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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대학원생 원상(박해일)은 어느 날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는 것. 애인을 빼앗은 한윤식(문성근)은 문학잡지사 편집장이자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로맨스”라고 주장하는 매력있는 유부남이다. 처음엔 호기심 반, 질투 반 윤식의 주위를 배회하던 원상은 엉겁결에 그의 잡지사에 입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는 연상의 여인 성연(배종옥)을 만나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성연 역시 며칠 만에 한윤식과 여관으로 향하고 만다. 자유분방한 성의식을 가진 성연은 한윤식과의 일회적인 관계에서도 즐거움을 느끼지만 원상의 순진한 구애에도 마음이 동한다. 한편 한윤식은 젊지만 별 야망도 꿈도 없어 보이는 원상을 편애하며 항상 주변에 두려 하고, 이상하게도 원상 역시 한윤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 Review
“… 고양일 한 마리 들여놨어요. 발톱이 앙증맞죠? 봐요. 이렇게 신기하게 휘어져요. 파스텔같이. 힘없이 털이 빠지는 꼴이란…. 앗, 아파요
순응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질투,<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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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 극)영화와 가장 거리가 먼 예술에 속한다. 물론 영화가 시와 담을 쌓고 지내는 것만은 아니다. 일부 작가주의영화는 시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상당수 실험영화에서 시는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비디오 포엠’(Video Poem)은 어떤가.
4월19일과 20일,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주최로 서울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열리는 행사 ‘크로스비주얼의 쾌락 뒤집기-Rave: Poem: Performance Of Visual’은 비디오 포엠, 즉 비디오로 쓴 시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음악, 퍼포먼스, 문학 등 다른 예술과 영화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문화형식을 소개하는 이 자리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비디오 포엠 분야를 열심히 개척하고 있는 안테로 알리의 비디오 포엠 작품 10편이다. 아르튀르 랭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파블로 네루다, 실비아 플라스, 트리스탄 차라 등의 시와 자작
[안테로 알리 특별전] 랭보의 시가 영상으로 재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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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분기 미국 시장점유율 1위 차지한 디즈니, 2위 역시 디즈니 소유의 미라맥스2003년 1/4분기 미국 박스오피스 파이의 가장 큰 조각은 디즈니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디즈니는 올 들어 3월30일까지 3억달러를 웃도는 수입으로 전체 박스오피스의 17%를 차지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일등공신은 2편의 코미디. 스티브 마틴과 퀸 라티파가 주연한 <브링 다운 더 하우스>와 성룡과 오언 윌슨의 <샹하이 나이츠>가 각각 1억10만달러, 5890만달러를 미키 마우스의 금고에 보탰다. 게다가 디즈니는 자사 소유의 미라맥스까지 점유율 2위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시카고>가 해를 넘긴 뒤 1억4470만달러를 벌어들인 데 힘입은 미라맥스는 총수입 2억1500만달러로 전미 흥행수입의 12%를 점유했다. 5월 이후 스튜디오의 여름 대작들이 쏟아지면 곧 무의미해질 기록이지만, 미라맥스의 수입까지
챔피언 벨트는 미키 마우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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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비롯, 실험영화 예매율 높아제5회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11일 8일간의 여정에 올랐다. 11일 저녁 7시 동숭홀에서 영화배우 방은진과 추상미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영화 관계자와 관객으로 성황을 이뤘다. “전쟁과 갈등의 남성 중심 역사가 종식되길 바란다”는 이혜경 집행위원장의 인사말대로 올 개막식의 컨셉은 ‘평화 기원’. 이창동 문화부 장관, 지은희 여성부 장관, 이명박 서울 시장,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 올 감독 특별전의 주인공 레아 풀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어 박경희 감독의 데뷔작으로 올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미소>가 잔잔한 호응 속에 상영됐다.여성영화제는 올해 행사장을 2곳에서 3곳으로, 상영작을 80편에서 120편 규모로 늘렸다. 매년 90%가량의 좌석점유율을 보였던 이 영화제는 올해도 비슷한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밤 현재 매진된 상영은 모두 16회. 개막작인 <미소>는 ‘월드프리미어’라는 기대감 때
서울여성영화제 `산뜻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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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기대 이상 저조, CJ엔터테인먼트 <살인의 추억> 조기 개봉 ‘비상’<선생 김봉두>와 <시카고>가 2주째 팽팽한 양강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4월 첫 주말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사진)가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은 주말인 5, 6일 이틀 동안 서울 1만1천명, 전국 3만2천명이었고, 10일까지 서울 2만5천명, 전국 5만3천명에 불과했다. 첫 주말을 넘긴 뒤 대부분의 극장이 이 영화의 간판을 내린 탓에 <지구를 지켜라!>는 10여개의 스크린만으로 개봉 2주차를 넘기고 있다.사실, <지구를 지켜라!>는 각종 매체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지지와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 전망에선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요즘의 관객 경향으로 미뤄볼 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다소 잔인한 장면과 무거운 분위기, 기이한 상상력이 큰 환영을 받지 못할 거라
한국영화에도 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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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2월, <창작과 비평> 봄호를 통해 내가 시인으로 데뷔(라는 말은 여전히 쑥스럽고 낯설지만)했을 때 창비 출판사 편집장은 이시영(시인)이었다. 그는 당시 첫 시집 <만월> 한권을 냈을 뿐이지만 이미 가장 빼어난 한국 서정시인의 한명으로 손꼽히는데다 안경테 속 눈동자가 이따금식 번뜩이는 것말고는 외모가 대체로 허하게 구부정하고 표정은 모더니즘이 가끔 묻어나기는 하되 뭔가 ‘유구한’ 것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서 나는 그가 편집장을 맡은 지 한 10년은 족히 됐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신참 편집장이었다. ‘창비’와 ‘문지’는 곧 강제 폐간되고 군사독재보다 더 가혹한 가난이 특히 창비쪽 문인들을 덮쳤다. 이때 ‘창비 이시영’이 없었다면 빈사자가 발생했을지 모르고, 다른 사람이 이시영 역을 맡았다면 아직도 생존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그는 창고 건물을 빌려 연명하던 창비 출판사 재정을 끈질기게 축내며, 시도때도없이, 혹은 아침부터 찾아와 죽치는 문인과 재야지식인들에
옛날과 오늘,이시영 퇴임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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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는 틀림없이 21세기를 여는 기념비적인 걸작 대열에 오를 만한 영화의 하나이다. 이 영화는 영상과 음악의 아름다움과 독특함, 형식의 신선함, 인간성의 깊은 통찰과 드러냄을 담아 알모도바르 영화의 한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알모도바르는 늘 정치적, 성적 도발성을 순진함과 통속성 속에 녹인다. 스페인 특유의 무엇이 아니면 이러한 혼융을 성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과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는 또한 성모 마리아의 나라이기도 하다. 알모도바르에게 마리아는 종교적 이미지가 아니라 사랑 속에서 모든 것의 용서와 화해를 청하는 육신의 사랑의 화신으로 존재하며 창녀, 사기꾼, 불구자, 동성애자, 성적 도착자 등 모든 세속적인 사람들의 몸으로 육화되어 매순간 부활한다.
<그녀에게>는 여러모로 국제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오프닝과 엔딩은 독일의 저명한 현대 무용가인 피나 바우쉬의 무용 시퀀스가 인용된다. 주연 남자배우 한 사람(마르코
사랑의 이름으로,<그녀에게>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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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은 이 책을 “화장실에 앉아서도 프로이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한 야심이다. 머리 싸매고 몇년 공부해도 해독되기 힘든 연구대상을, 용변 보는 틈을 선용해 이해하도록 하겠다니. 어쨌거나 ‘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는 뜻의 오만한 필명을 지닌 저자다운 발상이다.그렇게 다소 티꺼운 마음으로 펼쳐도, 이 책은 재미있다. 가령, 모로코의 한 황제가 888명의 자녀를 둔 기네스 기록과 한 헝가리 여인이 27번의 임신으로 69명의 자녀를 낳은 기네스 기록을 통해 남녀의 성차를 고찰한다든가, 아홉살짜리 아들을 영화감독 만들고 싶어 억지로 <오아시스> 상영관에 데리고 갔다가 결국 두 시간 동안 재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상심리를 해설한다든가, <판타지아>의 미키 마우스에서 토막살인범 심리의 원형을 끄집어낸다는가, 하는 종횡무진의 필치로 전날 세 시간밖에 못 잔 독자의 무거운 눈꺼풀을 팽팽하게 만들어준다.심영섭의 첫 저서 &l
화장실의 프로이드,<심영섭의 시네마싸이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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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면 녹색 화면에 하얀 글씨가 떠오른다. 당신은 하얀 집의 서쪽으로 펼쳐진 넓은 들판에 서 있다. 문은 모두 판자로 막혀 있다. 그리고 집 앞에 조그만 우체통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키보드를 두들긴다. ‘우체통을 열어라.’ 전단지가 들어 있다. 광고지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집의 남쪽으로 돌아가본다. 하지만 여전히 문이 없다. 창문은 모두 막혀 있다. ‘동쪽으로 가자.’ 약간 열려 있는 창문이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간다.’ 부엌이다. 10점을 얻었다.게임을 구성하는 것은 텍스트뿐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 글로만 설명된다. 플레이어의 의지도 글을 통해서만 표현되고 관철된다. ‘우체통을 발로 찬다.’ 그런 건 소용없다는 핀잔이 돌아온다. ‘물을 마신다.’ 물병부터 집어라. ‘물병을 쥐고 물을 마신다.’ 뚜껑부터 열어라. 생각만으로는 소용없다. 일상의 암묵적 합의는 이 세계에 없다. 키보드를 움직여 모니터에 글을 써넣지 않고는 존재가 승인되지
텍스트의 시대는 죽었다,텍스트 게임 <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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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영화홈페이지는 영화와 홈페이지가 따로 놀지 않는다. 홈페이지 제작자와 영화제작자 사이에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면 <살인의 추억>과 같은 홈페이지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주인공은 살인범이 아니라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이다. 홈페이지에서는 박두만, 서태윤 두 형사가 수사과정에서 겪는 난관과 고민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특히 두 형사의 24시를 시간대별로 스틸과 연결시켜 보여주는 ‘cast’ 코너는 구구한 설명보다 100배 효과적이다. ‘특별수사본부조직도’는 든든한 조연배우들을 소개한 코너다. 이들의 멘트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감독에 대한 신뢰가 느껴진다. 영화의 소재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이 궁금하다면 ‘결정적 단서’ 코너를 확인하자. 단, 너무 몰입해서 읽다보면 오싹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영화맛보기’에는 송강호, 김상경의 연기 하이라이트, 메이킹필름, NG필름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PD와 미
충분한 소통의 결과물,<살인의 추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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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바로 2시간 전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를 타자마자, 나는 <전쟁 중독: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이유>라는 다소 긴 제목의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30분 전에, 나는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만화들보다도 가장 나를 사로잡은 만화로 <전쟁 중독…>을 꼽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지금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목 긴 사내 이야기>(박재동),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타짜>(허영만) 등의 만화들과 우열을 가리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겠지만, 최근의 국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서 무게를 더 실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목만으로도 그 모든 내용이 설명되는 <전쟁 중독…>은, 걸프전 당시 초판이 발행되고 9·11 테러 이후 개정판이 발행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만화책이다.
이라크전을 코앞에 둔 지난 2월 국내에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반전(反戰)을 영화 홍보에 도입한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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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일기예보는 초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경고했지만 반전과 파병 동의안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보다 강렬했다. 지난 4월1일 오후 2시, 명동성당 앞에서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회의, 인디포럼 작가회의 등 12개 단체에 속한 영화인들이 ‘반전을 위한 영화인선언’ 모임을 가졌다. 명동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계단에 임순례, 변영주, 박진표, 황철민 등의 감독과 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 등 스무명 남짓한 인원이 모여 앉았다. 조영각 한독협 사무국장이 사회자로 이날 모임을 진행했고, 노란색 메인 플래카드 너머로 반전 문구를 쓴 피켓 서너개가 흔들리고 있었다. “매일매일 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심정이다. 이것(반전시위)은 정의 수호 같은 대의명분이 아니라, 나에게도 무고한 죽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행동이다.” 변영주 감독의 자유발언이었다.삭발식 전, 조영각 사무국장은 “우리가 즐겨쓰는 이슈메이커이자
평화를 지켜라!`반전을 위한 영화인 선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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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스케이트>의 조은령 감독이 10일 자택에서 뇌진탕으로 숨졌다. 향년 31세. 뉴욕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조은령 감독은 <가난한 사람들>, <생> 등의 단편영화를 연출했고 <추억>, <노래에서>에서 촬영을 맡았다. 97년 연출한 <스케이트>는 다음해 국내 단편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조감독은 지난해 <꽃섬>의 김명준 촬영감독과 결혼해 신혼생활 중이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14일 오전 6시. ☎(02)3410-690 (서울=연합뉴스)
단편감독 조은령씨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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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영화인 류수경 감독이 11일 개막한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참석차 데뷔작 <문지르고 당기고>(Rub&Tug)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상영되는 <문지르고…>는 퇴폐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세 여성들의 이야기를 밝고 코믹하게 그린 영화. 원제인 'Rub&Tug'은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서 퇴폐 마사지를 지칭하는 속어다.영화는 지난해 서드베리 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영화상을 수상했으며 같은해 11월 캐나다에서 개봉돼 제작비의 대여섯배가 넘는 '작은 성공'을 거뒀다. 지난 91년 잘나가는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무모하게' 캐나다로 건너간 류 감독은 그동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처음에는 언어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제작과정에서도 그렇고.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래야지 이곳 문화도 알고 영화로 비웃을 수도 있고 그렇죠." 그래도 이를 악물고
[인터뷰] 여성영화제 초청 교포감독 류수경