출신도 아닌, 13살 때부터 뉴욕에서 산 젊은 감독이 이곳을 촬영 최적의 장소로 꼽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부산은 다른 대도시와 다르다. 바다가 있고, 강이 있고, 산이 있다.” 그의 카메라를 사로잡는 건 단순히 자연뿐이 아니다. 부산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한다”는 느낌 또한 건네준다.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돋보이고 도시가 활기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서울은 이제 고정적인 패턴의 도시다. “서울은 일종의 갇혀 있는 공간이다. 굳이 다른 동네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똑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부산의 매력을 항구도시만이 갖는 특성으로 설명한다. “머물러 있어도 언제든지 바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 로컬에 인재들이 많다는 것도 그가 강력하게 부산 찬가를 부르는 근거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지금 그는 불행한 셈이다. <
<친구> 촬영감독 황기석이 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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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서 부산 사투리의 마이스터를 꼽으라면 배우 이재용(38)씨다. “인간이 은혜를 알아야 인간 아이가.” 준석의 얼굴에 칼자국을 내리긋는 차상곤의 이 대사는 그의 내장에서 끌어올린 듯한 뒤틀린 사투리에 실려 주위 공기를 압도한다. <친구>를 시작하면서 3년 동안 활동해온 부산시립극단을 그만둔 그는 지금은 한국연극영화아카데미에서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어쨌든 생생한 사투리와 개성넘치는 연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선한 얼굴의 소유자임을 확인하는 순간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란다. 검은 더블 재킷보다는 헐렁한 점퍼가, 기름진 머리보다는 부스스한 산발이 더 어울리는 평범한 사람이다.‘증통(정통) 만화’에 대해 충고하던 <억수탕>의 만화방 주인으로 곽경택 감독과 인연을 맺은 이재용씨는 사실 ‘증통’ 부산 출신은 아니다. 원적이 마산이긴 했지만 유년 시절을 서울, 춘천 등 “6개 도시를 순회하며” 보냈다. 부산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82년 부산대 철학과에 입학하
<친구> 배우 이재용이 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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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쨋날아침 11시 국제호텔 나이트클럽 | 동수의 죽음“도루코 장례식 때 못 가서 미안하다. 일이 너무 바빠가꼬….”“많이 컷네… 동수.”“원래 키는 내가 좀더 컸다 아이가. 니 시다바리 할 때부터.”“간단하게 말할께.”“복잡하게 말해도 된다.”부산을 떠나기 2시간 전이다. 이틀 전과 달리 공기가 오슬오슬하다. 푸근한 해풍은 온데간데 없다. 국제호텔 앞은 버스 한대가 지나가도복잡할 정도로 좁은 일방 통행로다. <친구>팀은 3개월 촬영기간 내내 이곳에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식사는 곽 감독이 뉴욕에서부터 즐겨먹었다는꼬리곰탕을 주메뉴로 하는 호텔 뒤쪽 한 식당. 한참 북적거리다 요즘엔 통 손님이 없으니 그곳의 ‘아지메’는 올 4월부터 또다른 영화촬영이 있다고해서 그때만 손꼽는 눈치다.“많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 동수가 회칼을 맞고 널브러지는 빗속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은 것도 호텔 앞. “대형 강우기 2대에다…, 크레인까지동원해 가 4일 내내 찍었으니 큰 공사였십니다. 동선
`친구` 따라 부산간다 - 셋쨋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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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III오후 5시 영도다리 | 내기 하는 아이들“어제 우리 엄마가 일본에서 테레비 녹음기 가지왔드라.”“테레비 녹음기? 그기 뭐고?”“녹음기처럼 테레비를 녹음할 수 있는 거.”“꽁까지 마라, 임마! 세상에 그런 기 어데 있노?”“아이다. 진짜다. 그라믄 느그 내캉 내기 할래?”“같이 죽자”는 말은 부산에서 흔히 쓰인다. 특이한 건 열에 아홉은 장소가 영도다리라는 사실이다. 그건 부산에서 난 사람들에게는 이 다리가친숙한 구조물이라는 방증이다. 죽음의 장소로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영도다리는 그리 높지 않은, 길지 않은 다리다. 서울 한강다리의 아찔함은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완만한 아치형의 다리는 오히려 ‘울컥’, 마음 한구석이 허물어진 이들에게 맘껏 기대라며 등을 내어주는 서글서글한형이나 곱디고운 누나 같다. 곽 감독도 영도다리에 한번 신세를 졌다. 99년 <친구>의 시나리오를 쓰러 부산에 내려왔지만, 투자하기로 했던삼부파이낸스 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아버지로부터
`친구` 따라 부산간다 - 둘쨋날 I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