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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제를 공포영화 문법으로 풀어내 사회적 이슈를 낳았던 영화 <여고괴담>의 속편. 민아는 학교에서 우연히 일기장 하나를 발견한다. 무심코 일기를 펼치던 민아는 짧은 환상을 보게 된다. 일기장은 다름 아닌 효신과 시은이 돌려가면 썼던 둘만의 교환일기. 민아는 양호실 침대에서 일기를 읽다가 효신과 시은의 대화를 엿듣는다. 오후가 되고 신체검사로 어수선하던 학교는 효신의 죽음으로 소동이 벌어진다. 민아는 효신과 시은의 관계에 더욱 집착한다. 전편과 달리 청춘영화의 기운을 품고 있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동성애문제와 사제간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선택한다. 영롱한 영화음악이 극의 설득력을 고조시킨다.
TV영화...<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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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머스비>를 만든 존 아미엘 감독 영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다. 범죄심리학자 허드슨 박사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면서 폐쇄적인 생활을 한다. 연쇄살인이 벌어지자 허드슨은 살인범 데럴의 살인수법을 모방한 범죄임을 알게 된다. 범인은 뜻밖의 인물임이 밝혀지는데 그는 감옥에 갇힌 데럴과 편지교환을 하면서 박사를 없애라는 사주를 받았던 것. 담당형사인 모나한은 살인범이 허드슨 박사를 납치할 계획임을 눈치챈다. 해리 코닉 주니어가 사건의 열쇠를 쥔 살인마로 등장하고 있다. 이 밖에 시고니 위버, 홀리 헌트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엽기적인 살인행위 등 섬뜩한 장면이 여럿 있지만 극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
TV영화...<카피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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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만든 P.J. 호건 감독작. 여성의 결혼 판타지를 섬세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간 작품. 뚱뚱하고 못생긴 뮤리엘은 친구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는다. 아버지는 뮤리엘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구박하고 친구들도 그녀를 매몰차게 따돌린다. 고교 동창생인 론다를 만난 뮤리엘은 시드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비디오 가게에서 일한다. 이름도 마리엘이라고 고친다. 결혼에 관한 환상에 잠겨 있는 그녀는 구혼광고를 통해 위장결혼하려는 한 수영선수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주변의 예상대로 결혼생활은 금세 파경에 이른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아바의 음악은 작품을 시종일관 유쾌하고 흥겹게 이끌어간다.
TV영화...<뮤리엘의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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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자와 매춘부의 ‘희망없음’에 관한 사랑을 그린 작품. 벤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일자리도 잃은 심각한 알코올중독자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그는 카지노 근처에서 만난 매춘부 세라에게 마음이 끌린다. 벤과 세라는 서로의 삶에 참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사랑에 빠진다. 벤은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하고 사소한 사건을 일으키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세라는 착잡한 상태가 된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해 독특한 스타일을 과시하고 있으며 영화음악까지 담당하면서 재능을 과시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엘리자베스 슈가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멜로드라마.
TV영화...<라스베가스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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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정말 ‘저주’나 ‘원혼’같은 게 있는 것일까?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윤종찬 감독의 데뷔작 <소름>은 30년 전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던 아파트에 깃든 불길한 기운을 포착한다.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한발짝도 내디딜 수 없도록 만드는, 낡은 아파트의 불안하고 위험한 공기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타래가 짜놓은 그물이다. 얼핏 공포영화의 외양을 하고있지만 장르영화의 상투적 표현을 거부하는 <소름>은 ‘올해의 발견’으로 꼽힐만한 영화다.<소름>은 미국 유학시절 만든 중편 <메멘토>가 출발점이다. 두 영화, <메멘토>와 <소름>을 낳은 이야기의 배경이 궁금하다. <메멘토>는 70년대 LA 빈민가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이민온 지 얼마 안된 젊은 한국인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빈민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흑인이 아파트 수위로 일하고 있었는데 며칠간 부부의 모습이
정말 무서운 거 귀신이 아니라 인간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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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Heart Is 1999년, 감독 매트 윌리엄스 출연 내털리 포트먼 <HBO> 7월21일(토) 오후 5시25분여성으로 홀로 서는 것.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지만 실상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공동체의 외면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이 닥쳐오는 법이니까. <노블리>는 그리 뛰어난 드라마라고 할순 없다. 평이하고 무난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느 수작 영화보다 생생하고 훨씬 구체적이다. 여기엔 여러 남자를 전전하면서 아이를 낳는 여성이 있으며 병을 앓는 누나를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남자가 나오기도 한다. <노블리>는 이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며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를 건설해가는지 보여준다. 아무런 갈등이나 극적요소가 없음에도 이렇듯 따뜻한 드라마를 찾기란 녹록지 않다. <노블리>를 만든 매트 윌리엄스는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며 연출보다는 제작자로서 더 활
케이블영화 <노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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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Heart Is 1999년, 감독 매트 윌리엄스 출연 내털리 포트먼 <HBO> 7월21일(토) 오후 5시25분여성으로 홀로 서는 것.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지만 실상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공동체의 외면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이 닥쳐오는 법이니까. <노블리>는 그리 뛰어난 드라마라고 할순 없다. 평이하고 무난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느 수작 영화보다 생생하고 훨씬 구체적이다. 여기엔 여러 남자를 전전하면서 아이를 낳는 여성이 있으며 병을 앓는 누나를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남자가 나오기도 한다. <노블리>는 이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며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를 건설해가는지 보여준다. 아무런 갈등이나 극적요소가 없음에도 이렇듯 따뜻한 드라마를 찾기란 녹록지 않다. <노블리>를 만든 매트 윌리엄스는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며 연출보다는 제작자로서 더 활
케이블영화 <노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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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Heart Is 1999년, 감독 매트 윌리엄스 출연 내털리 포트먼 <HBO> 7월21일(토) 오후 5시25분여성으로 홀로 서는 것. 많은 이들이 꿈꾸는 것이지만 실상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공동체의 외면을 감수해야 하는 순간이 닥쳐오는 법이니까. <노블리>는 그리 뛰어난 드라마라고 할순 없다. 평이하고 무난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느 수작 영화보다 생생하고 훨씬 구체적이다. 여기엔 여러 남자를 전전하면서 아이를 낳는 여성이 있으며 병을 앓는 누나를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남자가 나오기도 한다. <노블리>는 이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며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를 건설해가는지 보여준다. 아무런 갈등이나 극적요소가 없음에도 이렇듯 따뜻한 드라마를 찾기란 녹록지 않다. <노블리>를 만든 매트 윌리엄스는 이 영화가 감독 데뷔작이며 연출보다는 제작자로서 더 활
케이블영화 <노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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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서울의 모 교회. 간간이 흩뿌리는 가는 빗줄기 사이로 신부화장을 곱게 한 새 신부가 식장에 나타났다. 가슴이 깊게 패인 섹시한 웨딩드레스가 유난히 마음에 드는지 노총각 새 신랑은 연신 입을 다물 줄 모른다. 그러나 수줍은 미소를 지어야할 새 신부의 얼굴은 뭐가 불만인지 잔뜩 찌푸려있다.암으로 죽어 가는 언니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새 신부는 당연히 못 마땅할 터. 그러나 불만이라고 하기엔 그 인상이 너무나 살벌하다. 사실 이 신부의 직업은 조폭. 오늘 결혼식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들키지 않고 무사히 식을 치뤄 낼 일이 까마득하기만 하다.조폭인 자신의 부하들이 준비한 식장은 한 마디로 가관이다. 나이트 클럽 DJ가 사회를 보고 피아노 반주 대신 빤짝이 의상에 섹스폰을 든 카바레 밴드들이 뽕작을 연주한다. 거기에 무술시범까지... 그러나 이 정신없는 결혼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결혼식을 방해하려고 동원된 반대파 조폭들이 나
세상에 이런 결혼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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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감독 유현목 출연 김진규<EBS> 7월22일(일) 밤 10시10분1960년대 유현목 감독은 6·25 전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전쟁과 종교적 믿음의 문제를 접목한 <순교자>(1965)와 <카인의 후예> 등의 작품이다. 흔히 유현목 감독에게 1960년대 중반은 침체기로 정의되곤 한다. <오발탄>의 빛나는 미학적 성과 이후 이렇다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독에게 있어 이것은 필연적인 ‘우회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유신이라는 냉엄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감독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작품 활동을 지속했는지의 시각에서 보면, <카인의 후예>도 충분한 연구대상으로 떠오른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이후 유현목 감독이 만든 일련의 반공영화들을 설명해주는 키워드 역할도 해낸다.<카인의 후예>에선 8·15 해방 이후 북한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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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에게 살아가며 사랑하며 싸우는 예술에 대한 수업을 가르친 선생님이다!” 남아프리카 출신의 극작가 아톨 퓌갸르가 존 베리에게 바치는 추모사의 한 귀절이다. 평생을 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예술적 열정으로 살았던 존 베리는 99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삶을 마감했다. 당시 그는 88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톨 퓌갸르 원작의 <보스만과 리나> 후반작업을 마친 상태였고, 그리고도 2편의 영화를 더 기획 중이었다. 이번 부천에서는 제2회 부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하였던 그에게 바치는 특별상영과 메가토크를 가졌다. 상영작은 그의 유작인 <보스만과 리나>. 백인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겨 홈리스로 거리를 배회하게 된 흑인 노부부의 하루를 추적한 작품이다.메가토크 사회를 맡은 김홍준 집행위원작은, “당대에 추앙받는 예술가가 있고, 후대에야 뒤늦게 평가되고 추앙받는 감독이 있다. 아마도, 존 베리는 후자에 속하는 진정한 예술가이다”라는 코멘트로 행사를 시작하였다
사후에 추앙받을 진정한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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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 <시마과장> 등을 그린 히로카네 겐시의 <라스트 뉴스>라는 만화가 있다. 공중파 방송사 의 마감뉴스인 <라스트 뉴스>는 한마디로 ‘뉴스 속의 뉴스’. 당일 보도된 뉴스 가운데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그 하루가 다 가기 전에 바로잡는다는 취지의 ‘애프터서비스 뉴스’다. 그런데 그 AS라는 게 제품의 본래 기능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성격이 다른 제품으로 바꿔놓는 차원의 것이라면? <라스트 뉴스>는 오보(誤報)를 바로잡는 것에서 출발해 메인 프로그램들이 손대지 못한 ‘몸통’을 슬쩍슬쩍 건드리는가 하면 아예 다른 시각에서 취재한 내용을 들려주기도 한다. 어쩐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그것이 만화의 가장 큰 볼거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라스트 뉴스>가 만들어지는 최초의 출발지점, 즉 뉴스의 단초가 되는 것이 다른 뉴스의 허점이라는 것이다. 이는 <라스트 뉴스>와 가
6mm 다큐, 그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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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뒹구는 여자친구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남자와 두 친구의 소동을 그린 <시체유기 자장가>. 엽기성이 농후하지만,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이 블랙코미디의 감독 클라우스 크래머와 주인공 파울 역의 보리스 아리노비치가 부천을 찾았다.크래머 감독의 베를린 필름·TV아카데미 졸업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는 2년 간의 시나리오 작업과 쉽지 않은 재원확보 과정을 거쳐 지난해 독일에서 선보였고, 베를린영화제 독일영화 부문, 브라질 상 파울로 영화제 등에 출품되는 등 국제적인 관심도 모았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 <시체유기 자장가>에 대해 “사회와 인생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 독일, 베를린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 원제 (콘트라베이스를 가진 세 중국인)의 의미에 관해 “어린이들이 발음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독일에서 너무나 유명한 동요 제목”이라며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 주인공들이 두려움을
사회에 무책임한 독일인 그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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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와 함께 부천의 마지막 밤을 빛낼 폐막작 <소름> 기자회견이 18일 2시 복사골 문화센터 5층 기자회견실에서 열렸다. 윤종찬 감독과 주연을 맡은 장진영, 김명민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은 김명민의 지각으로 잠시 지연됐지만 진행을 맡은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영화에서는 택시기사로 출연하는데 부천의 길을 못 찾다니…”라는 조크로 위기(?)를 모면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30년된 미금아파트에 깃든 공포와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소름>은 종전에 보아오던 슬래셔무비와 달리 보이지 않는 공포를 다룬 수작. 윤종찬 감독은 “인간의 탐욕이나 욕심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특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포를 다루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아이를 잃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선영으로 출연한 장진영은 “네번째 영화지만 삶에 변화를 준 영화였다. 그러나 촬영 내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는 말로
소름 돋을 마지막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