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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어쩌면 잔혹한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1930년대 유니버설에서 만든 일련의 괴물영화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평생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영광과 저주의 족쇄를 함께 채워주었다. 드라큘라 역의 벨라 루고시나 프랑켄슈타인 역의 보리스 카를로프는 무성영화시대부터 활약하던 중견배우들이었지만 이후로는 평생을 드라큘라 망토와 흉칙한 괴물의 분장을 하고 살아야 했다(보리스 카를로프가 1931년 당시 이미 81편의 영화에 출연했었고 심지어 멜로 드라마에도 출연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괴물영화 전문감독이라는 명성은 영국 출신의 젊은 감독 제임스 웨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연극 연출가 겸 무대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은 제임스 웨일은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1931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영화 전문으로 헐리우드에 정평이 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할리우드에 수입된 계기가 바로 영국에서 만든 전쟁영화 <여행의 끝>(Journey’s End, 1930)의 리메이크 때문이었고, 잇따라
호러영화 아버지 제임스 웨일, 그 구겨진 인생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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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극장가에 나란히 내걸린 <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와 <화산고>(감독 김태균)는 학교라는 공통된 배경, 흥행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배급팀의 샅바싸움 같은 요소 이외에 장르의 관습과 차별화라는 관점에서도 함께 묶어 논의할 만한 대상이 된다. 그런데 두편에 대한 개별 리뷰나 비교에 앞서서 먼저 시도되어야 할 것이 이른바 ‘조폭영화’ 자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폭을 정면에 내건 <두사부일체>는 말할 것도 없지만 <화산고> 역시 ‘학원 무협 블록버스터’라는 신종 개념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 조폭영화의 특징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한쪽에서 수준 높은 예술영화가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을 근심하느라 ‘저속한’ 조폭영화들에 별 한두개씩 덜렁 던져놓고 째려보는 동안, 수백만 관객은 제작자와 감독들을 끌고 밀며 조폭영화의 생명력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하나의 하위장르(sub-genre)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전형적인
조폭영화의 사회학을 위해 <두사부일체>와 <화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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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제는 강한섭씨 글에 대한 속좁은 필자의 꼬투리 잡기다. 먼저, 딴 이야기 잠깐. 영화평론가 박평식씨가 단단히 화가 났다고 한다. 며칠 전 청룡영화상 부문의 하나인 정영일 영화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됐으니 상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주최가 스포츠조선이지만 사실상 조선일보에서 주는 상이라서 받지 않겠다고 했더니, 주최쪽에서는 박평식씨는 후보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둘러대며 오히려 자신을 궁지에 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평식씨는 수년 전 한 에로영화에 대한 평을 쓰면서 영화 만든 이들을 향해 일갈했다가 봉변까지 당했던 적이 있지만, 반골적인 우직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다. 박평식씨는 수상 거부와 관련한 이번 소동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양식을 믿는 나는, 그들이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심사위원 중의 한 사람이 공교롭게도 강한섭씨다.강한섭씨는, 그 액수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최고의 원고료를 받는다고 떠벌리면서 한 월간지에 칼
박평식과 강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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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허진호가 좋다. 그의 영화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느낌 좋은 향기가 풀풀 난다. 항상 계절에 거스르며 영화를 개봉하는 그가 아니었던가. 는 늦겨울에, <봄날은 간다>는 초가을에 만날 수 있었다. 늘 그의 작품들 속에는 세월을 기다린 듯한 애잔한 그리움, 몇 방울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다만 인간과 계절에 차이가 있다면 인간이 훨씬 변덕스럽다는 것이고 변덕스러운 만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영원한 면역도 치료방법도 없는 환절기 감기, 사랑이 조금이라도 식을라치면 초라한 호흡들은 어김없이 콜록거린다. 그랬던 이유였을까. 지난번 허 감독과의 인터뷰 스케줄도 그의 독감으로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몇달 뒤 우연의 일치. 나는 수많은 인파가 북적이는 부산에서 우연히 만난 허진호 감독을 스쳐 보내고 3년 반 만에 옛사랑과 재회했다.
죽은 남자의 목소리, 살아 있는 여자의 미소를 통해 보여준 묘한 판타지. 는 삶의 액
슬픈만큼 행복해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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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도 글을 쓰기가 힘든 걸까?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PC 앞에 앉은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좀체 글이 써지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느낌. 어서 빨리 저곳으로 가야겠건만 이놈의 벽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없다.결국 밉상스러운 허연 모니터 화면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받아가며 목동을 거닐었다. 얼마 전에 이사온 탓인지 이 동네는 조금만 걸어도 낯설고 어색해진다. 큼직큼직한 아파트들 사이로 인적은 드물고, 간간이 모여 있는 상가들. 모두 지루할 만큼 닮아 있다. 그나마 나무들이 그 흉흉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가려주고 있어서 덜 삭막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리 포근한 느낌은 아니다.이전에 살던 동네는 한 바퀴 돌기 적당한 거리였는데 1단지, 2단지…. 계속 돌다보니 지루해진다. 동일한 회색의 벽들에 번호만 계속 높아져갈 뿐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듯한 기분.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옛 동네가 그리워졌다.이사오던 때 이사갈
세상엔 벽이 많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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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강연을 며칠 앞두고 대학동기 ㅇ목사에게서 내려오면 꼭 만나자는 이메일이 왔다. ㅇ이라…. 다른 친구에게 묻고서야 그가 누구인지 또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고 노동현장에서도 5년가량 활동했던 친구다. 세월이 흘러,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전주에서 기독교사회복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그와 술잔을 기울였다. “규항이 이 사람 그룹은 좀 특이했어….” 두런두런 익살을 섞어가며, 그가 그의 ‘동지들’에게 그 시절 나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었다.웃음지으며, 그 시절을 추억하던 나는 문득 ㄷ과 ㅎ을 생각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본질적으론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운동을 하던 둘은 올해 초 사회운동으로 이전했다. 둘을 생각하면 대견하고도 안쓰럽다. 더이상 운동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 아닌 세상에서 운동하는 둘을 생각하면 말이다. 지난해 초 둘을 처음 만나 나는 말했다. “텔레비전 토크쇼 같은 걸 보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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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신작 <나쁜 남자>가 베를린영화제에 진출했다.이에따라 김기덕 감독은 지난 해 <섬>과 올해 <수취인불명>이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한데 이어 3년 연속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제작사인 LJ필름은 내년 2월 6~1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54회 영화제에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장편경쟁 부문에 초청됐다고 18일 밝혔다.
fusionjc@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덕 감독, 국제영화제 3년 연속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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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4일 국내에서 개봉될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감독 피터 잭슨)가 영화 역사를 바꾼 10대 걸작에 뽑혔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더 선(The Sun)`은 데이비드 와크 그리피스 감독의 1915년작 <국가의 탄생>을 비롯해 10편을 1895년 영화 탄생 이후 최고의 명화로 꼽았는데,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즈>(1977년) 이후 현대작으로는 <반지의 제왕>이 유일하게 선정의 영예를 누렸다. 이와 함께 <재즈 싱어>(앨런 크로스랜드ㆍ2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월트 디즈니ㆍ37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데이비드 셀즈닉ㆍ39년) <시민 케인>(오손 웰스ㆍ41년), <사이코>(알프레드 히치코크ㆍ60년), (스탠리 큐브릭ㆍ68년), <대부>(프란시스 포드 코폴라ㆍ72년)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영화사 바꾼 10대 걸작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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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도 수입도 신기록을 다오!할리우드 최강 프랜차이즈의 하나인 <터미네이터> 시리즈 3편의 미국 내 배급사가 워너브러더스로 결정됐다.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봉기>(이하 <T3>>)의 제작사인 C-2픽처스와 투자사 인터미디어필름은 비디오, DVD를 포함한 <T3>의 미국 내 배급권이 입찰경쟁을 통해 워너에 돌아갔다고 지난 12월11일 발표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만한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정해진 ‘홈스튜디오’ 없이 배급권을 입찰경쟁에 붙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워너가 제시한 조건의 정확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터미디어필름은 당초 배급권료 5천만달러와 흥행수입의 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미네이터> 1, 2편의 제작자이기도 한 C-2픽처스의 마리오 카자르와 앤드루 바냐는 “최종결정에 고심했으나 워너가, 전폭적인 후원과 우리가 AOL-타임워너 그룹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모든 소스를 제공할 것을 약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봉기> 워너가 배급하기로, 2003년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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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전설, 고향품에 안기다지난 12월7일 영국의 브리스톨 시내 한가운데에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캐리 그랜트(1904-1886)의 동상이 세워졌다. ‘캐리 그랜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본명은 아치볼드 리치. 리치는 브리스톨 북쪽의 호필드 슬럼가에서 태어나 1920년 당시 미국 순회 공연중이던 서커스단의 일원으로 미국 뉴욕 땅을 처음 밟았다.리치의 브리스톨에서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평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술주정꾼이었고 어머니는 그가 불과 9살이었을 때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던 것. 어느날 아홉살짜리 리치가 집에 돌아와보니 어머니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어머니가 바닷가 어딘가로 가버렸다고만 얘기해주었다. 학교 생활도 순탄치는 않아서, 그는 어느날 여자 화장실에 숨어든 벌로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뒤 14살의 나이로 집을 나와 서커스단 생활을 시작, 브로드웨이에서의 장기공연 끝에 그는 캐리 그랜트라는 이름으로 1931년 파라마운트사와 처음으로
[런던 통신] 캐리 그랜트, 영국 브리스톨에 동상 세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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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상업영화감독 펑샤오강의 신년맞이 축하영화 <다완>(大腕)이 12월21일 중국 각 지역에서 동시 개봉된다. 콜럼비아영화사가 360만달러를 투자하고 대륙 최고의 배우 그요우(葛 人변의尤), 홍콩스타 관지림, 할리우드 배우 도널드 서덜런드가 출연한다. 콜럼비아영화사 주최로 홍콩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각국 배급사들이 초대되었다. 대륙에서는 상하이에서 시사회를 먼저 가졌고 베이징에서는 12월12일 시사회를 가졌다.시사회장 안을 때로는 웃음바다로, 때로는 섬뜩한 침묵으로 가득 차게 만든 이 영화의 감독 펑샤오강은 4년 동안 <갑방을방> <만날 때까지 기다리겠어> <한도 끝도 없어> 등의 코믹영화를 제작, 탁월한 언어유희와 독특한 유머로 중국 관객이 웃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해왔던 인물. <다완> 또한 코믹영화로, 감독은 현실생활과 너무도 동떨어진 ‘황당함’ 그 자체인 장면들과 줄거리로 구성된 이 영화를 통해서
[베이징 통신]`중국의 우디 앨런` 펑샤오강의 <다완>, 반응 폭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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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1일부터 25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무성·유성영화 상영칼 발렌틴(Karl Valentin, 1882∼1948)은 88년 전, <칼 발렌틴의 결혼>이라는 8분짜리 무성영화를 만들며 영화활동을 시작한 독일의 초기 무성·유성 코미디영화인이다. 원래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많은 코미디영화에서 직접 연기를 했을뿐더러 각본도 쓰고 연출도 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로부터 `T발렌틴을 보면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라는 찬사를 들었던 발렌틴은, <미장원의 미스터리>(사진)를 브레히트와 함께 연출하기도 했다.칼 발렌틴의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곧잘 비교된다. 하지만 발렌틴의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과는 다른,`만담`의 재미로 설명될 수 있다. 칼 발렌틴의 만담은, 논리와 비논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며, 매우 지적이고도 페이소스 있는 웃음을 자아낸다.독일문화원과 아트선재센터는 국내에는
브레히트가 사랑한 코미디 천재 `칼 발렌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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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1일부터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단편 30편 상영, 전시는 1월20일까지지난해에 이어 주한영국문화원이 여는 `영국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올해는 아드만 스튜디오를 집중 조명하는 `아드만 특별전`으로 마련된다.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는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이번 행사에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단편 클레이애니메이션 30작품이 상영되고, 점토로 빚어 만들어진 인형과 세트들, 스토리보드, 캐릭터 상품 등이 함께 전시된다.상영작에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초기작인 <모프> 시리즈 2편에서부터 현재 아톰필름스 사이트에서 온라인 상영중인 <앵그리 키드> 시리즈, 현재 영국 <BBC>2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꼬마렉스> 시리즈 중 `부엌 안의 쥐`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아드만 스튜디오의 단편애니메이션들이 두루 들어 있으며, 전시내용에는 <월레스와 그로밋>의 세트, &
제2회 영국애니메이션 페스티벌 - 아드만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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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막대한 유산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던 데이빗 에임즈(톰 크루즈)는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를 질투하던 줄리(카메론 디아즈)는 데이빗을 자신의 차에 태운 뒤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사고 뒤 얼굴이 완전히 망가진 데이빗은 심한 갈등에 빠지게 된다.■ Review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들이 한참 인기를 끌 무렵 공개되었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7)는 그들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없을진 몰라도 제법 흥미진진한 영화였던 게 사실이다. 우리에겐 <제리 맥과이어>(1996)로 잘 알려져 있으며 로큰롤의 세계를 다룬 <올모스트 훼이모스>(2000)를 통해 평단의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는 감독 카메론 크로는 적어도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의 줄거리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아마도 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공을 요하지
[Review] 바닐라 스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