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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활황이 어쨌든 반가운 일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좀은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마치 시험보는 데 몇 문제 못 풀고 모조리 찍었는데 만점을 받아버린 것처럼, 박수는 받고 있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어서인지 이런 폭발적인 흥행 기류에 대한 분석과 전망도 분분하다.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이런 ‘찜찜함’의 원인을 이른바 거품현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최근 열린 영화평론가협회 추계 세미나 발제문(‘한국영화산업의 심각한 불안’)을 통해 강 교수가 내놓은 거품성장론이란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성장이 “한국영화의 수준이 향상되었거나 영화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기인한 자생적인 성장이라기보다 김대중 정부의 포퓔리슴적인 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정부가 영화쪽에 편파적으로 많은 돈을 끌어다대며 제작편수를 늘리고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시행하는 것은 “투입량 대비 생산량 즉 생산성”을 늘리기보다 단순 산출량만 늘리는 맹목적인 ‘군대식 전략’이라고 비판하면
한국영화 호황, 거품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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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랑루즈> 한번 써봐.’ 직장생활 말년에 몸조심하느라, 말없이 덥석 받아들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지난호를 받아 펼쳐보니, 짐 호버먼의 비평이 있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영화평론가 중 하나이며, 도발적이면서도 세련된 뉴욕을 대표하는 평론가 짐 호버먼이 이미 <물랑루즈>를 처참하게 씹어놓았다니. 그뒤를 이어 또 <물랑루즈>를 비평하라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란 말 아닌가. 그 글이 실리는 줄도 모르게, 세상사에 무심한 탓으로 자초한 일이지만 하여튼 난감한 일이다. 씹자니 함량미달인 동어반복이고, 칭찬하자니 공력이 달리고.<물랑루즈>가 호버먼의 표현처럼 ‘영사기를 끄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물랑루즈>가 잡다한 것들을 쓸어모은 ‘쓰레기’라는 점에도 동의하고, ‘텅 비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일까.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바즈 루어만처럼 ‘후안무치’한 것일까.언젠가 케이블에서 여행 프로를 보다가,
통속적인 삶을 위한 스펙터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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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마야 놀자 라이벌 조직의 습격을 받은 조직폭력배 재규 일당은 조그만 절로 급히 몸을 숨긴다. 절의 주지스님은 1주일간 머물 것을 허락한다. 하지만 청명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은 여기서 1주일 더 머물겠다는 재규 일당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박철관 감독, 박신양, 정진영 출연, 씨네월드 제작·배급, 상영시간 95분박평식 소꿉놀이판에서 어수룩하게 놀자 ★★☆심영섭 조폭영화, 그만 놀자 ★★☆유지나 마침내 절로 간 조폭영화, 큰 스님이 살렸다 ★★★홍성남 <소나티네>와 <팬시댄스> 사이에서 우물쭈물 ★★☆■ 차스키 차스키스톡홀름 교외에 사는 소년 차스키는 엄마가 지중해에서 보낸 휴가의 열매로 태어난 바캉스 베이비. 문어잡이 잠수부 친아빠와 멋지게 조우하기 위해 잠수연습에 몰두한다. 마침내 차스키는 엄마를 졸라 그리스 여행에 나선다. 엘라 렘하겐 감독, 사무엘 하우스, 알렉산드라 라파포트 출연, 백두대간 수입·배급, 상영시간 91분박평식 사무엘 하우스, 매컬리
달마야 놀자/차스키 차스키/왕의 춤/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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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지 얼마 안되는 이 도시는 폭동에 휩싸여 있다.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시위가 진압 경찰과 병력을 만나 유혈극으로 변한 국가 폭력의 현장. 하스켈 웩슬러의 헨드헬드 카메라는 어머니 역을 맡은 여배우 베르나 블룸의 시선과 발길을 바짝 쫓아 헤맨다. 1968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 그곳은 맥루헌이 ‘쿨 미디엄’이라고 불렀던 텔레비전의 속성과 현대정치에 관한 예리한 성찰을 보여준 극영화 <미디엄 쿨>의 촬영장이기도 했다. “웩슬러, 이건 실제상황이야!” 스탭 하나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고 난 직후, 경찰의 최루탄이 발사됐다. 극본, 감독, 촬영의 1인3역을 한 웩슬러가 “픽션과 시네마 베리테의 결혼”이라고 부르는 이 영화의 상영과 배급은 폭동의 복판으로 게릴라처럼 뛰어든 촬영과정 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한동안 상영을 금지했고, 할리우드는 냉담했다. 대신, “거대한 시각적 충격, 영화로 만든 &
픽션과 진실의 결혼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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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라 ‘코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조선영화계에 고몽, 발보, 아이모가 앞다투어 수입되는 가운데, 탐구하듯 맨손으로 만들어진 국산 촬영기가 ‘코첼’이다.이창근은 1908년 평양 신창리 출생으로 한국전쟁 이전까지 이곳에서 활동했다. 28년에는 도쿄에 유학해 전기학교를 수료했다. 이창근은 이때의 도쿄행에 대해 “나이 많은 아내와 거상(巨商)인 아버지가 있는 살림에 애착이 없었다”고 무심하게 회고하였으나, 전기학교 유학과 그곳에서 경험한 일본의 시대극은 이창근의 영화활동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평양으로 돌아온 이창근은 ‘서선키네마’(1932)와 ‘동양토키영화촬영소’(1939)를 설립하고 직접 만든 영화기계로 작품활동을 하였다. ‘동양토키영화촬영소’는 촬영, 녹음, 현상 시설을 모두 갖춘 150평 규모의 촬영소로 대부분 이창근 자신의 제작품으로 꾸며졌다.토키영화의 수입에 자극받은 이필우가 일본 영
“조선 촬영기 개발해서 특수촬영까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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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해크먼이 약간의 ‘봉변’을 당했다. 해크먼은,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 선셋대로 교차로에서 한 차량을 ‘박은’ 뒤 길 옆으로 차를 댔는데, 보험증서를 꺼내려는 순간 상대 차량의 탑승자 한명이 71살의 이 노인 배우를 밀치며 폭력을 행세한 것이다. 당하기만 한 건 아니고, 해크먼도 이 싸움에 반격을 가하며 합세했고, 경찰이 올 때쯤 돼서야 유쾌하지 않은 이 해프닝은 끝났다고 한다. 교통사고 자체로 다친 데는 없는 이들은 둘 다 서로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를 거부했고,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 경찰은 상대 차량 탑승자와 운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맞기만 한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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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서먼과 에단 호크 부부가 부동산문제로 <소프라노스>의 제임스 갠돌피니를 고소한 데 이어, 갠돌피니가 이들을 맞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세 배우는 서로 친구 사이였는데, 갠돌피니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부부의 집을 사기로 했다가 계약을 파기해 문제가 됐다. 소송의 초점은 갠돌피니가 지불한 26만달러의 계약금. 그는 리노베이션 허가가 나지 않자 계약을 물리고 계약금을 회수하려고 했는데, 서먼과 호크가 계약금 몰수를 주장하며 고소를 한 것이다. 이에 맞서 갠돌피니는 이들 부부가 리노베이션에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마 서먼, 마피아와 맞장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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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배우 러셀 크로가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이 된다. 크로는 10년여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을 취득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10년 소망이 실현된 데에는 어처구니없는 크로의 ‘발견’이 계기로 작용했다. 바로 뉴질랜드 국적을 버리지 않고도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크로 자신이 ‘알게 된’ 것. “난 이제 오스트레일리아 여권을 가지고 다닐 거다. 하지만 고향을 부정하진 않겠다. 우리 집안에 마오리인이 있다는 사실도. 만약 그걸 부정한다면, 그건 무례한 일이겠지”, 크로는 말했다.
10년 소원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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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의 전기영화 <알리>에 출연중인 윌 스미스가, 얼마 전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감한 발언을 해 화제다. “영화, 음악, 기타 모든 연예활동은, 내게 있어 진정한 위대함을 향해 가는 행로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새 영화 <알리>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해 알리의 대사를 인용, “그들이 잘못 판단했다, 그들이 잘못 평가했다, 그들이 모두 틀렸다”라면서, “이 영화는 이제껏 만들어진 모든 영화 중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 목표는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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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본햄 카터와 팀 버튼이 사귀고 있다. 이제 겨우 3주가 됐을 뿐이지만 공식적인 관계라고. 알다시피 <혹성탈출>의 주연과 감독인 두 사람은, 그러나 본햄 카터가 내내 원숭이 분장을 하고 있던 영화촬영중에 사랑을 시작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팀 버튼은, <혹성탈출> 프리미어 시사회 직후, 본햄 카터와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 위해 4년간이나 만나온 오랜 여자친구 리사 마리 스미스와 결별을 선언했다고. 시사회장에 팀 버튼의 파트너로 동행했던 리사 마리 스미스는, <화성침공> <슬리피 할로우> <에드우드>, 그리고 문제의 <혹성탈출>에도 나온 배우 겸 모델. “그는 진짜 개XX”라고 그녀의 친구가 대신 분을 전했다. 독일 화가 레나 기제케와의 결혼이 깨진 뒤, 팀 버튼은 리사 마리 스미스를 계속 만나왔다. 그의 나이 올 43살. 올해 35살의 본햄 카터는, 역사 로맨스물에 많이 출연했고, 최근에는 <파이트클럽>
혹성에서 만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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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으로 스크린 데뷔한 김상경이 크랭크업을 앞두고 홍상수 감독의 술고문(?)에서 해방되는 날이 가까워오자 싱글벙글. 촬영기간 거의 매일 술을 마신 김상경은 “원래 얼굴색이 안 변한다. 연기할 땐 거의 만취상태까지 마셔야 약간 혀가 꼬이고 취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짜 많이 마셨다”며 “나, 진로에서 상줘야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홍 감독의 영화에는 유난히 술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오! 수정>의 이은주 역시 술 먹는 신에선 어김없이 술 먹기를 강요(?)당했던 ‘어지러운’ 기억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 술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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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라’ 춤을 다시 한번? 예스! 박중훈이 한 컴필레이션 음반의 예고편 2편에 무료출연을 결정해 화제다. 박중훈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박중훈이 레코드점 아르바이트생으로 등장하는 <세친구>의 안연홍이 추천한 음반을 들고 ‘이 음반이 최고!’ 하고 소리치는 내용. 한국은행 앞에서 촬영되는 또다른 에피소드는 모 맥주광고에서 사용되었던 박중훈 특유의 코믹한 ‘랄랄라 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박중훈의 이번 ‘외도’는 이 앨범 제작자와의 오랜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훈, 컴필레이션 음반 예고편에 무료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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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그룹 사운드가 포스트모던한 냉소를 먹고 자라면 밴드가 된다? 반만 맞는 말이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오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밴드로 출발해서 그룹 사운드를 거치지 않은 채 세월에 떠밀려 흐르고 있는 밴드다. 잘 나가는 밴드가 아니라 사람 찾지않는 온천지역의 썰렁한 나이트클럽의 밴드다. 퍼스트 기타리스트인 주인공 성우가 마지못해 온 고향 수안보에는 옛 짝사랑 애인 인희가 야채 트럭을 몰며 아이와 살고 있었다. 고교시절 같이 밴드를 했던 친구들은 약사, 환경 공무원, 환경 운동가로 제각각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다.이 영화는 성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와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자존심 있던 악사들이었지만 이제 그들의 인기는 너훈아만도 못하다. 수안보로 오던 도중에 한 명이 빠져나가고 드럼, 신시사이저, 퍼스트로만 구성된 3인조 밴드는 때밀이 여자를 사이에 둔 다툼에 의해 드러
[이효인의 영화관람석] <와이키키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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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트 스릴러무비 <H>가 염정아와 지진희를 형사 역에 배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6번의 잔혹한 연쇄살인을 일으킨 범인이 자수한 지 1년 뒤. 범인이 감옥에 있는 상태에서 동일방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것은 모방범죄일까? 아니면 감옥 안에 있는 범인이 사주한 연속살인일까? <H>는 고도의 지능범과 두 형사가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과 반전을 통해 관객에게 두뇌싸움을 거는 영화다. 제목인 ‘H’는 범인의 이니셜이자 영화의 결정적인 단서.머리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강 형사 역의 지진희는 <베스트셀러극장> <줄리엣의 남자> 등의 드라마나, 김범수 뮤직비디오 <하루>를 통해 알려진 얼굴. 전직 사진작가였다가 길거리에서 캐스팅되어 늦은 데뷔를 한 지진희는 부드러운 외모를 지녔지만 이번 작품을 위해 긴 머리를 싹뚝 자르고 나타났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조금 더 심각하고 무게잡는 캐릭터였던 강 형사는 지진희의 캐스팅이 확정되면서 좀
살인범, 우리가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