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내 마지막 영화였던 <애니깽> 얘기를 해볼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고생스런 피날레였지. <애니깽> 역시 <하얀 전쟁>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올 로케로 촬영된 작품이었어. 멕시코였는데 아무튼 베트남보다 10배쯤 고생했을 거야. 날씨도 변덕스럽고, 현지인들의 협조도 잘 안 되고. 2개월로 예정됐던 일정이 6개월로 무려 3배 이상 길어졌으니 나중엔 배우들이며 스탭들이며 “나는 간다” 소리만 해댔지.일제 시절 멕시코로 강제 이송되어 노역을 하던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한복을 200벌 정도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갔는데, 막상 엑스트라로 출연할 현지인들에게 옷이 잘 맞지 않는 거야. 멕시코 여자들이 키가 작으면서도 몸매가 다부져서 차라리 남자 옷을 잘라서 입히는 편이 나을 정도였지. 게다가 소품을 담당하던 현지 출신 스탭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얼마나 잔머리를 쓰는지 감독 속이 꽤나 썩었지. 한번은 탄창에 넣을 가짜 총알을 준비
“의상들 두고두고 쓰고 싶어, 생각 있음 연락해”
-
대통령 후보 경선에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준비에 부산한 정치권 못지않게 코앞에 닥친 ‘영화계 정치 행사’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5월27일이면 바람잘 날 없었던 1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 구성된 위원회가 일을 시작하게 된다. 문화관광부(문화부)에서 지난 4월17일 유관단체에 위원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아 사실상 위촉할 위원 물색을 시작한 셈이다. 이미 일부에서는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특정인의 이름이 직접 거명되기도 한다. 현직 문화부 산하단체(기관)장이 위원장 후보라느니, 한 노장 감독이 위원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어디서 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문화부가 내정한 사람은 없고, 나돌고 있는 이름들은 감투 욕심있는 사람의 ‘자가발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위원 위촉권을 쥐고 있는 문화부(장관은)는 이번에는 정말 제대
새로운 영진위 구성을 앞두고
-
시인 유하가 두 번째 영화를 완성했다고 해서 시사회에 갔었다. 문인 시사회라고 했다. 나는 강남 지리에 완전 젬병이다. 십여년째 개포동에 살고 있는 큰오빠네 집을 이따금씩 방문하는데 아직도 매번 헤매고 있는 중이다. 십오년 전쯤 선릉역 근처에 있는 잡지사에 일년쯤 근무한 적이 있음에도 그러하다. 오히려 그 경력이 더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그때는 거의 허허벌판에 빌딩이라고는 그 잡지사 건물이 오롯이 서 있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그 벌판을 꽉 메우며 빌딩들이 들어섰으니 그러잖아도 길눈이 어두운 내가 어찌하랴. 이번에도 다르지 않아 안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사역에서 내려 시사회장을 찾아가는데 이십여분은 족히 걸은 것 같다. 영화가 막 시작되려는 무렵에 시사회장에 들어서는데 시인 유하가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시사회를 갖는 일이 시집을 돌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문인들을 상대로 한 시사회라 그랬을 것이다. 영화가 얼마쯤 진행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도 자주 쿡쿡거리며 웃었다.
기분 좋은, 속상함
-
‘내 인생의 영화’라….
<흐르는 강물처럼>… 그리고 <월하의 공동묘지>?
<흐르는 강물처럼>하나만 꼽으면 무난한 선택이 되겠는데 아무래도 내 영혼에 가해진 충격의 강도로 따져보면 <월하의 공동묘지>를 ‘공동수상’으로 집어넣어야 될 것도 같다.
1. <월하의 공동묘지>
소도시의 초등학교 1학년생 김병욱은 어느 여름날 밤 멋모르고 쫄래쫄래 엄마 손을 잡고 시내 극장엘 따라가 이 영화를 본다. 영화 중반까지의 순애보적인 드라마에 또록한 눈망울로 화면을 응시하던 그는 갑자기 착한 여주인공이 죽더니 웬걸 귀신이 돼서 나타나면서부터 ‘에메?’ 하며 적이 당황하다 이윽고 그 귀신의, 피가 질펀한 복수극이 시작되고 무덤이 쪼개지는 등 감당키 어려운 장면들을 마주하며 그 여름밤이 온통 몸서리치는 악몽이 된다.
그날 밤 이후 그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밤마다 불을 끄고 누우면 미치고 환장하게시리 자꾸만 상상 속에서 자기 자신이 마
내 삶의 마지막 풍경, <흐르는 강물처럼>
-
-
저 실례합니다만, 담배 한대만 빌릴 수 있을까요? 아… 감사합니다. 미안한데 불도 좀….후∼ 이놈의 담배 끊는다 끊는다 하면서 계속 피우네요. 사실,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어야 한다면, 담배뿐만이 아니라 끊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술, 육류, 스트레스 주는 인간들, 뉴스, 신문…. 후∼ 담배를 한번 끊은 적이 있었죠. 한 8개월 정도…. 결국 다시 피우게 됐죠. 네, 살다보면 담배를 피우는 것말고는 달리 어떤 대책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얘기 들어보실래요?2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오전 11시쯤 되었을까요…. 전철에 앉아서 스포츠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제 앞에 남루해보이는 젊은 아주머니 한명이 서너살쯤 돼보이는 계집아이를 데리고 서 있더군요. 워낙 남루한 차림에 피로에 찌든 모습이 역력해서 저는 꼬마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영락없는 노숙자로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때 전 손가방에서 종이봉지를 꺼내 저에게 먹으라고 건네더군
김형태의 오! 컬트 <스모크>
-
일산에 살고 있는 나는, 저녁이면 일몰의 강화쪽 하늘로 사라지는 여객기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곤 했다. 노을진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종적을 감추는 여객기들은 이 세계의 대륙간 하늘을 횡단하는, 힘센 물고기들처럼 보였다. 여객기들은 문명한 대도시들 사이의 전령으로서 아름다워 보였고, 알 수 없는 먼곳을 향한 충동으로 일상의 진부함을 헝클어놓곤 했다.중국 여객기가 추락한 김해 돗대산의 현장에는 삶과 죽음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었다. 나는 죽음과 구별될 수 없는 일상의 삶에 대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댈 수가 없었다. 어떠한 관찰자도 그 운명으로부터 예외일 수 없었다. 그날, 밤새도록 장대비가 내렸다. 불에 탄 토막 시신들은 다시 비에 젖었다. 구조대원들은 조각난 시신이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배수로를 파고 모래가마니를 쌓았다. 산자와 죽은자가 똑같이 가엾었다. 아침까지 비가 쏟아졌다.사흘 뒤에 서울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떨어진 김해공항에서 다시
까치둥지
-
애니메이터로서, 프로그래머로서 전승일의 바람은 ‘다양한 영상을 보편적 감성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은 2년 만에 닻을 올린 전주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꿈이기도 하다. 벨기에 거장의 회고전과 러시아·체코 애니메이션 특별전, 일본 단편영화 상영이 계획된 이번 축제는 온통 낯섬과 다양함으로 채워진 신기한 뷔페 같다.초심자에게는 낯선 땅을 개척하는 스릴과 긴장을, 마니아에게는 이미 이름으로 친숙해진 거장들의 작품을 양껏 감상할 수 있는 만찬의 자리를 제공한 주인공은, 그 자신도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imesis TV’의 운영자 전승일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그의 칼럼에는 그가 원래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서울대 미대생이었으며, 프레드릭, 유리 노르스타인 등과 같은 아트 애니메이터의 작품으로 인해 그림을 1초 이하의 단위와 그것의 연속성 속에서 사고할 수 있게 되었고, 어렵게 8mm 비디오 카메라를 장만해 손잡이
전주영화제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프로그래머 전승일
-
<집으로…>에서 77살 할머니를 몹시도 괴롭혔던 7살 악동 상우가 뮤직비디오계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우로 나왔던 아역배우 유승호가 가수 소냐의 3집 앨범 타이틀곡인 <눈물이 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것.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 동혁(류시원)과 호스피스 수민(소유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이 뮤직비디오에서 유승호는 수민에 대한 삼촌의 연정을 전달주는 동혁의 조카로 등장한다. 또 유승호는 5월5일 어린이날에는 인천문학구장에서 열리는 인천 SK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시구도 한다. SK는 <집으로…>의 아역배우 세명을 야구장에 초청, 그중 유승호에게 시구를 맡긴다.
`악동상우` 유승호의 외출
-
강철 같은 여전사가 불꽃 같은 사랑에 빠졌다? <쉬리>의 배우 김윤진이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이 만드는 멜로영화 <밀애>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밀애>는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영화화하는 작품으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평범한 주부가 자신도 ‘규’라는 남자를 만나 욕망을 분출시킨다는 이야기. 김윤진은 얼마 전 개봉한 육상효 감독의 <아이언 팜>에서 두 남자에게 양다리 걸치는 여성 지니로 코믹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라의 달밤> <피도 눈물도 없이> <재밌는 영화> 등의 제작사인 좋은영화에서 제작하며, 5월 중순쯤 크랭크인한다.
김윤진, 변영주 감독의 <밀애> 캐스팅
-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6월13일 개봉하는 SF영화 <예스터데이>에서 특수수사대 SI요원 매이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배우 김선아가 <몽정기>로 다시 영화의 부름을 받았다. 이번엔 주연이다.
성에 눈떠가는 나이인 사춘기 소년들의 발칙한 성적 호기심을 코믹하게 그릴 영화 <몽정기>에서 김선아가 맡은 역은 소년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섹시한 교생 선생님 유리. 김선아는 소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담임인 순정파 남자 공병철을 짝사랑하며 가슴 태우는 순진하고 깜찍한 역할이다. 김선아의 애타는 사랑을 받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털털하고 무뚝뚝한 노총각 선생님 공병철 역에는 <정글쥬스>에서 양아치 철수 역으로 농익은 코믹연기를 보여준 이범수가 캐스팅됐다.
강제규필름에서 제작하며,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파랑새> <쿵쿵딱별에는 기타리스트가 없다>
김선아, <몽정기>에서 섹시한 선생님되다
-
케빈 코스트너가 <늑대와 함께 춤을>을 주제로 미국 사우스 다코타에 조성중인 테마파크 ‘던바 리조트’에 거대한 조형물이 들어선다. 사냥한 들소를 절벽에서 메고 가는 사냥꾼들을 형상화하는 이 조형물은 17개 동상을 결합한 엄청난 규모라고. ‘던바 리조트’는 케빈 코스트너가 <늑대와 함께 춤을>의 자신의 캐릭터 존 던바 대령의 이름을 따 만들고 있는 테마파크. 영화개봉 직후 조성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재정문제로 지지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비용을 들여 이같은 조형물 제작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져 말들을 사고 있다. 던바 리조트는 현재 내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만드는 <늑대와 함께 춤을> 테마 파크
-
쿠엔틴 타란티노가 소설가로 데뷔한다. 내년 봄에 출판될 예정인 타란티노의 ‘처녀작’은 <킬 빌>. 그 자신 직접 쓴 소설을 영화화하는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몇달 전 소설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킬 빌>은 결혼식 도중 총에 맞아 식물인간이 되었던 여자가 몇년 뒤 깨어나 자신을 쏜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 편집자에 의하면 “경이로운 데뷔작”이라는 이 책에 대해, 타란티노 자신은 “<킬 빌>은 영화적인 소설이지, 소설로 쓴 영화는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영화 <킬 빌>은 6월에 촬영을 시작하며, 우마 서먼, 루시 리우, 대릴 한나가 출연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소설가 데뷔
-
“난 보았어요, 하얀 빛을….” 지난해 10월 경미한 뇌출혈을 일으켰던 샤론 스톤이 하얀 빛을 보는 임사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갔던 샤론 스톤의 병명은 검사결과 뇌동맥류로 밝혀졌다. 샤론 스톤은 “분명히 백색광을 봤고, 그 빛에 아주 가까이 걸어갔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그건 “매우 고통스러운, 돌아오기에 너무나 멀고 험한 여행”이었다고 체험소감을 덧붙였다. 그녀는 지금도 가끔 두통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만 거의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고. 그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 존 트래볼타와 춤을 추는 등 건강이 회복되었음을 과시했다.
샤론 스톤, 임사체험 고백
-
톰 크루즈가 개봉을 앞둔 <마이너리티 리포트> 다음 작품으로 19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사무라이의 세계를 그리는 전쟁영화 <마지막 사무라이>를 결정했다. <가을의 전설>의 에드워드 츠비크 감독이 연출하는 워너브러더스사의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일본 통치자에 의해 고용된 미국인 사무라이 훈련관을 연기한다. 문제는 크루즈가 일본에는 문외한이라는 점. 크루즈는 요즘 일본어, 일본사, 그리고 검술 등을 배우느라 바쁘다고 한다. “이 영화는 테이블에 모여 앉아 얘기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대학살이라고요!” 열의가 대단하니, 크루즈의 새로운 액션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무라이 훈련관 된 톰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