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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일본|유키사다 이사오|2001년|122분
재일동포 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GO를 영화화한 작품. 원작소설이 쿨하게 포착한 재일동포 3세 소년의 정체성문제를 영상으로 고스란히 복원했다.
스기하라는 조선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고교에 진학한 재일동포 3세 소년. 국적도 조선에서 한국으로 바꿨다. 어느날 스기하라는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일본인 소녀를 만나고 두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엔 국적이라는 경계선이 가로놓여잇다. 얼핏 발랄한 소년 소녀의 연애담 형식을 띠고 잇지만 민족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등 묵직한 주제가 조밀하고 촘촘하게 녹아잇다.
고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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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Bad Guy한국영화 파노라마|한국|김기덕|2001년|100분쉬지 않고 새 영화를 만드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사창가의 깡패 두목 한기는 여대생 선화에게 매혹되지만, 그녀는 차디찬 경멸의 눈초리로 답할 뿐이다. 그녀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그는 복수심과 소유욕에 불타 선화를 창녀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는다.그는 선화의 방에 이중거울을 설치해, 서서히 창녀로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자괴감을 느낀다. 선화는 자신을 좋아하는 한기의 부하 명수를 이용해 창녀촌을 벗어나 보려고 하지만 집요한 한기에게 이내 붙들리고 만다. 여전히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교차하고, 집착과 과대망상이 혼재된 김기덕 스타일의 영화. 특히 3억원 미만의 예산을 들여 영화를 만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답지 않게 제작비 7억5천만원을 쏟은 김기덕식 ‘블록버스터’. 김기덕의 또다른 자아라 할 만한 조재현과 <섬>에서 다방 아가씨를 연기한 서원이
또 다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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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홍콩|마블 청|2001년|110분<송가황조> <유리의 성> 등을 만든 홍콩 여성감독 마블 청(장완정)의 신작. 록 음악을 매개로 젊은이들의 방황과 삶의 대한 애착을 그린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화면이나 초고속 및 초저속으로 촬영한 장면을 간간이 삽입해 젊은 감성에 호소한다. 마이클은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젊은이. 싱어송라이터지만 차트에 한곡도 올려본 적이 없는 그는 홍콩에서 사고를 치고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베이징에서 살게 된다.우연히 알게 된 록밴드 멤버들과 친하게 된 그는 리더 로드의 여자친구이자 댄서인 양잉의 싱싱한 매력에 끌리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지방을 돌며 유랑공연을 하기도 하고 각각의 가족문제와 직면하기도 하지만 싱그러운 나날을 꾸려가기 위해 애를 쓴다. 홍콩 멜로영화의 계율을 철저히 따른다는 면에서 신선도가 떨어지지만, 별다른 구속없이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나름의 즐거움을 준
베이징 락 Beijing R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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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네마|일본|야구치 시노부|2001년|90분<비밀의 화원>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등 평범한 사람들의 범상치 않은 코미디를 그린 야구치 시노부의 신작. 여성들만의 스포츠로 알려진 싱크로나이즈에 도전하는 남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시끌벅적한 코미디로 그린다. 타다노 고등학교에 새로 들어온 아리따운 여교사가 수영부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학생들은 여교사의 눈에 들기 위해 우르르 수영부에 가입하지만, 그녀가 바라는 것은 싱크로나이즈 수영팀을 만드는 것.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줄행랑을 치고 결국 스즈키를 비롯한 어리숙한 다섯명만 남아 교내 축제 때 공연을 위해 맹훈련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여교사는 임신 8개월이라며 학교를 떠나고, 이제 남은 건 다섯명뿐이다. 사회적 편견을 비롯한 숱한 난관이 이들을 가로막는다. 다케나카 나오토가 출연한다는 점이나 초보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익혀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으랏차
워터보이즈 Water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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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프랑스|다레잔 오미르바예프|2001년|85분예술로서의 영화를 굳게 믿는 진지한 영화감독이 있다. 자신의 신작 시사회에서 영사기사의 실수로 싸구려 무협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화가 치밀어 영사기사를 호통치고 나왔는데 문제는 시사회 참석자들이 그 무협영화를 너무 좋아해 필름을 바꿀 수가 없다는 것. 이건 주인공인 영화감독 아미르가 꾼 악몽이다.<길>은 한 영화감독의 강박증과 사소한 욕망에 대한 매우 미세한 관찰기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길에 오른 짧은 여정 동안 주인공의 머리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잡스런 기억과 누추한 욕망을 건조하고 나른한 톤에 담는다. 어려웠던 영화 만들기의 기억, 편집실 여직원과 풍만한 식당 점원이 불러일으키는 성적 환상과 초라한 좌절을 겪고 고향에 도착하니 그의 어머니는 이미 죽었다. 예술가의 의지와 무의식의 간극에 관한 보고서이면서, 감독 자신의 황폐한 내면을 응시하는 자화상 같은 영화.<길>은 지난해 PPP 프로
길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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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중국|장밍|2001년|91분데뷔작 <무산의 구름>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은 장밍 감독의 지난해 PPP 프로젝트이기도 한 이 영화는 부산을 통해 처음 소개된다. 경찰관 유동은 휴가차 고향을 찾은 옛 여자친구 샤오베이 일행을 만난다. 유동과 샤오베이 일행은 근처 강가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널 죽도록 사랑해’라는 문장이 쓰인 쪽지를 발견한다. 과연 이 쪽지를 쓴 사람은 누굴까.샤오베이의 남자친구는 유동과 샤오베이를 의심하고, 샤오베이는 유동이 옛 사랑을 잊지 못해 이 쪽지를 썼으리라 생각한다. 유동 역시 쪽지의 임자에 관한 의문을 품고 나머지 친구들 역시 이들의 드러나지 않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장밍 감독은 마지막 장면 직전까지 선명한 플롯 대신 갈수록 엉켜만 가는 여섯 남녀의 관계만을 드러낸다.사소하기 짝이 없는 의혹이 갈수록 불어나고 결국 관계의 본질을 파고들어 금이 쩍쩍 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주말음모 Weekend P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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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홍콩|프루트 챈|2001년|108분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창녀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전작 <두리안 두리안>과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시선과 표현면에서는 확연하게 구분짓는 프루트 챈의 ‘창녀시리즈’ 중 두 번째.홍콩의 할리우드 플라자라는 거대 빌딩 인근의 빈민촌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일차원적인 욕망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빈민촌 타이홈 마을에 살고 있는 웡치컹은 여자친구를 이용해 매춘업을 하는 날건달. 그는 인터넷을 통해 상하이에서 온 홍홍이라는 청순한 느낌의 매춘부의 광고를 접하게 된다. 곧 홍홍과 똑같이 생긴 통통이란 여성이 마을에 나타나고 웡치컹은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한편 통통은 훈제돼지를 만드는 추씨 집안의 막내아들 티니와 어울려 다니고, 티니의 아버지인 추씨와 형 밍과 섹스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웡치컹은 통통이 사실은 16살 소녀 홍홍이며, 미성년자를 강간한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변호사의 메일을 받는다. 변호사는 만약 고소를 원치 않는
할리우드, 홍콩 Hollywood,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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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인도|미라 네어|2001년|104분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베르마가의 결혼식을 배경으로 가족제도의 이면을 들추는 작품.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폭로하지만, 네어 감독은 낙관적인 시선과 꼼꼼한 손길로 이를 봉합해내는 재주를 보여준다.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직장 상사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젊은 여성 아디티,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친척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촌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결혼식 파티에 참석한 유학파 남자에게 한눈에 반한 또다른 사촌, 딸을 시집보낸다는 착잡한 감상을 가질 사이도 없이 결혼식 비용을 구하고, 파티장을 꾸미도록 고용한 두베이가 말을 듣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아디티의 아버지 등의 이야기가 왁자지껄한 파티 속에서 얽히고 설킨다.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베르마가의 가족들은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건만, 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를 후벼파기만 할까. <살롬 봄베이> 등을 통해
몬순웨딩 Monsoon 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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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앵글|일본|곤 사토시|2001년|87분30년 전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 전설적인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후지와라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연출부에서 늘 선망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몇십년 만에 후지와라를 만난 감독은 작은 열쇠 하나를 건넨다. 그 열쇠는 후지와라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녀의 삶과 영화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자 소원이었다.그 열쇠를 맡긴 남자를 찾아, 후지와라는 영화 속에서 천년의 세월을 거쳐온 것이다. 현재의 인터뷰장면에서 과거의 회상으로 돌아가고, 자연스럽게 후지와라가 출연했던 영화의 명장면으로 넘어가는 등 과거와 현재, 영화와 현실이 뒤얽히며 전개되는 <천년여우>의 이야기 흐름과 형식은 주목할 만하다.<퍼펙트 블루>에서 지극히 사실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은, <천년여우>에서 현실과 허구의 이미지를 하나로 겹쳐놓는다. 애니메이션은 과연 현실을, 사실을
천년여우 Chiyoko-Millennium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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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중국|장양|2001년|118분중국영화에서 금기시돼왔던 소재인 마약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배우인 지아홍셩은 일에 대해 한계와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마약을 가까이 하게 됐고, 그뒤 4년 동안 연기를 그만둔 채 칩거중이다. 시골서 올라온 부모는 아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지만, 지아홍셩은 점점 난폭해질 뿐이다. 지아홍셩의 가족은 “난 존 레넌의 아들이다. 내 고향은 런던이다”라고 우기는 지아홍셩을 결국 병원으로 보낸다.<지난날>은 가족의 사랑으로 마약의 늪에서 벗어난 한 배우의 이야기이지만, 마약 근절 캠페인성 영화는 아니다. 20대의 열병을 호되게 앓은 한 배우의 성장기록인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 신구 세대의 갈등과 화해 과정이 곁들여져 있는, 중국의 오늘에 대한 풍성하고 선도높은 텍스트다. 주연배우가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직접 재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국내에선 <수쥬>의 남자주인공으로 얼굴을 알린 배
지난날 Qu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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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일본|하시구치 료스케|2001년|135분가족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남과 여, 그리고 그들이 낳은 아이로만 구성되어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혼자 살아가던 후지쿠라 아사코는 어느날 우동집에서 다정한 게이 커플 가쓰히로와 나오야를 만난다. 마침 비가 내리고 가쓰히로는 아사코에게 우산을 빌려준다. 며칠 뒤 가쓰히로를 찾아온 아사코는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한다. 섹스는 하지 않고, 인공수정으로 ‘아버지의 눈을 가진’ 가쓰히로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것.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이던 가쓰히로는 아사코의 열의에 조금씩 마음이 동한다. 강력하게 반발하던 나오야의 마음도 돌아선다.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 게이 커플과 독신녀는 기묘한 공동체를 이루는 꿈에 설렌다.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세상이었다. 동생 가쓰히로의 집을 찾아온 형 가쓰지 가족과 나오야의 어머니가 우연히 맞닥뜨리면서 복잡해진다. 가쓰히로와 나오야가 결혼하지 않고 게이 커플
허쉬 H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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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이란·이탈리아|바박 파야미|2001년|100분<비밀투표>는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실험>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지방 투표가 있는 날, 어느 외딴 섬에 선거기관원인 젊은 여성이 도착한다. 선거기관원과 투표함을 호위하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는 ‘여자’의 리드를 당해야 하는 게 영 마뜩하지 않다.둘은 민주주의와 법의 가치를 두고 내내 옥신각신한다. 민주주의의 이상에 들떠 있던 여자는 종교와 관습, 심지어 언어도 다른, 다양한 유권자들을 만나게 되지만, 저마다의 견고한 가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투표의 효용성에 대한 설득은 잘 먹혀들지 않는다. 별 수확없이 돌아가는 길, 여자의 이상에 매료된 병사는 투표용지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준다. 그것은 희망.바박 파야미 감독은 “한번에 모든 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대사를 통해, ‘공존’과 ‘소통’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이란사회의 오늘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밀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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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창|일본|이와이 순지|2001년|146분
13살, 14살, 15살. 사춘기. 중학교. 그 시절의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떤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릴리 슈슈라는 가수가 있다. 릴리 슈슈를 ‘에테르의 구현자’라고 부르는 열성팬들이 모이는 BBS도 있다. 릴리의 팬들은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중학교 2학년인 유이치도 그중 하나. 그러나 릴리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유이치는 같은 학년인 호시노 일당한테 심하게 이지메를 당한다. 1학년 때에 같이 검도부에 다녔고, 꽤 친한 사이였던 호시노. 그러나 검도부 친구들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온 뒤 어쩐 일인지 호시노는 변했다. ‘조숙한 자부터 차례차례 썩기 시작한다.’
<러브레터>의 이와이 순지는 한없이 투명했지만, <언두>나 <스왈로우 테일>의 이와이 순지는 어둡고 음울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후자의 감성에 가깝지만, 묘하게
릴리 슈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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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시네마/ 덴마크/ 론 쉐르픽/ 2001년/ 118분덴마크의 5번째 도그마 영화. 코펜하겐 교외의 작은 마을에 부임해온 목사는 저녁마다 이탈리아어 강습을 듣게 된다. 목사와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은 모두 6명. 그들을 둘러싸고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게 흘러간다.카메라는 삶에 영악하지 못한 이들에게 클로즈업으로 다가가 친밀감을 표하며, 고루 따뜻한 눈길을 준다. 몇해 전 아내를 여읜 목사를 사랑하게 된 수줍은 빵집 아가씨. 그녀에겐 그녀를 끊임없이 못살게 구는 성질 못된 아버지가 있다. 알코올중독자 어머니를 둔 미용사에게도 삶은 버티기 힘겨운 어떤 것.그 밖에 축구광인 젊은 웨이터, 소심한 호텔 매니저 등 서툰 삶을 살아가는 데 지친 이들은 저녁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러 모여든다. 목사와 빵집 아가씨의 은근한 눈짓과 수줍은 손짓은 사랑으로 익어가고, 이탈리아어 강습도 무르익어간다. 그들은 마침내 피안의 땅 이탈리아를 찾아간다. 평화로운 물 위로 떠가는 곤돌라를 보노라면 그들의 동화 같은
초급 이태리어 강습 Italian for Begin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