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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아.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 아래 누워 있는 여자의 표정이 왜 저런 거야? 저녁시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나, 생일선물의 개봉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표정. 누가 옆구리를 찌르면 당장이라도 ‘푸하하핫’ 웃음을 터트릴 것 같은 여자. 세상의 가장 어둡고 은밀한 곳에 놔둔다고 해도 그만의 밝은 빛을 숨기지 못하고 발할, 몽마르트르의 웨이트리스 아가씨 아멜리에의 덜컥거리는 큰 신발은 그러나, 처음부터 오드리 토투의 발에 신겨졌던 건 아니다.
<아멜리에>의 첫 시사가 열리던 날. 장 피에르 주네는 2시간 뒤 자신의 생이 어떻게 바뀔는지 모르는 채, 초초하게 떨고 있는 신인배우 오드리 토투에게 이렇게 말한다. “토투, 영화가 끝나면 다른 여배우들로부터, 네가 그리 못하진 않았지만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하는 둥의 불쾌한 말을 듣게 될지 몰라. 그래도 신경쓰지 마라.” 애초에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주인공이었던 에밀리 왓슨이 ‘아멜리에’ 역을 맡기로 되
매일이 생일 같은 행복한 갈색 눈동자, <아멜리에> 오드리 토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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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람이 문득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언젠가 <흑수선>의 촬영현장에서 마주친 이정재의 모습이 그랬다. “어, 달라졌다….” 같이 있던 기자들도 한두 마디씩 비슷한 인사를 건넸다. 살이 붙고 검게 그을린 이정재의 얼굴은 이전과 달랐다. 남성적인 풍모가 짙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배창호 감독은 그런 그의 모습이 “이태리 종마 같다”고 했던가. 그런 외적인 변신은, 그의 영화 커리어 최초로 ‘액션연기’를 시도하게 됐다는 의미에 비하면, 차라리 사소한 변화였다.
여기서 잠깐. 이정재가 액션영화를 처음 찍었다는 데 대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정재는 꽤나 오랫동안 액션영화를 피해왔다. 순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모래시계>의 백재희의 캐릭터가 처음부터 워낙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 그는 백재희의 이미지에 갇히는 것이 두려웠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피했죠. 그래서 더러 무리수를 두기도 했어요.”
잘 익은 액션 보여드릴게요, <흑수선>의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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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미소가 가슴속에 피어난다. 상우는 두 손가락을 이마 옆에 대며 ‘조금만’이란 손짓을 할머니에게 보내고 할머니는 상우처럼 손가락을 만들며 ‘짧게?’라고 손짓한다. 말못하는 할머니가 외손자 상우의 머리를 잘라주는 장면이다. 상우의 머리가 잠시 뒤 어떻게 되었을지는 불보듯 뻔하다.산이 8가구 마을 전체를 폭 싸안은 충북 영동군 산촌면의 한 산골마을이 벌써 5개월째 들썩이고 있다. 이정향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집으로…>가 촬영중이기 때문이다.“할머니, 손가락을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이정향 감독은 직접 시범을 보이지만 할머니의 손가락은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 77살의 김을분 할머니는 굽은 허리가 아프셔도 열심히 반복해서 연기를 하신다. 9살의 유승호도 할머니에 맞추어 열심히 휘파람을 불고 거울을 이리저리 돌리며 연기를 한다. 드디어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쉴 틈도 없이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머리 자르는 신을 찍는다. 어느덧 해는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고 잠을 자다
말없이, 미소가 싹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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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곤, 학락, 준형 셋은 30대 후반의, 같은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운전기사다. 그만그만한 밥벌이에 별다른 희망이나 활력이 있기 힘든 셋은 퇴근 뒤 호프집에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해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떤 여자와 자 봤네, 내 삼촌이 옛날 월남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네, 요즘 세태가 어쩌네 등등. 하나마나 한 얘기지만 그게 위로가 되면서 셋 사이에 쌓이는 정이 커갔던 모양이다. 노총각 해곤은 불법 취업한 연변 처녀를 사랑하고, 이혼한 학락은 딸 과외비에 쪼들리고, 유일한 대졸자인 준형은 망나니 형 때문에 집안이 거덜날 형편에 처하는 등 저마다 힘든 사연이 있다. 택시회사 상무가 이들이 빌려준 돈을 떼먹고 달아나자 준형과 학락은 돈많은 점쟁이 할머니 집을 털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별 실속없이 쌓인 이 우정이 문제다.옳던 그르던 혼자서 큰 일을 저지르지 못하는 이 셋이 서로를 방해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의 무게가 만
<라이방> 세친구의 좌충우돌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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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면 답이 오는 것일까. 지난주를 기점으로 종영 위기에 처했던 <고양이를 부탁해>가 미약하나마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뜻밖의 원군은 가수 조영남씨. 제작사인 마술피리에 따르면, 10월24일 조영남씨는 마술피리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어제 영화를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돕겠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고양이 살리기 운동본부’를 꾸리자는 제안을 해왔다.<고양이를 부탁해>는 시사회 직후 쏟아진 호평을 등에 업고 10월13일 전국 47개관에서 개봉했지만, 1주 만에 스크린 수 3개관, 전국관객 3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주저앉는 분위기였다. ‘고양이 살리기 캠페인’에 지지를 보낸 이는 조영남씨만이 아니다. 오기민 프로듀서는 “포기하려던 차에 다시 시작해보라는 격려 전화가 쏟아져온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서지 않아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인천시, 문화계쪽 인사들이다.일단은 이들과 힘을 모아 인천 등지에서 재개봉한 뒤, 부
고양이 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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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와 <나비>는 결국 기대함직한 소수의 관객조차 만나지 못하고 종영을 맞이할 것 같다. 앞으로도 작고 의미있는 영화들이 줄지어 있어, 많은 영화인들이 근심하고 있다. 이건 관객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즉각적인 자극을 주지 않지만 오래 남는 영화들한텐 그들만의 배급 룰이 필요하다. 김소영 교수가 새로운 룰을 긴급제안한다. 편집자주지금 한국영화 문화엔 이중의 자물쇠가 잠겨 있다. 첫 번째 자물쇠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용이다. “문화적 종 다양성의 힘”이라는 슬로건으로 확장된 스크린쿼터 운동과 새로운 감독들과 기획자들 그리고 한국영화로 돌아온 관객 덕분에 이 첫 번째 자물쇠는 훌륭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해방 이후 이제까지 한국영화시장을 독점해온 할리우드영화라는 불한당을 막아낸 것이다. 물론 이것도 최근의 일이며 거의 이변에 가까운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밖에선 잘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자물쇠다. 도대체 이 두 번째 문 안에 무엇이 있는가
“문제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 `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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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노처녀 요가 선생 애비(마돈나)와 게이인 로버트(루퍼트 에버렛)는 터놓고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 사이. 어느날 남자친구가 떠나가자 상심한 애비는 로버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상심을 달래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몇주 뒤 임신양성반응이 나온 애비는 날짜를 계산해보고 로버트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을 테니 아빠 노릇을 해달라는 애비의 제안을 로버트는 받아들이고, 몇년 동안 아들 샘의 아빠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어느날 요가 강습소에 뉴욕에서 출장온 사업가 벤(벤자민 브랫)이 나타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 애비는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샘을 누가 키울 것인가. 애비와 로버트는 서로 자기가 키우겠다며 싸우다 법정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Review ‘로맨틱코미디’로 포장했지만 <넥스트 베스트 씽>은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고, 코믹한 대사가 꽤 많을 뿐 사건들은 오히려 비극적이다. 시작은 로맨틱코미디처럼 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
넥스트 베스트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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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마약반에 배속된 신출내기 형사 호이트(에단 호크)는 고참형사 해리스(덴젤 워싱턴)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다. 해리스는 호이트를 데리고 LA 거리의 이곳저곳을 누비는데, 범죄소탕엔 영 관심이 없고 압수한 마약을 피우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범죄자들의 돈을 빼앗아 챙겨넣기도 하는 해리스의 태도가 호이트에겐 영 이해되지 않는다. ■ Review 다소 속된 표현을 빌려 말을 시작하자면, 이른바 ‘초짜’들의 눈에 비친 ‘선수’들의 세계는 종종 음험하고 거칠다. 하지만 거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그들만의 게임의 규칙은 그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매력을 내뿜곤 한다. 남들 몰래 당신의 손에 건네진 한장의 패는 순식간에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지만 당신에겐 그걸 써먹을 용기가 없다. 그래 이 패를 내게 건네준 이가 누굴까 하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당신은 흠칫 놀라게 된다.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트레이닝 데이>를 도박영화로 생각한
트레이닝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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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정신분석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오붓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가장. 어느날 아들 안드레가 스쿠버다이빙을 갔다가 사고로 죽는다. 이때부터 남은 세 가족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런 슬픔에 빠져든다. 우연히 알게 된 아들의 옛 여자친구가 이들에게 작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Review 아들이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 남은 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러다 서서히 슬픔을 이길 힘을 찾아간다. 이건 슬프지만 범상한 이야기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너무 많은 죽음을 선사해왔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평범함은 작가의 비범함 때문에 훨씬 풍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평범함은 적어도 평범함에의 회귀나 평범함의 성찰로 수용되는 것이다.<아들의 방>은 난니 모레티라는 감독의 존재감이 후
아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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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감독은 처음 <라이방>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부터 김해곤, 최학락, 조준형, 세 배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들이 주인공 하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라이방>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일 만큼 세 배우에 대한 그의 신뢰는 두텁다. 세 배우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조준형은 장현수 감독의 대학 3년 후배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김의석 감독의 단편 <창수의 취업시대> 출연을 시작으로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남자의 향기> 등 장현수 감독의 영화 3편에 출연했다. 그는 부산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이 <라이방>을 찍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매일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 찍을 때도 살아 있는 말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학락은 <게임의 법칙>을 찍으면서 장현수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이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데
<라이방>의 세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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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창진운수 택시기사 해곤(김해곤), 학락(최학락), 준형(조준형)은 일이 끝나면 함께 치킨집에 모여 생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친구들이다. 별볼일없는 30대 아저씨인 그들에게 자랑거리란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삼촌 이야기 혹은 대학 나온 티를 내는 것이다. 어쩌다 유한마담한테 걸려 하루 일을 제쳤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고. 어느날 회사 상무가 택시기사들의 돈을 떼어먹고 도망가는 사건이 생긴다. 식사 때마다 공기밥만 추가해 먹으며 한푼두푼 저축해 모은 1500만원을 떼인 준형은 앞이 캄캄해진다. 그는 학락에게 일생 한번만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가 되자고 제안한다.■ Review 데뷔작 <걸어서 하늘까지>부터 98년작 <남자의 향기>에 이르기까지 장현수 영화는 언제나 가파른 신분상승의 드라마와 음험한 범죄세계의 질서가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남자는 그녀를 위해 죽음과 맞서지만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관객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극
라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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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가 오는 11월21일 미국 극장가에서 재개봉된다.
루어만 감독은 희망과 부활에 관한 희비극인 이 영화가, 테러리스트 공격 이후 우울증에 걸려 있는 미국 관객에게 `완벽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재개봉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오스카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물랑루즈> 미국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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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문화정책연구소(소장 김수남)가 제정한한국영화문화상 수상자로 「봄날은 간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뽑혔다.
시상식은 11월 2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내 한국영상자료원 로비에서 열린다.
한국영화문화상은 지난해 처음 제정됐으며 「춘향뎐」의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 앞서 오후 4시 영상자료원 세미나실에서는 `디지털 영상문화에 대한 논의`란 주제 아래 한국영화문화 세미나가 개최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와 서정남씨가 각각 사회와 주제발표를 맡고 최영철 한양대교수와 서정신 문화평론가가 토론자로 나선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영화문화상에 허진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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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이 12월로 예정된 영국 배우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SAG의 윌리엄 대니얼스 위원장은 9만8천명의 SAG 멤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의 배우조합 이쿼티가 새로운 계약 조건을 얻어내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영국영화 출연 계약을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이쿼티는 조합원들이 출연 영화가 TV로 방영되거나 비디오, DVD로 출시될 경우 정당한 보너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조합원들에게 11월30일 이후 영국영화의 출연 계약서에 사인하지 말도록 권고한 바 있다.
미국 배우들, 영국 배우 파업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