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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사람들이 만나는 광장인 영화제에서 기자는 빠질 수 없는 손님이다. 15일 입국한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에디터 패트릭 프레이터는 올들어서만 미국 영화 견본시(AFM), 상하이 영화제, 홍콩, 칸을 주유한 ‘배낭을 멘 저널리스트.’ 그는, 도착한 지 24시간이 채 못 됐다면서도 아침에 본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경쾌한 표정으로 영화론을 풀어놓는다. 인터뷰하는 기자의 수첩 메모까지 틈틈이 참견하면서.<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파리 통신원이었던 그는 4년 전 영국으로 귀국하면서 회사 쪽에 “일 잘하는 통신원 하나 영원히 잃던가 아니면 고용하던가”라고 느긋한 운을 띄웠고 지금은 편집부에서 북미와 영국을 뺀 세계 영화의 리포트를 주관하고 있다. 출장을 떠나지 않을 때도 매일 서른 명이 넘는 통신원들로부터 세계 영화산업의 기상상황을 보고 받는 그에게 영화제는 실사 작업의 현장인 셈이다. 할리우드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한국, 태국영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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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코트의 예장을 한 원숭이, 추송웅(1941∼1985). 77년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과 79년 <우리들의 광대>로 그는 연극계의 남성 모노드라마 일인자로 등극, 85년 겨울 급환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모두 1천여 회의 공연을 통해 4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은 신기록을 세웠다.그런 그의 모습이 세 명의 ‘추송웅 주니어’들에 의해 스크린과 무대 위에 다시 부활했다. 16일 소향관 스크린에 빛을 뿌린 <빨간 피터의 고백(Go Back)>은 추송웅의 장남 추상욱이 프로듀서를 맡고, 차남 추상록이 시나리오 작업부터 기획, 연출, 무대장치, 연기, 음악 등 1인 6역으로 완성한, 원작과는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 추상미가 직접 카메라를 든 <추송웅을 추억하며>는 3일간의 짧은 제작기간에도 불구,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연극계 후배이자 동료로서의 존경이 물씬 묻어나는 다큐멘터리. “아버지와 같이 사는 시간 속에서도 아버지를 잘 몰랐어요.
빨간 피터, 지울 수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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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호는 순항 중개막 5일째, 부천영화제는 순항 중이다. 개막일인 12일부터 15일까지 부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총 1만5365명(사무국 집계). 현매까지 매진된 영화는 <메멘토> <나비> <판타스틱단편걸작선1> <호텔스플렌디드> <협녀> <시체유기 자장가> 등이다. 13일부터 실시된 심야상영은 첫날부터 매진을 기록, 14일부터 전체 좌석의 10%에 해당하는 자리를 입석으로 지정, 판매했다. 입석은 애초 예정에 없던 사항이었지만 영화제 측은 “입석이라도 상관없다”는 지방 관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남은 닷새동안 1만7000명 이상이 영화제를 찾아 총 관객수가 3만2000명을 넘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작년 부천영화제의 총 관객수는 약 2만8000명이었다.PiFan , Sailing SmoothlyPiFan is sailing on a cruise after 5 days of open
PIFAN호는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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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를 식힐 판타스틱한 영화군단의 상륙작전.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12일 그 시작을 알렸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깔린 전야제 행사는 조용히 축제전야를 달구었고 다음날 개막식은 여름축제다운 뜨거운 햇살을 선사했다.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4대의 대형버스에서 쏟아져 차례차례 붉은 카펫을 통과한 게스트 중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깜짝 스트리킹쇼`를 벌인 <네이키드 어게인>의 두 형제 감독 마르텐, 토르켈 너트슨.
올해 칸 영화제에서 `누드 홍보`로 황제를 모았던 그들의 기행에 대비하기 위해 부천경찰은 이불을 준비하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시민 톡시:톡식 어벤져IV>의 주인공인 고무마스크맨 `톡시`와 엽기영화의 대부 로이드 카우프만은 식장 안팎에서 괴이한 행동과 언행을 보이며 부천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상영은 호러와 엽기에 알맞은 `13일의 금요일`부터 시작됐다.
호금전 회고전, 씨네락 나
영화군단, 판타지시티에 상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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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땅,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도 판타스틱영화제가 있다. 각각 1968년과 1981년 생겨 부천영화제의 형님 뻘이 되는 시체스 영화제와 판타스포르토 영화제가 그것. 16일 두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시체스영화제의 앙헬 살라는 변호사로 일하다 “법이 지루해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판타스포르토의 마리오 도민스키는 평론가로 활동하다 영화제를 시작한 전형적인 영화광. 영화제 책임자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두 영화제가 나눈 우정은 특별하다. 과거 스페인에서 영화제는 독재정권의 폭압 아래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70년대 시체스 영화제에서 판타스포르토의 가능성을 본 마리오 도민스키는 영화제 탄생비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페인에서 프랑코의 독재정권이 지배하던 시절, 언론, 출판, 예술 등 모든 자유가 박탈당했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검열은 영화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했다. 영화제는 검열을
판타지라는 이름의 해방구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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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3일 개봉한 <신라의 달밤>이 개봉 3주만에 전국관객 200만명을 넘겼다.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전국 400만까지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친구>의 흥행기록이 워낙 엄청나서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지만 이정도 흥행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 방학 시즌. 극장의 성수기라지만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들이 줄줄이 이어져 웬만한 한국영화는 간판 올리기도 힘든 시기이다. 지난 7월11일 제작사 좋은영화에서 만난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을 앞지르는 흥행성공에 기쁜 낯을 감추지 못했다. 바야흐로 흥행감독 김상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김상진의 영화는 지금까지 <투캅스3>를 제외하고 늘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이 거둔 성공을 보면 이제 누구도 김상진의 코미디 감각을 허투루 대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흥행결과가 그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평가를 대신하진 않
“쌈마이? 그건 나만이 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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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강원도 묵호의 조용한 국도에서 허진호 감독의 새영화 <봄날은 간다>가 막바지 촬영을 맞이하고 있었다.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탓인지 차량 통행이 잦지 않은 이곳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스팔트 열기 사이로 주연 이여애와 유지태는 서로에게 상심한 내면을 표현했다.남녀의 사랑에 어떤 거창한 논리나 치밀한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듯, 어느새 여자와 남자 마음 한 구석에 살포시 올라앉았던 사랑의 감정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자 못하는 가운데 두려움 또는 답답함으로 바뀌었다.강원도 지역방송사의 아나운서인 은수(이영애)는 연하으 남성과의 사랑이 자칫 이혼의 상철르 덧나게 할까봐 겁을 내고, 순수하지만 '사랑의 기술'에선 미숙하기 그지 없는 상우(유지태>는 자신의 속내 깊숙한 곳을 보여줄수록 먼 곳으로 옮아가는 여자에게 상처받는다.이날 국도 한가운데서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각각 향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허진호 감독의 나직하고도 섬세한 연출에 의해 절제된 표현력을 얻었
상행선의 남자, 하행선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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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신라의 달밤`은 그 제목을 일제시대때의 가요 `신라의 달밤`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런데 가요 `신라의 달밤`의 본래 제목은 '인도의 달밤'이라는 게 북한측 주장이다.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80년대 중반 재일조선인총련합회(총련)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최초로 나왔고 99년 7월5일 발표된 조선음악가동맹 성명에서도 다시 제기됐다.북한이 두번에 걸쳐 내놓은 주장을 종합해 보면 이 노래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작사자인 조영출씨가 월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말하자면 남한 가요계에서 `월북 작사자`의 작품이어서 멋대로 제목을 지금처럼바꾸었다는 것이다.특히 이 `신라의 달밤`은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까지 바뀌었다고 북한은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이 주장하는 이 노래의 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아 인도의 달이여/ 마드라스 교회의 종소리 울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달빛어린 수평선/ 흘러가는 파도에 실어보자/ 방랑의 이 설
`신라의 달밤`은 본래 `인도의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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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향기> The Colour of Paradise1999년·이란·감독 마지드 마지디·88분출연 모흐센 라메자니, 살리메 페이지“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방학을 맞은 시각장애아 기숙학교의 8살난 생도 모하마드는 친구들이 모두 부모의 품에 감싸여 돌아간 한참 뒤에야 도착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운다. 돌볼 사람이 없다며 아들을 학교에 떠맡기려다 마지못해 모하마드를 데리고 귀향길에 오르는 아버지. 1년 만에 돌아온 소년을 맞는 이란 북부 고원지대 마을은 아름답고 누이와 할머니는 다정하지만 눈먼 아들이 재혼의 걸림돌이라고 여기는 아버지는 모하마드를 눈먼 목수의 도제로 보낼 궁리를 한다. <천국의 아이들>에서 나약하고 가난한 아버지를 보여주었던 마지드 마지디는 <천국의 향기>에서 나약하고 가난한 데다 이기적이기까지 한 초라한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신은 보이지 않는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세상 모든 곳에서 팔을 뻗어 신을 만지려 하고
천국의 향기 The Colour of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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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스 오브 더 블랙 타이거 Tears of the Black Tiger 2001년 태국 114분감독 위시트 사사나티엥 출연 스텔라 말루치, 수파콤 키추원상류층 룸포이네 가족은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시골로 피한다. 둠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도시소녀 룸포이와 시골 소년 둠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9년 뒤 룸포이와 재회한 둠은 그녀의 명예를 지키려다 대학에서 쫓겨난다. 귀향한 둠은 아버지가 도적떼에 살해당한 사실을 알고 ‘블랙 타이거’라는 이름의 갱스터가 된다. 이 영화의 복고풍은 필름을 베타테이프로 옮긴 뒤 색을 덧칠하는 작업 등을 통해 얻어낸 결과. 감독은 여기에 60년대식 타이 영화의 전통과 연극 양식을 차용해 태국식 스파게티 웨스턴을 요리해냈다.Rumpoey and her high class family flee to the countryside as the Pacific War breaks out. Dum's father arranges a pla
티어스 오브 더 블랙 타이거 Tears of the Black 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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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2시 부천 시청 대강당에서 상영된 는 <카이에 뒤 시네마>와 SRF(프랑스 감독협회의 약자)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일련의 단편들. 세계화란 슬로건 아래 나타나는 미국영화의 독점적 지배 현상을 되묻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대략 5분 내외의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만든 이들의 개성이 잘 살아나 있는 이들 작품은 세계화가 영화제작의 다양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감독들의 입장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첫 번째 상영작인 독일감독 헬마 잔더스 브람스의 <물고기들의 영화>는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의 위험을 상어에 빗대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고기의 냉소적인 내레이션과 ‘영화 제작에 협조해 준 모든 인간 스탭들에게 감사한다’는 등의 재미난 코멘트로 상영 초반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아 장커(중국)가 만든 <개들의 처지>, 유스리 나스랄라(이집트)의 <불가능한 세계화> 등도 재
미국영화의 세계화를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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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명망있는 신부의 죽음을 시작으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성수를 먹여 신부를 죽이고, 속옷 끈으로 목을 졸라 매춘부를 죽이고, 야구장 모래로 기도를 막아 야구선수를 죽이는 범인의 메시지는 ‘강한 자만이 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욥기의 구절. 피해자는 모두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다. 신부는 자선활동으로 존경을 받는 이였고, 매춘부 ‘마리아’는 성당의 매춘부재활활동과 연관이 있으며, 야구선수 역시 거액의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뒤 살해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 헨리(앤드루 매카시)는 워커홀릭 경향이 있는 무신론자. 불치병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어린 딸을 마음 한쪽에 둔 채 수사에 매달리던 그는, 몇명의 용의자를 거쳐 자선사업가 헌트(마이클 아이언사이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Review <쎄븐>의 장엄한 스릴이 한 바퀴 비틀려, 한풀 약하게 살아나는 영화. 종교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그 범인을 쫓는 형사가 나오는 것은 비슷하지만,
트위스트오브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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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유쾌했다. 스웨덴에서 날아와 부천 관객들 앞에서 과감히 바지 지퍼를 내린 이들은 <네이키드 어게인>이라는 재기발랄한 영화를 가장 저렴하게 그러나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했다. TV프로듀서인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영상을 접하고 광고제작 등의 일을 거친 5살 터울의 형제는 형인 토르켈이 만든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자는데 의기투합해 데뷔작 <네이키드 어게인>을 세상에 벗겨보였다. 사진촬영을 위해 중요부분만을 칸영화제 기념 우산만으로 가린 이들의 아슬아슬한 모습은 차마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
오프닝 타이틀을 보면 ‘이 영화는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가 아닙니다, 레나 앙드레가 출연하지도 않습니다…’같은 말이 뜬다. 우리는 잉마르 베리만을 존경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다른 영화라는 것을 시작부터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심각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코미디라는 걸. 물론 우리 영화에 레나 앙드레(잉마르 베리만 영화에 출연한 스웨덴 여배우)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누드, 니콜 키드먼과 싸우는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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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M., 핸슨 음악의 프로듀싱, 편집, 녹음, 믹싱을 맡은 사람. <코스비 가족> <토네이도>의 음악편집을 담당한 사람. 턴투스턴의 등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제작하고 영화 <케이프 피어> 제작에도 참여한 사람.할리우드의 디지털오디오 전문회사인 디지디자인에서 디즈니, 유니버설, 폭스, 소니,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고객으로 관리한 사람. 그를 만나기 전 받아든 경력소개서에 적힌 것들은 종이 한장을 꽉 채우고도 ‘그외 다수’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었다.‘애덤 그린’이라는 마치 예명 같은 이름의 이 서른살 청년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며 할리우드에서, TV방송에서, 또 팝음악 분야에서 탄탄하게 제 길을 밟아온 알짜배기 디지털오디오기술자이다. ‘오디오’란 말은 그에게 음향에 관련한 모든 전문적인 작업을 총칭하는 표현. 이번에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애플사가 내놓은 새로운 프로그램 <파이널 컷 프로2>의
“나는 소리로 호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