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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가가 된 뒤 <씨네21> 필자가 되고 싶었다. ‘전 <씨네21> 편집장’이라는 크레딧으로 행세하기는 유오성처럼 ‘쪽팔려서’싫었다. <씨네21>에서 원고를 쓰라고 하면 ‘금의’(錦衣)를 못 구해서 ‘환향’(還鄕)을 못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결국은 금의를 입기 전에 환향하고 말았다. ‘소설가’라는 크레딧을 구해오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데… 한쪽 팔을 마저 짜야 가시풀 옷이 완성되는데….하기야 사람의 일이 계획대로 되기만 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가령, 곰과 범에게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면서 1백일을 버티라고 했을 때, 곰은 그렇게 해서 사람이 됐지만 범은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반인반신(半人半神)의 단군왕검도 다 그런 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박지원 소설 속의 허생도 10년 공부 끝내야 세상에 나오겠다고 독을 품고 방구석에 틀어박혔지만 결국 7년 만에 뛰쳐나오고 말았다. 액면으로는 쌀 떨어졌다는 마누라 바가지에 못 이겨서라
인생, 위험과 자유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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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해라!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 그것은 실로 만고의 진리인데 게나 고둥이나 많이 써 닳아버린 그 말의 희소성 때문에 그 뜻의 효율과 진정성이 피보고 있다.” 듣기에도 좋고, 천만번 옳은 말이기는 한데 미안하지만 나는 그 말 절대 안 잡아준다. 설령 보편타당한 가치라 해도 내 경험적 기준에서는 성공한 자의 교시 내지는 자기들처럼 안 된 우리에 대한 훈육으로밖에 안 들린다. 성격적으로 삐뚤어지고, 세상에 대한 열패감으로 가득한 자의 말꼬리 잡기로 치부한다 해도, 내가 아니면 아닌 것이다. 왜? 지구는 자기를 중심으로 돈대며? 본디 태생이 높지 않았고 자란 과정 또한 지리멸렬했으며 현재로서도 고만고만 사는 내가.
피 터지는 노력의 보상으로 주류로 편입된 올곧은 세상의 잘난 작자들에게 겸손히 고개 숙여 처분만을 바라지 않고 대가리 들이대며 목에 핏대 세우는 이유는 내 태생적 뻔뻔스러움도 있으나, 끼리끼리 모여 자기들 잘살 궁리만 하며 계급 만들고 위화감 조성하는 패거리 문화에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우묵배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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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경험은 난데없다. 사랑이건, 섹스건, 책이건, 가슴 쿵쾅거리는 떨림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평생에 그림자를 드리울 첫경험은 기습적으로 찾아온다. 시간과 복장, 그리고 자신에게 걸맞은 상대방까지 골라 ‘첫경험’을 준비했던 <클루리스>의 셰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나에게 더스틴 호프먼의 <졸업>은 두 가지의 첫경험을 제공한 영화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개봉한 지 20년도 지난 영화가 왜 변두리 도시의 개봉관에서 재개봉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친구와 나는 자율학습 시간에 쭐래쭐래 나가서 함께 <졸업>을 봤다. 할리우드 키드도 아니었고 영화에 대한 지식도 없던 내가 왜 잠깐 개봉한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지만 극장에 들어가는데 제지당했던 기억도 없다. 다만 혹시 볼지도 모를 미성년자를 위해서인지, 로빈슨 부인을 일레인의 이모인가 고모로 번역해
김은형의 오! 컬트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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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삼디기>는 부모를 일찍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초등학생 엄삼덕을 그린 동화다. 아이들은 이학년이 되도록 글자를 깨치지 못한 엄삼덕을 “까막눈 삼디기”라 놀려댄다. 씩씩한 연보라가 시골에서 전학 오고 엄삼덕을 돕기 시작한다. 며칠 전 이학년이 된 김단이 그걸 읽고 있기에 내가 물었다. “단이 일학년 때 삼디기 같은 친구 있었어?” “응, 김은혜(가명).” “글자를 몰랐어?” “글자도 모르고 말도 잘 못하고 바지에 똥 싼 적도 있어.” “그래서 친구들이 놀렸어?” “친구들이 만날 놀리고 남자애들은 때리고 그랬어.” “뭐라고 놀렸어?” “바보 멍청이, 더러운 애라고.” 김단은 기억이 새로운 듯 표정이 심각하다. “단이는?” “난 은혜하고 친하게 지내고 은혜를 도왔어.” “단이가 그랬어. 어떻게 도왔지?” “너희들 그러면 나빠, 은혜도 우리와 같은 일학년이고 우리 친구야, 글자도 이제 곧 배울 거야, 그러고.” “또.” “때리는 남자애들 내가 때려주고.” “단이처럼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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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흥행영화들이 잇달아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11일 영화 해외배급 대행업체인 씨네클릭아시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820만여 명을 동원한 `대박영화'<친구>는 오는 4월 6일 일본의 메이저 배급사인 도호영화사의 배급망을 타고 일본 100여개관에서 <친구에게(도모에)>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개봉된다. 지난해 홍콩과 대만에서 선보였으나 큰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던 <친구>는 `친구들간의 우정,배신' 등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춰 예고편을 새로 제작하는가하면 곽경택 감독과 주연 배우 유오성이 오는 14~16일 일본을 방문해 홍보 활동을 펼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이에 앞서 여균동 감독의 <미인>과 곽지균 감독의 <청춘>은 오는 16일 각각 일본의 가가커뮤니케이션사와 뉴 셀렉트사 배급으로 일본에서 나란히 선보인다. 두 영화 모두 일단 도쿄 시내 3~4개 극장에서 상영한 뒤 차츰 일본 전역으로 스크린을 늘려간다는
한국영화 잇단 해외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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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어른처럼 징그럽게 말을 잘하면 어떡하지? 교육받은 대답만 줄줄 외우면 어떡한담. <씨네21> 창간 이래 최연소 인터뷰이, 젊어도 너무 젊은 배우와의 만남을 앞두고 별별 걱정이 다 든다. 서울에서 온 7살 손자와 말못하는 77살 시골 외할머니와의 동거일기. <집으로…>에서 상우는 ‘바른생활 어린이’로 포장되지 않은, 아이 그대로의 악마성과 순수함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이마를 피구장 경계선처럼 잘라놓은 앞머리를 해도 여전히 예쁜 얼굴로, 등굽은 할머니의 정성을 싸그리 무시한 채 요강을 산산조각 박살내버리는 고집불통의 상우는, 그러나 꿍하게 숨겨왔던 본심을 풀어놓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말 그대로 객석을 눈물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린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스튜디오로 들어서던 유승호(9)는, 이곳이 사진을 찍는 곳이라는 사실을 판단한 순간, 당황한 것 같다. “…엄마, 사진찍는다고 안 그랬잖아. 그냥 인터뷰만 한다고 했잖아…” 그 작은 몸
“촬영장보다 학교가 훨씬 좋아요” <집으로…>의 배우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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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외로울까봐 사람이 산다. 외로운 사람들이 모인 도시는, 그러나 자꾸 외로워 보인다. 시린 내 두 다리를 어루만져주고, 쉬게 할 누군가의 손을 만나는 일은 도시의 밝은 면을 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수많은 멈춤과 떠남을 통해 그 일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이 버스 하고도 정류장인 것이다. 버스가 한번씩 덜컹거리며 멈출 때마다 전혀 새로운, 혹은 조금은 낯익은, 하지만 결코 ‘밀지 마세요’라는 두 단어 이상을 허락지 않았던 상대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은 녹록한 일은 아니다.17살,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소녀와 32살, 세상의 잔재미를 너무 일찍 잃어버린 남자의 만남은 버스와 정류장, 도시와 사람, 그리고 열일곱과 서른 사이에 쉼표를 찍으며 시작된다. 서른의 수줍은 고백이 끝나는 순간, 열일곱의 눈에서 얼어 있던 눈물 방울이 떨어지려는 순간, 아무 음표가 그려져 있지 않은 악보 한마디가 무심히 그 순간을 지키면 다시 노래가 시작된다.자폐적 서정성이 담긴 ‘루시
<버스, 정류장> 뮤직비디오 연출 이형곤·김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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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에서 촬영되고 있는 새 007 영화의 제목이 <다이 어너더 데이>(Die Another Day)로 확정됐다고 제작자인 마이클 윌슨과바버라 브로코리가 12일 발표했다. 007시리즈 제20탄이 되는 이번 새 영화는 올 1월 촬영에 들어갔으나 줄거리 등 세부 내용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다만 냉전시대의 남북한간 긴박한 대결상황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일랜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배역을 맡은 제임스 본드는 이 영화에서 한반도와 홍콩, 아이슬란드, 쿠바, 그리고 영국 런던 등지를 무대로 악당들에 맞서 세계대전을 막기위한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월22일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상영되는 이 영화에는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국 여배우 핼리 베리와, 한국계 릭 윤, 그리고 최근 출시된 3편의 007영화에서 본드의 상사 `M'역을 맡았던 영국 배우 데임 주디 덴치 등이 출연한다. (로스앤젤레스 AP.AFP/연합뉴스
007영화 제목은 <다이 어너더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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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리치가 우디 앨런 영화에 출연한다. 세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것만 밝혀진 미지의 프로젝트. 지난 선댄스영화제에 드라마 <미란다>, HBO영화 <더 라라미 프로젝트>, 로맨틱코미디 <펌프킨> 등 출연작 3편을 출품하기도 한 크리스티나 리치는, <아담스 패밀리> 이후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계속 쌓고 있는 21살의 독특한 배우. 엘리자베스 부르트첼의 원작을 각색한 <프로작 네이션>이 그녀의 다음 개봉작이다. “나는 나 자신을 증오하며 죽기를 원한다”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원작 <프로작 네이션>은 어딘지 리치와 잘 어울리는 작품. 그녀가 앨런의 영화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지 자못 궁금하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 출연하는 크리스티나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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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5시30분께 울산시 남구 삼산동 울산역에서 영화를 찍던 단역배우 허모(43.경기도 안산시)씨가 달리던 기차에 빨려들어 기차 바퀴에 치여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료 이모(34)씨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 범인을 쫓는 전경 중대장 역할을 맡은 허씨가 이날 달리는 기차를 피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시속 80∼90㎞로 달리던 기차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기차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영화사가 기차를 임대해 촬영을 하다 사고를 낸 점을 중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보고 영화사 감독 등 관계자들을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장항준(31) 감독이 영화배우 김승우와 차승원 주연으로 제작비 32억원을 들여 주로 기차역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단역배우 촬영중 기차에 치여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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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넷의 로저 무어가 새 영화에서 게이 역을 맡아 화제다. <보트 트립>이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무어는 쿠바 구딩 주니어와 공연할 예정. 내용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두 남자친구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여정에 오른다는 이야기. 게이영화가 될 소지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두 젊은 남성들은 로저 무어가 연기할 캐릭터인 로이드에게 빨려든다고 한다. 로저 무어의 대변인 제리 팜은 “무어가 연기변신을 매우 즐기고 있다”면서 “그로서는 완전한 변신인 셈이죠. 하지만 그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정말 엉뚱하고 진짜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007에서 사랑에 빠진 게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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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헤이시가 엄마가 됐다. 앤 헤이시는 지난해 12월, 첫남편과 헤어진 지 1년쯤 됐을 때 카메라맨인 콜리 라푼과 결혼을 했고, 출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기는 7파운드 몸무게의 남자아이로 이름은 호머 헤이시 라푼. 일부 현지 언론은 ‘딸이었다면 셀레스티아라 하지 않았을까’라는 조크를 던지기도 했는데, 이는 그녀의 책 <콜 미 크레이지> 때문이다. 거기서 그녀는 한때 자신이 ‘셀레스티아’라는 제2의 자아를 만들고 외계 우주선이 자신을 데려갈 거라 믿었다는 얘기를 했었다. <싸이코> <식스데이 세븐나잇>에 출연했던 헤이시는 최근 <존 큐>에서 인질극을 부르는 냉혈한 병원 원무과 직원을 연기했다.
우주인이냐구? 내 아기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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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속편 이후 행보를 결정했다. 뜻밖에도 카운터컬처적인 1971년 히트작 <빌리 잭> 리메이크에서 주연을 맡기로 한 것이다. 톰 래프린 감독의 <빌리 잭>은 인디언과 백인 혈통을 반반씩 지닌 한 베트남 참전 군인이 백인사회의 부정적 가치들에 항거하며 점차 인디언의 기질을 찾아나가는 이야기. 반전, 평화수호, 반제도 등 1960년대 후반 일었던 히피즘 정신을 다분히 띠고 있는 수작이다. 빌리 잭은 개 사료를 만들기 위해 말들을 도살하려는 행위에 맞서고, 일종의 대안학교라 할 수 있는 오지의 ‘자유학교’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기도 하는, 그시대의 영웅상을 드러낸다.
연기, 각본, 연출, 제작과 배급을 손수 했던 톰 래프린은 그동안 <빌리 잭>과 그 속편들에 관한 권한을 지니고 관리해왔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빌리 잭을 연기하게 될 이번 리메이크작은 제르세이 필름이라는 영화사가 제작하며, 톰 래프린도 고문격으로 참가할
키아누 리브스 후속작 발표, <빌리 잭> 리메이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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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챔피언> LA 촬영장을 방문하여 유오성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휴식을 취하러 떠난 미국행이지만 첫일정으로 촬영에 지친 <챔피언> 팀 위로방문을 잡은 것. 장동건이 현장을 찾은 날은 맨시니와 김득구의 경기 촬영 첫날로, 유오성은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고 한다. ‘함께 있을 때 두려움이 없었던’ 그때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듯, 유오성은 장동건의 위로에 힘을 받았다는 후문. 곽경택 감독 역시 장동건의 방문으로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운명의 복서 김득구의 삶을 그리는 <챔피언> 촬영팀은 한달여간의 미국 로케를 마치고 3월 중순 귀국할 예정이다.
장동건, <챔피언> LA 촬영현장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