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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감독의 <탈출기> 상영 취소 위기
2001-11-14

14일 오후에 상영 여부 최종 결정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만든 작품 <탈출기>가 영화제 상영 취소 위기에 놓였다. 부산영화제에서 <탈출기> 상영을 결정한 지난 10월말, 정부가 “이적 표현물의 상영은 위법이다”라는 요지의 통보를 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영화제 조직위는 그간 이 사안을 두고 당국과 협의해 왔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탈출기>의 15일 상영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에 ‘상영 취소’ 또는 ‘강행’ 사이에서 ‘용단’을 내려야만 한다.

영화제 조직위는 13일 자정경 <탈출기> 상영에 대한 내부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정부에서는 영화제 상영작에 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적 표현물이라는 판례에 의거, 이 작품을 상영할 경우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위법으로 입건한다고 알려 왔다. 조직위는 당국과 이 문제를 협의해 왔으며, 14일 오후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 이번 사태는 영화제라는 특수 행사의 자율성 문제, 그리고 법적 판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이 사안은 위법이라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적 판례 적용의 경직성 문제다. 영화제라는 특수성과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사이에서의 망설임이랄까. 영화 창작의 사회적 토대인 문화적 개방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영화인과 관객들이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촌평했다.

<탈출기>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만든 작품으로, 최서해의 단편이 원작이다. 8월말 확정된 회고전 프로그램 중에 포함돼 있었으나, 지난 9월 하순 <소금>으로 대체됐다가, 개막에 임박해서 <소금>과 <탈출기>를 모두 상영하게 됐다. 신상옥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북에서 만든 것까지 포함된다면 (회고전을) 하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금>과 <탈출기>가 상영된다. “<탈출기>는 내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북한에서 만든 영화 중 가장 낫고 사회성도 짙은 작품이다”라면서, <탈출기>에 대한 유난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