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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룡 탈출!’ <후아유>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조승우(23)의 머릿속은 오직 그 뿐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는 <와니와 준하>로 이미 씻은 것 아니냐 다독였지만, 여전히 <춘향뎐>의 역광을 버거워하던 그를 설득하진 못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배우한테 데뷔작은 무시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맘을 바꿔 먹었어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현장에서 맘껏 즐기자고….” 촬영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후 찍었던 〈H>와 〈YMCA야구단>은 그래서 소중하다. “한번은 강호 형이 그래요. 자기는 현장이 제일 좋다고. 형 보면 촬영 끝나면 스탭들하고 야구 한 게임 하고, 먼지 먹었으니 삼겹살 한점 하자고 고깃집으로 이끌고. 그거 보면서 현장공부 좀 했죠.”
부담을 덜어서일까. <클래식>은 그야말로 “재미있게 찍었다”. 특히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7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라 주촬영지인 목포 이
<클래식>의 조승우, ˝일 안 하면 좀 쑤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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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건 운명이고, 또 필연인 것 같아요.” 우연과 운명과 필연의 관계를 손예진은 그렇게 정의했다. 영화 <클래식>에서 1인2역을 하며 이뤄지지 못한 사랑과 이루어지는 사랑 그 모두의 감정을 겪어본 주인공으로서의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슬픈 사랑보다는 현재의 달콤한 사랑이 손예진에게는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클래식>은 “과거의 사랑이 현재에 이뤄지는 영화잖아요. 촬영은 과거, 현재, 과거 이렇게 했거든요. 사람들이 곧잘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비교하긴 하지만…. 제 생각에 과거의 사랑은 너무 슬퍼요. 이뤄지는 사랑이 좋죠.” 하지만 손예진은 쉽게 철없는 소녀임을 승낙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를 가리켜 이문세와 산울림의 노래를 즐겨 들을 만큼 “옛날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럴땐 <취화선>의 소운과 <연애소설>의 수인이 문득 겹쳐진다.
“추위도 많이 타고, 더위도 많이 타는 체질
<클래식>의 손예진, 빗속에서 7시간,영화를 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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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년 전쯤 ‘충무로로 간 PD 출신 감독들이 왜 성공하지 못하나’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가 나가고 몇주 뒤였던가, 새 미니시리즈를 준비하는 오종록 PD와 통화를 하는데 대뜸 그가 이런 말을 했다. “PD들이 와(왜)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지, 와 성공하지 몬하는지 그거말고도 다른 이유를 제가 조만간 보여드릴낍니다.” 그의 ‘조만간’은 조금 길어져 ‘몇년’이 되긴 했지만 결국 오종록 감독은 2003년의 시작과 함께 차태현, 유동근,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라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첫사랑을 향한 한 남자의 눈물의 순애보를 경쾌한 코미디 리듬 속에 실어내는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의 크랭크인을 앞둔 그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최근작인 <피아노>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프리랜서 드라마 PD로도 안정된 생활이 가능한 상황인데 굳이 영화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적인 한계를
<첫사랑 사수‥>로 영화 데뷔하는 드라마 <피아노>의 PD 오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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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전파견문록>은 딱딱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말랑말랑한 ‘순수’표 전략으로 특화에 성공한 예능프로그램이다.어른과 차별화된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본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개운한 재미를 안기는 데 성공하며 오랫동안 시청자의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새해 들어 광고계에도 <전파견문록>처럼 순수 찾기에 나선 CF가 두드러지고 있다.굳이 미인, 아이, 동물 등을 포괄하는 ‘3B 법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광고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용한 장치로 동심을 선호한다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그럼에도 묵은 때를 벗겨내고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채우는 새해 즈음이어선가.순수의 세계로 떠난 CF들이 유난히 입가에 ‘빙그레’ 자국을 새기고 있다.SK텔레콤의 기업이미지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선보인 ‘로봇’편과 새해 초부터 방송을 타고 있는 ‘일출’편은 ‘민이’(본명 강윤도)라는 4살의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느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포착
순수의 세계로 떠난 광고 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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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대한민국’이란 단어는 연일 상종가를 기록했다. 6월 한달 동안 무슨 주문처럼 반복된 “대~한민국”이란 구호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을 넘어 일본, 대만으로 확산되었다는 ‘한류’로 인해 국제적 자부심이 한껏 부풀었던데다가, 연말에는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인해 광화문 거리에 또다시 대한민국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맥락이야 다르다 해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의 가슴 한 귀퉁이에 묘한 애국심이 옹송거리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이라는 게 유별나긴 하다. 외국 여행을 갈 때 배낭 한가운데 태극기를 붙이고 다닌다거나 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IMF가 터졌을 때 장롱 속 금붙이를 몽땅 긁어다 나라를 위해 바친다거나, 민족감정을 건드리는 사건이라도 터지면 규탄대회니 인터넷 테러를 벌이는 것을 보면 조금 끔찍스럽기까지 하다. 거기에 유사 이래 9천 몇번의 외침을 받고서도 살아남았다느니,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단일혈통의 민족이라느니 하는
MBC 신년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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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붙어 있는 남녀가 있다. 이들은 샴쌍둥이이다. 두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몸은 하나이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지겹다고 하고 심지어 남자가 죽어주기를 원한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마주보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단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김정구 감독은 <샴. 하드로맨스>(김정구/ 35mm/ 2001년)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이면서도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는 샴쌍둥이 이야기는 단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절정을 드러낸다.차분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조은령/ 35mm/ 1997년)는 착한 영화이다. 시골 샛강에서 한가로이 스케이트를 타던 소녀는 눈 위의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소년을 만난다.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
독립, 단편영화/ <샴. 하드로맨스> <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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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Miles To Graceland, 2001년감독 데미안 리텐스타인 출연 케빈 코스트너 SBS 1월19일(일) 밤 12시45분
전과자 마이클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머피와 그의 일당 ‘엘비 파이브’를 알게 된다. 마이클은 이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마침 그곳에선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 주간을 맞이해 팬들이 모여 있다. 마이클 등은 호텔의 금고를 터는 것에 성공하지만 곧 경찰과 마주친다. 그리고 돈가방을 놓고 동료끼리 싸우는 지경에 이른다. 케빈 코스트너, 커트 러셀이 출연하는 액션영화.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향수를 담고 있다.
3000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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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Lose, 1998년감독 스티브 오데커크 출연 팀 로빈스 KBS1 1월19일(일) 밤 11시20분
광고 회사의 중역인 닉은 부인과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닉은 어느 날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것도 닉의 회사 동료와 말이다. 이 남자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데 어느 초보 강도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팀 로빈스와 마틴 로렌스가 출연하고 있다. 마틴 로렌스는 이 영화에서도 변함없는 입담을 과시한다. 버디영화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섞은 상업영화.
낫싱 투 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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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of Time, 1995년감독 존 바담 출연 조니 뎁 MBC 1월18일(토) 밤 11시10분영화 제목인 <닉 오브 타임>(Nick Of Time)은 ‘아슬아슬한 순간’을 일컫는 관용구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한 남자가 딸과 함께 기차역에 도착한 뒤 기이한 일을 겪는다.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린 딸을 인질로 잡고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딸의 목숨을 살려내고 싶으면 우리가 지시하는 대로, 살인할 것. 정해진 시간 내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럼에도 남자는 제안을 뿌리치기 힘들다. 권총을 억지로 손에 쥐고, 살인을 해야 하는 장소로 이동하면서 전신에 땀이 흐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 <닉 오브 타임>은 ‘제한시간’의 모티브를 응용하는 스릴러다. 한 시간 내에 주인공은 성공적으로 모든 일을 완수해야 한다. 그것은 영화 상영시간과 거의 일치한다.회계사 왓슨은 존스라는 이에게 협박을 당한다. 오후 1시3
존 바담 감독의 <닉 오브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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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에 대한 뉴스가 연일 넘쳐나고 있다. 여러모로 각별하게 주목받는 노무현 당선자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탓이려니 했다. 그런데 보도되는 기사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기대가 큰 만큼 시기와 시샘도 적지 않아 보인다. 언필칭 유력 신문들의 기사대로라면 인수위가 나라를 망쳐놓지나 않을까 가슴을 졸여야 할 판이고, 새 정부도 싹이 노래 보인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을 보고 나면 인수위나 새 정부에 대한 우려보다, 상당한 비약이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언론개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여러 사안 중에서도 언론의 이른바 ‘측근, 가신 타령’은 특히 거슬린다.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을 가까이 두고 ‘참모’로 쓰는 것이 무슨 문제라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영화 한편을 만들어도 사람들끼리 뜻이 맞아야 결과가 좋은 법인데, 하물며 한 나라를 통치하는 데 철학과 신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주도 세력을 이루는
[조종국] 가신 등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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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12월31일에 충청도 외목마을로 일출을 보러가자고 했다. 일출이라는 말만 들으면 먼저 떠오르는 기억. 칠, 팔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주변에 운전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니, 없었다. 그런 때에 아는 남자가 자기 친구가 차가 있어 일출을 보러갈 생각인데 생각이 있으면 함께 가자고 했다. 1월1일 신 새벽에 동해에서 보는 일출이라. 근사할 것 같았다. 앞뒤 생각도 없이 나도 여자친구를 동행하고 12월31일 밤 11시쯤 길을 떠났다. 부푼 마음과는 상관없이 고속도로 진입할 때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동해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는데 날이 밝아왔다. 게다가 그 조그만 프라이드는 히터가 고장나 있었다. 얼마나 추웠는지. 친구와 나는 뒷좌석에서 몸을 껴안다시피 하고선 발발 떨다가 겨우 잠들었다가 너무나 추워서 다시 깨어나 발발 떨곤 했다. 일출은커녕 경포대에 도착하니 다음날 정오 무렵이었다. 당연히 운전자는 지쳐 있었다. 그이밖에는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운전자의
월드컵과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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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 지난 한해가 저물어갔다. 유월과 십이월에 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광화문에 모여든 촛불의 일렁임에는 잘 알려진 의미에 더해서 말로 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아름답다’고 보는 일은 너무 자주 나의 단점처럼 생각되지만. 아름다움은 촛불집회에서 얼마만큼의 ‘잉여’였을까. 촛불과 함께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노스탤지아>.
‘미친 남자는 도시 한복판에서 사흘 동안 세상의 구원에 대해 계시적인 설교를 한 뒤 몸에 석유를 붓고 분신자살을 하고, 바로 그 시각에 오래 외로웠던 또 한 남자는 멀리 떨어진 어느 야외 온천장에서 촛불을 켜들고 이편에서 저편 끝까지 걸어갔다.’
그런다고 세상이 구원될까 구원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에선 죄를 씻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한 장면을 글로 재현하기에도 지면은 모자란다.
안드레이 고르차코프는 러시아 지식인, 그가 이탈리아로 온 것은 동향인 파벨 사스노프스키에 관한 자료를
지금 없는 삶에 얼굴을 숙인다, <노스탤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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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라서 억울할 따름이지만, 바보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삶이 아닐까 당신이 짊어지고 있는 그 모든 짐들과 책임져야 할 모든 주변 관계들과 기억하고 실천하고 감당하고 뒤처리까지 하고 있는 그 모든 일상들이 당신이 애초부터 바보였더라면 시작도 없었을 일이었을 것을. 만약 정말 두뇌가 뛰어난 천재가 있었다면 그는 세살 즈음에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고는 어느 날 입을 헤 벌리고 열세살 되도록 글도 읽지 못하는 척하고 말을 더듬으며 바보짓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밥값을 하기 위해서 남들과 경쟁하는 일도, 허리가 휘어져라 뛰어다닐 일도 없이 무위도식하며 보통은 자제했어야 할 짓거리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며 마음껏 삶의 자유와 기쁨을 누리며 살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책임의 무한자유. 바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서는 안 될 짓들은 용서받을 것이고 저지른 모든 문제들은 대신 처리해줄 것이고 사회는 국세를 동원해서 편안히 생을
김형태의 오!컬트 <백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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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음악프로에서 이상은이 초대손님인 여성출연자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기겁을 했다. 미녀가 어쩌고저쩌고 하던 중에 꽃미남 이야기가 나오더니 여성 출연자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금성무다, 내 방에는 금성무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런데 코에서 코피가 한 줄기 주르륵 흐르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좋은 나머지 그 코피를 빨아먹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검열에 익숙한 세대인 나의 잣대론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싶었고 순간 이 일로 진행자인 이상은이 방송에서 잘리면 어쩌나 걱정스러워졌다. 그러나 이상은은 웬 엽기하고 낄낄 웃고 여성 출연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은 그렇게 예쁘고 멋있는 남자는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것은 옳치 않다고 본다, 여러 사람이 사용해야 한다라며 히히 웃고 이상은이 동조하고…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꽤 앞서가는 감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던 나로서도 요즘 젊은 세대들에 대해선 솔직히 졌다라고 말할 도리밖에 없어졌다. 감
이혼보다는 실험동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