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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 하는 연애인데, 성공해야죠.”
변영주 감독이 목하 ‘열애’중이다. 그런데 상대가 바뀌었다. 서너달 전만 하더라도 유괴를 소재로 한 <피크닉>이었는데, 지금은 ‘멜로’영화 <밀회>에 빠져 있다. 사실, 동지이자 단짝인 신혜은 프로듀서가 “이거 한번 해보자”고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일언지하에 싫다고 거절했다. 원작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99년 다큐멘터리 <숨결>을 완성할 무렵, 읽고서 “영화 하면 죽이겠다”고 호언한 소설이었지만, 아무래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도 그렇고, 내가 찍어온 다큐 속 할머니들도 다들 뿜어내는 발산적인 캐릭터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정반대로 삭이고 수렴하는 인물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렇다면, <피크닉>을 연기하고, <밀회>를 즐기기로 맘먹은 이유는 뭘까. 그의 ‘변심’은 어쩌다 나간 동창회에서 시작됐다. “대학 졸업하고
주목! 2002년 기대작 [4] - 변영주 감독의 <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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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는 김상진 감독이 5년 전에 단돈 100원을 주고 사들인 아이디어다.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하기 전, 그는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보다 조연으로 나오는 ‘띨띨하고 얼빵한’ 두 탈옥수 캐릭터를 부풀려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했다. 그러던 차에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를 찾아갔고, “이런 저런 뻐꾸기를 날리던 차에” 그는 자신의 화두였던, ‘탈옥’과 ‘투명인간’ 아이템을 풀어놨다.
<광복절 특사>의 골조가 완성된 건 가만히 듣고 있던 김형준 대표가 “언젠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라며, “혹 그 두 죄수가 사면대상이라는 걸 모르고서 탈옥을 감행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달아주면서부터. 이건 된다 싶어 장난으로 100원을 주고, 김 대표로부터 아이디어를 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5년 동안 <광복절 특사>는 머릿 속에 쟁여두었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끝내고 난 뒤
주목! 2002년 기대작 [5] - 김상진 감독의 <광복절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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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내 사랑의 원죄
프로젝트5- 곽재용 감독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엽기적인 그녀>로 8년 만에 관객과의 재회에 성공한 곽재용 감독의 신작 <데이지>(에그필름 제작)는 오해가 낳은 사랑, 그리고 원치 않는 운명에 끌려다니는 세 영혼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멜로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06년에서 현재인 2002년까지 시간을 거슬러온다. 킬러 박의, 경찰 정우, 화가 혜영, 세 사람이 번갈아 1인칭 내레이션을 들려주며 각각의 진술을 통해 사건이 전개된다. 박의는 살인을 저지른 뒤 시골 마을에 숨어든 킬러. 그가 숨어든 집 창 밖으로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 혜영이 보인다. 그림을 그리러 가는 혜영은 매일 기찻길을 건너다닌다. 냇물을 건너면 안전하지만 다리가 놓여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위험한 기찻길을 지나는 것. 어느날 밤 박의는 그녀를 위해 몰래 냇물에 다리를 놓아주고 다음날 그녀는 다리를
곽재용의 판타지 멜로 <데이지>, 박광춘의 멜로드라마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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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연가
프로젝트7- 김정권 감독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동감>이 같은 공간이되 다른 시간이어서 공유할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였다면, <화성으로 간 사나이>(강제규필름, 디토엔터테인먼트 제작)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임에도 공감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톤도 <동감>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억지로 울리지 않는 멜로, 무엇보다 동화처럼 따뜻한 판타지로 갈 예정이기 때문. 고향 진안에서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아이디어는 시작되었다. <동감>을 끝낸 뒤 여행을 떠났던 김정권 감독은 호남지구에서 가장 큰 댐이라는 용담댐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 ‘고향’이 수몰지구가 되어 있는 황량한 풍경 앞을 만났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달라지다니…. 그곳을 본 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려나갈까 생각하면서 수몰지구에 관
김정권의 <화성으로 간 사나이>, 양윤호의 <바람의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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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Episode II-Attack of the Clones
제작 루카스필름 출연 헤이든 크리스텐센, 내털리 포트먼, 이완 맥그리거
2001년 겨울 박스오피스의 거물 트리오 <몬스터 주식회사>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공통점은? 털북숭이 괴물의 열연? 그것도 틀리지 않지만, 세편은 모두 미국 개봉 당시 본편에 앞서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의 예고편을 상영했다. 애써 예매한 표로 예고편만 보고 극장을 뛰쳐나와 인터넷에 뜨거운 ‘목격담’을 올린 스타워즈 마니아들의 반응은 아미달라 여왕의 새 스타일에 대한 예찬부터,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하기에는 박력이 모자란 것 같다는 근심에 이르기까지 날카롭고 구체적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장엄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제2막에 해당하는 <에피소드2>의 연대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협>의 나부 행성 침공이 있은 지
프로젝트1-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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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백하다!
프로젝트2-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제작 20세기폭스, 드림웍스 출연 톰 크루즈, 캐스린 모리스
2002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전자 양의 꿈’에서 한동안 깨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A.I.>가 뚜껑을 연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오는 6월28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될 그의 신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무대는 서기 2080년의 워싱턴DC. 미래의 경찰은 진보한 테크놀로지가 가져다준 예지력에 근거해, 범행이 저질러지기도 전에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자신이 아직 범하지도 않은 죄에 대한 고발과 응징을 순순히 수용할 수 있을까?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의 씨앗을 발본색원하는 특수수사과 형사로 활동하던 존 앤더튼이 본인에게 씌워진 혐의를 발견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를 추적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은 SF영화의 교범인 <블레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리안의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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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용사들, 다시 뭉쳤다
프로젝트4-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Men in Black2 제작 소니 픽처스 출연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라라 플린 보일
“같은 행성, 새로운 말종.”(Same Planet, New Scum)
단순의 극치를 달리는 주인공들의 패션만큼이나 무뚝뚝한 카피를 단 <맨 인 블랙2>는 1997년 소니 픽처스에 화려한 여름을 선사했던 전편의 행운을 반드시 재현하겠다는 듯, 주연과 감독은 물론 ILM의 특수효과 전문가 존 버튼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릭 베이커, 갑각류 곤충을 닮은 주책바가지 외계인까지 원년 멤버들을 몽땅 다시 소집했다. 다시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검시관 역의 린다 피오렌티노 정도.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예고하는 <맨 인 블랙2>의 드라마적 재미는 <투캅스>나 <리쎌 웨폰> 같은 형사 버디무비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1편에서 어리둥절한 신참이었던 윌 스미스가 과연 MIB 조
배리 소넨필드의 <맨 인 블랙2>, 데이비드 핀처의 <시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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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의 순수
프로젝트6-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Pinocchio 제작 멜람포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치, 카를로 지우프레 개봉예정 2002년
로베르토 베니니는 블록버스터 감독이라기보다 순진하고 작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대작 감독들만큼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탈리아영화 제2전성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감독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이제 흥행 보증수표가 되었고,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베니니표 영화’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그의 새 영화 <피노키오>가 현재 이탈리아에서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영화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5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히 피노키오를 연기하겠다는 그의 생각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의 피노키오 역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20년 전부터 어쩌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내 코가 길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결국 하루는 침대에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 알랭 기로디의 <라발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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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살인사건
프로젝트8-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Dirty Pretty Things 제작 미라맥스, BBC Films, Celador Films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오드리 토투, 체트윌 에지포, 세르지 로페즈, 소피 오코네도, 베네딕트 웡
감독경력 20여년간 대서양을 넘나들며 크고 작은 영화들을 만들어온 영국감독, 스티븐 프리어즈가 2002년 내놓을 영화는, 런던의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영화 <더티 프리티 싱즈>다.
다양한 규모와 주제, 톤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온 프리어즈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원래는 TV영화로 만들어진 1985년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990년 그를 아카데미 최고 감독상 후보에 오르게 한 네오 누아르영화 <그리프터스>, 그리고 가장 최근 영화로는, <그리프터스>에 출연한 바 있는 존 쿠색과 다시 한번 힘을 합친 로맨틱코미디 <사랑도 리콜이 되나
스티븐 프리어즈의 <더티 프리티 싱즈>, 요시시게의 <거울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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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그녀의 것
프로젝트10-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Kill Bill 제작 어 밴드 어파트 배급 미라맥스 출연 우마 서먼, 워런 비티, 소니 치바
<재키 브라운>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감독 의자에 앉기까지, 무려 5년이 흘렀다. 그동안 다른 영화의 프로듀서 및 연기자로 외도(?)를 즐기던 타란티노가 모처럼 메가폰을 잡은 새 영화는 한 여성 킬러의 복수를 다룬 필름 누아르. 일급 여성 암살단의 일원이었던 ‘브라이드’는 보스인 빌과 동료들이 난사한 총에 맞고 쓰러진다. 혼수상태로 죽은 듯 누워 있던 ‘브라이드’가 고통스럽게 깨어난 것은 5년 뒤. 보너스처럼 연장된 생의 목적은, 자신을 배신하고 파괴한 이들에 대한 응징이다. 빌을 마지막 복수극의 주연으로 남겨두고, ‘브라이드’는 한때는 동료였던 적들을 차례로 제거해나간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이야기란 점에서는 <재키 브라운>의 맥을 잇지만,<킬 빌>은 <재키 브라운&g
타란티노의 <킬 빌>, 폴 토머스 앤더슨의 <펀치드렁크 너클 러브>,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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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금수들의 얼음나라 대모험
프로젝트14- 폭스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Ice Age 제작 폭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 목소리 출연 데니스 리어리, 존 레기자모
셀 기법의 <아나스타샤>, 셀과 일부 3D를 결합한 SF물 <타이탄 A.E.>의 실험을 지나온 20세기폭스가, 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로 100% 3D 컴퓨터애니메이션 대열에 합류한다. 때는 지구상의 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빙하기. 냉소적인 성격의 거대한 매머드 맨프레드, 방정맞은 나무늘보 시드,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 디에고 일행은 부모를 잃어버린 인간의 아기와 마주친다. 이 뜻하지 않은 동행을 돌려보내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나서는 위험을 무릅쓰지만, 디에고는 뭔가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 <토이 스토리>부터 포토 리얼리즘에 가까운 정교함으로 자연을 살려낸 <다이너소어>, 실사배우 같은 인물을 선보인 <
해외 애니메이션 3편 <아이스 에이지>,<릴로와 스티치>,<스피릿:치마론의 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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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가 영화사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등록이 확정됐다. 액면가 1천원, 등록할 주식수는 1237만주이며, 공모예정 주식수는 등록 주식수의 30%인 371만주다. 주당 본질가치는 7632원으로 산정됐으며, 주당공모가액은 8천~1만원, 총 모금액은 296억~371억원으로 예정하고 있다. 1월 16~17일 공모주 신청을 접수하며 2월 4~5일 등록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강복 대표는 “씨제이의 경우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드림웍스와 국내영화 제작사인 명필름 등 주요 영화제작사와 제휴하고 있어 일회성 매출이 아닌 지속적인 매출 발생이 가능해 충분히 주식시장에 등록할 여건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등 영화산업체들이 상장을 통해 투명성을 유지하고 자국의 영화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처럼, 한국에서도 영화 전문기업이 기업공개와 시장을 통해 영화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게 영화산업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수 기자
영화사 첫 코스닥 등록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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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수식이 따라다니는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30)의 <디 아더스>(2001)는 관객을 얼어붙게 만드는 공포물이면서 잔혹이나 살벌함 대신 ‘매혹’을 통해 공포로 이끈다. 흉측한 살인마나 흉기는커녕 피 한 방울 화면에 비치지 않고, 어떤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련된 연출력에 기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보는 이의 불안감을 극한까지 조여간다.전쟁이 막 끝난 1945년 영국 채널제도 저지섬에 자리한 낡고 거대한 저택이 영화의 배경이다. 늘 음산한 안개에 덮여 있는 외딴 저택에 새 하인 세 명이 찾아온다. 이 저택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가 두 남매를 데리고 산다. 두 아이는 햇빛을 보면 물집이 생기고 호흡곤란으로 인해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 그레이스는 아이들을 빛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항상 커튼을 쳐두고 문을 닫은 뒤엔 반드시 잠그도록 하인들에게 지시한다. 그러나 하인
`누군가 우릴 지켜본다` 서늘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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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수 감독이 만든 <아프리카>는 우연히 굴러 들어온 권총을 손에 쥔 네 여자의 이야기다. 스무살을 갓 넘긴 이들에게 총을 쏴야할 절박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우연히 손에 총이 들어온 것처럼 거듭되는 돌발 상황에 총을 쏘게 될 뿐이다.그렇다면 이 영화는 뜻하지 않은 사태와 맞물려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과정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일까. 에피소드들이 수평적으로 나열될 뿐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것 만큼 웃음을 주지는 못한다. 배고프다고 빵집주인에게 총을 들이대거나, 자기 구좌에 분명 돈이 들어 있는데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가 돈을 내놓지 않는다며 기계에 총을 쏘거나, 택시 기사가 권총강도로 현상수배된 자신을 못생겼을 거라고 하는 소리에 격분해 방아쇠를 당기는 따위의 에피소드들은 코믹한 요소로 작용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도 더러 있긴 하다. 도박판에서 판돈 대신 권총을
스물 갓 넘긴 네 여자의 손에 권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