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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쯤 됐나. 세계사에서 같은 시기 출간된 시집 한 댓권을 한꺼번에 모아 합동출판 기념회를 치른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이 지금도 삼삼하다. 출판사쪽에서는 초대형 양주 한병(그게 그냥 장식용이 아니라 그 안에 진짜 양주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을 내고 나머지는 시인 당사자들이 경비를 부담했던, 당시 세계사 주간이었던 최승호(시인)가 마련한 그 술자리에는 시인들‘만’ 한 60명이 모여 놀고 있었다. 아니 평론가 황현산도 있었고, 시업과 무관한 자도 10명은 되었겠으나 모두 그 시인의 흐름 속에 시인이었다. 함민복(시인)이 선두에 선 춤행렬로 끝난 그 잔치는 감촉이 아주 부드럽고 부딪치듯 미끄러지듯 찰박하고 또 아늑한 거라서 모두 만취 상태로 흥에 겨웠는데도 도무지 술자리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시인들의 집이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감상에 뉘우침 없이 젖어들었었다.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 계간 <시평>을 받아보는 날은 그런 감상에 모처럼, 혼곤히 젖
2002 겨울 <시평>(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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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로 한 시대의 텔레비전 채널을 휘어잡았던 흥행의 명수 토머스 카터의 2001년작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는 마치 <더티 댄싱>을 <초대받지 않은 손님>류의, 흑인과 백인간의 사랑이라는 구도에 집어넣은 듯이 보이는 작품이다. 토머스 카터는 이 영화말고도 1993년작 <스윙 키즈>에서도 춤을 중심에 놓았다. 주로 춤의 사회적 성격에 관해 고찰하는 일련의 영화들을 통해 그는 대중문화의 스타일들을 사회적으로 음미하려고 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흥행을 노린 작품들이다.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자연스럽게 ‘음악영화’가 된다. 발레리나를 지망하는 백인 소녀와 힙합에 일가견이 있는 흑인 소년간의 쉽지 않은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서 춤은 두 사람을 연결하는 중요한 끈이다. 사실상 그 둘을 연결시키는 것은 ‘힙합’이다. 백인 소녀와 흑인 소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으로서의 힙합이라. 힙합의 ‘긍정적’ 사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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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주최하는 `제3회 전국 학생만화공모전`과 문화콘텐츠진흥원의 `대학생 만화영상물 제작지원사업`은 각각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전국 학생만화공모전`은 오는 4월6일까지 출품작을 접수받으며, `가족`이라는 제시 주제와 기타 자유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만화 부문과 카툰 부문에 해당 작품을 접수하면 된다(문의: 032-320-3745). `대학생 만화영상물 제작지원사업`은 국내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100편 내외의 작품에 200만원씩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3월19일부터 21일까지 학과별로 기획서를 취함해 제출하면 된다(문의: 02-2166-2022).2001년 최고의 미국만화는?최고 권위의 영어권 만화 비평지인 <코믹스 저널>은 지난 1월 말에 나온 제 240호를 통해 지난 한해의 영어권 만화계를 결산하면서, 가장 주목할 만한 만화 8편에
학생 대상 만화영상물 공모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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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가장인 민기는 평범한 남자다. 아내 보라는 영어학원 원장으로 무기력한 남편에 대해 늘 불만이 많다. 보라는 옛 애인인 일범을 우연히 만나고 둘은 불륜을 거듭한다. 민기는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아내가 아이를 팽개친 뒤 남자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된 뒤 분개한다. 민기는 보라를 죽일 결심을 한다. 최민식, 전도연 등이 출연한다. IMF 이후 무기력해진 한국 남성상을 반영하는 영화로 드라마는 약간 빈곳이 있지만 배우들 연기는 좋다.
[TV영화] 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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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와 <짱>을 만든 양윤호 감독이 연출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파트너를 잃은 상우는 일에만 몰두한다. 상우의 새로운 파트너 현태는 결사적으로 구조작업에 몸을 던지는 그의 태도가 불안하다. 상우는 화재현장에서 늘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고 그를 추적한다. 희수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는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연쇄방화범이 된 인물. 최민수, 차승원, 유지태 등의 스타가 출연한다.
[TV영화] 리베라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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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와 <빅슬립>을 만든 하워스 혹스 감독작. 로렐라이는 멍청한 여성이지만 돈이라면 환장하는 여성으로 금발에 아름다운 쇼걸이다. 로렐라이의 단짝인 도로시는 잘생긴 외모를 중시하는 편이다. 둘은 함께 파리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로렐라이는 백만장자의 아들과 결혼하려고 한다. 백만장자는 로렐라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사립탐정을 고용하는데 도로시와 탐정이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해피 엔딩이 찾아온다.
[TV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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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천 감독의 1955년작으로 지리산 빨치산들의 이데올로기와 인본주의적 갈등을 담은 작품. 휴전 이후 지리산의 빨치산들은 토벌대를 피해 살아야만 한다. 부대원들은 지서를 습격했다가 실패하고 도망한 어느 대원을 사살한다. 김철수는 이런 참혹한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여간부 애란은 그에게 접근해 들어온다. 차츰 빨치산 대원들은 비인간적인 행위를 범하게 되고 부대원들간의 반목은 심해진다. 철수는 애란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시작한다.
[TV영화] 피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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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uate 1967년,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더스틴 호프먼<EBS> 3월2일(토) 밤10시1960년대 미국영화는 이른바 ‘반문화’의 시대를 경험한다. 청년문화와 B급 장르가 주류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지 라이더> <졸업> 등의 영화는 미국영화에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온당하게 만들었다. 이중에서도 <졸업>은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포장된 상업성을 간직하면서 청년 관객의 아낌없는 애정을 받았다. 성장과 불륜, 그리고 일탈의 모티브를 하나씩 이어붙인 <졸업>은 시대를 불문하고 미성숙한 젊음의 가슴을 달굴 만한 구석이 있다. 한편의 농축된 시를 연상케 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학교를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은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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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3월1일(금) 밤 10시Heartbreakers 2001년, 감독 데이비드 멀킨 출연 시고니 위버 <로미와 미셸>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미운 오리 취급받던 여성들이 동창회에 참석해 멋진 여성으로 거듭나는 코미디였다. <하트브레이커스>는 <로미와 미셸>을 만들었고 <심슨 가족>의 제작자이기도 했던 데이비드 머킨의 연출작이다. <하트브레이커스>는 전적으로, 배우들을 위한 영화다. 시고니 위버와 진 해크먼, 그리고 <졸업>의 앤 밴크로포트 등이 출연하고 있다. <에이리언> 등의 시리즈의 히로인이었던 시고니 위버는 영화에서, 육체파로 변신한다. 러시아 악센트를 구사하면서 관능적인 몸매로 뭇 남성들을 유혹하는 것. 그녀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약간 어설퍼보이긴 하지만 코미디영화임을 감안할 땐 용서가 된다. <하트브레이커스>는 기발한 상황으로 관객을 웃기는 영화다. 어머니는 남자를 유
[케이블 영화] 하트브레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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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탐정 김전일>의 사토 후미야·아마기 세이마루 콤비가 새로운 추리만화 <탐정 학원 Q>를 들고 나타났다. 현재는 단행본 2권, 주인공 큐와 친구들이 `탐정학원 큐`의 입학 시험을 통과해 실전 과제에 들어가기 직전. 아직 이 작품의 정체를 밝혀내기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와 힌트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고 인기 탐정물의 후속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발빠른 분석에 들어가보기로 한다.<소년 탐정 김전일>은 소년 탐정물의 전형을 만들어내며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만화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뒤이어 도전해온 여러 소년만화들과 비교해 몇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첫 번째, 거의 김전일 중심으로 편재된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했다. 다양한 개성의 인물군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인공을 찾아 감정을 이입하고자 하는 소년 독자들의 성향을 반영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개개 사건의 짜임새는 뛰어나지만 서로 독립된
<탐정 학원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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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토요일 오후 1시10분, OCN 수·목 오후 8시50분(3월20일부터) “<X파일>은 이제 한 시대의 끝에 서 있습니다. <CSI 과학수사대>는 출발선에 서 있지요. <X파일>은 ‘만일?’이라는 명제를 도출합니다. 비행접시가 정말 있는가? 누가 알겠어요? 모든 것이 애매모호합니다. 그러나 우리 쇼는 사실을 다룹니다. <서바이버> 같은 게 아닙니다. <CSI 과학수사대>는 진짜 사실을 다루는 드라마입니다.”(윌리엄 패터슨, <USA 위크엔드> 인터뷰)
<CSI 과학수사대>는 확실히 새 시대의 드라마다. 피도 적당히 터지고, 인물들도 적당한 수로 나오고, 연령층도 다양하고, 액션도 있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던져주는 실마리가 어떻게 들어맞을까 생각하는 동안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나아간다. 그 재미는 순전히 한 10년 정도 잊어버리고 있던 <형사 콜롬보>나 <제시카의 추리
추리물에 치밀한 검증 더한 < CSI 과학수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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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의 적>을 봤다. <꽃잎>에서, <유령>에서, <송어>에서 그리고 <박하사탕>에서 설경구씨를 봤으니 이번에 그를 다섯 번째 본 셈인데, 나는 매번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인 양 낯설었다. 내 시력 탓일 거다. 기억력이나 주의력 탓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매번 배역 속으로 배우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설경구씨의 연기가 그만큼 탄력이 있다는 뜻이겠다. <공공의 적>에서 그가 맡은 강철중이라는 사내를 보며 자꾸 <파이란>에서의 최민식씨(영화 속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껄렁껄렁함, 천진난만한 얼굴, 추리닝 바지.내가 강우석 감독의 영화로 처음 본 것은 아마 <투캅스>였을 것이다. 그 영화와 <공공의 적> 사이의 거리가 아득하다. 작품의 얼개 사이의 거리가 아니라 폭력성/잔혹성의 거리 말이다. 한국 형사물의 원조라고 할 만한, 그리고 <공공의 적>에서도
아저씨, 속죄양 이론으로 <공공의 적>을 뜯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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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을 휩쓸고 있는 새로운 호전적 분위기 덕을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블랙 호크 다운>일 것이다. 이 작품은 최근의 슬픈 상처와 딱 맞아떨어지는 면모들 덕분에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9·11 테러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피해자인 양 느끼게 만들었고 그래서 마치 1993년 소말리아 작전에 투입된 불쌍한 군인들처럼, 약자를 맘놓고 괴롭히는 역할을 스스럼없이 맡도록 부추기고 있다. <블랙 호크 다운>을 호전적인 영화라고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대립구도를 맹목적인 “우리 vs 그들”로 나눈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우리는 드디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오랫동안 관객을 기다리게 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새 영화 <콜래트럴 데미지>를 만난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이 작품은 <블랙 호크 다운>을 몰아내고 미국 극장가의 가장 매력적인- 그리고 가장 비난받는-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9·11 테러 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콜래트럴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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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가 윤곽을 드러냈다. 오는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리는 2002 전주국제영화제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프로그램과 지금까지 확정된 참가작을 발표했다. 올해의 주요 프로그램은 메인 프로그램, 섹션 2002, 특별 기획 등 크게 세 부문으로 간추려진다.메인 프로그램은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과 `디지털의 개입`이 뼈대를 이룬다. 이 두 경쟁부문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랄 수 있다. 먼저 1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는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엔 후루마야 도모유키의 <나쁜 녀석들>(일본), 샤오 야 취앤의 <미러 이미지>(대만), 왕차오의 <안양의 고아>(중국) 등 10여편이 초청된다. 영화제 쪽은 “당대의 현실로부터 해방적 도피를 꿈꾸는 중국 젊은 감독의 영화 언어에서, 자국 국민영화의 전통을 끈질기게 탐색하는 아시아 변방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소화
아시아 독립영화들 `전주로 다 모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