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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멋과 흥, 문화정성일 이 영화는 장승업이 그림 그리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자막이 떠오를 때 장승업이 그림 그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에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그 단아한 과정을 일일이 찍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 영화 중간중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도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별가>가 나오는 대목과 <흥타령>이 나오는 대목이 맞물려들어갈 때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이 종종 그림을 압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취화선>의 관심은 장승업이라는 한 화가의 치열한 거듭나려는 노력과 동시에 그 시대의 멋과 흥, 즉 수많은 다른 문화들인 것 같습니다.임권택 나는 거듭 얘기하지만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삶과 문화적 개성을 영화에 담고 싶은 거예요. <서편제>나 <춘향뎐>에서 어쩌면 트레이닝이 됐다고 할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어떻게든 폭넓게 수용해서, 환쟁이가 살아가고 있는 땅의 사람들의 총체적인 문화적 개성
정성일 · 허문영, 임권택 감독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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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이제 디테일을 좀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취화선>은 전체 156신 중 92신이 플래시백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3분의 2를 플래시백으로 찍고 돌아오는 구조를 택하셨는데, 사실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드렸을 때, 최종적으로 편집하고 나서 얘기해보자라고 대답을 미루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한 구성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관례라면, 영화 시작할 때 플래시백으로 시작해서 끝날 때 돌아오거나, 3분의 1 지점에서 끝나고 현재로 돌아오는 것인데, 3분의 2를 플래시백으로 하는 이야기 구조를 택하셨을 때에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임권택 그러니까 장승업의 어렸을 때부터 52살까지를 연대기적으로 배열하느냐, 아니면 어딘가 잘라서 그 장구한 세월을 빠르게 진행시켜서 돌아갈 것이냐 하는 문제와 걸리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최고 전성기를 도입부에다 올려놓으면서 들어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럼 관객
제2장 <취화선>, 그 열두폭 병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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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사실 감독님이 최초로 <취화선>에 관한 구상을 말씀하셨을 때 동양화, 혹은 한국화의 독특한 미적 세계를 영화라는 서구적인 프레임에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가 궁금했습니다. 족자 그림처럼 세로가 긴 프레임의 그림을 어떻게 찍을지, 또 원근법을 무시한 동양화의 느낌을 어떻게 잡을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개별적인 숏 안에서 동양화의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는 찍히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아니면 찍는 과정에서 좀 방향을 수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임권택 처음부터예요. 왜 그러냐 하면 족자는 전체를 수용하기에는 영화 사이즈하고 너무 안 맞았기 때문에. 그래서 저것을 생각한 거죠. 왜 이런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그리고 그림이 갖는 맛이나 멋은 전체로 설명이 안 되니까, 대사로 조금 보충해서 클로즈업과 겹쳐들어가면 대충 윤곽이나마 드러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허문영 사실은 마지막에 드리고 싶은 질문을 미리 당겨서 하자면
제3장 <취화선>, 임권택 영화 미학의 새로운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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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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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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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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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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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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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할말이 많았을 줄은, 미처 몰랐다. 한 사람이 두개씩, 세개씩 끝도 없이 쏟아놓던 질문들, 질문들. 열혈 영화광들이 열혈 영화감독들을 만난 자리는 스파크가 일 만큼 열띠었다. 하긴, 그동안 관객이 감독을 접선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없었다. 고작 영화제에서 영화상영이 끝난 뒤 20분 정도 마련되는 짧은 Q&A 시간, 아니면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열리는 특강이 다였으니.
창간 7주년이 되어 <씨네21>은 ‘진이 빠질 만큼’ 길고도 긴 감독과 관객간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고 장진, 류승완, 김지운, 박찬욱 감독을 섭외했다. 최장 3시간 동안 관객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 감독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많은 독자/관객이 찾았고, 때로는 감독의 입이 헤벌어질 만한 사랑 고백을, 때로는 감독의 이마에 진땀이 흐를 만한 집요한 추궁을 서슴없이 했다. ‘도대체 감독은 어떻게 되냐’, ‘시나리오는 도대체 어떻게 쓰냐’, ‘내 나이 때 당신은 뭐했냐’ 등등 젊은 관객이 젊은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1] - 장진, 류승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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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많이 좋아하지 마세요, 아류가 돼요”
이날은 원래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전주영화제에서 <공동경비구역 JSA> 상영행사에 참가하고 올라오던 박찬욱 감독은 6시쯤 차가 너무나 막혀 제 시간에 닿기 힘들 거라는 소식을 전해왔고, <씨네21> 진행자는 부랴부랴 5월2일 순서로 예정돼 있던 장진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박찬욱 감독을 만나러 참석했던 독자 여러분, 그리고 5월2일 장진감독과의 대화를 기다리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이탈리아의 ‘우디네영화제’에 참가했다가 서울에 온 지 불과 2시간 만이라 경황도 없으셨을 텐데 특유의 재치있는 솜씨로 행사를 이끌어준 장진 감독님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장진입니다. (박수) (마이크를 뽑아들고 일어서며, 사회자석에 앉아 있는 남동철 기자에게) 여기 계속 앉아 계실 건가요? (남동철 기자, 웃으며 내려간다. 단상 테이블에 걸터앉는 장진 감독.)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2] - 장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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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카리스마
-장진 감독한테 딴죽 거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시나리오는 좋은데 영화가 영화적이지 못하고 연극적이다, 라는 거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 감독, 외국 감독을 알려주세요.
=연극적이다, 영화적이다, 이런 말을 저는 별로 고민 안 해요. <기막한 사내들> 내놨을 때 모 기자가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뭐라고 썼죠? 남 기자님? ‘비영화적’이라고 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고 관습화되지 않은 것에 반응을 했거든요.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면 양식 같은 걸 따라했을 텐데, 다행이다 싶었어요, 본 게 없어서. 영화에서 화자의 숨소리가 느껴진다면 연극적인 거고, 어떤 배우의 다이얼로그에서 다른 서브텍스트, 다른 감성이 연상된다면 그건 또 문학적인 거겠죠. 어떤 영화가 연극적이다, 문학적이다, 하는 것은 객관적인 게 아니에요. 만약 영화가 안 좋다면 ‘쟨 영화를 못 만들었어’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3] - 장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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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일어나) 안녕하세요. 영화배우 류승완입니다. (웃음) ‘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걸로 아무 얘기나 하라는데, 학교 다닐 때 보면 듣기 싫은 얘기 자기 혼자 몰입해서 막 떠드는 사람들 짜증나잖아요. 지금 지나다가 그냥 시간이 남아서 들어오신 분도 있고 하실 테니까. 그냥 류승완이라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어떻게 살았나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1973년 12월15일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구요, (웃음) 다섯살 땐가 여섯살 때, 천안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장철 감독의 <철장>이라는 영화였어요. 일본 도장에서 배신자의 눈알을 뽑는 장면이 인상깊었죠. (웃음) 저는 어려서 주위가 산만한 아이였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 성룡 영화를 처음 봤는데, 바로 그해에 류승범이 태어났어요. 제 장난감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류승범이 액션연기 하는 데 제가 많은 도움을 줬죠. (웃음) 저는 지방에 살아선지 특히나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학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4] - 류승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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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체력, 그리고 냉정함
-<오아시스>에 출연하고 계신데, 본인 영화와는 아주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기분이 어떠세요?
=저는 <초록물고기>가 제대로 된 필름누아르여서 좋았어요. <박하사탕>도 젠체하지 않으면서 장르 냄새가 나서 좋았고. 감독마다 장르가 정해져 있다는, 말씀하신 식의 선입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영화에 올바로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님 영화와 제 영화는 장르보다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영화에 출연한 제 심리상태를 말씀드리죠. 저는 배우를 ‘야매’로만 해봤지(웃음) 디렉션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한수 배우자는 심정으로 나갔는데 디렉션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느낀 것 중에 하나를 얘기하자면, 현장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감독의 아주 원초적인 핵에 해당하는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저는 불쌍한 영화광들 중 한명입니다. 공대에서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5] - 류승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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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감독 유하씨는 말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다. 누구도 말에 대한 감수성 없이 시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유하씨의 언어감각은 여느 시인에 견주어 특히 민첩하다. 첫 시집 <무림일기>에서부터 최근 시집 <천일馬화>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런 날랜 말놀이의 부력으로 독자들에게 어질어질한 부양감(浮揚感)을 베푼 바 있다. 그의 말놀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면, 독자들이 그 말놀이에 정신을 팔다 그의 시가 지닌 메시지의 핵심을 지나쳐버릴 정도다. 그의 몸은 언어와 버성기지 않는다. 그는 조각하듯 언어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깎여져 몸 안에 갈무리된 언어를 아무 때나 꺼내 자유자재로 레고놀이를 수행한다. 그는 공기를 숨쉬듯 언어를 숨쉬며, 마침내 말과 한몸이 되어 통정한다. 말과의 접착도에서 시인 유하씨의 맞수로 내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그와 동갑내기인 불세출의 논객 진중권씨 정도다.<결혼은, 미친 짓
아저씨,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보고 결혼제도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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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영화들은 태반이 멜로드라마다. 어렸을 적에 흑백 텔레비전으로 본 ‘주말의 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 영혼이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 윤심덕의 애사를 통해 자의식과 시대 사이의 갭에 관한 두려움을 예감케 했던 <사의 찬미>, 사랑의 망설임과 두려움에 관한 프랑스영화 <겨울의 심장>(국내 개봉 제목은 잊어버렸다) 같은 것이 쉽게 떠오르는 예다. 이런 영화들은 마음의 민감한 현, 일명 심금을 지잉 울려준 다음 길게는 일주일쯤 넋이 나가게 만들곤 했다.돌이켜보건대 멜로드라마는 나에게 여성으로서의 성장과 사회화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역할 모델을 발견하는 교과서 구실을 담당했던 것 같다. 남성들이 가족과 학교, 군대와 직장생활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일관되게 사회화 과정을 겪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다소 사적이고 개별적인 방식으로 이 과정을
차갑지만 현실적인 멜로드라마 <결혼은,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